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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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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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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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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심판

DUMMY

*


학교 습격 몇 시간 전.


똑. 똑.


바돌이 조심스레 문을 노크하고 방에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뒤 명령을 받은 바돌이 방을 나서고 떠나자마자, 두 명의 남성이 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있는 것이 50대 중반으로 보였고,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 남성은 30대로 보였다. 다른 건 나이뿐만이 아니었다.

중년의 남성은 마른 침을 계속 삼키며 긴장하고 있었지만, 뒤에 있는 남성은 그저 멍하니 중년의 남성만 바라봤다.


마침내 둘은 문 앞에 도착했지만 중년의 남성은 노크하기를 주저하자, 뒤에 있던 남성이 대신 노크를 했다.


“대장, 데리고 왔습니다.”

“...어. 보네.”


남성이 문을 조심히 열어 방 안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고는 중년의 남성을 밀어 넣고 자신은 방문을 닫고 밖에 서서 문을 지켰다.


한편 방안으로 들어간 중년의 남성은 쭈뼛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정확히는 가만히 서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남성의 눈치를 보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래...그래서 맞던가.”


의자가 빙글 돌아가며 중년의 남성의 눈에 남자의 본 모습이 비쳤다.


분명 의자도 평범한 의자에 몇 배는 해당한 의자지만 그런 의자도 담을 수 없는 거대한 체격, 마치 사자를 연상케 하는 머리와 눈, 정돈 안 된 수염부터 왼 쪽 눈을 타고 목까지 이어진 거대한 흉터까지 모든 것이 비쳤다.


“네..넵, 확실합니다. 확실히 2세대였습니다.”


“근거는? 너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며?”


“그..그렇긴 하지만, 당시 담당이었던 직속 선배가 있어서, 특징적인 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먼저 능력을 쓰면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일단 아이의 머리카락 색은 확실히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년의 남성은 잠시 말을 끊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남성의 눈치를 살폈다. 남성이 손짓으로 계속하라는 신호가 떨어지자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능력을 제어 할 온도 주머니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래...그렇단 말이지.”


의자에 앉아 있던 남성이 턱을 괴며 생각을 정리하자 중년의 남성은 또 다시 남성의 눈치를 살폈다. 그야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는 저 남성이 공상과학 같은 자신의 말을 믿어 줬기 때문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소녀가 존재한다는 소리를.


자신 또한 살기 위해 뱉었던 말이지...설마 믿어 줄지는 몰랐다. 그야 자신도 듣기만 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그 아이가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하지만 저 자는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는 중년의 남성을 살려줬다. 아직까지는.


“흠...”


생각에 잠겼던 남성이 입을 열자 중년의 남성도 다시 긴장했다.


“그런데, 잡았으면 끝난 게 아닌가? 뭐 때문에 저렇게 아이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을 피하는 거지?”

“그게...과거로 도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지?”

“그 아이가 과거로 가는 능력을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정신을 과거의 자신에게 보낸 다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중년의 남성은 최근에 아파트에서 파이브와 얘기를 하며 얻게 된 정보였다. 이 정보를 듣고 파이브에 대한 존재를 믿게 되었다.


“그러니깐, 어차피 기억만 과거로 보내니, 저 꼬맹이가 수틀리면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를 바꿀 것이다?”

“..네.”

“그런데, 왜 지금껏 가만히 있는 거지? 진작에 과거로 갔으면 우리가 공격하는 것도 사전에 알려, 반격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그거 까지는 저도 잘...아이가 일어나면 제가 조심히 물어보겠습니다.”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의자를 돌렸다.


“그래, 부탁하지. 자네도 잘 알겠지만 저 아이가 우리를 위해 능력을 쓰게 하는 것이 지금 자네의 쓸모야.”

“물론입니다! 잘 하겠습니다!”


*


“파이브가 어디에 있는 지 알아냈어.”


부상당한 사람들이 있는 교실 안에 문하의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윤견이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민혁이 놀라 물었다.


“어떻게 알아낸 거예요?”

“백정 간부 한 명 족치니깐 술술 말하더라. 그것 말고도 다른 건물들의 쓰임새도 알아내서 지금 생존자 간부들끼리 예기 중이고.”

“어디에..어디에 있다고 하던 가요?”


몸이 괜찮아져 문하가 몸을 일으켰다.


“...본관에 있다고 하더군. 본관에는 있다는 건, 그래도 파이브를 지들 딴에는 대접해 준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역시 놈들도 파이브의 힘을 알고 있는 모양이군요.”

“어, 이쪽 생존가가 백정들에게 정보를 줬다고 하더군.”


“형님, 그럼 중위님은요?”

“그 쪽도 확실히 물어봤지만 잘 모르더군. 그래도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은 있어.”

-확률이 반반인게 문제지만...


문하가 눈을 질끈 감고 뜨며 윤견을 바라봤다.


“그래서, 언제 갈 거야?”


윤견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문하와 민혁을 번갈아 쳐다봤다.


“나 좀 만 더 쉬면 몸 괜찮아져! 충분히 미끼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도..도망 칠 때, 가장 필요한 건 자동차이지 않습니까! 저도 갈 겁니다.”


민혁의 손은 작게 떨리고 있었지만 저 말이 진심이라는 건 윤견도 알고 있었다. 윤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그 부분에서는 둘 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둘 다 천천히 준비들 하고 있어.”


윤견은 이 말을 끝으로 교실을 나가 생존자 간부들이 있는 교실을 찾아 들어갔다.


강 중위를 시작으로 간부들이 윤견을 반겼다.


“어떻게 됐습니까?”


윤견도 인사를 하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윤견에 대한 질문은 군 중 가장 계급이 높은 간부가 그들을 대표해서 대답했다.


“...같이 싸우겠습니다.”


“밖에 있는 사람들도 같은 의견입니까?”

“네. 이미 다들 한 마음입니다.”

“그럼, 계획이랑 작전은 있으시겠군요.”


윤견에 대답에 그들은 그간 자신들이 계획한 작전들을 설명했다. 역시 수가 부족한 쪽은 이들이기에 전면전을 피하고 기습을 선택했다.


이미 바돌에게서 백정들이 어디에 어떻게 보초를 서는 지도 자세하게 들었으니 취약한 곳들은 인지하고 있었다.

윤견은 몇 시간 동안 이들과 계획에 위험한 부분이나 일어날 변수들을 예상하며 작전을 수정했다. 그리고 잠시 휴식 겸 저녁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교실에서 나갔다.


문하와 민혁에게 다시 찾아가 했던 얘기들을 들려주고 나서야 윤견도 휴식을 취하러 학교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도서관을 발견하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후...”


윤견이 찾던 조용한 곳이지만 입에서는 한숨이 나왔다. 긴 소파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던 윤견의 귀에 자신에게 오는 발소리가 들려 눈을 돌리니 주리가 보였다.


“...설마, 너도 가냐?”

“뭐야. 그 반응은? 불만 있냐?”


윤견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리가 냉큼 윤견의 옆에 앉았다. 윤견은 부스스한 머리를 비비며 말했다.


“너까지 굳이 갈 필요는 없어.”

“시끄러, 이미 정했으니깐, 잔소리 하지 마.”

“...안 무섭냐?”


주리는 다리를 쭉 피며 기지개를 하더니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잃는 게, 더 무섭고 싫거든. 그러니깐, 되찾을 거야....손에 피를 묻혀서라도.”


윤견도 그런 주리를 보며 공감했다. 잃는 것의 무서움과 빼앗긴 분노를 자신도 잘 알고 있으니.


“아, 맞다! 나 궁금한 게 있었는데.”


주리는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방금과는 다른 발랄한 말투를 사용했다. 윤견은 조용히 그녀의 질문을 기다렸다.


“너 말이야...예전에 핸드폰 잘 안 썼어?”

“..어? 뭐, 출동하고 그러면 잘 못 쓰긴 했지. 근데 그게 왜?”

“음~. 아냐. 그냥, 궁금해서.”


그 후 주리과 윤견은 예전에 같이 했던 예능에 대한 추억들이나 주리가 궁금해 했건 것들을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문하는 이제 몸이 다 회복이 됐는지 운동장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다. 민혁을 포함한 일반 사람들도 군인들의 훈련을 받으며 제법 총을 쏘는 폼이 좋아졌다. 윤견 또한 최대한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힘을 보충했다.


그 중에도 이들은 숨어 있던 자신의 동료들을 찾아 아주 조금이지만 수를 늘렸다.

그렇게 작전 전 날이 되었다.


운동장에는 60명의 사람들이 무장을 한 채 오와 열을 맞추며 서 있다. 그들의 앞에 있는 조회대에는 자신들을 이끌 분대장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분대장들 사이로 윤견이 모습을 드러냈다.


윤견이 뻘쭘하게 서 있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주리와 문하는 키득키득 웃었고, 민혁은 감탄하기 시작했다.


윤견이 조회대에 모습을 보인 이유는 간부들의 부탁이었다. 물론 윤견도 처음에는 거절했다.


‘저는 그런 거, 잘 못합니다. 학생이었을 때도 발표는 못 했다고요.’

‘네? 하지만 주리님이 잘 한다고 하셨던데...’

’그냥 파이팅 이정도도 상관없으니 해주시죠. 다른 사람들도 공격에 찬성하긴 했지만 아직 긴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보다 윤견님이 하시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라도 상관없습니다.’



“하...”

-그 때 강하게 거절했어야 했는데...그냥, 파이팅 하고 내려가야겠다.


이런 윤견의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윤견이 입을 열기만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파이...”


순간 주리와 눈이 마주쳤는데 눈빛이 심상치 않아 다급히 말을 멈췄다. 결국 다른 걸로 준비해야 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상관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려하자 자연스레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서운 거 압니다. 저들의 공포가 남아 있다는 것도 압니다. 저도 인간이고 여러분들도 인간이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들도 인간입니다. 악마니, 사탄의 자식이니, 악의 화신이니 같은 그런 거창한 게 아닙니다.

그저 사회가, 질서가 혼란해진 틈을 타 자신의 더러운 욕정을 해소하려 하는 쓰레기들입니다.”


어쩌면 윤견의 이 말은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 날 처음으로 백정을 마주 했던 자신에게. 공포를 느꼈던 자신에게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분노를 품어야 합니다. 쓰레기에게 빼앗긴 가족들을 위해, 친구들을 위해. 아무리 질서가 무너졌어도 저희가 놈들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놈들이 죄에 대한 심판을 두려워해야 합니다..어...끝입니다.”


윤견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쏟아졌다. 윤견은 민망해 하며 뒤로 사라졌다. 붉어진 얼굴로 욕을 뱉고 조회대에 내려가자 주리가 한 껏 웃음을 머금고 기다리고 있었다.


“큭...보기와는 다르게 예전에 만화 많이 봤나봐.”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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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심판 - 4 23.11.25 121 1 11쪽
119 심판 - 3 23.11.22 118 1 11쪽
118 심판 - 2 23.11.19 127 0 10쪽
» 심판 23.11.18 129 0 11쪽
116 광기 - 2 23.11.14 129 0 11쪽
115 광기 23.11.11 130 0 11쪽
114 최악의 상황 23.11.09 135 0 11쪽
113 공백의 시간 23.11.05 136 0 11쪽
112 천안의 백정 - 2 23.11.04 140 0 11쪽
111 천안의 백정 23.11.01 141 0 10쪽
110 연예인 23.10.30 147 1 11쪽
109 엉뚱한 로봇 23.10.28 145 0 10쪽
108 병신처럼 23.10.27 152 0 10쪽
107 천안시 - 4 23.10.25 152 0 11쪽
106 주리 - 2 23.10.24 156 1 11쪽
105 주리 23.10.22 165 1 11쪽
104 천안시 - 3 23.10.21 171 1 11쪽
103 천안시 - 2 23.10.19 168 0 11쪽
102 천안시 23.10.18 174 0 11쪽
101 뱀파이어 23.10.16 185 0 11쪽
100 평범한 사람들 23.10.15 179 2 11쪽
99 발도 23.10.13 186 0 11쪽
98 삼자 대면 - 2 23.10.11 186 0 11쪽
97 삼자 대면 23.10.09 19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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