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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179_9871js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2.27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7 23: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5,536
추천수 :
299
글자수 :
148,425

작성
23.03.15 20:03
조회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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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

DUMMY

이미 해가 중천으로 떠오른 오전 의외로 관산은 물 밖으로 나와 갈대숲에 숨어 있었다. 이유는 근처 강 위에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들의 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그는 일단 물 밖으로 나와 갈대를 한 움큼 꺾어 그걸 몸에 칭칭 감았다. 체온 유지와 은폐 두 가지 한꺼번에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 그래도 마수에게 쫓길 때보다는 상황이 좋은 것 같다. ]


" 글쎄요.. 전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


잠이라도 한숨 자고 싶었지만 뼛속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관산은 태평한 관천령의 목소리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굳이 그때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이곳이 습지이다 보니 먹을 수 있는 철새 알이 지천에 널려 있다는 것 정도 일 것이다.


[ 거봐라 일단 굶어 죽을 일은 없지 않으냐.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 두거라 ]


관천령의 말대로 일단 새 알로 배를 채운 관산은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가 어부들이 돌아간 걸 확인하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 아무래도 이곳을 벗어나야 할 거 같습니다. "


[ 왜 그러느냐? 숨어서 이동하기 딱 적당해 보이는데 ]


" 영하의 날씨 때문에 저체온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이대로 가다간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


[ 그러냐? 난 육체란 걸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누가 그러더구나 육체란 축복이면서 천형(天刑)과 같아서 문틀 하나 사이를 두고 극명하게 나뉜다고.. 안주하면 행복하지만 그 낮은 문틀을 넘기 위해서는 삼생(三生)을 고행해도 이루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


왠지 현기가 느껴지는 관천령의 말에 관산이 뜻을 물어보았다.


" 무슨 뜻입니까? 누가 그런 소리를 했습니까? "


[ 글쎄다.. 분명 기억에는 있어 주절거리긴 했는데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는지는 어째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쩝 봉인된 기억을 찾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훨씬 많은 생명력이 필요할 것 같다. ]


" 그렇게 노골적으로 입맛 다시지 마십시오....더 드리고 싶어도 없으니까요. "


관산은 일단 물길을 벗어나 인가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가 막 다시 이동을 시작할 무렵 차상호와 차종호가 관산이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고 가문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가문으로 복귀한 차상호가 다짜고짜 마중 나온 수현의 뺨을 후려쳐 버렸다.


" 멍청한 것. 그런 어린아이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다니 그런 널 믿고 내가 무슨 일을 하겠느냐 "


" 죄송해요 큰오빠 "


수현은 분하고 억울했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감히 오빠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 어디로 어떻게 도망쳤느냐. "


" 그걸 모르겠어요.. 분명 가문을 벗어 났다면 경고음이 울렸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고 도무지 어디로 도망친 것인지 흔적을 못 찾겠어요 "


" 쯧 수희의 상태는 "


" 제임스 박사가 돌보고 있어요. 아직은 괜찮지만 신평의 피가 없다면 곧 다시 혼수상태에 빠질 거라고 합니다 "


" 빌어먹을 이틀이다. 단 이틀만 놈을 잡고 있었어도 수희를 살려낼 수 있었을 텐데 .. "


차상호가 분노하고 있던 그때 차종호가 끼어들었다.


" 형님 일단 헌터들을 모집해서 추격을 해야겠습니다. 놈이 어디로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갔든 결국 경계의 문으로 향했을 겁니다. 제가 가서 놈을 잡아 올테니 일단 부유전함 선착장에도 사람을 보내 놓으십시오 "


" 그래 알겠다. 수현이 넌 놈이 아직 저택 내에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이곳을 샅샅이 수색하고 종호 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놈을 잡아와라. 난 일단 하던 준비를 마무리해야겠다. "


" 예 "


각자 할 일을 부여받은 동생들이 자리를 떠나자 차상호는 수희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그녀가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 어서 오십시오 "


" 고생이 많으십니다. 박사님 "


차상호가 방으로 들어오자 눈치를 살피던 제임스가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마침 깨어있던 수희가 오빠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 언제 왔어.. "


수희가 말을 걸었지만 차상호는 냉막한 표정을 풀지 않았고 그 상태로 한참이나 더 수희의 얼굴을 내려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왜 그랬느냐.. 왜 살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냐.. "


아니길 바랐는데 역시나 자신의 오빠는 돌아가는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는지 이 일에 자신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 미안해 오빠.. 그 아이가 나 때문에 희생당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어.."


" 어리석은 것 .. 넌 항상 그 여린 마음이 문제다.. 어머니의 나쁜 면만 닮아 과한 인정으로 항상 일을 그르치기 일쑤였지.. 아버지는 그런 면 때문에 널 끔찍하게 생각하지만 난 아니다. "


수희에게 차갑게 쏘아붙인 차상호가 매몰차게 돌아섰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한마디를 더 남겨 놓고 방을 나가버렸다.


" 신평은 반드시 잡아올 것이다. 널 위해서가 아닌 가문을 위해서 "


그렇게 차상호가 방을 나가 버리자 수희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작은 목소리로 오빠가 했던 말을 부정했다.


" 아니..오빠 관산은 절대 잡히지 않을 거야.. 그는 어리지만 강한 남자이니까 "



그날 밤 차 씨 남매들의 본격적인 추격이 시작되고 있을 때 관산은 어느 허름한 건물 창고에 스며든 상태였다.


당연히 난방 같은 건 기대할 수도 없었지만 소를 키우는 집이다 보니 많은 짚단들이 쌓여있어 그 속이라면 하룻밤 정도는 비교적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오늘 밤 이곳에서 쉬면서 최대한 체온과 체력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고 생각 중이었다.


[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자거라. 무슨 일 있으면 내가 깨워줄 테니까 ]


" 고맙습니다 어르신. 동이 트기 전에 깨워주십시오 "


비록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관천령 덕분에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관산은 창고를 빠져나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밤 사이 더 떨어진 기온 때문에 강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낀 그는 중간중간 다른 집들에 몰래 침입해 옷과 음식을 훔치는데 성공했으며 약간이지만 골드까지 손에 넣었다.


그 돈이라면 경계의 문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 생각한 관산은 고민하기 시작했고 고심 끝에 결국 음밀함을 포기하는 대신 빠르게 치고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오후 관산이 모자를 깊게 눌러쓴 체 기차역에 들어서자 몇몇 남자들의 눈길이 자신에게 따라붙는 걸 느꼈다.


[ 오른쪽에 하나 왼쪽에 두 명이 널 쳐다보고 있구나 ]


" 예 "


관산 역시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럴수록 태연하게 발권 창구에 다가가 신분증과 골드를 내밀었다.


" 14구역 한 장요 "


" 이름 "


" 관산입니다. "


발권을 담당하는 여자가 신분증을 확인하고 탑승권을 건네주었고 신평이 아닌 관산으로 발급 받은 탑승권을 건네받은 그는 유유히 기차에 올라탔다.


이동하는 동안 살짝 뒤를 돌아보자 자신을 주시하고 있던 남자들이 발권 창구에 다가가 뭔가를 묻는 모습이 보였지만 관산은 신경 쓰지 않았다.


[ 바로 경계의 문까지 가지 않고.. ]


" 만약 그랬다면 저 헌터들은 발권 창구가 아닌 저에게 다가왔을 겁니다 "


[ 본격적으로 추격이 시작됐나 보구나 ]


" 예 벌써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났는데 추격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요 "


[ 그들 중 네 얼굴을 알고 있는 자가 분명 경계의 문이라는 곳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후에는 어쩔 셈이냐? ]


" 아마도 그럴 겁니다. 아직은 딱히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 창천시를 벗어날 겁니다. ]


[ 차라리 이곳에서 좀 더 숨어있다 경계가 좀 느슨해지면 그때 나가는 건 어떻겠느냐? ]


관천령이 이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건네왔지만 관산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 이곳은 그들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여서 조만간 포위망이 더욱 탄탄해질 겁니다. 차라리 지금처럼 완전히 포위망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가 그나마 도망칠 구멍이 존재합니다 "


관천령과 대화를 마치고 잠시 눈을 감고 있자 열차가 출발을 알리는 기적소리를 토해냈고 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출발하겠습니다. 승객분들은 모두 탑승해 주십시오 "


14구역까지 앞으로 3시간 관산은 마지막일지도 모를 휴식시간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잠깐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전철은 어느새 14구역에 도착해 있었다.


경계의 문을 가기 위한 마지막 정착지 관산은 일부러 14구역에 온 것이었으며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에 있는 암시장으로 향했다.


14구역은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거대한 부품들로 이뤄진 곳이었다.


일렬로 늘어선 상점이나 이층으로 만들어진 주택들이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 부품들로 만들어져 만화영화의 기계도시를 연상시켰다.


일견 굉장히 차가워 어지러워 보이는 도시이지만 관산은 어렵지 않게 허름한 술집 간판에 숨겨진 암시장 표식을 찾아내 그곳으로 들어갔다.


" 어소옵...어린 아이네 "


" 어린아이 아닙니다. 열다섯입니다. "


" 정말? 열세 살 이상으론 안 보이는데.... 어쨌든 첫 손님이라 쫓아낼 수도 없으니 들어와라. "


주인으로 보이는 이십 대 청년은 첫 손님을 받지 않으면 하루 종일 재수가 없다는 미신을 믿는 건지 관산의 출입을 허락해 주었다.


" 맥주라도 주랴? "


" 예.주십시오 "


청년은 농담으로 건넨 말에 관산이 정말 수락하자 진짜로 500cc 맥주 한 잔을 관산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가져다주었다.


" 옛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특별히 주는 거야 "


" 고맙습니다. "


이 세계에서는 처음 마셔보는 맥주. 하지만 익히 아는 맛이라 그는 단숨에 500cc 맥주 한잔을 비워버렸다.


" 이 녀석 보통이 아니 내.."


탁자에 잔을 내려놓은 관산은 청년이 보는 앞에서 금석을 하나 올려놓고 탁자를 짧게 세 번 그리고 길게 두 번 두드렸다. 그건 정보를 사고 싶다는 암시장의 은어 중 하나였다.


" 호오 이것 봐라 정말 손님이었네.. 말해봐 어떤 정보를 원하는데? "


" 내일 오전에 하늘문 좌표를 찾아 경계 밖을 나가는 자들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 흐음.. 있기는 있지만... 하늘문에 관한 정보는 좀 비싼데.."


청년이 살짝 뜸을 들이자 관산은 지체 없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금석을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 전 재산입니다. 이것으로 정보를 살 수 없다면 전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


관산의 통첩에 청년은 더 흥정할 마음을 접고 그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 은 씨 가문의 소향이 담군들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상당히 급하게 모으고 있는 모양인데 내 느낌상 분명 그녀는 좌표를 구했고 그곳으로 가려는 것 같아.. "


" 그 여자가 서두르는 이유도 알고 있습니까? "


" 글쎄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녀를 첩으로 들이기 위해 그녀의 가문을 압박하고 있는 태주민과 무슨 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해.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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