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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179_9871js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2.27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7 23: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5,537
추천수 :
299
글자수 :
148,425

작성
23.02.27 19:54
조회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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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DUMMY

여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관산은 여자의 말이 절대 허튼소리가 아님을 직감했고 퉁퉁 부어버린 얼굴을 들고 다시 여자에게 걸어갔다.


짜아아악


이번 건 좀 전 것보다 더 강했다. 같은 자리를 연속으로 가격 당해 오른쪽 뺨이 터져버렸고 무려 3미터나 날아가 버린 것이다.


머리에 너무 강한 충격을 받아서인지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구토가 치밀기 시작했지만 관산은 여자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끝내 구토를 참아냈다.


그때 관산의 눈에 또다시 여자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 오냐 오라면 가주마 쌍년아 '


오기가 치민 관산은 몇 번을 일어나다 쓰러지길 반복했고 끝내 몸을 일으켜 여자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반항기 가득한 관산의 눈빛을 읽었는지 여자가 얼굴을 굳히며 이번에는 왼쪽 뺨을 향해 귓 싸대기를 날렸다. 그때 지켜보고 있는 남자 중 한 명이 여자의 손을 붙잡았다.


" 수현아 그쯤 해라. 죽이는 거야 상관없지만 저 녀석이 없으면 일이 번거로워진다. "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 여기 책임자가 그러는데 저 녀석이 바로 선별꾼이라더라 "


" 예? 이 어린 녀석이요? "


여자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조금 놀랐고 그제서야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 그래 곧 문이 열릴 시간인데 징계는 일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아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관산이 보기에 여자를 말리는 남자가 딱 그 모양이었다.


" 너 운 좋은 줄 알아 다시 한번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다 발각되면 그때는 정말 눈을 뽑아 버릴 테니 각오해 "


" 예 "


짧은 대답을 남겨 놓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관산은 힘없는 자의 설움에 치가 떨려왔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철저히 감정을 누르고 눌렀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 보이는 하늘에서 없던 먹구름이 생겨나 천둥번개가 내려치기 시작하면서 하늘에 검은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들이 기다리던 하늘의 문이 열릴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 역시 큰돈을 들여 얻어낸 좌표라 틀림이 없네요 "


" 호들갑 떨지 말고 일꾼들부터 빨리 준비시켜 오 씨 형제들이 나타나면 골치 아파진다. 고용한 헌터들에게 경계 확실히 서라 무전도 넣고 "


" 응 오빠 "


차수현이 막 자리를 뜨는 순간 드디어 검은 구멍에서 우르릉 소리를 내며 수많은 물건들이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 출발한다. 기형수와 마수(魔獸)들도 같이 떨어졌을 수 있으니 절대 경거망동하지 마라 작업하는데 피해를 입히는 자가 있으면 그때는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이들 중 가장 어려 보이는 남자의 명령에 돌 산 위에 있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틈을 타 마철곡이 조심히 다가와 관산의 얼굴을 살펴주었다.


" 흉터가 조금 남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에서 그친 게 얼마나 다행이냐 "


그는 품에서 마데카솔이라 적힌 연고를 꺼내 찢어진 얼굴 처상에 발라주었다.


" 고마워요 아저씨 "


" 고맙긴 저번에 네가 찾아준 약 때문에 우리 와이프가 목숨을 건졌는데 이까짓 걸로 보답이나 되겠어? 그동안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조차 못했는데 정말 고맙다. "


"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아저씨 없었으면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하지 못했을 텐데요 그러니 서로 은혜를 갚았다 생각해요 "


" 어쨌든 고맙다 "


마철곡이 관산의 얼굴을 치료하고 있을 때 인솔자인 구명진이 인상을 구기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에게 관산은 누구보다 중요한 인재였기에 그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 산아 다음에는 절대 차수현의 얼굴을 쳐다보지 마라 저 여자는 각성자가 아닌 사람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여자다. "


" .........예 "


" 생긴 것과는 다르게 사갈(蛇蝎)같은 여자니까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았지? "


" 예.."


그동안 같이 생활하다 정이 들어서인지 욕심 많은 구명진이 평소와는 다르게 관산을 위로해주고 돌아갔다.


" 구명진이 죽을 때가 됐나 왜 저래? "


마철곡 조차 그런 구명진의 낯선 모습에 의아해 했지만 관산은 그가 자신에게 왜 그러는지 알고 있었다.


' 내가 없으면 그의 일이 차질이 생길 테니까...'


어찌 됐든 자신을 의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의 입지가 넓어지니 나쁠 건 없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관산의 상처 치료를 마친 마철곡이 움직이고 있는 일행들을 쫓아가자 관산도 급히 마철곡의 뒤를 따랐다.


어느새 30명으로 늘어난 사람들이 빈 트럭에 나눠 올라 타자 트럭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하늘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행 중 유일하게 트럭에 타지 않고 두 발로 대지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자는 바로 각성자들 중 첫째인 차상호였다..


그는 트럭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혹시 있을지 모를 습격에 대비해 주변을 경계하며 트럭보다 한참 앞서 달리고 있었다.


' 각성자...'


관산이 남모르게 각성자에 대한 열망을 굳건히 다지고 있을 때 트럭들이 하늘 문 아래에 도착했다.


" 시간이 없다. 담군들은 수색을 시작하고 헌터들은 주변을 경계해라 "


각성자 중 둘째인 차종호이 사람들에게 각자 임무를 하달하고 구명진을 불러 뭐라고 속삭이자 구명진이 관산을 불렀다.


" 산아 이리 와라 상족(上族)께서 부르신다. "


이미 그럴 줄 알았던 관산은 아직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차수현의 눈길을 애써 무시한 체 차종호에게 다가갔다.


관산이 다가가자 차종호의 입에서 역시나 예상하고 질문이 흘러나왔다.


" 몇 개의 언어를 알아볼 수 있지? "


언제나 사람들은 관산을 만나면 이 질문을 가장 먼저 해왔고 그럴 때마다 관산은 똑같은 대답을 했다.


" 2개의 언어를 조금 알아볼 수 있습니다. "


" 대륙어 빼고 "


" 예 우리말 빼고 2개의 언어를 말하는 겁니다. "


거짓말이었다. 그는 사실 대륙어 말고도 5개의 이계 언어를 모국어 만큼 구사할 수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적이 없었다. 물론 이들에게는 더더욱 말하지 않을 테고 말이다.


" 흠 네가 알고 있는 언어는 뭐 뭐더냐? "


" 한어(韓語)와 영어(英語) 입니다. "


" 마침 잘 됐다. 넌 지금부터 여기서 담군들이 가지고 오는 물건들 중에 약품이나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조리 골라내라 "


" 알겠습니다. "


이 역시도 예상 범주에 있던 일이라 관산은 이번에도 그들이 보는 앞에서 담군들이 가져오는 물건들을 감별하는 임무를 맡았다.


" 담군들은 회수한 물건들을 이 소년 앞으로 가져 와 검사를 맡은 후에 트럭에 실어라 "


" 예 어르신 "


차종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담군들이 하늘 문에서 떨어진 물건들을 하나둘 회수하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관산에게 가지고 돌아왔다.


그중에는 오늘 아침 경계 밖을 나올 때 관산을 구박했던 염소수염 노인도 껴 있었는데 노인은 설마 관산이 자신들보다 훨씬 귀하게 취급 받는 선별꾼인지는 몰랐던지 잔뜩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 통과. 통과. 통과. 잠깐 아저씨는 기다리세요 "


관산이 자신을 멈춰 세우자 염소수염 노인은 순간 긴장하기 시작했다. 노인이 긴장을 하든 말든 관산은 노인의 손에 들린 녹색 병만 바라보고 있었다.


' 해골 그림이 그려져 있는 녹색병이라..'


저건 아무리 봐도 독극물아니면 독약이었다.


병의 정체를 알아본 관산은 노인에게 마셔보게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괜한 소동 만들어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 아니군요 통과 "


이후에도 담군들은 많은 물건들을 그에게 가져왔고 간간이 각성자 남매들이 원하는 의약품들이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은 비어있거나 온전하지 않은 잡동사니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중 뜻하지 않은 물건들도 나와 잠시 그를 상념에 들게 만들었다.


' 피노키오의 모험과 걸리버 여행기 이걸 내가 언제 봤더라.. 전생과 현생을 합하면 한 50년 쯤 되려나 ...내용까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이런 곳에서 마주하니 감회가 새롭긴 하네 '


이곳 사람들에게 지구의 언어는 외계어나 다름없어서 이런 책들은 분명 불쏘시개 용도로 쓰일 테지만 관산에게는 작은 그리움을 가져다 주었다.


' 만나서 반가웠다. '


잠깐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관산은 다시 선별 작업에 집중했고 반나절 동안 수천 가지 물건들의 감별을 무사히 끝 맞췄다. 그리고 그는 총 10여 가지 의약폼과 10여 가지 의료용 기구를 찾아냈다.


" 다 끝났습니다. "


" 수고했다. 그런데 이 약들의 용도를 알아볼 수 있느냐? "


차종호가 들고 있는 튜브형 연고를 관산에게 내밀었다. 물론 관산은 연고들의 정체를 이 세상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오전에 그들에게 당했던 일이 생각나 굳이 아는 체하지 않았다.


" 아니요 알고 있는 단어가 많지 않아서 그건 무리입니다 "


" 아쉽구나.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어쨌든 고생했다. "


그들이 얼마나 큰돈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관산은 그 돈이 하나도 탐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봉변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하필 나와도 치질 약과 무좀 약이라 .. 그러게 평소 인덕을 좀 쌓지 그러셨소 이것도 다 인과응보라고 생각하시오 '


그들이 어떤 약을 찾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치질 약과 무좀 약은 아닐 것이기에 괜히 그들과 같이 있다 또 어떤 몹쓸 짓을 당할지 모른다.


' 관산아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라. 힘 없음을 한탄하지 말고 스스로를 구하지 못함을 한탄해라 '


그는 언제나 이 생각을 좌우명으로 삼고 생활하고 있었다.


관산은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무좀약을 무슨 보물 다루듯 하고 있는 차종호에게서 조심히 멀어졌다.


담군들이 트럭에 물건을 적재하기 시작하자 할 일이 없어진 관산은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농땡이를 피우기 시작했다.


' 어디서 오는 것들일까 '


하늘 구멍에서 떨어지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그가 전생에 살았던 지구의 물건들이었지만 그중에는 지구의 물건이 아닌 것들도 제법 많이 섞여 있어 관산은 아직 하늘 구멍에 대한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 각성자란 초인들이 존재하는 곳임에도 문명은 딱 지구의 산업혁명 시대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곳 하지만 또 기문(奇門)이란 분야는 과하게 발전을 이룬 기이한 행성 이 행성을 이곳 사람들은 곡문성(谷紋星)이라 부른다지 '


관산이 지구와는 너무나 다른 이 행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차종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물건들을 모두 실었으면 철수한다. "


차종호의 철수 명령에 담군과 헌터들이 트럭에 매달리기 시작하자 하늘에서 때 아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첫눈? 일러도 너무 이른데..'


" 어머 눈이다 "


차수현이 최소 한 달은 일찍 내리는 첫눈에 환호성을 터트렸고 관산은 첫눈을 보자 문득 3년 전 처음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던 그날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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