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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snownun
그림/삽화
원one
작품등록일 :
2020.07.17 19:55
최근연재일 :
2020.12.07 19:5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519
추천수 :
228
글자수 :
196,698

작성
20.07.20 21:46
조회
68
추천
5
글자
7쪽

축복받은 마을

DUMMY

우리들은 드디어 축복받은 대지의 마을 칼리트에 도착했다. 우리들이 살던 마을 이외에 다른 마을이 실존했다. 마을이 있다는 정보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이것은 이것 나름대로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그렇지만 바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마을 전체가 통나무벽으로 둘러쌓여 있었고 문 앞에는 바스타드 소드와 라운드 실드를 든 경비 여섯 명이, 방벽 뒤의 탑에는 궁수가 네 명 있었다. 아마 외부의 적, 거인이나 웨어울프를 막기 위함이리라.


잠깐, 웨어울프를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발레리우스는 어떻게....


문 앞에서 기대고 있던 경비가 발레리우스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더니 그에게 다가가 무언가 말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하는 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그 둘은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인간의 적인 웨어울프에게 문을 열어준다고? 어째서 문을 열어준 건지 궁금해진 나는 바로 그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대화를 했던 건가?"

"아, 말 안해줬구나. 우리 온건파 웨어울프들은 칼리트 마을이랑 친분이 있거든. 서로 공격하지도 않기로 했고. 이 목걸이가 우리 온건파라는 증거야. 나중에 너희들에게도 나눠줄게. 저주를 막아주니까 벨칸이랑 싸울 때도 유용할테니."


그런 거라면 외부인인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것도 말이 된다.


그보다 저 목걸이가 저주를 막아주는 거였군.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어떻게 인간들과 웨어울프가 협력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여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평소에 매우 사이가 안좋은 인간과 웨어울프가 서로 협력하기 위해선 최소한 그럴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이런 사색도 잠시, 나의 그런 생각들은 마을 안의 풍경을 보자마자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장벽 안의 마을은 생각보다 더 시끌벅적했고, 생각보다 더 따뜻했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의 온기가 한 곳에 모인 듯한 마을이었다. 그많큼 큰 소음은 우리들의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어딜 가든 환희와 열기가 가시질 않았고, 그 열기는 추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처럼 다가가는 듯 했다. 이누트 마을도 충분히 따뜻한 데다 사람 수도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여긴 여기 나름대로 훨씬 더 따뜻하고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아니, 아예 빛깔 자체가 조금 달랐다.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 줄이야....


"이렇게 큰 마을은 처음 보는 구만!"

"이곳에 마을이 있었을 줄이야...."


아문센과 피어리는 감탄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리는 본 적도 없다. 나아가 이런 온기와 불빛 또한 본 적이 없다. 나도 처음 보는 광경에 홀린듯이 주변을 둘러보다 발레리우스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주변을 구경하다 보니 우리가 어디를 가고 있는 건지조차 느끼질 못했다.


"자, 이쪽이야. 이 마을에서 단 두 명밖에 없는 마법사 중 한 명이 운영하는 마법상점이지."


이곳이 마법사가 운영하는 상점인 건가....


여기서 또 하나, 의문점이 생겼다.


"단 두 명이라니, 그럼 나머지 한 명은 어디 있는 건가?"


이에 대한 답은 간단명료했다.


"그건...나도 잘 모르겠네. 소문으로만 돌아서 말이야."


소문...소문이라는 건 와전될 수도 있다는 거니, 다른 한 명의 마법사는 그냥 신경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마을의 위상을 높히려고 꾸민 말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마법사가 두 명이나 있다는 건 그만큼 우수한, 우월한 마을이라는 걸 방증해 줄 테니, 거짓된 소문이 돌아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발레리우스가 말한 상점은 낡은 데다 살짝 푸르면서도 재빛을 띄고 있었지만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기묘한 곳이었다.


밖에는 그 누구도 나와있지 않았고, 사람의 인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발레리우스가 고요한 상점을 향해 소리쳤다.


"미네르바 씨!"


울려퍼지는 목소리와 매우 약간이나마 울리는 메아리.


상점은 여전히 고요했다.


"무슨 일이느냐."


아무도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어두운 상점 안에서 지팡이를 든 노인이 한 명이 나왔다. 머리는 새하얗게 새어 있었고 눈은 반쯤 감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반면, 목소리는 매우 날카로워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녀의 기묘한 분위기에 말려들어가던 도중 발레리우스가 입을 열었고, 내가 느낀 모든 기묘함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미네르바 씨. 부탁할 게 하나 있는 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그려. 무슨 일인감."

"편찮으실 텐데 죄송하지만 여기 이 친구의 손에 걸린 저주 좀 봐주실 수 있나요? 어떤 저주인지. 해제 할 수는 있는 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신기하게도 날카로움과 잔잔한 울림, 그리고 살짝 노쇠한 기운이 풍기는 조금 특이한 목소리였다.


발레리우스가 공손하게 부탁하자 미네르바는 상점으로 다시 들어가더니 우리에게 손짓을 하며 들어오라고 하였다.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탁자와 의자가 하나씩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의자에는 미네르바가 앉아 있었다. 상점은 매우 어두웠지만 난 어둠 속에서도 약간 흐리게 보일 뿐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상점 밖과 같이 고요하고도 두껍게 느껴지는 정적.


"앉거라."


미네르바의 그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 모든 정적을 깨트려 없애버렸다.


내가 조심히 의자에 앉자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마스크와 후드를 벗거라."


잠깐, 마스크와 후드를 벗으면 내 정체가...한순간 벗어야 할 지 말 지 생각에 잠겼지만 옆에 서 있던 발레리우스가 신뢰해도 괜찮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여서 그냥 벗기로 했다. 그리고 내 민낯을 본 미네르바는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예상대로구나. 꿈에서 본 자와 기척이 비슷하기에 뭔가 했구만. 이름이...아인즈인감? 만물의 미움을 사고 죽음을 상징하며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을 짊어 맨 자. 그게 너, 아인즈란다."


꿈에서 봤다니...책에서 본 대로라면 마법사는 아주 적은 확률로, 아주 극악의 확률로 신이 보내는 전언, 예지몽을 꾼다고 적혀 있었다. 이는 운명을 읽는다고도 했나. 근데 내가 만물의 미움을 사고 죽음을 상징하며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을 짊어 맨 자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심지어 말한 적도 없는 나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혼란에 빠진 나를 뒤로하고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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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극한의 생명들 +4 20.07.30 38 7 7쪽
15 끝, 그리고 시작 +6 20.07.28 41 6 7쪽
14 족장이 된 자 +4 20.07.25 40 5 12쪽
13 족장이 될 자 +2 20.07.24 48 4 7쪽
12 싸우는 자 +2 20.07.23 47 5 7쪽
11 싸우려는 자 +2 20.07.23 51 5 7쪽
10 칼리트의 마법사 +4 20.07.21 58 6 8쪽
» 축복받은 마을 +2 20.07.20 69 5 7쪽
8 온건파와의 만남 +2 20.07.20 69 5 7쪽
7 서리거인과 늑대인간 +4 20.07.19 86 8 7쪽
6 남겨진 자들 +2 20.07.19 91 7 7쪽
5 저주의 늑대인간 +4 20.07.18 116 8 8쪽
4 얼어붙은 스켈레톤 +2 20.07.18 111 10 7쪽
3 사냥꾼들의 모험 +2 20.07.18 136 9 7쪽
2 혹한의 인간들 +2 20.07.17 210 12 7쪽
1 첫번째 불사자(프롤로그+1화) +16 20.07.17 450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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