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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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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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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0.1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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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소환학개론 (2)

DUMMY

진혁은 사랑을 할 수 없다고 믿었었다.


정점에 오르기 전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고, 정점에 오른 이후에 사랑하는 이들은 노골적으로 능력만을 보았다.


자신을 좋다고 하는 여자는 많았다.

하지만 정점이 되지 못했다면,

돈이 없었다면,

명예가 없었다면,

과연, 그때에도 여자들은 자신을 좋아해줬을까.


아니, 그랬더라면 과거에 한 명쯤이라도 자신을 사랑해줬겠지.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의를 베풀었겠지.


호의 하나 받지 못한 인생을 살아왔는데, 무엇을 근거로 사랑을 믿으란 말인가.


‘그런데.’


정작 자신이 리릴에게 호의를 느끼고, 사랑하는 이유도.


착해서?

귀여워서?

이런 사람은 처음 봐서?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판단하게 된 이유조차도 계약의 힘이라면.


‘내가 그들과 다를 게 뭐지?’


리릴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리릴이라는 소환사를 소환수라서 좋아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성진혁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성진혁이라는 최강헌터를 좋아하게 된 이들과 뭐가 다른 것인가.


‘다를 게 없어.’


가슴이 욱신거렸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절대적인 호감이 두려워지려고 한다.


한심함, 죄책감, 자격지심.


그러한 감정들이 진혁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진혁님?”


어지러워하는 진혁을 리릴이 불렀다.

정신이 든다.


“무슨 생각을 하신 거예요? 전해지는 감정이···”


“아니, 아무것도.”


혼란스러워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었다.

리릴은 자신의 소환사고, 그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려 해봐도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리릴이 계속해서 좋다.

아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히려 더 사랑스러워진다.


‘거짓된 사랑을 내가 하고 있었다니.’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진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상으로 소환사와 소환수의 관계에 대한 강의를 끝내겠습니다. 소환수와 관계를 돈독히 맺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죠. 야외로 자리를 옮깁시다.”


오로리의 말에 학생들은 일어났다. 그리 넓지 않은 강의실에서 모두가 소환수를 불러내면 좁기 때문이다.


이동한 장소는 따스한 햇볕이 드는 정원이었다.

햇볕은 따스해서 기분이 좋았고, 소환사인 리릴을 아름답게 비추었으나 진혁은 우울하기만 했다.

이렇게 리릴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계약이 아니었으면 생겨나지 않을 현상일 테니까.


“학생들은 모두 소환수를 불러내주세요. 그리고 오전 내내 소환수와 많은 대화를 나눠보시기를 바랍니다.”


소환사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서, 역소환, 강화, 적합한 판단에 따른 명령 같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소환수와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로리는 그런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 전공수업일의 오전은, 반드시 소환수와 시간을 보내게끔 해왔었다.


“안녕, 샐러맨더!”

“노움, 오랜만이네.”

“블린아! 간만에 바깥 냄새 맡으니 좋지?”

“어떤 미친 자식이 고블린을 소환수로 삼은 거야?! 음흉하게 나를 보고 있잖아!”

“꺄아악!”


······조금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평화롭네.”


오로리는 학생들이 소환수와 평화롭게 노니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뒤에는 머지않아 벌어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깃들어있었다.


‘아카데미라는 곳이 본래 그런 곳이지만.’


황제님께 인정받기 싫으냐며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

빡빡하게 맞추어진 일과.

그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어서, 적어도 일과 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풀 수단을 찾게 된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집단 따돌림.


‘대체 왜 있는 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분기마다 학생들끼리 서로 평가하는 제도가 있다. 상호평가에서 귀족의 가능성 저조자는 가능성 점수를 많이 잃게 된다.


그 제도 때문에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봐, 그것이 걱정되어 먼저 한 명을 정해 묻어버린다. 무슨 수를 써서든, 물타기를 해서라도.


그 때문에 아카데미에 악령이나 악마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것으로 악령이나 악마가 된다면, 그 녀석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 될 뿐.

황제의 반대 때문에 상호평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잠깐 쉴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을 준다고 해도, 결국 문제는 터질 수밖에 없다.

오로리가 기도할 수 있는 것은 이번 기수 애들이 지나치게 선했으면 좋겠다는 것뿐.


‘기도가 통한 적은 없었지만.’


오로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학교에서 방송이 들려왔다.


“아아, 행정반에서 알려드립니다. 교내의 모든 교관님들은 몬스터 사냥권 분배에 대해 회의해야하므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전달합니다···”


몬스터 사냥권.


아카데미에는 화폐를 데르트로 쓰지 못한다.

대신에 은으로 만들어진 동전만 쓸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귀족이라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화는 어떻게 얻는가?


그 방법 중 하나가 몬스터 사냥이다.


어떤 몬스터를 사냥해도 좋다고 아카데미가 허가를 해준 것이 사냥권.

몬스터 사냥권은 분기마다 정산해서 주기도 하고, 분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보상으로 획득하는 일도 많다.

반면에 몬스터 사냥권을 못 받은 이들은 화폐를 못 구한다.


화폐가 굳이 필요한가?


당연히 필요하다.

아카데미는 외박은커녕 외출도 허락해주지 않으니까.

여흥거리는 모두 아카데미 시설에 마련되어있다.

그 시설을 이용하려면 은화가 필요하고.


‘그런데 몬스터 사냥권 회의를 왜 지금 한다는 거지.’


짚이는 건 있었다.


황제가 입학식이 끝나고 교관들에게, 첫 날은 정시퇴근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을 적극 반영한 것인 듯하다.


‘정시퇴근 때문에 수업을 내팽겨 치다니.’


오로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리를 떴다. 교육은 최선임 조교에게 넘겼다.


최선임 조교인 세라는 맡겨만 두라고 한 뒤에 학생들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아니, 내 소환수가 고블린인 게 잘못됐어?”


어느 한 곳이 소란스러웠다.

아까 고블린을 소환한 학생의 주변에 다른 학생들이 멸시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세라는 그 시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벌써 시작된 건가? 빠른데, 이번 기수는.’


물타기를 통한 가능성 저조자 만들기.


확실히 학생들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멋진 소환수를 부리고 싶어 한다.

멋지지 않은 소환수는 쓰고 싶지도 않고, 사용하는 학생은 무시받기 마련.

고블린 같이 하찮고 못생긴 몬스터를 소환수로 쓴다면 딱 알맞은 대상이지 않은가.


“너희 눈에는 못생긴 고블린이겠지만, 내 눈에는 귀여운 블린이라고!”


고블린을 소환한 남학생, 덴트는 울먹이면서 항변했다.

그러나 그 항변은 다른 학생의 지적에 묵살당했다.


“귀여운 블린이? 미친 거 아닐까 싶네. 네 고블린이 지금 우리들한테 어떤 시선을 보내는지는 알고나 있어?”


중급 바람의 정령 윈디와 계약한 여학생, 베르단디의 지적에 다른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지금 그 고블린 우리를 음흉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고블린 같은 몬스터가 소환수라니 소름 끼쳐.”

“너도 고블린처럼 음흉하게 우리를 보고 다니는 거 아니야?”

“그거 성희롱인 건 알고 있나 모르겠네~”


덴트는 머리가 멍해져갔다.

여학생들의 말에 남학생들도 가세해서 변태라고 비웃어오고.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우, 우리 블린이는 그런 애가 아닌···”


“주인님, 미안하다.”


할 수 있는 것은 부정밖에 없었던 덴트.

그런 덴트에게 고블린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 같은 걸 소환수로 써줘서 기뻤다. 그런데 나는 인간이 좋지만, 인간은 나를 싫어한다. 내가 인간을 좋아하는 것 또한 계약의 힘 때문일 것이고···”


고블린은 인간을, 아니, 모든 이종족을 번식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따라서 수컷은 필요 없으니 죽이고 암컷은 살려서 범한다. 그것이 고블린의 사고방식이지만.

적어도 덴트에게 소환된 고블린은 아니었다.


계약의 힘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진혁은 괜히 고블린에게 자신이 비춰져보였다.


‘만약 저 고블린이 인간을 순수하게 인간으로서 좋아하게 된 것이.’


진짜 단순하게 계약의 힘이라면.

덴트와 쌓아온 시간 같은 것이 아니라 계약의 힘 같은 것이라면.


‘그렇다면 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주인님, 계약을 해지해라. 흔해빠진 몬스터 고블린으로 돌아가서 나는 죽겠다.”


계약의 힘으로 생겨난 호감은 그 정도로 절대적인가.

스스로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 절대적인 것인가.


“아니, 블린이 너는 분명히 처음 소환됐을 때는 이렇지 않았어. 계약의 힘 같은 게 없어져도 너는 분명 지금이랑 같을 거라고!”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 말하는 덴트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진혁은 역으로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계약의 힘 같은 것 때문에, 리릴을 좋아한다고는 믿고 싶지 않아.’


그래, 아닐 것이다.


진혁은 자신의 마음을 바로잡았다. 자신이 리릴을 좋아하는 이유는 처음 보는 따스함이어서다.

계약의 힘 같은 것 때문이 아니다.


덴트 또한 자신의 고블린이 지금 이렇게 된 것은 계약의 힘 때문이 아니라고 믿었다.

하지만 계약을 해지해버리면 고블린과는 영원히 헤어져버린다.

다시 소환하려고 해도 다른 고블린이 소환될 뿐, 지금의 블린이가 소환된다는 법은 없었다.


그러니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나보다 더 만만한 녀석을 붙잡고 늘어져야 해.’


덴트는 아까부터 자신을 보던 리릴과 진혁을 보았다.

한 번도 인간을 소환해서 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소환사의 등급은 FFF급.

자신은 D급이기 때문에 벗어날 구멍이 있지만, 리릴에게는 없다.


좋은 먹잇감이다.


덴트는 순식간에 자신의 위기를 벗어날 계획을 세우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할게. 고블린은 쓰레기 몬스터야. 그런 고블린을 나는 소환수로 쓰고 있지.”


쓰레기임을 인정했다.

이것만으로도 학생들은 대놓고 물어뜯기 좋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분위기를 바꿔갔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D등급이거든? 내가 어떻게 고블린 같은 소환수를 써서 D등급을 받았다고 생각해?”


멸시하던 학생들은 덴트의 가슴팍에 있는 D등급 배지에 눈길을 보냈다.

확실히 D등급은 신입생들 중에서 높은 등급이었다. 평균이 F~E등급이니까.

고블린으로 따낼 수 있는 등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급 정령인 윈디와 계약 맺어놓고도, 베르단디는 E등급인데 말이야.”


앞장서서 괴롭히던 베르단디의 등급을 지적하자, 확실히 아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떻게 고블린으로 D등급을 따낸 것일까?

멸시보다는 단순한 의문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해. 내가 소환사로서 아주 훌륭하기 때문이지. 비록 소환운이 안 좋아서 고블린을 소환수로 삼은 건 욕할만해. 하지만 소환사로서의 실력만큼은 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아닌가?


그 질문을 던졌을 때, 한순간이지만 학생들은 ‘그런가?’ 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 순간을 덴트는 잘 파고들었다.


“그러니 걱정 말라고. 고블린 녀석은 내가 잘 컨트롤해서 너희를 해코지하지 않을 거야. 물론 나 또한 음흉한 생각은 하지 않고. 맹세하지.”


한순간의 위기를 이렇게 넘긴다.

학생들은 미묘한 느낌이 들지만 지금 이 순간은 넘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먹잇감이 또 필요해지면 다시 노리겠지.


그 전에 먹잇감을 바꾼다.


“내가 FFF등급이었으면 불안했을 수도 있겠네. FFF등급 소환사들은 소환수를 폭주시키기도 한다잖아?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 말 한 마디.

그 말 한 마디에 학생들은 모두 리릴을 보았다.

리릴의 가슴팍에 붙은 FFF등급 배지.


그것만으로 이미 타겟은 바뀌어있었다.


“그러네? 진짜 FFF등급이 있어.”

“심지어 소환수가 인간인데?”

“인간을 소환수로 쓰다니 이상해.”

“인간이면 악령이나 악마가 될 수도 있잖아?”

“소환사랑 소환수가 쌍으로 악령이나 악마가 된다니···”

“그것참 끔찍한 일이네.”


갑자기 타겟이 바뀌어 리릴이 공격당하자.


진혁은 아까까지 품던 우울함과 자격지심 같은 것들이 단숨에 사라지고.


‘이 씹새끼들이 뭐라는 거야?’


리릴을 위기에서 구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작가의말

리릴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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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전공교류주간 (1) +6 20.11.03 377 11 14쪽
42 몬스터 사냥권 20.11.02 418 8 12쪽
41 로스트 +4 20.11.01 463 11 13쪽
40 리릴 이프 +2 20.10.31 458 9 12쪽
39 로카 네르미아나 (4) +4 20.10.30 488 14 13쪽
38 로카 네르미아나 (3) +4 20.10.29 516 13 12쪽
37 로카 네르미아나 (2) 20.10.28 532 11 12쪽
36 로카 네르미아나 (1) 20.10.27 624 14 12쪽
35 F급의 훈련장 (2) 20.10.26 630 12 12쪽
34 F급의 훈련장 (1) 20.10.25 675 11 13쪽
33 안전성 평가 (4) 20.10.24 680 13 13쪽
32 안전성 평가 (3) 20.10.23 684 10 12쪽
31 안전성 평가 (2) 20.10.22 700 12 12쪽
30 안전성 평가 (1) 20.10.21 764 13 12쪽
29 성진혁개론 +2 20.10.20 753 15 12쪽
28 소환학개론 (3) 20.10.19 753 12 12쪽
» 소환학개론 (2) +2 20.10.18 759 14 13쪽
26 소환학개론 (1) 20.10.17 788 16 12쪽
25 배치고사 (4) +2 20.10.16 821 16 13쪽
24 배치고사 (3) +2 20.10.16 807 13 12쪽
23 배치고사 (2) +2 20.10.15 832 13 13쪽
22 배치고사 (1) +2 20.10.14 871 15 12쪽
21 이름을 남길 가능성 20.10.13 859 15 12쪽
20 마력의 가시 20.10.12 910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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