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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의 불처럼 뜨겁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곳

비검(秘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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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
작품등록일 :
2013.07.25 18:49
최근연재일 :
2013.09.09 22:42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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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90
글자수 :
96,573

작성
13.09.0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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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비검-혈풍(6)

DUMMY

십이 장로가 머무는 곳은 장로원. 그곳에 각기 쓰는 전각이 있다.

남궁성외가 쓰는 전각의 이름은 창천각. 그곳은 남궁세가에서 지원을 나온 무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십이 장로가 머무는 장로원의 전각들은 모두다 각 문파와 가문의 무사들이 나와서 호위를 했기에 수신대가 그들을 지키지는 않았다.

창천각의 최상층에 앉아 자신한테 올라온 죽간들을 확인하던 남궁성외는 문득 주변이 너무 조용함을 깨닫고는 천천히 죽간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문 앞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남궁성외의 눈썹이 꿈틀거릴 때 밖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갈휘요. 들어가도 되겠소?”

제갈휘가 올 줄은 몰랐다. 아니, 제갈휘가 왔다면 그가 직접 문 앞에 설 동안 수하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살짝 미간을 찌푸린 남궁성외가 입을 열었다.

“들어오시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제갈휘는 학익선을 부치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런 제갈휘를 바라보던 남궁성외가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구려.”

제갈휘가 미소를 지은 채 다가와 남궁성외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남궁성외는 죽간을 옆으로 밀어놓고는 제갈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이런 야심한 시각에 만날 사이는 아닌 것 같소만.”

의협맹을 지탱하는 두 가닥의 흐름 중 맹주를 따르는 이들의 수장인 제갈휘가 장로들 중 오대세가를 이끄는 자신을 찾아올 이유는 하등 없었다.

제갈휘는 담담히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냈다. 서찰을 바라보던 남궁성외는 눈빛이 약간 흔들렸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그것이 무엇이오?”

제갈휘는 가볍게 서찰을 날려 남궁성외 앞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품에 손을 넣었다.

이번에 손에 들린 것은 연판장. 제갈휘는 그것도 던져 주었다. 남궁성외의 눈썹이 꿈틀거릴 때 제갈휘가 나직하게 그를 불렀다.

“남궁 장로.”

나직하게 말을 건넨 제갈휘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째서 장로로서 만족하지 못한 것이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소만.”

제갈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래도 이만큼 패기 있게 일을 저지르기에 역시 천뢰신장 답다고 생각했는데 끝에서 발뺌하시는 거요?”

“모르는 것을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찌 발뺌이란 말이오?”

제갈휘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냉소검 풍해산에게 보낸 서찰은 이미 읽어 보았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가벼이 볼 것이 아니더군요. 설마하니 본맹으로 들어오는 수송선을 털 계획을 가졌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남궁성외는 나직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그런 무식한 계획을 세운 자가 있었소?”

“그러게 말입니다. 냉소검 풍해산이 호북에서 이름난 자라고 하지만 수송선의 호위대를 부술 정도는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 구멍투성이 계획을 내가 세웠단 말이오?”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했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허술했거든. 조사를 해보니 냉소검 풍해산은 사실 그 능력보다도 뛰어난 인맥을 가지고 있더군요. 정사지간인 그는 사황련과 줄이 닿아 있더이다.”

남궁성외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냉소검에게 맡겼다면 불가능 했을 일.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인맥을 통해 사황련에 정보를 흘린다면 그것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었소.”

남궁성외는 서찰을 집어 들었다. 그것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남궁성외는 내용도 읽지 않은 채 옆에서 타고 있는 등잔의 심지에 가져갔다.

서찰에 불이 붙는 것을 보고도 제갈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남궁성외가 연판장을 들어 보았다. 그 안에 담긴 이름들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름들이었다.

“연판장을 어떻게 얻으셨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가진 이들 중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들이 있소.”

남궁성외는 픽 웃음을 흘렸다. 연판장이라고 하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외성에 있는 이들 중 충성을 다하겠다고 한 이들과 내성에서 자신을 따르는 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을 뿐이다.

사실은 남궁세가에 몸을 의탁한 것이지만 그것을 자신의 뜻대로 돌린 것이지만 말이다.

이것은 자신의 집무실에 숨겨 두었는데 어떻게 챙겨갔을까? 그것도 몇 겹이나 되는 기관 속에 숨겨 두었는데 말이다.

남궁성외는 연판장은 태우지 않았다. 그것을 고이 접어 품에 넣고는 입을 열었다.

“주변이 조용한 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을 물렸나 보오.”

“맹주령이면 그들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소.”

“허. 맹주령까지 들고 오셨소?”

제갈휘가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그 수밖에 없더이다.”

“그럼 맹주도 함께 오셨소?”

제갈휘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은 남궁성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긴 추송이 죽었을 때 조금 걱정은 됐지만 단순히 냉소검에게 전한 서찰만 가지고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아냈소이다.”

“하는 일이 그런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소이다.”

“그런데 너무 무모한 것 아니오?”

“무모하다고 했습니까?”

제갈휘는 여유 있게 학익선을 부치며 말했다.

“확실한 증거를 잡은 이상 뿌리를 뽑아야지요.”

“뿌리를 뽑는다?”

남궁성외가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천뢰신장이라 불리는 남궁성외의 무력은 절정의 극에 도달해 있다. 맹 내에서 그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이는 맹주 밖에 없다.

“그러자면 혼자 오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소?”

남궁성외의 물음에 제갈휘는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하. 사실 농담이었소이다.”

“농담이란 말이오?”

“맹주령 따위는 애초에 없었소. 이 정도 일에 맹주령을 내주실 분도 아니시고.”

인상을 굳힌 남궁성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맹주령 없이 창천각의 무사들이 어떻게 침묵하고 있었단 말인가?

굳은 표정의 그를 바라보면서 제갈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궁성외는 손을 움찔 했지만 출수하지 않았다.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엄습해 왔다.

“남의 집에 난 풀을 뽑는데 내 손을 더렵혀서야 되겠습니까?”

“흐음.”

제갈휘는 천천히 돌아서며 말했다.

“그저 맹주께서 이번 일이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 주십시오.”

제갈휘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도 남궁성외는 그를 잡지 못했다. 제갈휘가 나가고 새롭게 들어오는 이를 알아본 탓이다.

“가주.”

남궁세가의 가주.

창천검왕 남궁태위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남궁성외는 남궁태위를 바라보며 이번 일이 완전히 글렀음을 알았다.

맹주령 없이 창천각을 지키는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침묵 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가주인 창천검왕 밖에 없음을 깨닫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왜 그랬느냐?”

남궁태위의 물음에 남궁성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곳에서만이라도 최고이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남궁태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네가 내게 이렇게 솔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구나.”

“이 마당에 뭘 더 숨기겠습니까?”

남궁태위는 그가 가문을 위해서였다라고 할 줄 알았다. 그리 말하면 그를 가문으로 압송하더라도 손을 쓰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궁성외는 솔직하게 말했다. 가문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 였다고.

남궁태위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가문으로 돌아가자.”

남궁성외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성외!”

남궁태위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기세가 날카롭다. 마주보는 것이 숨이 막힐 정도의 거대한 기운. 보는 이들이 스스로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의 기도.

제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그것을 마주하던 남궁성외의 전신에서도 사나운 기운이 일었다.

검에 대한 재능이 떨어져 남궁태위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었다. 제왕검해를 익히지 못하는 가주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다른 것이다.

세가의 다른 어떤 무공에도 뒤지지 않을 힘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천뢰신장을 극성으로 연마한 그는 이제 누구에게도 더 이상 자신의 것을 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계획했다.

맹주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자신이 앉겠다고.

그런 자신의 꿈이 이뤄지기 전에 발각되었다고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이대로 가문으로 끌려간다면 자신은 꿈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채 끝나게 된다.

그것이 참을 수 없었다.

그것이 형제이자 가주인 남궁태위를 향해서 이토록 짙은 살기를 내뿜는 이유였다.

남궁태위는 인상을 살짝 굳힌 채 남궁성외를 바라보았다.

“진심이냐?”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이 와 버렸소.”

남궁태위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검을 뽑았다. 남궁세가의 가주에게만 전해지는 창천신검을 뽑아든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 집의 풀은 내가 뽑아야지. 누가 뽑겠느냐?”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오.”

한 마디 말과 함께 남궁성외가 몸을 날렸다. 그간 쌓였던 울분을 토하듯 모든 것을 담아서 뻗어내는 장력을 보면서 남궁태위는 가볍게 혀를 찼다.

“미안하다.”

한 마디 말을 남긴 남궁태위의 검이 벼락처럼 날아드는 장력을 가르고 그대로 남궁성외의 가슴을 갈랐다. 남궁태위는 비틀거리는 남궁성외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혀를 찼다.

“왜 힘을 거둔 거냐?”

남궁성외의 천뢰신장이 어떤 것인지는 남궁태위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검이 뛰어나다 하나 그 차이가 이리도 명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남궁성외의 천뢰신장이 너무나 쉽게 갈려나갔다.

남궁성외는 가슴이 붉게 물드는 것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외다.”

남궁성외는 장력을 내뻗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를.

가주를 공격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힘을 거두었다.

어차피 자신이 가주를 죽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미 그의 계획이 탄로 난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힘을 거두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문으로 돌아가 평생을 갇혀 사는 것보다는 이것이 나았다.

“나를 대신해 누가 오더라도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시구려.”

“뭔가?”

“내가 죽었으니 더 이상 맹주에게 빚이 있다 여기지 말아주시오.”

사실 큰 빚을 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황련과 연계해서 맹의 수송물자를 탐낸 것은 장로원에서 남궁세가가 빠져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그 죗값을 모두 안고 가겠다는 남궁성외의 말에 남궁태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하마.”

남궁성외는 그제야 미소를 짓고는 눈을 감았다. 남궁태위는 그런 남궁성외의 눈을 천천히 감겨 주었다.

스스로 맹주의 위에 오르고자 했던 남궁성외의 죽음은 남궁태위만이 쓸쓸히 지켜주고 있었다.


작가의말

요즘 머리가 멍한 것이 도저히 집중도 잘 안되고 곤란합니다

감기때문에 먹는 약빨인지....

멍한 상태라 평소 쓰는 속도의 몇 배는 걸리는 속도인지라 연재가 야밤에 올리게 되었네요

그래도 날을 넘기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 비가 온다니 모두 우산 잘 챙기시고

오늘 좋은 꿈 꾸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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