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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마지로의 만려일작(萬慮一作)

낙조십일영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완결

견마지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2
최근연재일 :
2022.08.29 10: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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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9,279

작성
22.05.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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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
16쪽

음력 사월 열 하루 (2)

DUMMY

지금까지 말없이 곰 같은 사내 옆에 서 있던 남자 역시 견태고를 보더니만 눈을 껌벅였다. 판밀직사사 이방과. 다름 아닌 문하시중 이성계의 아들이자 그의 막하에서 알아주는 무장 아니던가. 지금 견태고는 그와 함께 전투에 참여했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그대가 황산전투에 참전했다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방과의 앞에서 견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전장에 있습니다. 파평에는 작년에 올라왔사옵고······”

이방과가 탄식을 하며 견태고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전우를 앞에 두고 흰소리를 나불거렸구나! 이리 부끄러울 수가 있는가! 지금 나이가 몇인가?”

“서른 둘이옵니다.”

이방과는 슬쩍 수염을 쓰다듬더니만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내가 작금 서른 다섯일세. 그대의 소개나 경력으로 본다면 최소 나장이나 별장까지는 올라서고도 남았을 터, 어찌하여 견대정 같은 이를 천하가 놓치고 있었단 말인가?”

이방과는 혼잣말처럼 중얼대고는 팔짱을 낀 채 견태고를 보며 다시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방과의 안색은 진실로 견태고의 늦은 벼슬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표정이었는데, 그것이 정(情)인지 가식인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보게 견대정, 오늘은 일찍 작파하고 나와 함께 뒷방에서 한잔하겠는가? 같이 전장을 누비면서 같은 세월 보낸 이들이 많지 않은 세상이야. 요즘은 사람은 많고 교분을 나눌 이는 적어지는 세상이라네. 이보게 열이, 자네도 같이 한잔 하려는가?”

이방과가 옆에 서 있는 근신을 돌아보며 말하는 투는 열조의 중신이라기보다는 군진에서 같이 막사를 짊어지고 천막을 올린 뒤에 수하들과 함께 한담을 나는 장수의 말투였다. 하지만 옆에 서있던 검은 첩리가 대꾸하기도전에 견태고의 입이 먼저 벌어졌다.

“영감께서는 저를 부르신 연유를 말씀해주십시오.”

“뭐라?”

“일개 시골 대정이 천하의 병권을 쥔 판밀직사사와 대작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말을 주의하시게!”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검은 첩리의 사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견태고에게 말하였지만 이방과는 개의치 않겠다는 듯 사내의 말을 물리며 슬쩍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이방과의 둥글둥글하던 눈매는 조금씩 옆으로 벌어졌다.

“무슨 연유로 일개 대정을 이곳 개경까지 불렀냐는 건가?”

“네.”

“거침없구먼.”

번득이는 눈에서 불꽃이 튀어나올 것같이 기세가 바뀐 이방과가 견태고를 쏘아보았다. 사내의 얼굴은 이제야 그 덩치와 위용에 걸맞게 변해있었다. 이방과는 슬쩍 자신이 받은 소개장을 보고는 히죽 웃음을 지어보였는데, 어느새 사내가 드러낸 이는 장형의 푸근한 미소에서 먹이를 탐하는 승냥이의 것으로 변해있었다.

“자네에 대한 평에 거침없고 직언 직설에 무례하다는 이야기는 빠지지 않더군. 천성인가?”

“가지고 태어난 것과 배우며 얻은 것, 둘 다 있사옵니다.”

이방과는 두툼한 팔을 서로 엇갈려 끼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견태고와 옆에 시립한 심복을 번갈아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을 열었다.

“폐일언하고 말하겠네. 내 아래 뛰어난 도수(刀手)가 필요하네. 제대로 칼을 쓸 수 있는 병사가 말일세.”

“개경에 인물은 더 많지 않습니까?”

견태고의 말에 이방과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경 천지에 칼잡이는 숱하게 깔렸지. 공경대부의 자식들도 칼 하나씩은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게 요즘 세상이야. 칼을 찼는지 부지깽이를 끼고 다니는 지 구분도 못 하는 것들이 태반이지만.”

이방과는 고개를 슬쩍 숙이더니만 위로 눈을 홉뜨며 견태고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개경 성도 내에서는 칼잡이를 구할 수가 없어. 다른 지방 사람이어야 하지.”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믿을 수가 없어.”

이방과의 말을 단순하고 간단했다. 견태고가 알았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방과는 사내가 맘에 들었다는 듯 소개장을 손으로 탁탁 두들겨 보이더니만 손가락을 들어 북쪽을 가리켰다.

“지난 사월 엿새에 개성부의 토지 반을 가지고 있던 서씨 가문의 대종이던 중대부 서정영과 그 장남 서무열이 초저녁에 십자가에서 사살당했다. 과전법 전에는 거의 서씨 가문이 개성부를 둘러싸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엄청난 집안이지.”

견태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방과의 말을 듣고 있었다.

“서정영의 사병들과 숙위들이 십자가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용의자를 찾을 수가 없었어. 용모파기도 한 장 나오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저격당했네. 우리는 그 자를 찾고 싶단 말이네.”

“큰 일이긴 하나 그것이 지방에 통문을 보낼 일은 아닌 듯 싶사옵니다만.”

“평소라면 이런 식으로 하지 않지.”

무례해보이는 견태고의 말에도 이방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방과는 견태고에게 자신이 할 말을 다 해줄 심산인 듯 보였다. 사내는 겉과 속이 다 무장이었다. 슬쩍 견태고의 눈에 이채가 돌자 이방과는 짧게 숨을 들이켜더니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견태고에게 말을 꺼냈다.

“중대부는 우리의 동류(同類)였거든.”

“영감. 잠시만 기다려 주사이다.”

갑자기 옆에 있던 검은 첩리 사내가 이방과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지금 견 대정에게 더 말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 친구가 우리와 함께 과업을 도모할 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차가운 사내의 어조는 마치 정련되어 막 대장간에서 나온 칼과 같았다. 하지만 이방과는 심복의 말에 어깨를 들썩거릴 뿐이었다.

“이 사람아. 여기까지 말을 꺼냈는데 그럼 어쩌라는 것인가. 그리고 견 대정도 말을 다 들어봐야 판단을 할 것이고.”

겁은 첩리사내는 입을 닫고 다시 시립한 자세를 유지하였다. 견태고는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동류라 하셨습니까?”

이방과가 고개를 끄덕였다. 건장한 판밀직사사의 입이 벌어진 것은 견태고가 조바심을 낼 정도로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일이었다.

“자네는······정달가가 죽은 것을 들어 알고 있는가?”

“들었습니다.”

“우리가 한 일임을 아는가?”

천근의 무게를 지닌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백주에 떨어졌다. 지금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던 견태고의 눈이 화들짝 크게 떠졌다.

“네?”

“대저 정치라는 것이 어제의 적과 오늘의 동지가 수시로 뒤바뀌는 것이지. 전쟁터를 겪은 무골의 입장에서 적과 아군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만큼 불쾌한 것은 없지만······ 일은 어쨌거나 이렇게 되었네.”

이방과의 표정이 전에 없이 어두워졌다. 이방과가 힘들게 단어를 거르고 골라 말을 내뱉자 뒤에 서 있던 검은 첩리의 사내가 이방과 대신 견태고에게 말하였다.

“전(前) 수문하시중 정몽주는 우리 화령백 각하께서 낙마하시고 정양을 취하고 계시던 도중에 역심을 품고 흥왕사의 옛 충신들을 도말할 계획을 짜고 지사들을 하옥하고 화령백 대감과 여기 계신 판밀직사사 영감을 해하려 하였소. 병법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가 먼저 선공(先攻)을 쓴 일이었소. 불가피한 일이었단 말이지.”

견태고가 말없이 겁은 첩리사내의 말을 듣고 있자 고개를 끄덕이던 이방과는 무거운 어조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중대부는 그 정몽주의 처리에 직접적으로 같이 관여한 자였지.”

견태고의 입은 한 일자로 굳게 붙어 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말대꾸를 할 수 있는 계제도, 내용도 아니었다. 견태고의 경직된 얼굴을 지켜보는 이방과의 얼굴 역시 돌처럼 굳어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지나간 공과야 어찌되었든 간에 달가는 역적으로 생을 달리하였고, 이번 사건은 그와 별개로 우리 재추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네. 비록 중대부 서정영이 실직(實職)은 없다 하나 엄연한 재추(宰樞)의 일원이며 개성부의 명문일세. 성내에서 가문의 대가 끊겼는데 이 어찌 큰 일이 아니겠는가?”

견태고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런 사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 듯 검은 첩리 사내가 이방과의 말에 살을 보탰다.

“문제는 서대부뿐이 아니요. 실은 서대부가 죽은 그 밤에 개성부 남쪽 웅천 시냇가에서 선절부위 김모백과 통정랑 이학천이 나란히 살을 맞고 죽은 것이 발견된 것이오. 비록 개성부의 관원이고 하급관인이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지만···..”

“그들이 서문과 남문을 통제한 이들이었지. 정달가가 죽던 날 말이야.”

이방과의 말에 견태고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그들도 동류입니까?”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작은 비단천과 나무판자로 가려진 넓은 객실 너머에는 수많은 장사와 가노(家奴)와 집안의 식구들이 모여있을 터였지만, 이 세사람의 말소리 외에는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작금 대(大) 고려의 권세를 한 손에 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가옥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마치 조용한 산사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엄정한 규율과 훈련.’

견태고는 그 외에는 이 분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궁성의 일부를 쪼개서 만든 듯한 이 거대한 고택은 마치 군진(軍陣)과 같았고, 그것이 문하시중, 화령백 이성계가 자랑하는 가풍(家風)일 터였다. 집에 한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느꼈던 감각, 익숙한 느낌이었다. 바꿔 말한다면 이들은 실속(實速)을 취하기 위해서는 언제든 체면도 마다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였다.

“개성부 명문대가의 부자(父子)가 노상에서 죽었다는 것이 문제일세. 가뜩이나 뒤숭숭한 시국에 이런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 결국 그 마지막은 우리 가문과 화령백 각하에게 그 칼끝이 이를 것이고, 결국은 이 나라의 사직을 흔들게 될 것이네. 그러나 지금 쉽사리 우리가 군사를 일으켜 이 문제를 처리하기가 난망하네.”

“군사를 이끌고 형부에게 탐문시키면 금방 끝날 일 아닙니까?”

“화령백 각하께서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으시네. 개경 백성들에게 쓸데없는 구실을 줄 이유가 없거든 그리고······”

갑자기 이방과가 손뼉을 짝하고 치더니만 말을 멈췄다. 곰 같은 사내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눈매는 여전히 전선을 만들고 침략하는 적들을 도말하는 무장의 기세 그대로였다.

“자네에게 우리 처지는 어느 정도 설명한 것 같네! 더 깊은 걸 초장에 말해 줄 수야 없지! 안 그런가? 더 듣기를 원한다면 그대는 우리와 같은 깃발을 짊어져야 할 것이야. 이제 말은 내가 아니라 자네가 할 순서일세. 견대정. 그대의 선택이네.”

견태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바위에 붙은 듯한 이방과의 얼굴이 사내를 노려보았다.

“자네는 우리와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돌아 나갈 것인가?”

“하겠습니다.”

순간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 검은 첩리사내의 눈이 이채롭다는 듯 견태고를 바라보았다. 이방과 역시 눈이 크게 껌벅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외로구먼. 자네 표정은 영 마뜩잖다는 눈빛이었는데.”

“사실, 맡고 싶은 직책은 아니오나.”

“한대?”

“영감과 문하시중 대감께 황산에서 구명을 받았으니 명하신다면 따를 뿐이오이다.”

진중 막사에서 나올 법한 대답이 다시 견태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방과는 매서운 눈초리로 한참동안 견태고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눈매와는 반대로 이방과의 한 일자로 닫혀 있던 입술은 슬그머니 열리며 흰 이가 조금식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야 고마울 뿐이지. 자네의 녹봉과 처우는 섭섭하지 않게 정해줄 것이네. 그리고 거주지도 정해줌세.”

겁은 첩리 사내가 이방과의 말을 받아 말을 이었다. 첩리사내는 품 안에서 따로 기표해 준 작은 종잇조각을 보더니만 뭔가를 읊기 시작했다.

“대정 견태고, 그대는 오늘부터 판밀직사사 이방과 영감의 직할로 특무를 수행하는 별초(別抄)에 포함될 것이오. 그대는 별초에서 행수(行首)의 직할을 수행하며 수하들을 다독여 업무를 수행하시오. 앞으로 별초의 구성원들은 오도 양계에서 계속 충당될 것이나 그 수는 열에 아홉을 넘지 않을 것이외다. 그리고 오늘부터 숙박할 장소는 연복사(演福寺) 앞의 서원 하나를 배정받을 것이오. 무구(武具)와 기타 장비, 녹봉은 그곳에서 보급할 것이외다.”

생각보다 거창하게 인선이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이미 견태고가 속할 편제와 직책이 다 정해져 있었다. 보기와 다르게 이방과는 용의주도한 면이 있는 사내였다. 견태고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입을 벌렸다.

“다 좋으나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처소는 제가 구했으니 그곳에 묵게 해 주십시오.”

검은 첩리 사내가 눈썹을 꿈틀 거리더니 이방과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방과 역시 입맛을 다시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어차피 별초(別抄)로 모은 사람들이네. 채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자네 혼자 처소를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네만.”

“모두 자기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이 지원했을 것이고, 제가 묵는 곳이 이 곳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견태고가 이방과와 흑색 첩리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어차피 저희에게 눈 하나씩은 붙여 놓으실 것으로 생각되옵니다만.”

“정말 거칠 것 없이 말하는구먼.”

이방과는 슬쩍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견태고를 내치려는 심산은 아닌 듯 싶었다. 아니, 그보다도 바라는 인물을 얻었다는 심산인지 입가에는 묘한 미소조차 흐르고 있었다.

“자네 하나 정도는 열외로 내 곁에 둬도 괜찮긴 하지. 어떤가, 열이? 견 대정, 아니 견 행수를 근처에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말이야.”

“영감 뜻대로 하시옵소서.”

검은 첩리사내가 머리를 숙이자 이방과는 다 되었다는 듯 예의 함박웃음을 씩하니 지어보였다. 마치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농부라도 된 듯한 형상이었다.

“됐네! 견행수! 내일 아침 일찍 전교가 갈 것이야! 오늘부터는 우리 이씨 문중의 별초이니 그 점 확실히 하고 말이야! 알겠나! 그건 그렇고 이제 주안상을 봐도 되겠지?”


사내는 해가 채 떨어지기 전 말을 맏겨 둔 모자(母子)의 집으로 돌아왔다. 슬쩍 오른 취기가 사내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였다. 사내가 집에 느릿느릿 들어오자 그를 바라보던 여인이 슬쩍 치마에 손을 닦으며 앞으로 나왔다.

“저녁은 아직이시죠? 한 상 차릴까요?”

“생각 없으니 되었소이다. 내일부터 들겠소.”

“그렇게 하세요.”

여인은 잠시 쭈뼛하다가 다시 부엌근처 섬돌에서 서성거렸다. 사내 아이가 슬쩍 문을 열고 견태고가 온 것을 확인하더니만 씩 웃음을 지어보였다. 견태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툇마루에 앉았다. 여전히 소슬한 바람이 봄날 저녁의 문턱을 타고 넘어 들어왔다. 여인이 사내를 보고 물었다.

“문하시중 대감 댁에서는 일 잘 보셨어요?”

사내는 고개를 슬쩍 끄덕이다가 문득 여인을 돌아보았다.

“······정달가가 정말로 문하시중의 손에 죽었소?

여인의 얼굴에 올라오던 미소가 삽시간에 사라지며 핏기가 걷혔다.

“아이고, 천지신명님! 군관님은 대체 그 집에서 뭘 듣고 오신거예요?

“······아무것도 아니오.”

사내는 슬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해는 빠르게 하루를 돌아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중이었다. 어느새 청명하게 바뀐 하늘은 금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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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양왕 사년 음력 사월 엿새 +8 22.05.11 3,870 9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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