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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179_9871js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2.27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7 23:2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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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5
추천수 :
299
글자수 :
148,425

작성
23.03.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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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화

DUMMY

관천령은 쉽게 말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말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는듯 했다.


왜냐하면 영기들은 잡으려고만 하면 반발심 강한 사춘기 소년처럼 미쳐 날뛰기 시작해 오히려 더욱 빨리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네까짓 게 감히 날 잡으려 하느냐 하고 비웃는 것 같았다.


' 제길! '


[ 괜찮다. 흡력만 만들어진다면 그때부터는 영기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


'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


아직 흡명마공에 입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 겨우 첫발을 때려고 하는 관산에게 영기라는 기운(氣運)은 초원을 질주하며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할 마음이 없던 관산은 필사적으로 날뛰는 영기를 제어하기 시작했고 빠져나가는 영기를 충당하기 위해 벌써 상옥초를 여섯 뿌리나 씹어 먹고 있었다.


만약 그 모습을 다른 사람이 봤다면 그자는 상옥초가 아까워 미쳐 버렸을 것이다.


관산이 막 일곱 번째 상옥초를 집어 들었을 때 문득 머릿속으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중년인의 목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했다.


{ 혈신(血神)이시여. }


' 어르신 이 목소리....들리십니까? '


관산은 깜짝 놀라 황급히 목소리의 정체를 물어보았지만 의외로 관천령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 무슨 소리 말이냐? 산만하게 굴지 말고 어서 구결에만 집중해라 ]


{ 일천년 만에 기도에 응답하시어 나선존자인 스승의 의발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목소리는 관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계속 들려오고 있었는데 그런데 신기하게도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미쳐 날뛰던 영기들이 뭔가에 겁을 먹은듯 움직임을 멈췄고 갑자기 얌전해 지기까지 했다.


' 누구십니까? 누군데 저에게 말을 걸어오시는 겁니까? '


관산은 형(形)이 아닌 상(想)으로 뜻을 전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그와 대화를 시도했다.


{ 나는 혈신의 사도이며 혈교의 8대 교주였던 소을순의 분혼이다. }


' 혈교의 교주요? 혈교는 중원성이란 곳에 있다 들었는데 어떻게 이곳 곡문성까지 오시게 된 것인지.. '


{ 여기가 곡문성이란 곳이었구나. 어쩐지 대기에 전혀 기가 느껴지지도 않고 잠깐씩 보였던 자들의 모습이 중원성의 양식과 판이하게 다르더라니 난 중원성 어딘가가 아닌 아예 행성을 뛰어 넘어 버렸던 거였어..}


소을순의 목소리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관산은 그의 기분이 어떨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관산은 소을순에게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물었고 그는 별 부담 없이 그 일을 말해 주었다.


{ 난 천년 전 천마와의 대결 도중 갑자기 생겨난 공혈(孔穴)에 휩쓸려 버렸다. 그 공혈 속에서 육신은 갈기갈기 찢겨 죽음을 맞았지만 간신히 분혼 한 조각만은 살려냈지 그리고 혈신의 뜻이 깃든 흡명마공 비급에 숨어 수많은 물건들과 함께 공간의 틈을 표류했다. 그러다 갑자기 벌어진 또 다른 틈에 빨려 들어가 이곳에 떨어진 것이다. }


' 그 속에서 얼마나 표류하다 나오신 겁니까? '


{ 공간의 틈에서 시간은 무의미하다. 내 기분으론 족히 몇 백 년은 지난거 같지만 실제 더 지났을수도 있고 덜 지났을수도 있다. }


' 그렇군요 말만 들어봐도 정말 무서운 곳 같습니다. '


소을순의 설명으로 관산은 본의 아니게 미지의 하늘문에 대한 정체를 파악해 버렸다.


예전 그는 하늘문이 웜홀처럼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지만 그 생각은 아마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던 모양이었다.


소을순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 이후 난 영기를 느낄 수 있는 자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서 무려 천년을 견뎠고 이제야 너를 만나게 된 것이다. }


' 글쎄요.. 전 영기든 원기든 그런거에 지식이 많지 않아 영기가 정확하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영기를 느낀다는 게 특별한 것인지도 모르겠구요 '


{ 곧 알게 될 것이다. }


{ 넌 지금 큰 행운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태란 걸 알아야 한다. 우리가 만약 세 달 만 늦게 만났어도 난 소멸했을 것이고 넌 절대 흡명마공을 익히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


' 그건 왜 그렇습니까? '


{ 구결만으로는 절대 흡명마공을 온전히 익힐 수 없기 때문이다. 흡명마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언령(言靈)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진의(眞意)를 깨달을 수 있지. 언령이 빠진 흡명마공은 흡명마공이 아니라 조잡한 흡기마공일 뿐이다. }


설마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관산은 소을순이란 자를 만난게 정말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랬던 거군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관천령은 왜 어르신의 목소리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까? '


{ 기령의 이름이 관천령이냐? 고작 기령 주체에 내 존재를 느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걱정하지 말거라 난 전할 것 만 전하고 사라질 것이다. 저 나이만 많이 먹은 녀석은 절대 내 존재를 짐작조차 하지 못할 테니 굳이 우리의 만남을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그는 네가 나에게 혈교의 의발을 전수 받은 사실을 평생 알아차리지 못할 테니까 }


관산은 부쩍 미지의 존재들과 조우가 잦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얻는 게 많다 보니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 명심하거라 혈교 교주의 무공을 익힌다는 건 바로 그자가 차기 교주란 소리다. }


' 어르신 이곳은 중원성이 아닙니다.. '


{ 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왔는데 네가 중원성에 가지 말란 법은 없지 않느냐. 만약 중원성에 가게 된다면 혈교를 좀 부탁한다. 혈교라는 이름 때문에 오해를 참 많이 받는 불쌍한 녀석들이다. }


웬지 소을순의 깊은 회한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 그냥 교의 이름을 바꾸시지..아 그런데 그때 당시 천마도 같이 공혈이란 곳에 빨려 들어갔었습니까? '


영원한 무림지존이라 불리는 천마의 생사가 궁금했던 관산이 이야기를 꺼냈다.


{ 아니.. 그는 공혈에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더러운 놈이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자 비겁하게 내 머리를 박차고 공혈을 피해가 더구나.. 덕분에 난.. 아무것도 못해봤다. }


' 아.....예 '


그때의 상황이 상상되는 것 같아 관산은 순간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웃음을 참아냈다.


{ 우선 간략하게 나마 설명을 하자면 흡명마공은 사실 무공 보다는 신통에 가깝다. 많은 자들이 흡명이란 말을 곡해해 수많은 마공들 중 하나로 생각하지만 그건 흡명마공의 십 분의 일도 모르고 멋대로 지껄이는 소리다. }


' 신통과 무공의 차이점이 뭡니까? '


{ 설명하려면 길다. 그건 흡명마공의 언령을 넘겨줄 때 같이 알려 주겠다. 그러니 지금은 궁금증보다는 마음의 잡념을 없애는데 주력하거라. }


' 예.. 어차피 흡명마공이 아니라면 1년도 살지 못할 몸입니다. 저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상태입니다. '


{ 좋구나.. 그 정도 마음가짐이라면 충분히 차위역류마환대법(車委逆流魔環大法)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


관산의 각오가 마음에 든 소을순은 즉시 머리속으로 속으로 들어가 차위역류마환대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이 순간 소을순의 마음은 말과는 다르게 순수하지는 못했다.


' 아깝구나.. 분혼이 이 정도로 약해지지만 않았어도 녀석의 몸을 한번 노려볼 수 있었을 것을.. 이렇게 된 이상 기회는 한 번 뿐이다. 녀석의 삶보다 몇 배 능가하는 기억으로 자아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지만 어차피 곧 소멸될 몸. 1할의 가능성이라도 감지덕지 해야 할 상황이 이다. '


소을순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분혼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억을 관산에게 건네주기로 마음먹었다.


생각대로라면 관산은 9할의 확률로 머리가 터져 죽거나 아니면 바보가 되겠지만 그에게 관산은 오다 가다 만난 아이. 딱 그 정도였기에 애초에 생사에 큰 관심이 없었다. 단지 혈교의 비전이 자신과 함께 사라지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관산에게는 그가 모르는 비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전생을 기억해낸 관산의 정신 세계가 일반인들보다 수십 배는 깊고 넓다는 것이다.


대법이 시작 되자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을순이 가지고 있던 기억을 통째로 전이 되기 시작했다.


{ 심기회전 나선일체(心機廻轉 螺旋一切). 흡은 나선에서 나오고 나선은 면면히 이어지는 의지의 관철이다. }


가장 먼저 전이가 이뤄진 건 당연히 구전으로 전해진다는 흡명마공의 언령과 진의였고 이후로 흡명마공에 대한 소을순의 수많은 깨달음들이 이어져 들어왔다.


' 아 이런 것이었구나..'


환희와 돈오. 소을순의 기억들과 경험들이 머릿속으로 쌓여갈수록 관산은 진정한 흡명마공이란게 어떤 건지 깊게 깨닫게 되었고 마치 당장에라도 익힐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구쳤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흡명마공의 모든 걸 전수 받은 관산은 생전 처음 온 몸이 희열로 가득 찼지만 어쩐 일인지 기억의 전이는 끝나지 않았다.


흡명마공의 뒤를 이어 관산의 머릿속으로 [ 혈왕장(血枉掌) ] 과 [ 혈마수라공(血魔修羅功) ] [ 혈마오검(血魔五劍) ] 같은 수많은 혈교의 무공이 전이되어 왔고 무공의 기초에서부터 경지에 대한 깨달음까지 전이는 끝이 없었다.


심지어 소을순은 관산에게 정파의 무공인 화산의 [ 자하신공(紫霞神功) ]에 [ 매화십이검(梅花十二劒) ]까지 건네 주었다.


그렇게 전이 받은 무공은 무려 사십여 가지에 그 속에는 수많은 정파의 무공과 마교의 무공까지 다수 섞여 있었다.


모든 무공을 넘겨준 소을순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백이십 년 인생이 담긴 기억까지 전해주고는 광천대소를 터트렸다.


' 으하하하하하하 굉장하구나! 굉장해. '


소을순은 한참을 그렇게 웃어 댔고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소을순이 사라지자 그제야 관천령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괜찮은 것이냐? 수십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걱정했질 않느냐 ]


" 제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습니까? "


[ 길지 않다. 반에 정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더구나 네가 한눈을 판 사이에 몸속에 있던 영기들이 모조리 빠져 나가 버렸다. ]


" 그랬군요. "


관산은 사실 영기같은 건 아깝지 않았다. 사라진 영기야 다시 영초를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는 일단 방금 겪었던 일을 관천령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괜히 말해줘 봐야 귀찮아 질게 뻔했다.


[ 무슨 일인지 말해 보거라 ]


" 죄송합니다 어르신. 구결을 운용하다 갑자기 깨달음이 찾아와 저도 모르게 그만 정신을 놓쳐 버렸습니다. "


관산은 나름 그럴듯한 거짓말로 변명을 했지만 관천령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 웃기는 소리. 무공의 무짜도 모르는 놈이 무슨 깨달음? 네가 날 어디 객점 점소이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그러지 않고 서야 세 살 먹은 아이도 믿지 않을 소리를 하지는 않았겠지 ]


" 정말입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당장 그 깨달음의 결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


[ 오냐 어디 해보거라.. 네 말이 사실이면 오늘부터 널 주인님이라 부르며 모시겠다. 대신 거짓말이면 넌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내 부탁 세 가지를 들어줘야 한다. ]


" 좋습니다. 어르신 그 말 물리기 없기입니다! "



관천령의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은 관산은 급히 약초밭으로가 상옥초 두 뿌리를 가지고 나왔고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통째로 씹어 먹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그가 먹은 상옥초는 총 아홉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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