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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의 불처럼 뜨겁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곳

비검(秘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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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
작품등록일 :
2013.07.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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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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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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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검-혈풍(2)

DUMMY

의협맹 외성 동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연검월은 조금은 당황했다.

“무슨 인원이 이것 밖에 안 됩니까?”

“그러게 말이다. 이건 표국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구나.”

금호표국이 망해 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금호표국의 깃발이 걸린 마차 한 대와 짐을 실은 수레 두 대. 그리고 마차의 좌우에서 말을 몰고 있는 무사가 둘에 수레를 끌고 있는 곳에 붙어 있는 쟁자수가 다섯 명이다.

이래서야 어디 표행이나 가겠는가?

마차는 연검월과 엽철흔을 보고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서 다가왔다. 마차가 완전히 서자 문을 열고 진교하가 내려왔다. 그녀는 연검월과 엽철흔을 보고는 살며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사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닐세. 그보다 이 인원이 전부인가?”

진교하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예. 이 인원이 전부입니다.”

“그랬군. 일단 안으로 들어가세. 내 장원을 구해놓았으니.”

이미 인편으로 장원을 구했다는 말은 전해 들었다. 의협맹으로 간다는 말에 그나마 표사 둘이 따라와 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연검월은 진교하를 향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건넸다.

“그보다 다행이군요. 지금 녹림도들이 들끓고 있다고 하던데 무사하셔서 말입니다.”

진교하는 연검월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다지 믿음도 가지 않는 이였지만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은 진심이었다. 금호표국이 무너져 가면서 너무 그쪽에만 신경을 쓴 탓에 모든 사람을 능력으로만 보고 판단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연검월은 한참 부족한 이였다.

하지만 의형제를 맺고 가족이 되고 나니 연검월이 자신을 걱정해주는 진심이 보였다. 그것만으로 된 것이 아닐까? 가족이 모두 뛰어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

자신을 가볍게 탓한 진교하가 연검월에게 진심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새하얀 치아가 보이는 그 미소에 연검월이 살짝 놀랐다.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오라버니.”

연검월은 조금 더 당황했다. 살짝 얼굴이 붉어진 연검월이 앞장서며 말했다.

“장원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엽철흔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녀석. 부끄러운가 보구나.”

연검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앞장섰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교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마차에 올랐다. 마차가 연검월을 따라 움직였고 그들은 곧 동문을 지나 안으로 향했다.

연검월은 장원의 앞에서 멈췄고 마차를 몰고 왔던 손응이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장원 탓이었다.

장원의 크기는 원래 금호표국보다도 컸다. 이곳이 의협맹의 외성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국주님. 도착했습니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온 진교하도 장원의 크기를 보고는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움을 감주치 못했다. 진교하가 돌아보자 엽철흔이 웃으며 말했다.

“부족한 부분은 나와 검월이 조금 보탰네.”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요?”

“가족끼리 그런 것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아니네.”

진교하는 엽철흔이 말을 돌리기 위해서 저런다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염치 불구하고 잘 받겠습니다.”

“나중에 잘 되면 그때 돌려줘도 되네.”

진교하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장원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장원 안으로 들어간 진교하는 새삼 놀랐다.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표국을 하기에도 적합했다.

동문에서 멀지도 않으니 밖으로 나가는 것도 용이하다. 그리고 장원 내부에는 창고로 쓸 수 있는 공간과 쟁자수들이 묵을 수 있는 곳, 그리고 표사와 표두가 머물 수 있는 곳 등을 구분하기 좋은 건물 구도였다.

따로 표국을 시작하기 위해서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구조.

장원을 모두 돌아본 진교하가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돌아섰다. 그리고는 살며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엽철흔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그보다 짐들을 나르는 걸 도와주도록 하지.”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면 됩니다.”

연검월도 고개를 내젓고는 말했다.

“힘쓰는 거라면 자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쟁자수들을 향해 뛰어가는 연검월을 보고 진교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국주인 자신과 의남매 지간이면서 쟁자수들과 함께 짐을 나른다는 것은 너무 격이 없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진교하에게 엽철흔이 한 마디 해주었다.

“검월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이니 그냥 지켜보게. 그보다 자네가 머물 곳은 보았는가?”

“대충 돌아보았습니다.”

“그래서야 쓰나. 내가 안내해 주지. 따라오게.”

진교하는 엽철흔을 따라가다가 연검월을 돌아보았다. 연검월은 어느새 쟁자수들과 웃음을 터트리며 짐을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것만 보아도 사람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저 겁이 많을 뿐이다. 그런 부분은 충분히 감싸 안을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진교하는 조금 더 그에게 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진교하는 살며시 미소를 짓고는 엽철흔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짐을 나르는 동안 연검월은 그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표사나 쟁자수들 모두 평범한 이들이었다. 혹시나 싶어 넌지시 말을 건네며 떠 본 결과 그들은 모두 전 표국주의 은혜를 입은 탓에 떠나지 못한 이들이었다.

상당한 충성심을 지닌 이들이니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나 무공 수위는 표사들도 고작 이류 수준.

앞으로 갈 길이 멀었다.

짐 정리가 끝나니 해가 저물었다. 엽철흔은 지친 기색이 완연한 이들을 불러 모았다. 모두를 부른 곳에는 술과 고기가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모두가 환호하며 모여들자 엽철흔이 진교하를 바라보았다. 진교하는 모인 이들을 돌아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의부님이 사주신 거니 마음껏 드세요.”

그 한 마디를 기다렸다는 듯 쟁자수와 표사들이 어울려 술을 비우고 고기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진교하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저들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 정도의 삶을 살던 그들이 이제 의협맹 외성에 이만큼 큰 장원을 가지고 시작하니 절로 들뜬 마음이 드는 것이리라.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돌아보는 진교하에게 엽철흔이 술잔을 내밀었다.

“국주. 한 잔 받게.”

“말을 편하게 해주세요.”

“그럴까?”

엽철흔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쟁자수들과 표사들이 어떤 이들인지 파악했기에 더 이상 그들과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연검월은 진교하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엽철흔과 대작을 하다가 벌써 얼굴이 붉게 물든 진교하를 볼 수 있었다.

연검월은 픽 웃음을 흘리고는 그녀 곁에 앉았다. 진교하는 연검월이 온 것을 보고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오라버니. 고생하셨어요. 한 잔 받으세요.”

연검월이 흘끔 바라보자 엽철흔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 자네도 이리 오게나.”

“죄송합니다.”

“어허. 이곳은 의협맹의 금호표국이야. 자네 집에서 무슨 일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서 와서 잔을 받게.”

손응은 난처한 표정으로 진교하를 바라보았다. 엽철흔의 말은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 위가장에서 일이 있었던 거야 위가장의 소가주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 그렇다지만 이곳은 금호표국이다.

별다른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손응에게 진교하가 웃으며 말했다.

“드세요. 의부님이 주시는 건데 거절하면 안 되겠죠?”

짧은 한숨을 내쉰 손응이 결국 엽철흔에게 잡혀간 사이 진교하는 연검월의 옆에 앉아 고기와 술을 먹으며 떠들썩한 이들을 돌아보았다.

“제가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에요.”

연검월은 술잔을 비우면서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더군요.”

진교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연검월을 바라보았다. 사실 연검월은 진교하와 의남매 사이니 쟁자수나 표사와 격의 없이 어울릴 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순수하게 그들과 어울렸고 그 평을 자신에게 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한도내에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그 모습이 고마웠다.

아버지가 죽고 무너져가는 금호표국에게서 등을 돌리던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오라버니.”

진교하의 부름에 연검월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주변을 밝혀 놓은 등의 빛을 받는 진교하의 얼굴이 참으로 고와 보였다.

“말을 편하게 해주세요.”

연검월은 그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그건 아직 이른 것 아니겠소?”

“저를 동생으로 여기신다면 편하게 대해주세요.”

연검월은 그렇게까지 말하는 진교하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 그럼 그럴까?”

어색해 하는 모습에 진교하는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꼭 오라버니에게 기댈 게요.”

“그렇게 해. 아직 검풍도 우명도 교육 기간이 남았으니.”

둘의 이름을 거론하자 진교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둘이 같은 사신대에 배속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거야.”

연검풍이 바랄 테니 그리 될 것이다. 철룡검주에다가 이번에는 철혈검마의 목을 베었다고 시선이 집중되고 있으니 그 정도 청은 어렵지 않게 들어주리라.

연검월은 잠시 연검풍을 떠올리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신대의 교육 기간이 아니었다면 이번에 사자패왕이 일으킨 녹림도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움직였어야 할지도 몰랐다.

사신대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런 위험한 전장에 나서다가는 죽기 딱 좋았다. 그것을 피해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봐야 했다.

연검월은 진교하가 따라준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돌아보니 무릎을 세운 채 얼굴을 기대고 잠이 든 진교하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술은 정말 약하네.”

연검월은 진교하를 번쩍 안아들고는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그녀를 눕힌 연검월은 이불을 덮어주고는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엽철흔이 가족이 늘어난다고 했을 때는 별로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실감됐다. 자신을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는 여인. 진교하를 내려다보던 연검월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힘든 일이 있으면 꼭 나에게 말해.”

진교하는 마치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잠을 자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진교하를 내려다보던 연검월은 픽 웃음을 흘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엽철흔은 손응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고 대부분의 쟁자수와 표사들은 피곤했는지 대충 널브러져 잠이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사를 위해 이곳까지 온 데다가 짐을 정리하기 무섭게 시작된 술자리에 피로가 급격하게 몰려온 듯 했다.

연검월은 밤에는 공기가 차가우니 이대로 잠을 재울 수 없어 하나둘 들쳐 업기 시작했다. 쟁자수들은 쟁자수들이 묵을 방에 집어넣고 표사 둘도 방에다 집어넣고 나오니 얼굴이 붉어진 손응과 엽철흔이 웃으며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연검월이 그들을 향해 다가가자 엽철흔이 흘끔 돌아보더니 물었다.

“다들 자냐?”

“예.”

엽철흔이 손응을 흘끔 보고는 입을 열었다. 손응도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연검월은 그런 손응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좋은 술을 가져오셨네요.”

“일취만일몽(一醉萬日夢)이 들어간 술이다.”

“한 번 취하면 만 일의 꿈을 꾸는 술입니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영약까지는 아니고 깊은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것이니라. 그리고 약간의 내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도 하지.”

연검월은 손응도 업어서 방에다 눕히고는 다시 돌아와 엽철흔 앞에 앉았다. 엽철흔이 술독을 하나 밀어주고는 말했다.

“마셔라. 고생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연검월은 술독의 마개를 열고는 엽철흔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힘 써보마.”

“부탁드리겠습니다.”

엽철흔은 연검월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네가 내게 부탁을 다하는 날이 오는 구나.”

연검월은 대답 대신 술독을 들어 들이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엽철흔이 한 마디 했다.

“교하가 마음에 드느냐?”

“풉!”

연검월은 마시던 술을 거칠게 뿜어내야만 했다.


작가의말

월수금을 지키겠다고 하고서 월요일 연재를 놓쳤네요...쿨럭!

정신없이 일에 쫓기다 보니 틈이 생겼습니다...ㅠ,.ㅠ

모자란 부분은 어떻게든 주말에라도 채워 놓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금요일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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