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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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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49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1.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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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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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공교류주간 (4)

DUMMY

“가르쳐줘···?”


레이라를 둘러싼 학생 중 한 명, 루보스가 중얼거렸다.


“풉, 푸하하!”


그 중얼거림 끝에 터져 나온 것은 비웃음.

가슴팍에 호테이돈과 똑같이 D급 배지를 착용한 루보스는 F급인 레이라가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호테이돈의 여자친구니 뭐니, 그런 말을 한 것 같아?”


루보스는 경계심 따위 전혀 깃들지 않은 칼날을 레이라에게 겨눴다.


“나 말고도 모든 녀석들이 느끼고 있을 거다··· 네 녀석의 마력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루보스는 D급이기는 해도, 턱걸이 D급이었기에 D급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는 호테이돈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당연하지만 익스퍼트의 수준에 도달하지도 못했고, 검술이 훌륭하지도 않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남들보다 마력을 많이 가지고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막대했던 마력은, 루보스가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게 해주는 무기였다.


그렇기에 루보스가 두려워하는 자는,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라 자신보다도 마력이 많은 호테이돈뿐.

스스로 검술 전공 신입생들 중에는 2인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레이라는 마력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력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저 정도로 마력이 없는 자를 호테이돈이 공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만약 공격하지 않는다면 호테이돈의 여자친구거나, 적어도 짝사랑이라는 뜻.


하지만 루보스는 호테이돈의 강함은 인정해도, 호테이돈에게 호감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호테이돈이 좋아하는 여자라고 해서 베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대표전을 위해 대표를 뽑는 것이고··· 호테이돈의 편애 때문에 약해빠진 녀석이 대표가 되는 것은 사절이다. 그러니 내 손으로 처단해주마!”


루보스는 무식하게 마력을 검과 다리에 때려박으며 달려들었다.


콰콰쾅!


루보스가 발을 내딛는 곳마다 땅이 움푹 파이며 폭음을 터트렸다.


“다른 녀석들은 끼어들지 마! 개미 한 마리 잡자고 우르르 달려드는 꼴은 우스우니까.”


루보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다른 학생들은 끼어들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저렇게 격렬하게 몰아치는 마력의 폭풍 속에 끼어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생들은 레이라가 불쌍해보였다.

저런 무식한 마력의 질주를 받아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카앙!


“······?”


학생들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검을 휘두른 당사자인 루보스조차도 믿지 못했다.


레이라의 검이 루보스의 검을 받아내고 있었으니까.


“당신 마력이 많은 것은 확실하네요! 하지만, 마력이 많아봤자 쓸 줄 모르면 소용없지 않을까요?”


“우연히 막은 주제에 입 놀리기는···!”


한 번 정도는 막힐 수도 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루보스는 다시 한 번 마력을 터트리며 검을 휘둘러댔다.


그러나,


캉! 캉! 카앙!


루보스가 휘두르는 검은 계속해서 막혔다.

레이라는 아슬아슬하게 루보스의 검을 계속해서 막아내고 있었다.

루보스는 그제야 초심자의 행운 같은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 운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군···”


하지만 레이라는 아슬아슬하게 방어만 하고 있을 뿐이다.

즉, 루보스에게 공격을 할 정도의 여유는 없다는 것이고.

루보스가 조금만 무리해서 속도를 높이면 쓰러트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력도 없이 이 정도로 버텨낸 것은 대단하지만···”


루보스는 마력의 순환을 폭발시키며 한순간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걸로 끝이다!”


하지만 루보스의 검은 레이라를 긋지 못했다.

타다닷! 레이라는 루보스의 검이 올라간 순간에 뒤로 튀어나가 공격을 피해냈다.


“공격이 굉장히 큽니다. 하지만 방금 그건 위험하기는 했어요.”


여유부릴 때는 아니겠네요.


레이라는 그런 말을 하며 교복의 외투를 벗었다.

그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처음에는 다들 몰랐지만,


쿵!


외투를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모두가 상황을 이해해버렸다.


‘저, 저렇게 무거운 옷을 입고 있었다고?’


외투가 떨어진 바닥에는 구멍이 움푹 패여있었다.

바닥이 견디기 힘들 만큼 묵직했다는 뜻.


‘어떻게 마력이 없는데?’


루보스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언제나 넘쳐나는 마력으로 컨트롤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폭발하듯이 싸워대던 루보스에게 레이라의 모습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비현실을 넘어 환상의 경지였다.


“크윽··· 허세 부리지 마라!”


환상에 가까웠기에 현실이라 믿기 힘들었다.

루보스는 그래서 현실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눈앞에서 레이라와의 격차를 몸소 느꼈으면서도 그것을 부정하며 달려들었고, 그 결과는,


팟!


놓쳤다.


“······!!”


레이라의 움직임 따위 보이지 않았다.

제일 처음으로 찾아온 것은 경추를 얻어맞는 통증이었고,

그 다음으로 들려온 것은 발소리였다.


소리보다 빠른 속도, 초음속.


한순간 레이라가 보인 속도는 초음속이었기에 루보스가 읽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발소리를 들으며 루보스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베인 것은 아니었다.

굳이 루보스를 벨 필요도 없이, 칼자루로 경추를 때려 기절시키기만 해도 되었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그 여유로운 모습이 다른 학생들에게는 각인되었다.


“마력도 없는데 저렇게 강하다니···”


마력이 없다.

그 말은 사실 틀린 말이다.

레이라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외투를 입고 있었기에, 그것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마력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투를 벗어버리니 활발하게 움직이던 마력들이 날뛰려고 하였다.

마력이 날뛰는 것은 레이라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에, 서둘러 외투를 주워 다시 입었다.

날뛰려던 잔혹한 자의 마력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흐음, 저 녀석 좀 신기한데.’


싸움을 지켜보던 최지현은 레이라가 신기했다.

분명히 레이라가 흘린 기운은 악령들이 사용하는 기운이었으니까.


‘잔혹한 자의 힘을 몸에 담고 있다니···’


헌터 길드 마스터 리시아는 탐욕·인색의 악마라고 오해를 받지만, 잔혹한 자의 힘은 받지 않았다.

따라서 리시아는 악마가 아니다. 최지현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잔혹한 자가 나쁘다는 것과 진짜 악령 및 악마는 죽이는 게 좋다는 사실은 더 잘 알고 있다. 잔혹한 자는 자신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레이라는 이상한 존재였다.


‘악령이라면 이성을 잃어야 하고, 악마라면 타락해야 하는데. 타락하지도 않은 주제에 잔혹한 자의 힘을 쓴다니.’


리시아가 탐낼 인재이지 않을까.

최지현은 그리 생각하여 임무가 끝나면 레이라를 길드로 초대할까 고민하였다.

물론 그 임무 때문에 최지현은 적이 되겠지만 말이다.


‘아카데미에 아직 깊은 연은 없을 테니, 배신하는 것도 간단한 일일 거야.’


레이라를 보고 좋아할 리시아를 떠올렸다.

최지현은 길드 마스터 리시아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었기에,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칼날들이 달려들며 행복한 상상을 갈라냈다.


“이 녀석도 마력이 없어!”

“이 녀석을 죽이자!”

“오오!”


학생들은 레이라가 마력이 없음에도 강하다는 것을 인지하였기에, 다른 약자를 제거하려고 나섰다.

운 좋게 약자가 대표가 되는 것은 피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최지현은 지구 출신 헌터였기 때문에 마력을 사용할 줄 모른다.

마력에는 관심도 없다.


겉모습을 아무리 똑같게 따라한다고 해도, 내면까지 흉내 낼 수는 없는 법.


마력이 없는 최지현은 학생들의 타겟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흐음, 검술 같은 건 잘 모르는데···’


최지현은 검술을 주력으로 쓰는 헌터가 아니다.

그래서 왜 하필 검사로 위장해야 했는지, 명령을 내린 리시아가 얄미웠지만.


‘그렇다고 이런 초짜들한테 당할 정도는 아니지.’


최지현은 마력 대신 체기를 끌어올렸다.

체기가 치솟으면서 몸의 감각이 활성화되어가고, 시스템의 어시스트가 준비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최지현에게 특화된 스킬들은 에스퍼.


시스템의 어시스트를 통해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고, 그 생각을 통해 움직임을 예측한다.


‘스킬: 미래예지’


진짜 미래를 읽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공격을 읽어내는 것 정도는 간단하다.


물론 최지현의 신체능력은 뛰어난 편이 아니다.

공격을 읽어낸다고 해서 피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기에.


‘스킬: 사이코키네시스’를 사용해서 몸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속도를 빠르게 한다.

사이코키네시스의 레벨이 크게 높지는 않아서 아직까지 타인의 움직임은 오래 제한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움직임을 빠르게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인의 움직임 또한 오래 제한하지 못할 뿐,


‘어라, 내 몸이···’


1초.


딱 1초 정도는 묶어둘 수 있었다.


그리고 1초는 상대를 베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촤아악!


최지현의 검이 움직이고, 호기롭게 덤볐던 학생은 피를 터트리며 주저앉았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에 다른 학생들은 머뭇거리며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고, 상황을 지켜보던 호테이돈은 눈을 크게 떴다.


‘저 여자는 뭐지? 저렇게 강한데 이때까지 내가 몰랐다고?’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틀림없이 신체만을 단련한 극한의 노력가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가를 호테이돈이 몰랐다니, 이상하다는 생각은 떨쳐내기 어려웠다.


현실은 현실이니 그저 받아들일 뿐.


“그래도 강한 건 강한 거니까··· 3인을 누구로 할지는 결정되었군.”


학생들은 더 이상 덤벼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자진해서 항복을 선언했다.

대표를 뽑는 싸움, 자신들이 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레이라. 그리고···”


“아? 나는 실비라고 불러줘.”


“그래, 실비. 아직 우리는 우리의 서열을 결정하지 않았어.”


호테이돈의 말을 들은 순간, 최지현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이다.’


지금이 약한 척하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솔직히, 나는 레이라를 이길 자신은 없다. 레이라한테는 예전에도 졌는데, 지금은 더 강해졌으니까.”


호테이돈이 순순히 레이라한테 졌다고 말하자, 그 사실을 몰랐던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호테이돈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실비, 너는 내가 처음 본다. 너라는 학생이 있음을 처음 알았다. 그러니 승부를 겨뤄봐야 하지 않겠나?”


“좋아, 나도 너랑 생각은 비슷해. 팀장은 레이라가 하면 되겠지만, 최약체냐 아니냐는 결정할 필요가 있으니까.”


“생각이 일치한다니 다행이군, 그렇다면 들어가겠다!”


호테이돈이 폭풍처럼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호테이돈을 보며 최지현은 생각했다.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인 것처럼···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려면 어떡하는 게 제일 좋을까?’


첫째, 힘 조절을 잘 못하는 척한다.


그래서 최지현은 있는 힘껏 사이코키네시스를 바닥에 때려 박으며 검을 휘둘렀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음과 함께 땅이 갈라졌지만, 호테이돈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다.

이 상황에 자연스레 대사 한 마디,


“아차차, 힘 조절이 잘 안 되네.”


그리고 둘째, 힘 조절을 잘 못 하니까 금방 지치는 척을 한다.


“후우, 하아···”


최지현은 지친 척했다.

에스퍼로 얼굴을 바꾸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기에 학생들은 모두 최지현이 지친 줄 알았다.


‘마지막으로는.’


보여줄 거 다 보여줬으니, 패배한다.


“흐으, 내가 졌네··· 아무래도 팀 안에서는 내가 최약체인 것 같아.”


그러한 최지현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완벽한 연기였다.

강하지만 힘 조절이 서툴러서 금방 지쳐버리는 실비.

검술 전공자들 모두가 최지현을 그런 실비로 인식하였다.


그렇게 탐욕·인색의 첩자 최지현은 무사히 아카데미에 자리 잡았다.


작가의말

최지현은 과연 첩자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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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전공교류주간 (1) +6 20.11.03 377 11 14쪽
42 몬스터 사냥권 20.11.02 418 8 12쪽
41 로스트 +4 20.11.01 463 11 13쪽
40 리릴 이프 +2 20.10.31 458 9 12쪽
39 로카 네르미아나 (4) +4 20.10.30 488 14 13쪽
38 로카 네르미아나 (3) +4 20.10.29 516 13 12쪽
37 로카 네르미아나 (2) 20.10.28 532 11 12쪽
36 로카 네르미아나 (1) 20.10.27 624 14 12쪽
35 F급의 훈련장 (2) 20.10.26 630 12 12쪽
34 F급의 훈련장 (1) 20.10.25 675 11 13쪽
33 안전성 평가 (4) 20.10.24 680 13 13쪽
32 안전성 평가 (3) 20.10.23 684 10 12쪽
31 안전성 평가 (2) 20.10.22 700 12 12쪽
30 안전성 평가 (1) 20.10.21 764 13 12쪽
29 성진혁개론 +2 20.10.20 753 15 12쪽
28 소환학개론 (3) 20.10.19 753 12 12쪽
27 소환학개론 (2) +2 20.10.18 758 14 13쪽
26 소환학개론 (1) 20.10.17 788 16 12쪽
25 배치고사 (4) +2 20.10.16 821 16 13쪽
24 배치고사 (3) +2 20.10.16 807 13 12쪽
23 배치고사 (2) +2 20.10.15 832 13 13쪽
22 배치고사 (1) +2 20.10.14 871 15 12쪽
21 이름을 남길 가능성 20.10.13 859 15 12쪽
20 마력의 가시 20.10.12 91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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