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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의 불처럼 뜨겁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곳

비검(秘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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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
작품등록일 :
2013.07.25 18:49
최근연재일 :
2013.09.0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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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08.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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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비검-장로원(1)

DUMMY

장로원










의협맹의 내성 안쪽에서 가장 거대한 십이 층 전각.

의협맹의 모든 결정이 이뤄지는 곳.

맹주전의 대전에는 지금 십수 명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개개인의 면모를 알아보는 이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리라.

의협맹을 떠받치는 육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파견 나온 십이장로가 모두 모여 있었고 상석에는 빈 좌석 하나와 그 옆에 조용히 서 있는 노문사가 있었다.

보통은 한 달에 한 번 씩 모여서 의사 결정을 하지만 오늘은 계획이 없었음에도 모이게 됐다. 그것은 이번에 출관한 철룡검주가 벌인 일 때문이었다.

서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던 십이 장로를 바라보던 노문사가 학익선을 가볍게 부치며 말했다.

“이제 그만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대전의 좌우에 나눠져 앉아있는 이들 중 좌측에 앉아있던 거구의 장년인, 벽력패권 황보숭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맹주님이 오시지 않는 거요?”

노문사는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맹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아시지 않습니까? 정례 회의도 아닌 임시회의에 오실 분이 아니시죠.”

“그럼 이곳의 결정에는 따르신다는 거요?”

노문사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맹주님께서는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제게 맡긴다고 하시더군요.”

노문사의 대답을 들은 황보숭은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옆에 앉아있던 비쩍 마른 장년인, 만독수 당소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남궁 장로께서는 서운하겠소이다.”

“뭐가 말이오?”

남궁성위가 돌아보자 당소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이번에 수석 졸업한 철룡검주는 남궁세가의 아이가 아니었소?”

“그렇소.”

“그런데 차석 졸업생이 더 큰 일을 해냈으니 말이오.”

남궁성위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당소가 양손을 소매 속에 넣고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남궁성위는 그런 당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흥. 나는 이번 일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소이다. 교룡관을 갓 출관한 아이가 철혈검마를 죽였다는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소이까?”

당소는 눈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혹시 차석으로 나온 아이가 수석으로 나와야 했던 것은 아니요?”

지금까지 교룡관 출관생 중 수석은 육파일방이나 오대 세가에서만 나왔다. 차석도 대부분 그들 중에서 나왔지만 아주 드물게 연고가 없는 이들이 나오기는 했다.

그리고 이번 차석 출관생도 연고가 없는 이였다.

그러니 당소가 비꼬는 것은 뼈가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남궁성위는 차분하게 답했다.

“칠 기 출관생 중에 당문의 아이가 차석도 못했던 것 때문에 그러는 것이오?”

당소가 이를 빠득 가는 것을 보며 남궁성위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칠 기 출관생들 중에서야 쟁쟁한 이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니 너무 개념치마시오. 그 아이가 팔 기에 들어왔다면 아마 차석은 하지 않았겠소?”

오대세가의 장로들이라고 무조건 친한 것은 아니다. 육파일방과 대척할 때야 하나로 뭉치지만 이렇게 서로를 헐뜯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노문사가 학익선을 들어 보였다.

“일단 이번 임시 회의 소집 이유에 대해서 알려드려야 겠군요.”

모두의 시선이 노문사에게 향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사실 확인이야 당연히 하겠지만 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이미 철룡검주가 철혈검마의 목을 들고 성문을 넘어오면서 퍼진 소문입니다.”

십이장로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노문사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미 소문이 돈 이상 철룡검주가 설령 철혈검마의 목을 주워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철룡검주가 철혈검마의 목을 베었다는 것으로 알려야 합니다.”

남궁성위가 인상을 굳힌 채 말했다.

“전례를 살펴보면 철룡검주를 위해 일부러라도 소문을 내어야 하니 그 말에는 동감하는 바이오. 하지만 이번 일은 사황련에서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닐 듯하오.”

“물론입니다. 진상 규명을 위해 그쪽에서도 사람들을 보내겠죠. 하지만 상관 없습니다.”

노문사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우리의 발표와 그들의 발표가 일치한 적은 없으니까요.”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사이니 상대방의 발표가 옳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쪽에서는 확실하게 철혈검마의 목이 있으니 그것을 누가 베었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노문사의 말에 당소가 휘파람을 불었다.

“속이 좀 쓰리시겠소?”

“흥.”

남궁성위가 고개를 돌려버리자 노문사가 좌중을 돌아보았다.

“그럼 철룡검주가 철혈검마를 죽였다는 것에 대해 소문을 내는 것에 이견이 없으신 겁니까?”

우측에 앉아있던 이들 중 도건을 쓰고 있던 화산파의 매향검 청수진인이 입을 열었다.

“이견은 없소. 하지만 이번 일을 얼마나 크게 다룰 것이냐에 따라서 포상도 달라지는 것 아니겠소? 이제 막 교룡관을 출관한 이라면 앞으로 일 년 간의 훈련 기간이 있을 테니 그 동안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주었으면 좋겠소만.”

철룡검주들 중에서 소속이 없는 이들은 먼저 줍는 것이 임자라는 생각은 십이 장로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남궁성위마저 그를 포섭하려고 했었으니 말이다.

노문사가 청수진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맹의 차원에서는 영약을 하나 내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고가 없는 이들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내력의 부족이다. 육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지원을 받은 이들은 어려서부터 영약을 먹고 자라니 내력이 부족할 일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영약은 기연이라도 만나지 않는 한 얻기 힘든 물건이니 말이다.

청수진인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영약만 먹는다고 고수가 되겠소? 쓸 만한 비급 하나 정도는 내주어야지.”

당소가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누가 들으면 매화삼릉검이라도 내주려는 줄 알겠소. 잘해봐야 매화검이나 던져주고 화산파의 속가로 받으려는 것 아니오?”

남궁성위를 헐뜯는 것은 헐뜯는 것이고 육파일방에서 철룡검주를 채가는 것을 막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청수진인은 느긋한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듣자하니 그 아이는 검을 쓴다고 들었소. 아무래도 매화검을 건네주는 것이 낫지 않겠소? 당문의 구환살을 가르쳐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오.”

당소가 인상을 찌푸리며 옆을 돌아보았다.

“본가에는 쓸 만한 검공이 없다지만 다른 분들 앞에서 그리 말할 문제는 아닐 듯 하오만.”

듣고만 있던 남궁성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본가의 검공 또한 화산파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소.”

“그래서 창궁무애검법이라도 내놓으실 생각이시오?”

남궁성위가 그 말에 입을 다물자 청수진인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일단 그 아이를 만나 어떤 류의 검공을 익혔는지 알아보고 그에 맞는 검을 내주면 되지 않겠소?”

아무래도 오대세가 보다는 육파일방의 검공이 더 뛰어나다. 검으로 우뚝 선 화산파나 무당파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노문사는 그들의 언쟁을 바라보다가 학익선을 가볍게 휘둘렀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자 노문사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철룡검주를 아끼는 마음에 그러신 것을 알겠습니다. 일단 영약으로 내줄 것은 정협단으로 정했으니 그리 아시면 될 것입니다. 비급을 내주자는 것에 모두 동의하신 것 같으니 그것은 그 아이를 직접 만나보고 정하는 것이 옳을 듯 하군요.”

당소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협단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군.”

정협단은 의협맹의 약당에서 만드는 영약 중 하나로 한 알에 이십 년의 공력을 쌓을 수 있는 상당히 뛰어난 영약이다. 그것을 먹는다면 철룡검주의 내력은 확실히 동년배들을 넘어서게 되리라.

십이 장로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노문사의 말에 수긍했다. 노문사는 학익선을 살랑이며 말했다.

“어차피 어떤 비급을 내리든 발표에 넣을 수는 없으니 철룡검주의 일에 대해서 발표는 내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철룡검주가 배치를 받기 전에 이곳에 들르게 할 테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내일 오시 말에 이곳에 모여 주십시오.”

노문사가 먼저 대전을 떠나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궁성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검풍은 자신이 먼저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워낙에 큰일을 저질러서 모두의 관심이 집중 되었다. 다른 이들이 물러나야 할 정도로 큰 것을 내놓지 않는 이상 그를 손에 넣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다.

한숨을 내쉰 남궁성위가 대전을 벗어나는데 그의 곁으로 황보숭이 다가왔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남궁성위와 황보숭은 다른 오대 세가들과 다르게 어려서부터 친분이 있었다. 남궁성위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원창이의 자질이 뛰어남은 자네도 알고 있을 걸세. 그러니 굳이 다른 아이를 무리해서까지 얻고 싶지는 않군.”

“흐음. 하는 데까지만 해본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황보숭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아이일지 기대되는군.”

철혈검마의 목을 베었다고 하면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고작 교룡관 출관생 두 명이서 철혈채를 찾아간 배포만 보아도 쓸 만한 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교룡관의 차석이라는 점도 있지만 여러모로 호기심이 가는 아이였다.

황보숭이 대전을 나와 정원을 걷다가 넌지시 물었다.

“남궁세가에서 적당한 선에서 물러난다면 본가에서 데려가도 되겠나?”

남궁성위는 황보숭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황보가가 데려간다면 좋은 일이지. 저들이 데려가는 것보다야.”

오대세가 중에서도 유독 친분이 있는 황보세가니 그들이 데려 갈 수 있다면 남궁세가로 데려오는 것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조건이었다.

“하하하. 이해해주니 고맙네.”

“그런데 황보세가에서 그 아이를 꼭 데려가야 할 이유라도 있나?”

황보숭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아무래도 백호대에 보내 놓았던 철환이 걱정되어서 말일세.”

“철환 그 아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지 않나? 이미 백호대주를 맡고 있으니 말일세.”

“그 아이의 손발이 되어줄 아이가 필요해서 말이야.”

“흐음.”

남궁성위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남궁원창도 백호대에 넣을 생각이었다. 오대 세가의 아이들이 대부분 자리를 잡고 있는 백호대가 아닌 다른 곳에 보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곳에 함께 들어가게 된다면 굳이 자신들이 데리고 오지 않아도 그 전력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사신대가 비록 의협맹의 타격대이기는 하지만 백호대는 거의 오대세가가 가진 타격대라고 봐도 무방했으니 말이다.

철룡검주 정도 되는 이를 손발이 되어줄 아이로 구하는 것만 보아도 황보숭이 얼마나 황보철환을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황보철환이었지만 황보숭에게는 그저 불안해 보이는 자식일 뿐이었다. 그러니 철룡검주 씩이나 되는 아이를 거두려고 하는 것이리라.

“잘해보게. 나도 자네를 밀어주겠네.”

“고마우이.”

황보숭이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고 남궁성위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지만 이렇게 빚을 지워두면 나중에 다 쓸 데가 있으니까.


작가의말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온도는 낮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군요...

에혀....

모두 더위 힘차게 이겨내세요^^/

그럼 저는 이만 히리릭~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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