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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179_9871js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2.27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7 23: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5,539
추천수 :
299
글자수 :
148,425

작성
23.03.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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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화

DUMMY

딸깍


문이 열리고 제임스가 차상호와 함께 들어왔다.


' 이건 예상하지 못 한 상황인데..'


" 따라오너라 "


차상호가 특유의 거만한 표정으로 관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며 제임스의 표정을 확인했고 그의 묘한 표정에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눈치챘다.


' 다행히 당장 죽지는 않겠는데 '


관산이 말없이 차상호의 뒤를 따라가자 차상호는 그를 다시 수희가 치료받고 있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는 관산을 수희 앞까지 데리고 와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 낮에 했던 것과 똑같이 해보거라 "


차상호가 이불을 걷어내며 말하자 수희의 복부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더니 마치 관산을 바라보듯 몸을 세웠다.


왠지 섬뜩한 장면이었지만 관산은 차상호가 시키는 대로 손가락에 상처를 내어 피를 수희의 상체에 떨어트렸다.


잠시 후 대여섯 방울의 피가 수희의 상체에 떨어지자 촉수가 기다렸다는 것처럼 허겁지겁 피를 빨아 먹기 시작했다.


오전의 모습과 별반 다를 거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관산은 그때와는 다른 장면을 목격했다.


' 수희의 호흡이 안정되고 얼굴도 편안해진다 '


그랬다. 내내 고통스러워 신음 소리와 거친 호흡을 토해내던 수희의 얼굴이 한결 편안하게 변한 것이다.


그걸 본 관산은 일부러 상처를 벌려 더 많은 피를 쏟아냈고 옆에서 지켜보던 두 사람도 말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봤다.


주룩


많은 피가 떨어지자 당연히 촉수는 기뻐하며 게걸스럽게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수희의 호흡은 더욱 안정되고 얼굴도 잠자는 사람처럼 평온해져 갔다.


아니 실제로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고통 없이 잠에 빠져 들었고 아주 작게 코까지 골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수희 상체에 머물러있던 핏방울들이 그대로 수희의 몸속으로 스며드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 엇! "


이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제임스가 외마디 비명까지 토해내며 놀라워했지만 세 사람은 끝까지 상황을 지켜볼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피가 스며든 자리의 상처가 아주 조금이지만 아물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야 차상호의 눈이 순간 강렬하게 번뜩거렸다.


우연히 그의 눈빛을 본 관산은 순간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 뭐지 저 눈빛은? '


남몰래 차상호를 주시하던 관산이 다시 돌아봤을 때는 이미 차상호의 눈빛은 사라져 있었고 제임스만이 연신 감탄사를 토해내고 있었다.


" 오오오 이럴 수가.. "


'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야 확실히 무서운 눈빛이었어 아무래도 좀 더 경계를 해야겠어.. 그건 그렇고 이게 나에게 좋은 상황인거야 나쁜 상황인거야? '


관산이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웬일로 차상호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공로를 치하 해 주었다.


" 고생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거라. 과하지 않은 선에서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수희에게 네 피를 흘려 줬으면 좋겠다. "


" 고맙습니다. 하지만 피에 좋은 반응이 일어난다는 걸 알았으니 굳이 제 피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의 피를 조금씩 모으면 수희 아가씨의 상처 회복은 더 빨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


관산은 더 이상 몸에 상처를 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나름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았지만 제임스의 한마디에 찬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 이미 해보았다. 상족들은 물론이고 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피로 시험해 봤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직 네 피에만 반응을 했다. "


" 예? 그게 정말입니까? "


깜짝 놀란 관산은 문득 자신이 오늘 참 여러 번 놀란다고 생각했고 그제야 차상호가 직접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아차리고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 사실이다. 이걸 보거라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느냐 "


제임스가 직접 자신의 손을 들어 생겨 난지 얼마 안 된 상처까지 보여주니 믿고 싶지 않아도 믿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 빌어먹을 정말이구나 하지만 왜. 내 피에만..반응을 하는거지? '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관산이 표정이 일그러지자 제임스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 네 피에 다른 사람들에겐 없는 뭔가가 담겨있거나 아니면 가장 처음 접한 피에만 반응하는지도 모르지.. 흐음 이건 추후 연구가 좀 필요하겠어 ..모르긴 몰라도 세상에 혁명을 일으킬 굉장한 연구가 되겠지.. "


제임스는 말하다 말고 금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버리자 그때 관천령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 쯧쯧 어린놈의 인생이 참 산 넘어 산이로구나. 용한 복사(卜士)라도 찾아가 점이라도 한번 봐 보거라 무슨 놈의 인생이 그 모양인지 말이다. ]


' 어르신 제가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닙니다..'


관산의 표정을 읽은 차상호가 듣기 좋은 소리로 다시 한번 그를 유혹해왔다.


" 그런 표정 지을 것 없다. 상처 회복에 좋은 약과 네가 고생하는 만큼 보상은 확실히 해줄 테니까 "


그의 말에 감히 싫다 좋다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관산은 어찌 됐든 말을 따를 수밖에 없어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 알겠습니다. "


" 그래. 내일부터 저녁도 우리와 함께하자꾸나 "


그날부터 관산의 대우는 급격하게 달라졌다. 평소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차수현조차 관산에게 살갑게 대해주었고 저택에 살고 있는 그 누구라도 관산의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관산은 하루에 한 번 수희에게 피를 흘려주고 나면 자유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 또 서재에 가는 것이냐? "


관산 덕분에 한결 진료가 편해진 제임스가 웃으며 관산에게 말을 걸어왔다.


" 네 박사님 이곳에 있어봐야 할 것도 없고 해서 서재에 가는 길입니다. "


" 그래 다녀오거라 그 나이 때에 많은 책을 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혹시 내 의료서적도 보고 싶으면 이야기하거라 기꺼이 빌려줄 테니까 "


" 고맙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생기면 그때 말씀 드릴게요 "


제임스는 은근히 관산을 자신의 보조로 키우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냈지만 관산은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 제임스의 호의를 대충 무시하고 서재로 향했다.


저택 1층에 위치한 서재에 들어서 관리인 한 명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관산을 지나쳤다. 그도 그럴 것이 관산이 서재에 드나든 후로 그의 일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 쳇 꼬마 놈 오늘은 또 얼마나 어지럽혀 놀려고 이렇게 일찍 온 거야 '


관산은 눈빛만으로 관리인의 불만을 알아차렸지만 신경 쓰지 않고 서재를 돌아다니며 책 몇 권을 꺼내 비치된 탁자로 돌아왔다.


[ 마수도감 하(下) ] [ 기형수 목록 17편 ] [ 정급(丁級) 나락의 종류 ] 등등등....


서재를 한 바퀴 돌아본 관산은 오늘도 마수와 기형수 나락에 관한 책들만 잔뜩 골라와 읽기 시작했고 빠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 넌 조바심도 안나느냐? ]


" 제가 책 보고 있을 때는 말 걸지 않기로 약속하셨잖습니까 "


[ 답답해서 그런다. 이곳에 들어온 목적을 잊은 건 아닐 테고 지금 태평하게 그런 거나 보고 있을 때냔 말이야 ]


관산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벌써 2주를 넘기고 있어서 서재에 보관되어 있는 책들도 서서히 바닥을 들어내고 있었지만 그가 원하는 흡명마공에 대한 흔적이나 단서은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료들은 돈 주고도 구하지 못할 귀중한 것들입니다. 볼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봐놔야 합니다. 그러니 너무 조바심 내지 마십시오 어르신. 인생이 어디 생각대로 흘러가는 거 보셨습니까.. "


[ 애 늙은이 같은 녀석. ]


시간 가는 줄 모른 체 책 속에 빠져 있던 관산이 가져온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주위가 어느새 암흑에 잠겨 있었다.


밖에 걸려있는 붉은 달의 위치를 보니 저녁 10시가 넘어간 듯 보여 관산은 서재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가 막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기다리고 있던 차수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 이때까지 서재에 있다 나오는 거야? "


" 네 .. "


" 수희같은 녀석이 여기 또 한 명 있네..늦었지만 나와 잠깐 이야기 좀 할래? "


" 알겠습니다. "


" 그래. 이곳은 답답하니 밖으로 나가자 "


수현과 관산은 저택의 뒤뜰로 향했다. 그곳에는 작은 정원이 존재했는데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화초와 잡초가 뒤섞여 있어서 달빛에 왠지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 수희가 자주 오던 곳이야.. 엄마가 살아 계실 때는 엄마가 관리했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수희가 줄곧 관리했는데... "


차수현이 옛일이 떠올랐는지 그리움 가득한 표정으로 잡초 무성한 정원의 벤치에 앉자 관산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 물어봐 "


" 수희님은 어쩌다 저렇게 되신 겁니까? "


" 대충 알잖아 각성 중 폭주했다는 거. 뭐가 더 궁금한데? "


" 그건 저도 들어서 알지만 왜 같이 비약을 마신 수현님은 멀쩡한데 쌍둥이인 수희님만 저런 상태에 빠진 건지 궁금해서 묻는 겁니다. "


각성계에 대해 지식이 얕은 관산은 줄 곳 그게 궁금했었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오자 가장 먼저 물어보았다.


" 간단해 우리가 마신 비약의 질이 안 좋았으니까... 최상급 비약이었다면 부작용도 적었겠지만 우리가 마신 비약은 하급에 지나지 않아서 폭주에 대한 위험성이 50프로 정도는 있었어.. 확률적으로 둘 중 하나는 폭주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수희가 재수 없게 그 확률을 비켜가지 못한 거지.. "


" 그랬던 거군요.. 비약이 많이 비쌌나 봅니다. "


" 그래 비싸. 질이 낮은 하급도 금석 2천 개가 넘어가는데 중급이나 상급은 어쩌겠어 재력이 상당한 가문이 아니면 상급은 엄두도 못 내 "


" 하급이 금석 2천개요? "


그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금액이었다. 금석 2천 개면 지구의 화폐가치로 봤을 때 2억이 넘어가는 금액이라 이곳에서 소득으로는 평생을 벌어도 반에 반도 모으기 힘들 액수였다.


이곳 주민들의 한 달 생활비가 금석 10개인 걸 감안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 사실 큰 오빠는 하급 비약을 살 생각이 없었어 중급 비약 하나를 우리 둘 중 한 사람에게 줄 생각이었는데 수희와 내가 우겨서 그걸 하급 비약 2개로 교환한거야.. "


" 왜 그렇게 무리하게..."


" 큰 오빠와 작은 오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으니까. "


" 그러셨군요 "


수현의 말투에서 이들 남매에게 남들은 모를 사정이 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관산은 더 이상 깊이 알고 싶지 않아 급히 화제를 돌렸다.


" 어머님은 돌아가신 걸 알겠는데 집에 다른 어른들은 안 계시는 것 같습니다. "


" 너 내가 좀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막 물어본다? 이제 내가 만만해? "


' 지랄맞은 성격 어디 안 가지. '


" 제 질문이 불편했다면 죄송합니다. "


관산은 수희가 또 발작하는 게 아닌가 조금 걱정됐지만 그렇다고 겁을 먹거나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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