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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의 불처럼 뜨겁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곳

비검(秘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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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
작품등록일 :
2013.07.25 18:49
최근연재일 :
2013.09.0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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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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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비검-혈채(3)

DUMMY

사화요녀 매휘양.

연검월이 거물이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녹림칠십이채의 총표파자 사자패왕(獅子覇王) 희무광의 애첩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희무광의 애첩이라고 무림에 이름을 떨치는 것이 아니다.

그녀 스스로도 사황련 서열 삼십 위 안에 드는 고수다. 천하를 양분하고 있는 사황련에서도 서열 삼십 위 안에 든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지 알 수 있었다.

연검월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살기를 일으켰다. 연검풍이 와야 하는 이곳에 저런 거물을 두고 갈 수는 없다.

십분 양보해서 연검풍의 실력이 예상보다 강해서 철혈검마를 죽일 수 있다고 쳐도 매휘양은 절대로 무리다.

연검월이 일으키는 살기를 대면한 채 매휘양은 전신이 짜릿해지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무료했던 삶에 이만한 활력을 주다니. 이건 놓칠 수 없다.

매휘양이 슬며시 허리를 비틀며 연검월을 향해 다가왔다. 한 걸음을 걷는 순간 앞섶이 슬쩍 벌어지며 가슴이 더 많이 보였다.

하지만 연검월의 눈빛은 무심했다. 그것이 매휘양을 더욱 끓어오르게 했다.

매휘양이 진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못 참겠네.”

매휘양이 한 마리 비조처럼 날아서 연검월을 덮쳐왔다. 연검월은 날아드는 그녀를 향해 검을 뻗었다. 한 줄기 벼락처럼 날아드는 연검월의 검을 보고 매휘양이 손을 슬쩍 내밀었다.

매휘양의 장력이 파도처럼 연검월을 향해 밀려왔다. 경력이 어찌나 강력했는지 연검월의 힘차게 뻗어가던 검이 점점 느려졌다.

연검월은 검에 느껴지는 압력에 인상을 굳히고는 가볍게 손목을 털었다. 순간 연검월의 검이 가늘게 떨리며 매휘양의 장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뻗어나간 연검월의 검이 그대로 매휘양의 가슴을 노렸다. 순간 매휘양이 몸을 비틀어 연검월의 검을 피하면서 발을 차냈다.

매끈한 종아리가 드러났지만 그보다 그 안에 담긴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연검월은 슬쩍 몸을 숙이며 회전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섬전처럼 뻗어가는 일 검.

매휘양은 허리를 뒤로 젖히며 몸을 틀었다. 연검월의 검은 그녀의 머리카락만 여러 가닥 잘라냈을 뿐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그렇게 허리를 튼 매휘양은 중지를 말아서 튕겼다. 탄지신통의 한 수에 연검월이 검을 들었다.

쩌엉!

검이 파르르 떨리면서 손에 전해지는 경력에 연검월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사이 거리를 벌린 매휘양이 자신의 잘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들어 보이며 입맛을 다셨다.

“머리 손질까지 해 줄 필요는 없는데.”

연검월은 비스듬히 검을 내린 채 더욱 진한 살기를 일으켰다.

“안 되겠네. 너 죽어야겠다.”

연검월이 진심으로 살기를 일으키자 매휘양은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고는 눈을 반짝였다.

“안 되겠다. 네 정기는 내 거야.”

연검월은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단숨에 간격을 좁히고 들어간 연검월의 검이 날아들자 매휘양은 연달아 장력을 날렸다.

하나의 장력도 뚫기 힘든 상황에서 두 개의 장력이 날아들었다. 연검월의 손목이 부드럽게 휘어지며 날아든 장력을 검면을 따라 흘려냈다. 그리고 사선으로 장력을 찌르고 들어간 검이 그대로 매휘양의 가슴을 노렸다. 매휘양은 순간 철판교의 수법을 펼쳤다.

연검월의 검을 피한 매휘양의 발이 낭심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연검월은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몸을 틀어 일 격을 피했다. 그리고 그대로 스쳐지나가며 검을 내리 그었다.

순간 매휘양은 축이 되는 발로 강하게 땅을 차 앞으로 미끄러져 연검월의 검을 피했다. 그렇게 미끄러져서 검격을 피한 매휘양이 몸을 일으키자 연검월은 인상을 굳힌 채 뒤돌아 보았다.

싱글 거리고 있는 매휘양을 보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해가 중천에 뜬 오시.

형문산을 타고 오르는 두 명의 사내가 있었다. 연검풍과 진우명은 기척을 죽인 채 빠르게 형문산의 철혈채로 다가가고 있었다.

철혈채의 위치는 이미 파악해 두었기에 그곳까지 가는 길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철혈채가 시야에 들어올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간 연검풍은 손을 들어 올렸다. 진우명이 따라서 멈추자 연검풍이 손을 위로 들어 보였다.

둘은 기척을 죽인 채 나무를 타고 올랐다.

연검풍은 자신의 실력을 믿었지만 그렇다고 절정 고수인 철혈검마와 열 명의 일류 고수인 철검십귀를 상대로 무모하게 덤빌 생각은 없었다.

연검풍은 기습으로 최대한 적의 수를 줄일 생각이었다. 기회를 살피기 위해 나무에 올라 철혈채를 바라보던 연검풍의 안색이 굳어졌다.

“저건….”

진우명도 철혈채를 보다가 인상을 굳혔다.

“저 자들이 왜 쓰러져 있는 겁니까?”

연검풍은 내력을 일으켜 주변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일단 가보자.”

“예.”

연검풍이 철룡검에 손을 얹은 채 걸음을 옮겼다. 목옥들 사이로 걸어간 연검풍은 쓰러져 있는 이들을 살폈다. 도합 열한 명이 피바닥 속에 누워 있었다.

연검풍은 그들 사이로 걸어가 하나하나 상처를 살폈다. 목이 뚫린 깔끔한 일 검. 자신이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이만한 상처를 남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연검풍이 시체들의 상처를 살피는 사이 시체들을 돌아보던 진우명이 그를 불렀다.

“연 조장.”

연검풍이 돌아보자 진우명이 시체 하나를 뒤집어 놓은 다음 물었다.

“이거 철혈검마 아닙니까?”

연검풍이 다가와 살펴보니 똑 같은 상처를 입은 자가 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었다. 연검풍은 시체의 옆에 놓인 철검을 집어서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혈검마가 맞다.”

연검풍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철혈검마를 돌아보았다. 그의 철검에는 철혈이라는 핏빛 글씨가 음각 되어 있었다. 철혈검이라고 불리는 철혈검마의 검. 그것이 지금 피가 잔뜩 묻어 떨어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이지?”

연검풍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흔적은 단순히 그것만 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시체들에 시선이 가서 몰랐는데 지금 주변은 거의 쑥대밭이다.

움푹 파인 바닥이 있는가 하면 긴 고랑도 몇 개나 눈에 들어왔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연검풍이 주변을 살피는 사이 진우명이 검을 뽑아 들었다. 연검풍이 돌아보자 진우명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원수입니다. 누님에게 그 목을 가져다주고 싶습니다.”

연검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과 함께 챙겨라.”

“예.”

진우명이 죽은 노중백의 머리를 자르는 사이 연검풍은 바닥에 난 흔적들을 살폈다. 이만한 흔적을 남길 정도라면 최소 절정 고수 이상의 대결에서나 볼 수 있으리라.

일류를 넘어 절정을 바라보는 연검풍이었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흔적을 남긴 이들은 적어도 자신보다 두세 수 이상의 고수라는 것을.

진우명이 그 사이 철혈검마의 목을 잘라서 보자기에 싸서는 허리춤에 맨 채 다가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시겠습니까?”

“모르겠다. 적어도 절정 고수 이상 가는 자가 이곳에 나타나 철혈검마와 철검십귀를 죽인 것 같구나.”

“대체 누가 그런 짓을 벌였을까요? 녹림칠십이채가 움직이면 감당하기 힘들 텐데 말이죠.”

연검풍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가만히 주변을 돌아보다가 말했다.

“일단 이곳을 정리하자.”

“이곳을요?”

“그래. 누군지 모르겠지만 네 복수를 대신 해 주었다. 하지만 이곳에 남긴 흔적을 통해서 녹림칠십이채가 그의 뒤를 쫓아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

“그것도 그렇군요.”

“정리하자.”

연검풍이 나서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철검십귀의 검들을 챙기고는 시체를 목옥 중앙에 쌓고 바닥에 난 흔적들을 갈아엎었다. 그리고 주변에 나무를 쌓고 불을 붙였다. 불길이 사방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게 한 뒤 타들어가는 시체들을 지켜보던 연검풍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다행이구나. 직접 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복수를 이뤘으니 말이다.”

진우명은 철검십귀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연검풍은 아무런 말없이 손을 내밀어 진우명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울어도 좋다. 아버지도 이해하실 거다.”

“흑.”

진우명이 훌쩍이자 연검풍은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려줬다. 불길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을 보고 연검풍이 진우명을 돌아보았다.

철검십귀의 검도 모두 둘이 나눠서 짊어진 상태.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가자. 돌아가서 아버지의 위패 앞에 이것들을 바치려면 서둘러야겠다.”

연검풍의 말에 마지막 불길이 사그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진우명이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는 말했다.

“연 조장.”

“왜?”

“의형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연검풍은 가만히 진우명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고작 한 살 차인데?”

“형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연검풍은 손을 내밀어 진우명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일단 돌아가자. 아버지의 위패 앞에서 복수를 한 것을 알리고 결의형제를 맺도록 하자. 우리 형님도 모시고 너희 누님도 모셔야 하지 않겠냐?”

진우명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 모습을 보고 연검풍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돌아가자.”

“예.”

연검풍와 진우명이 철검들을 들쳐 메고 자리를 떠났다.


연검풍과 진우명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연검월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 써준 것 고맙다만 하려면 제대로나 하던지.”

연검월은 천천히 나무에서 내려왔다. 내려선 연검월은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후우.”

연검월은 왼손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매휘양과의 결투에서 연검월은 결국 왼팔에 일격을 당했다. 물론 매휘양도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도망을 쳤지만 연검월의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였다.

설마하니 사황련 서열 삼십 위 안에 드는 매휘양 정도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무래도 요즘 들어 자만했던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쉰 연검월은 가볍게 왼팔을 돌리고는 중얼거렸다.

“서둘러야겠네.”

연검월은 연검풍과 진우명이 조심한다고 했다지만 그들은 꽤나 요란하게 흔적을 남겨 놓았다. 그들이 교룡관에서 배우기는 했지만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녹림칠십이채가 들쑤실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간단히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의 추격대가 따라 붙으면 결국 의협맹까지 추격을 할 테고 그들의 존재는 삽시간에 밝혀진다.

그 뒤부터는 끈질기게 따라 붙을 자들을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평생을 뒤쫓을 자들을.

그래서 연검월은 연검풍과 진우명의 흔적을 샅샅이 지웠다. 매휘양이 자신을 보았으니 그 둘을 의심하지는 않겠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었다.

연검월은 그렇게 형문산에 있던 흔적을 모조리 지웠다.

연검월은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가볍게 다리를 두드렸다.

“아. 갈 길이 멀구나.”

연검풍보다 일찍 돌아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연검월은 빠르게 몸을 날렸다. 바람보다 빠르게 내달리는 연검월은 연신 왼손을 쥐락펴락하면서 눈을 빛냈다.

“다음에는.”

놓치는 것은 한 번 뿐이다. 자신이 작정하고 나섰음에도 살아남은 것은 그녀가 유일했으니까.

“넌 내 손에 죽는다.”

연검월의 귓가로 바람이 스쳐 흘렀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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