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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snownun
그림/삽화
원one
작품등록일 :
2020.07.17 19:55
최근연재일 :
2020.12.07 19:54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515
추천수 :
228
글자수 :
196,698

작성
20.07.17 22:32
조회
209
추천
12
글자
7쪽

혹한의 인간들

DUMMY

온 몸이 밧줄에 묶여 끌려가던 나는 계속해서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였다. 내가 눈을 뜬 동굴은 어디였을까, 그 눈보라는 무엇이었을까, 날 공격한 거대한 늑대는 무엇이였을까, 이 인간들은 누구일까, 여기는 어디일까, 이런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나무 판자로 만들어진 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나를 데리고 온 인간들과 친해보이는 사람들이 마중을 나왔고, 커다란 늑대의 시체보다 나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얼굴의 어느 한 아이가 내 옆의 인간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게 뭐에요?"

"나도 몰라. 온 몸이 뼈다귀로 되어 있는 것 같은 데, 눈? 같은 곳에서 붉은 빛이 나. 키도 되게 크고. 근데 힘은 약하더라. 말도 못해."


......인간의 언어는 대충 알 것 같다. 그래서 난 어떻게든 말해보려 했다.


"...여...기......어...디......냐...너......누구...냐."


나는 어설프게 대화를 시도했고 내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강해졌다.


"뭐야, 이 녀석. 말하잖아!?"

"분명 아까 전까지는 아무 말도 못했는데!?"


사람들은 꽤나 당황한 듯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새 침착해져서 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어디서 온 거냐?"

"...도...ㅇ...구...ㄹ."

"아직은 말을 잘 못하는 것 같군."


"밧줄을 풀어줘야 하나?"

"아니, 저 녀석이 누구인지도 모르잖나?"

"그나저나 우리들이랑 조금 닮아보이는군. 키는 훨씬 더 크지만."

"딱히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풀어줘도 괜찮지 않나?"


"덩치는 이래도 머리는 애같구만."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아까 보니까 힘도 엄청 약하던데, 풀어줘도 별 일은 없을 거라 보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래도 마법사면 어떡할 건가? 마법사라 힘이 약한 걸수도 있지 않나?"

"그럴 수도 있겠군...."


마법사...? 사람들끼리 수많은 대화를 오가다가 결국 내 밧줄을 풀어주기로 결정되었다. 몇몇은 나를 경계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맞이해주었다.


"우리 마을에 속하려면 무언가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한다. 뭐 잘하는 거라도 있나? 아까 도망은 잘가더니만."

"일단 아무거나 시켜보자고. 뭐 하나쯤은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나는 이 마을에서 나를 처음 발견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우선 사람들에게서 말과 글을 배웠고, 마을의 작고 낡은 도서관에서 기초적인 지식들도 익혀나갔다. 그렇게 많은 책이 있는 도서관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것과 잡다한 상식들을 배우기엔 충분했다.


무엇보다 도서관에는 아까 들은 '마법사'에 대한 책도 있었다. 마법사. 체내의 마력을 다루는 재능을 지닌 존재. 다양한 마법을 사용한다. 이것 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답만 나올 뿐이었다. 들어보니 이 마을엔 마법사가 있었던 적이 없어서 다들 마법사에 대해 모른다고 한다. 이런, 어쩔 수 없지.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식을 익힌 뒤에는 검술과 잡다한 기술들, 그리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아갔다.


마을에는 나를 싫어하는 듯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한 번씩 나를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특히나 '로알'이라는 사람이 가장 심했다. 어떨 때에는 나를 직접적으로 패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날 때리면 되려 아파하며 물러섰다. 아마도 내 몸이 피부 하나 없이 딱딱한 뼈로만 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딱히 신경쓰진 않는다. 날 싫어하든 말든, 쓸데없는 짓이다.


보통 사람의 뼈는 부러지기도 한다는데, 난 아직 뼈가 부서진 적이 없다. 고통을 느낀 적도 없다. 내가 매일 가는 도서관의 사서가 말하길, 내 뼈는 일반적인 사람이 뼈보다 조금 더 단단한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이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기에 질문 또한 많았다.


"근데, 어째서 나를 보고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

"그야 거대한 늑대가 곰 잡아먹고, 우리보다 몇 배는 더 큰 거인들이 대놓고 돌아다니는 데, 말하고 움직이는 해골이라고 없겠나?"


정답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늑대는 봤어도 거인이라는 게 뭔지는 몰랐다.


"거인은 푸르스름한 피부에 덩치는 우리보다 2~3배는 더 큰 방랑자들이라네. 주로 쓸만한 물건을 거래하기도 하지만...대부분은 우릴 공격하지. 그들에게 있어서 우린 그냥 먹잇감이야. 만난다면 무조건 도망치는 게 좋을 게다."


거인에 대한 궁금증을 푼 나는 예전에 날 공격했던 늑대에 관한 것도 물어보았다.


"자네들이 사냥해오는 그 늑대는 무엇인가?"

"늑대? 아, 웨어울프 말하는 건가? 이 설원의 악마라고 불리우는 괴물이네. 힘도 센 데다 잘 죽지도 않아서 혼자라면 절대 못이겨. 대신 고기는 매우 맛이 좋지. 자넨 먹지 못한다는 게 참 아쉽구만."


그 외에도 여러가지 궁금증들을 풀어가며 나는 점점 이 세계에 대해 더 알아가기 시작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 왼손 중앙에 있던 얼음의 결정은 점점 커져 손을 다 덮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녹지를 않았다. 마치 신체의 일부분인 것처럼.


수많은 궁금증을 해결해도 이 왼손의 커져가는 결정과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뼈로만 되어 있는 이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일어난 곳의 정체만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 아문센이라고 하는 사람은 내게 아인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어떤 이름이 붙든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름이 없으니 불편하군. 음...아인...아인즈 어떠나?"

"난 어떻든 상관없네. 자네가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부르게나."


2년 후,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사냥을 나가는 날이다. 하지만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처음 사냥에 나가면 긴장하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데, 나에겐 딱히 그런 게 없었다. 나는 웨어울프 가죽 옷과 사슬갑옷을 입고 내 팔 길이만한 라운드 실드와 투박한 생김새의 평범한 아밍 소드를 들었다. 창술이나 궁술도 배우긴 했지만 나에겐 검술이 가장 잘 맞았다.


같이 갈 동료는 내 이름을 지어준 아문센과 그의 벗 피어리, 그리고 아직 면식이 없는 사냥꾼 한 명이었다. 듣기로는 15살 때부터 같이 사냥을 나갔다는 데, 그만큼 실력도 좋다고 한다.


마을에는 사람이 적어서 보통 처음으로 사냥을 나가는 사람에게는 숙련된 사냥꾼을 붙여준다.


마을 밖으로 나가기 전, 아문센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아인즈. 괜히 발목 잡지나 말게나!"


이렇게 나의 첫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절대 시작되어선 안됐을 여정이.........이젠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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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끝, 그리고 시작 +6 20.07.28 41 6 7쪽
14 족장이 된 자 +4 20.07.25 40 5 12쪽
13 족장이 될 자 +2 20.07.24 48 4 7쪽
12 싸우는 자 +2 20.07.23 47 5 7쪽
11 싸우려는 자 +2 20.07.23 51 5 7쪽
10 칼리트의 마법사 +4 20.07.21 58 6 8쪽
9 축복받은 마을 +2 20.07.20 68 5 7쪽
8 온건파와의 만남 +2 20.07.20 68 5 7쪽
7 서리거인과 늑대인간 +4 20.07.19 86 8 7쪽
6 남겨진 자들 +2 20.07.19 91 7 7쪽
5 저주의 늑대인간 +4 20.07.18 116 8 8쪽
4 얼어붙은 스켈레톤 +2 20.07.18 111 10 7쪽
3 사냥꾼들의 모험 +2 20.07.18 135 9 7쪽
» 혹한의 인간들 +2 20.07.17 210 12 7쪽
1 첫번째 불사자(프롤로그+1화) +16 20.07.17 450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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