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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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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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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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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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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주리

DUMMY

자동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던 민혁이 창밖으로 얼굴을 빼고 윤견을 쳐다봤다.


“오토바이 타시게요? 것보다 타실 수 있어요?”

“엉, 타니깐 꽤 재밌더라.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도 해야 하고.”

“그러다 총 맞아요.”

“총 쏘면 너 버리고 존나 밟아서 도망칠 거야.”


사색이 된 민혁의 보고 피식 웃고는 시동을 걸고 먼저 주차장을 벗어났다. 민혁도 차를 타고 뒤따라서 빠져나왔다. 윤견이 앞장을 서며 기랑과 만나기로 한 곳으로 출발했다.


-꽤 멀리까지 갔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중 윤견이 손을 들며 정지 신호를 먼저 보내고 오토바이를 세웠다. 민혁도 차를 세우고 잔뜩 긴장한 채로 주변을 살폈지만 그의 눈에는 딱히 보이는 건 없었다.


그건 윤견도 마찬가지지만 분명 귀에서는 다른 리듬의 소리가 들렸다.

아직 소리의 정체까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피하는 편이 좋으니 방향을 돌려 다시 출발했다. 다행히 그 후로는 윤견의 귀에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제 철도만 건너면 되는 곳까지 도착했다. 사방이 노출된 곳을 지나는 만큼 일단 자리에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그냥 지나가죠.”


민혁이 창밖으로 얼굴을 빼며 말했다. 윤견도 딱히 걸리는 건 없기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차에 민혁이 손을 붕붕 움직이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윤견도 바로 몸을 숨기고 가리키는 곳을 보니 모자를 푹 눌러 쓴 누군가 반대쪽에서 철도를 뛰며 건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무장한 사람들이 쫓아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권총도 보였다.


“뭐...뭐죠?”


윤견은 잠시 손가락을 까딱 움직이더니 민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창문 안으로 총을 집어넣고 말했다.


“군대 전역 했으니깐 총 쏘는 법은 알지? 내가 알려준 건물로 먼저 가있어. 중위님 안 계시면 백화점처럼 차 숨기고 나 기다리고 있고.”

“예? 형님은요?”

“아무래도 맨 앞의 사람, 상품인 거 같더라.”


총도 있는 놈이 쏘지 않은 걸 보면 생포가 목적일 것이다. 굳이 생포가 목적인 건 살아야 쓸모가 있으니.


“상품이요?”


민혁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눈치지만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다. 윤견은 차를 두드리고는 오토바이에 올라 방향을 돌리고 출발했다.


이미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사라진 방향은 알고 있으니 상관없었다.


좁은 골목을 지나니 후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뒤 바퀴를 거칠게 돌리고 돌진했다.


부우웅-!


거친 배기음이 울리자 사람들도 뒤를 돌기 시작했지만 그때는 이미 윤견의 주먹이 총을 든 남성의 머리에 닿은 후였다.


“뭐..뭐야!? 기동대, 아군이라고 병신...”


서걱.


오토바이에서 내리자마자 검을 휘둘렀다.


방금은 혹시 백정이 아닐 수도 있기에 주먹을 날렸지만 이제는 정체가 밝혀졌으니 사정 봐줄 필요는 없었다.


“뭐..뭐야! 너!”

“그냥, 죽여!”


고함을 지르며 무기들을 휘둘렀지만 모두 흑도의 앞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후..”


검을 다시 집어넣고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가장 먼저 총구가 윤견을 반겼다.


“움직이지마.”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놀라긴 했지만 윤견도 두 손을 들며 여성을 안심시키려 노려했다.


“총 내려놓으세요. 백정 아닙니다.”


그러나 리볼버는 변함없이 윤견을 노리고 있었다. 윤견은 천천히 총구에서 시선을 떼고 상대에게 향했다.


푹 눌러 쓴 모자에 마스크까지 상대가 어떤 생각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아...씨.

“저...전 도깨비 소속 헌터 윤견입니다. 혹시...모르십니까...”


놀랍게도 효과가 있는지 총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예능 한 번 나왔다고...


총구가 이내 내려가자 윤견의 손도 똑같이 내려갔다. 그리고 모자와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며 꽁꽁 감쳐있던 얼굴이 나타났다.


꽤, 아니 어쩌면 그동안 본 사람 중에서 가장 미형인 얼굴이 보였다. 모자 속에 숨었던 긴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이유는 모르지만 눈과 입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아이돌 인가? 그래서 생포할 생각이었...


“윤견씨 저 기억 안 나세요?”


-고..?

“네?”


윤견이 다시 여성의 얼굴을 보며 기억을 뒤졌지만 이런 미인과 만났던 적은...


“어?”

“저예요. 윤견씨와 함께 예능에 나왔던 걸그룹 멤버에요! 그 때 윤견 씨랑 짝이었는데.”

“아!! 주리 씨!”


이제야 기억이 난 윤견은 반갑기보다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반면 주리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반가움을 표출했다. 윤견이 유일하게 나온 티비 예능에서 자신과 함께 나온 게스트였던 걸그룹 멤버 주리였다.


당시 워낙 윤견에게 있어 모든 것이 낯설고 긴장이되 많은 것이 기억에 남지는 않았지만 자신과 짝을 지으며 방송했던 주리는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뭔가 그 때의 주리와는 뭔가 다르게 보였다.



“와!!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어요!!”

“그...그러게 말입니다. 그 날 후로는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설마 총과 함께 볼 줄은 몰랐습니다.”

“아하하...이런 세상이다 보니.”

“것보다 총 있으셨으면 뒤로 쫌 쏘기지.”

“아~. 실은 한 발 밖에 없거든요.”


윤견도 이해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주워 챙기던 차에 배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소리의 크기로 보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이런! 타요!”

“네?”

“얼른!”


윤견의 닦달에 주리가 어영부영 오토바이 뒤에 타자마자 윤견은 바로 출발했다. 그 등 뒤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깄다!!”

“저 놈이야!”


그렇게 잠시 추격전이 시작됐지만 처음부터 거리가 있던 지라 쉽게 따돌리고 잠시 빌라 안에 숨어 들었다.


“이야...윤견 씨가 오토바이 운전 이렇게 잘 하시는 줄 몰랐어요.”

“저도 몰랐습니다.”

“? 네?”

“묻는 게 좀 늦어졌지만 천안 아파트에 살고 계셨죠?”

“네...”


과거형으로 묻는 질문에 주리가 쓸쓸한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전에 루리를 만나서 그런지 그녀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잔인한 질문들을 했다.


“다른 일행들이 어디로 도망쳤다거나, 이런 일에 대비해서 따로 피난처로 정한 곳이 있으십니까?”


주리는 한숨을 길게 뱉고는 고개를 저었다.


“피난처라 정한 곳도 없어요. 설마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거든요. 저만 홀로 떨어져 건물에 숨어 있다가 혹시나 다른 일행들이 있을까 싶어 돌아가다...”


그 다음은 윤견도 직접 봤기에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윤견은 잠시 밖을 살피고는 다시 주리를 일으켜 세우고 오토바이에 올랐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 동료 중 한 명이 지금 사람의 흔적을 찾고 있거든요...어라?”


호기롭게 달리던 오토바이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도로 위에 멈췄다.


-설마...아이 씨..


“? 무슨 문제 있어요?”

“...연료가 떨어졌습니다.”


*


“잠시 밖에 좀 살펴보고 올게요.”


민혁이 아직도 안 돌아온 윤견을 걱정하며 건물에서 나가려 하자 기랑이 그를 붙잡았다.


“침착해, 민혁아. 윤견씨가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래도!..”


민혁도 반박하려 했지만 기랑의 눈을 보고 흥분을 가라 앉혔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자신의 볼을 힘껏 치며 쳤다.


“죄송합니다.”


그 모습과 변한 민혁의 눈을 본 기랑이 피식 웃고는 의자에 앉아 백정에게 뺏은 수첩을 꺼내며 말했다.


“윤견씨도 오면 같이 말할 생각이었지만, 일단 먼저 설명할게.

나는 이곳에 남아 수첩을 보며 문하씨의 흔적을 찾고 있었어. 그렇게 몇 군데를 쥐 잡듯이 뒤진 결과 의도치 않게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무리를 발견했지.”


“진짜요! 그럼 그 중에 문하 누님이...”


민혁이 다시 흥분하기 시작하려 하자 기랑이 손을 보이며 억눌렀다.


“총, 다섯 군데에서 사람들을 찾았지만 그 다섯 곳 모두 문하씨는 없었어. 파이브는 마찬가지고.”


그 말에 민혁의 고개가 숙여지며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자책을 하려던 찰나 기랑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방금 뭐라고...”

“마지막으로 찾았던 사람들 중 문하씨와 파이브를 본 사람이 있었다고. 마지막에는 따로 떨어졌지만 그 전 까지는 같이 도망치고 있었다고 했어.

그래, 마지막 까지 봤을 때 둘 모두 다친 곳은 없었대.”


기랑은 그저 정보를 주는 것이었지만 듣는 민혁은 아니었다. 안도의 한숨을 뱉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애써 끓어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랍니까? 문하누님과 파이브와 헤어진 쪽이.”


기랑은 지도를 펼치며 손가락으로 문하와 파이브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먼저 아파트에서 벗어나 이 쪽 사거리 까지는 같이 움직였대. 하지만 뒤에서 쫓아오기에 일단 둘로 갈라섰는데 문하씨와 파이브 그 외에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갔어.”


기랑의 손가락이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빠졌다. 그리고는 다른 손으로 수첩을 가리켰다.


“그 후로는 모르지만 이 수첩에는 그 이후에 문하씨가 발견된 곳들이 적혀 있었어.”


“하지만 처음부터 그 노트를 보고 찾았는데 못 찾은 거잖아요.”


“맞아. 하지만 내가 잘 못 생각했어. 이 공책의 목격된 정보는 모두 문하씨 혼자만 발견 되었다고 나와 있어.”


“...파이브는 없군요.”


기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다른 사람에 비해 문하씨만 유독 발견된 적이 많아. 마치 일부로 보인 것처럼 말이야.”


“미끼! 자신이 스스로 미끼가 된 것이군요!”


“맞아. 미끼 역할을 굳이 파이브가 숨어 있는 곳에서는 하지 않을 테니 오히려 이 발견된 곳들을 제외했어야 했어.”


“흐미...그럼 찾아야 하는 범위가 너무 넓은데..”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수첩을 보고 추리를 하면 많이 좁혀질 수 있어.”


민혁이 머리에 물음표를 띠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랑은 수첩을 펼쳐 민혁에게 건넸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발견된 장소들도 있어. 그래서 가끔 보면 다른 사람과 발견된 장소가 같은 사람이 있어. 하지만 문하씨는 아니야. 그러니..”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발견된 장소도 제외하면 되겠네요.”


“일단은 그래, 시간차가 있어 문하씨가 발견 안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써야 해.”


*


캄캄한 밤하늘이 찾아온 시각 주리의 총구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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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심판 - 4 23.11.25 1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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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심판 - 2 23.11.19 127 0 10쪽
117 심판 23.11.18 128 0 11쪽
116 광기 - 2 23.11.14 129 0 11쪽
115 광기 23.11.11 130 0 11쪽
114 최악의 상황 23.11.09 135 0 11쪽
113 공백의 시간 23.11.05 136 0 11쪽
112 천안의 백정 - 2 23.11.04 140 0 11쪽
111 천안의 백정 23.11.01 141 0 10쪽
110 연예인 23.10.30 147 1 11쪽
109 엉뚱한 로봇 23.10.28 145 0 10쪽
108 병신처럼 23.10.27 152 0 10쪽
107 천안시 - 4 23.10.25 152 0 11쪽
106 주리 - 2 23.10.24 156 1 11쪽
» 주리 23.10.22 165 1 11쪽
104 천안시 - 3 23.10.21 171 1 11쪽
103 천안시 - 2 23.10.19 168 0 11쪽
102 천안시 23.10.18 174 0 11쪽
101 뱀파이어 23.10.16 184 0 11쪽
100 평범한 사람들 23.10.15 179 2 11쪽
99 발도 23.10.13 186 0 11쪽
98 삼자 대면 - 2 23.10.11 186 0 11쪽
97 삼자 대면 23.10.09 19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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