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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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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작성
18.10.2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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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4)

DUMMY

고작 소녀 한 명을 상대하는 병사들이었지만 어느새 그들은 자신들이 상대하는 게 과연 진짜 한 명의 소녀인가 의심하게 되었다. 이미 몸에 무리가 왔을 텐데도 치열하게 맞붙는 그녀에게 다들 겁을 먹게 되었다.

지휘를 하는 김승윤은 힐끗 천신영의 하인들을 보았다. 겁에 질려 벌벌 떨며 이를 지켜보기만 하지 누구 하나 어쩌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인질로 삼을까 하는 생각이 든 김승윤이었다.

사실 인질 따위를 잡고 싶은 마음이야 김승윤에겐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는 걸 원치 않았다. 문하시중 천신영의 죽음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한 분노로 싸우는 천인예이기에 시간만 들이며 지친 그녀를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분노에 몸을 맡긴 그녀가 과연 언제까지 저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제압까지 드는 피해도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군.”

정말 어쩔 수 없다는 생각 하에 김승윤은 부하들에게 하인들을 붙잡으라고, 동시에 천신영의 집으로 진입하여 집안사람들 전부를 인질로 잡으라고 명을 내렸다. 정말 효과가 있는지,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그런 생각의 명령을 김승윤이 내리자마자 한 명의 병사가 급하게 김승윤을 부르며 달려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짜증을 내며 묻는 김승윤은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크, 큰일입니다. 수, 수, 수색 주, 중이던 우리 구, 군사와······.”

“차근차근히 말해라!”

“아, 예! 문하시주, 중을 저격한 범인을 찾으러 간 우리 군이 현재 금오위의 병사들과 교전 중이,입니다. 속히 지원군을!”

“금오위? 지원군?”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소식에 김승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갑작스런 일무리의 병력이 방해를 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이 무려 아군으로 여겨지는 금오위이기 때문이다. 분명 금오위의 수장인 상장군 한순이 무천군 일파의 편에 섰다는 걸 알고 있는 김승윤이기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금오위라니? 사실인 것이냐? 분명 사실이야?”

“아, 예. 부, 분명합니다. 병사들을 지휘하는 이는 분명 금오위 장군 민자성이옵니다.”

“민자성? 확실하냐? 분명 민자성이······.”

순간 섬뜩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김승윤은 소식을 전한 병사에게 들리게 중얼거렸다.

“설마 문하시중을 저격한 게 저들? 아니, 그러면 무슨 의도로······.”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수색차 간 저희들 앞을 막아서서 포위를 하더니 공격 중입니다. 중랑장, 부디 지원병을.”

이 상황에서 지원병을 보낼 여유는 없었다. 마치 사람이 아닌 듯 날뛰는 천인예 하나도 제압키 버거운 판국에 도와줄 여력이 그에겐 없었다.

게다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거대한 폭음과 함께 일어난 폭발로 천인예를 포위하고 있던 병사 일부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가 땅에 맥없이 떨어졌다. 천인예가 부적을 날려서 포위망 일부를 폭발로 날려버린 것이다.

“제기랄······.”

“요······, 용···서······모, 모······못···해······.”

참으로 귀기어렸다는 말이 어울리는 천인예를 보며 김승윤은 허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먼저 대체해야 하는지 그로선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천인예, 이 망할 년이!”

남우중이 분노가 가득한 말을 외치며 장검을 들고 돌격했다. 그리곤 거칠게 천인예의 몸을 두동강낼 기세로 베었다.

이를 비틀거리면서 몸을 낮춰 피한 그녀는 체력의 한계로 제대로 숨도 못 쉬면서도 자신의 창을 꽉 쥐고 내질렀다. 남우중의 목을 향해 내질러진 창은 아슬아슬하게 남우중의 목을 찌르진 못했다.

대신 그 옆으로 날이 통과하자마자 그대로 옆으로 휘두르며 남우중의 다리를 걷어찬 덕에 남우중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균형이 무너진 남우중은 꼴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큭, 제길.”

넘어진 남우중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미 그의 목 바로 앞에는 천인예의 창끝이 닿아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병사들은 여전히 포위망을 형성하고 수적으로도 우위에 있으면서도 두려워하며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다들 누구 하나 남우중을 구하고 천인예를 제압할 염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미 일개 중랑장인 그가 감당할 상황이 아님을 깨달은 김승윤은 보고하고자 온 병사를 돌아보며 물었다.

“현재 교전 중인 우리 군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잘은 모르겠으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선랑이신 이송아님이 활약하여 조금은 견딜 수 있어 보입니다.”

“좋다. 이쪽 정리가 마무리되면 당장 지원을 보내도록 하지. 현재 우리도 상황이 녹록치 만은 않다. 일단 시간을 벌도록 하라. 그리고 이 대정.”

“예, 중랑장.”

김승윤은 곁에 있는 부관에게 명령했다.

“당장 내 아버지이신 상장군 김지순께 가라. 가서 지원병을 요청해. 그리고 금오위가 적이 되었음을······.”

김승윤은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는 그러지 못했다. 왜냐면 대량의 인기척이 바로 그의 뒤쪽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랑장 박준위를 위시한 금오위의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군, 김 중랑장. 요즘 바빠서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네, 그려.”

“박···준위······.”

“이런 식으로 만나는 건 원치 않으나 어쩔 수가 없군.”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말도 꺼내지 못하는 김승윤을 보며 박준위가 휘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제압해라. 반항하는 이는 죽여도 좋다.”

명령을 받은 금오위 병사들의 공격에 김승윤 휘하의 병사들은 상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발한 전투는 금방 끝났다. 이미 천인예와의 싸움으로 사기가 꺾인 그들은 수적의 우위에서도 밀리면서 금오위 병사들에게 금방 제압당했다.

정신을 차리고 지휘를 하려고 한 김승윤은 이내 자신을 포위한 병사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맞섰으나 이내 제압당하고 포박당했다. 그의 휘하 부관들도 금오위의 공격앞에 죽거나 포박됐다. 선랑 남우중은 이 혼란 속에서 도주코자 했으나 자비 없는 천인예의 창에 목이 꿰뚫려 죽고 말았다.

치열한 싸움이 끝나고 난 뒤, 천인예는 힘없이 아버지 천신영의 시신을 끌어안고 있었다. 정신까지 놔버린 게 아닌가 싶은 그녀를 천신영의 하인들은 위로하면서 천신영의 죽음을 슬퍼했다. 한 시대의 거목이 쓰러졌음을 안 박준위도 뭐라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이송아 등을 제압하여 포박하며 온 민자성 역시 이 상황의 사정을 듣고는 천천히 천신영의 시신으로 다가갔다. 하인들의 무언의 제지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그였지만 특별히 책하지 않으며 가볍게 문하시중의 죽음을 애도했다.

“참으로 뭐라 드릴 말이 없군. 다만 문하시중의 죽음에 금오위를 대표하여 애도와 사죄를 드리네. 엄연히 도성의 치안을 담당한다는 우리가 문하시중의 죽음을 막지 못한 건 사실이니.”

이미 정신을 놔버린 듯 멍한 상태의 천인예에게 애도의 말을 전한 민자성은 병사들을 돌아봤다. 다들 이 씁쓸한 광경에 한숨만 내쉬거나 일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김승윤의 병사들을 힐난하거나 비난하는 분위기였다.

“박 중랑장, 상황을 수습해라. 천 선랑을 잘 뫼시게. 그리고 이 낭장은 이 일을 진 대장군께 알려라. 그리고 여기 응양군 병사들은 전에 얘기한대로 옥으로 옮······.”

“···이···보시오, 민 장군.”

분함에 부들부들 거리며 김승윤이 말을 꺼냈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김승윤은 분노어린 눈으로 민자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도대체 한 상장군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것이오! 이게 그토록 뒷배를 봐주신 무천군께 대하는 예의라는 겁니까!”

“한 상장군이라니.”

민자성은 자신을 노려보는 김승윤을 보며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리 금오위는 현재 대장군 진무령의 명령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상장군 한순은 반역의 혐의를 받아 연금되셨다.”

“뭐라?”

“뭣들 하느냐. 이들을 옮겨라.”

금오위 병사들에 의해 끌려가며 김승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인 김지순 아니, 그 위에 존재하는 무천군의 계획이 붕괴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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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9) 19.05.20 35 0 9쪽
118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8) 19.05.13 25 0 10쪽
117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7) 19.05.05 52 0 9쪽
116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6) 19.04.28 36 0 9쪽
115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5) 19.04.21 44 0 10쪽
114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4) 19.04.14 52 0 10쪽
113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3) 19.04.01 57 0 9쪽
112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2) +1 19.03.24 50 0 10쪽
111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1) 19.03.18 56 0 9쪽
11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6) 19.03.11 62 0 9쪽
10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5) 19.03.03 43 0 10쪽
10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4) 19.02.25 42 0 9쪽
10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3) 19.02.18 46 0 10쪽
10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2) 19.02.11 45 0 9쪽
10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1) 19.02.04 52 0 9쪽
104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0) 19.01.28 44 1 9쪽
103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9) 19.01.21 65 1 9쪽
102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8) 19.01.13 65 1 10쪽
101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7) 19.01.06 90 1 11쪽
10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6) 18.12.23 61 1 10쪽
9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5) 18.12.17 48 1 10쪽
9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4) 18.12.09 70 1 9쪽
9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3) 18.11.26 78 2 9쪽
9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2) 18.11.19 81 2 9쪽
9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 18.11.11 76 2 9쪽
94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6) +1 18.11.04 117 3 10쪽
93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5) 18.10.28 75 0 9쪽
»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4) 18.10.21 73 2 9쪽
91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3) 18.10.14 1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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