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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나락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snownun
그림/삽화
원one
작품등록일 :
2020.07.17 19:55
최근연재일 :
2020.12.07 19:5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516
추천수 :
228
글자수 :
196,698

작성
20.07.20 19:30
조회
68
추천
5
글자
7쪽

온건파와의 만남

DUMMY

우리를 데리고 도망친 것은 웨어울프였다. 하지만 어째서? 웨어울프들에게 우리들은 그저 사냥감이자 먹잇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즉, 우리들을 살려줄 이유가 없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던 도중 그 웨어울프가 말했다.


"다친 데는 없니? 없었으면 좋겠네!"


그 웨어울프는 조금 굵지만 상냥한 목소리로 우리들을 걱정했다. 이상하다. 왜 우리들을 도와준 걸까. 그보다 웨어울프가 말을 할 수 있다니, 처음 보는 광경이다. 마침 그 웨어울프도 우리에게 말을 걸었으니 이참에 물어보기로 했다.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입을 여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째서 우리들을 도와주는 건가?"

"그건 나중에 안전한 곳까지 가서 알려줄게!"


이 말을 끝으로 우리들의 대화는 단절되었다. 적어도 이 웨어울프가 말하는 안전한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알 수 없는 웨어울프는 다른 웨어울프들보다 빨랐고 그 많은 웨어울프들을 전부 다 따돌렸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아니, 그 누구보다 빠른 인간이라 하더라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속도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달려서 얼어붙지 않은, 새파랗게 빛나며 따뜻한 공기와 처음 보는 식물들이 환영하는 '축복받은 대지'에 닿았다. 우리라면 일주일은 걸렸을 거리지만 그 웨어울프는 단 하루만에 도착했다. 감탄이 그치질 않는다. 애초에 웨어울프이긴 한 건가? 몇 년동안 사냥을 나간 아문센과 피어리조차 이정도로 빠른 웨어울프는 처음 본다고 한다.


그 웨어울프는 잠시 멈추더니 우리들을 어느 언덕의 뒷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잔디뿐인 땅을 들어올리더니, 구멍이 나왔다. 그 구멍은 아무래도 지하실인 것 같았다. 그곳에는 우리를 데려온 웨어울프 말고도 다른 웨어울프가 많았다. 딱히 불길함이라던가 그런 건 느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지옥으로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동굴을 살펴보던 도중 우리를 데려온 웨어울프가 입을 열었다.


"이제 안전하니 말해줄게. 내 이름은 발레리우스 화이트. 온건파 웨어울프의 수장이자 화이트 부족의 족장 후보야. 너희들의 소개도 해주지 않을래?"

"......우리들은 북쪽에 있는 이누트 마을의 마지막 생존자들이다. 난 아인즈라고 하지. 그리고 여기 이 둘은 내 동료인 아문센과 피어리라네. 한 가지 묻겠다만...어째서 우리들을 도와준 건가?"


우리들의 소개를 바라는 그들에게 내가 대표해서 말했고, 아까 전에 듣지 못한 답을 듣고자 했다.


"뭐, 항상 우리들과 싸워왔던 너희들이라면 이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겠지. 날 소개할 때 온건파 웨어울프의 수장이라고 했잖아? 말 그대로 여기 있는 우리들은 온건파, 즉, 무조건적인 파괴를 주장하는 혼돈파와 다르게 질서를 주장하는 웨어울프들이야. 그리고 전에 눈보라가 심하던 어느 날, 난 보았어. 네가 혼돈파 웨어울프의 머리를 산채로 얼려버리는 모습을 말이야. 그걸 보고 생각했지. '아, 이 사람은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라고. 부탁할게. 지금의 혼돈파 족장 대신 내가 다음 족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해."


이제서야 궁금증이 하나 해결되었다. 한 마디로 발레리우스는 혼돈파 웨어울프와 대립하는 온건파 웨어울프고, 혼돈파 족장을 몰아내겠다는 말이다. 평소에 사냥하던 웨어울프의 말이라니, 조금 불신이 생기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나를 쓰러뜨리고 우리 마을을 부순 그 웨어울프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이중에는 없는 것 같지만 혹시 이 웨어울프는 알지도 모르니 한 번 물어보았다.


"음...혹시 송곳니로 만든 목걸이를 차고 보라빛의 눈동자를 가진 웨어울프가 누구인지 아나?"

"송곳니로 만든 목걸이라고...? 송곳니로 만든 목걸이라면 혼돈파 족장의 상징이야. 지금의 혼돈파 족장 이외에 그걸 낀 녀석은 없었는데. 그렇다는 건...설마 벨칸을 만났어?"


아무래도 원수의 이름은 벨칸인 것 같다. 벨칸이 혼돈파라면 우린 온건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도와줄 지 말 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결론은 '도와주자' 였다. 사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들의 도움이 있다면 복수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줄 게 뻔하다. 우리들의 힘으로는 그를 찾는 것 자체가 문제다. 하지만 족장 후보라고 하는 그라면 적어도 족장의 위치는 알 것이다.


전투에 있어서도 장점이 많다. 웨어울프의 전력이 된다는 건, 반대로 우리들에게도 전력이 된다는 것이다. 허나 그전에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들의 심기를 건들일 수도 있는, 조금 경솔한 발언이지만, 그에게서는 왠지 모를 빛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난 뒷 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 내가 웨어울프를 얼려버리는 걸 보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 힘은 더 이상 쓸 수 없다네. 전에 벨칸에게 자주색 구체를 맞은 이후부터인 것 같다만, 해결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내 왼손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자주 빛이 흐르는 결정의 모습이었다.


"자주색 구체...? 이거, 색을 보니 저주에 걸린 것 같은데? 우린 저주를 방지하는 방법밖에 몰라서, 아마도 인간의 마을로 가야 풀 수 있을거야. 일단 데려다줄게. 근데 아인즈는 조금 눈에 띌 수도 있으니까 여기 이 로브랑 마스크를 써."


저주...라고? 확실히, 그 때 그 웨어울프가 저주라는 말을 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저주라는 건 처음들어보는 말이다. 그런 내용은 책에도 적혀 있지 않았으니.


아문센이나 피어리에게 물어보려 해도 그들의 표정을 보니 아마 나와 같은 처지인 것 같았다. 대화를 조금 벗어난 질문이긴 하지만 최소한 알아두면 좋을 거라 생각해 물어보았다.


"...저주가 뭔가?"

"어? 아, 마법의 일종이야. 듣기로는 영창을 숨기기 쉽고, 효과는 독과 비슷하다는데, 나도 마법사는 아닌지라 잘은 모르겠어. 뭐, 이건 나중에 마을에 가서 한 번 여쭤봐. 그 분이라면 아실 거야."


그 분? 마법에 대해 안다는 건 마법사인 건가? 오히려 궁금증만 더 커진 느낌이었지만 데려다 준다고 하니 오히려 기대감이 커졌다.


그렇게 난 그 밋밋한 무늬의 가면과 로브를 써서 얼굴을 가렸고, 발레리우스는 우리를 인간들의 마을로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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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족장이 된 자 +4 20.07.25 40 5 12쪽
13 족장이 될 자 +2 20.07.24 48 4 7쪽
12 싸우는 자 +2 20.07.23 47 5 7쪽
11 싸우려는 자 +2 20.07.23 51 5 7쪽
10 칼리트의 마법사 +4 20.07.21 58 6 8쪽
9 축복받은 마을 +2 20.07.20 68 5 7쪽
» 온건파와의 만남 +2 20.07.20 69 5 7쪽
7 서리거인과 늑대인간 +4 20.07.19 86 8 7쪽
6 남겨진 자들 +2 20.07.19 91 7 7쪽
5 저주의 늑대인간 +4 20.07.18 116 8 8쪽
4 얼어붙은 스켈레톤 +2 20.07.18 111 10 7쪽
3 사냥꾼들의 모험 +2 20.07.18 135 9 7쪽
2 혹한의 인간들 +2 20.07.17 210 12 7쪽
1 첫번째 불사자(프롤로그+1화) +16 20.07.17 450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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