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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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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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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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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공백의 시간

DUMMY

우다다다다-!


이미 어두워진 하늘과 그 아래의 거리에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일곱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 가장 선두에 있던 윤견은 품속에 있는 삐삐의 고개 방향을 보며 거리를 질주했다. 뒤에 사람들은 그런 윤견을 힘겹게 쫓아갔다.


“삐!”


마침내 삐삐의 고개가 거리가 아닌 한 건물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하아..하아..여긴...”


건물 주변을 살피니 천안역 전 정거장인 두정역이 보였다.


-여기까지 도망친 거였나...


윤견은 손짓으로 그 건물을 가리켜 뒤 사람들에게 알리고 먼저 들어갔다. 그제야 품에 품던 삐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삐삐는 윤견을 한 번 쳐다보고는 올라가는 계단이 아닌 내려가는 계단으로 몸을 던졌다.


윤견은 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화살표를 남기고, 삐삐를 뒤따라 내려갔다.


-? 노래방?


지하에는 노래방 하나가 작게 있었다. 삐삐는 노래방으로 주저 없이 들어가며 윤견을 안내했다. 수많은 방들의 문이 닫혀 있었지만 가장 마지막 방 문 앞에 도착한 삐삐가 두 발로 문을 긁기 시작했다.


그 문의 문고리를 잡자 안에서 잠겼는지 꼼작하지 않았다.


“파이브! 문하..”


문을 두드리며 간절하게 품었던 이름들을 말하던 찰나, 뒤에서 다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바로 검을 빼고 문에서 나온 사람의 목에 겨누었다.


“지...진정하세요. 문하씨 동료 되십니까?”


윤견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성은 손을 든 채로 잠긴 문에 조심히 다가가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나오셔도 될 거 같아요.”


그러자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조심히 열렸다. 한 손에 권총을 손에 쥔 사람이 문틈으로 윤견과 남성을 번갈아보며 사태 파악을 하려 했지만, 윤견은 그 시간조차 기다리기 힘들었다.


문틈에 손을 집어넣어 확 재끼자, 남성이 놀라 권총을 겨눴지만, 그럼에도 윤견은 멈추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생각보다 넓었고, 그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있었다. 방 안 사람들도 갑작스레 나타난 윤견을 보고 비명을 지르거나 무기를 들며 경계했다. 단 한 사람을 빼고.


“누님!!”


긴 소파에 상처투성이인 문하가 누워있었다. 사람들의 시선과 경계를 무시한 채 문하에게 달려가 상처를 확인했다.


얼굴이며 손 등 많은 상처들이 있었지만, 복부에는 그 보다 큰 상처가 나있는지 피범벅인 붕대와 천이 칭칭 감겨져 있었다.


다행히 코에서는 바람이 나오고 있지만 상태를 보면 언제 끊어질지 몰랐다.


문 밖으로 다른 동료들이 도착했는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사람들도 윤견에 대해 경계심을 풀었다.


“그..일단 근처 약국이나 병원에서 가져온 걸로 간단한 응급처치는 했지만, 수술이 필요해요.”


방 안에 있던 중년의 여성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다른 것들이 더 필요한 게 있습니까?”

“여기서 좀 멀지만, 큰 대학 병원이 있어요. 거기라면 분명 치료도구나 필요한 것들이 있을 거예요.”


“지금 가시죠. 제가 업겠습니다.”


뒤따라온 남성이 총을 옆 사람에게 건네고는 문하를 업었다. 노래방에 있던 사람들도 합류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견은 아직도 노래방에서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없어. 삐삐! 파이브는? 파이브는 어디에 있어!? 같이 있던 게 아니었어?”


말 못 할 짐승을 붙잡고 물어봤자, 대답하지는 못한다. 노래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당시 처음부터 이곳에 숨어 있다가 잠시 밖에 먹을 거를 구하려던 중, 피투성이인 문하가 백정들을 상대하는 것을 보고 도와줬다고 한다. 그리고 문하는 바로 기절을 하고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윤견의 질문에 대한 답은 문하에게 있었다.


백정의 방해 없이 병원으로 들어간 그들은 여성의 안내에 따라 층을 올라 수술대에 문하를 눕히고 필요한 것들을 구해 가져갔다.


다른 한쪽에서는 피를 뽑기 시작했다. 윤견도 문하의 혈액형까지는 모르니, 일단 모든 피에 수혈이 가능한 O형의 피를 가진 사람들에게 피를 뽑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걸린 대수술을 끝내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문하의 상태를 체크하고 병원에서 챙길 걸 챙긴 후, 학교로 돌아갔다.


하지만 윤견은 삐삐를 들고 주변을 더 돌고서야 해가 스멀스멀 뜨기 시작할 때쯤에서야, 돌아갔다.


“형님!”

“견아.”


“...”


주리와 민혁이 윤견을 불렀지만 윤견은 삐삐를 품에 안은 채 아무 말 없이 터벅터벅 안으로 들어갔다.


“..미안..잠깐 잘 게. 민혁아, 삐삐 좀.”

“아..네.”


민혁에게 삐삐를 넘기자마자 윤견은 바로 기절하듯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런 윤견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고작 3시간이 지난 후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음에도 정신이며 몸이며 모두 정상은 아닌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시 자거나 눕지 않았다. 곁에서 졸고 있던 민혁과 주리가 깨지 않게 조심히 움직여 문하가 있는 교실로 들어갔다.


문하는 여전히 의식이 깨어나지는 못했지만 호흡은 전에 비해 부드러워졌다. 반면 윤견의 표정은 정반대였다.

윤견은 당장이라도 문하를 흔들어 깨우고 싶은 충동을 주먹을 쥐며 겨우겨우 참고 있었다.


“하아...”


윤견은 한숨만 남긴 채 다시 밖으로 나가 눈에 보이는 건물들에 무작정 들어갔다. 문을 뜯을 듯이 열고, 발로 부수며 곳곳이 뒤졌지만, 파이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점점 윤견의 호흡은 가빠지기, 얼굴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쾅-!


잠긴 철문을 발로 걷어차고 방 안으로 들어가던 중.


“꺅...”


문이 뜯어지는 소리에 놀란 작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몸을 돌려 비명소리의 흔적을 쫓아 문을 억지로 열었다.


“꺄아악!!”


방에는 비명의 주인으로 보이는 다섯 살 정도의 아이와 그 아이를 안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과 그들 앞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


남성은 심하게 떨고 있었으며, 그 진동이 쇠파이프에까지 전해졌다.


윤견은 작지만 길고 진득한 한숨을 뿜더니 손가락으로 학교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쭉 가면, 생존자들이 모인 학교가 있을 겁니다. 그쪽으로 가세요.”

“네..네?”


남성이 되물었지만 윤견은 답하지 않고 손가락만 가리켰다. 결국 남성이 다른 사람들을 일으키며 조심히 윤견은 지나갔다.


“가..감사합니다.”


학생에 품에 있던 아이가 지나치기 전에 윤견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렇게 그들이 나가고 윤견 홀로 그 방 안에 서 있다.


쾅-!

콰직!


윤견은 주먹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부딪쳤다. 책상을 부수고, 의자를 집어 던지고, 벽을 내리치며. 품고 있던 모든 것을 분출했다.


불안, 분노, 혐오, 걱정을.


결국 윤견의 주먹에 피가 터져 나왔지만 그럼에도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음에도 주먹은 움직였다.


“윤견!!”


자신의 이름을 듣고서야 주먹이 멈춰지고 주리가 왔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주먹에서 피가 멈춤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윤견은 호흡을 진정시키며 주리를 돌아봤다.


“...왜?”


윤견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물었다.


“일어나셨어...너 동료분.”




드르륵..탕!


5층 교실 문을 열고 윤견이 다급히 들어섰다. 이미 안에는 민혁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문하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킁! 혀..형님..”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윤견의 눈에는 침대에 누워 있는 문하만 바라보고 있었다.


“...누님, 파이브는 어디에 있어?”


이 한마디에 교실 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제 막 일어난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껏 기다린 윤견에게는 한 시라도 빨리 들었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문하의 표정은 괴로운 듯이 일그러지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그 것 만으로도 대충 예상이 갔다. 하지만 윤견은 주먹을 쥐며 평정심을 유지하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괜찮으니깐...말 해줘. 제발...”

“미안..미안해...미안해 견아...”


마침내 문하의 입이 열리며 눈물과 함께 윤견이 그토록 원했던 공백의 시간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아파트가 습격당한 시점.


갑작스레 들이닥친 백정들로부터 파이브를 지키기 위해 문 앞을 사수했다. 하지만 점점 많아지는 백정들에 비해 아군은 도움은커녕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 동안 문을 지키고 나서야 이곳이 무너졌다고 판단한 문하는 파이브와 삐삐를 챙겨 탈출을 시도했다.


'여자다! 여자!'

'생포해!'


'흡!'


언월도로 단번에 백정들을 베어 가르며 다른 이들을 구하고 뭉치며 아파트에 겨우 벗어나 상가에 숨었다. 하지만 당시 만나지 못한 민혁이 걱정되기도 하고 아직 구할 사람들이 더 있을 수 있으니, 문하는 그들에게 파이브를 부탁하고 다시 아파트로 향했다.


덤프트럭에 사람들과 시체들을 태우고 있는 백정들 죽이며 사람들을 구출하며 돌아다녔지만 민혁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가 있는 곳을 가보니 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쯤에서는 민혁이 차를 타고 먼저 도망쳤다고 판단을 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찾으러 가고 싶지만 파이브도 있고 하니 문하는 일단 구출한 사람들과 함께 돌아갔다.


그렇게 숨어 있었지만 백정 놈들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어떻게 알았는지 백정들의 기습이 있었다. 아무리 문하와 몇 몇의 헌터들 훈련된 군인들이 있다 하지만 사방에서 몰려오는 백정들에게 결국 또 다시 후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짓을 여러번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문하와 파이브의 뒤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이제는 백정들이 공격을 한 다면 반격은커녕 몰살을 당할 거라는 걸 문하는 알 수 있었다. 그 때부터 문하는 일부러 다른 구역에 돌아다니며 백정들의 시선을 돌렸다.

다행히 성공했는지 백정들은 주변에서 몇 몇 만 보였다.


덕분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문하는 틈틈이 백정들의 시선을 돌리고 민혁과 다른 생존자들을 찾았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난 던 중, 이번에도 돌아다니던 백정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백정들을 쓰러트리고 소지품을 뒤지더니 작은 수첩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응? 수첩? 영단어 암기라도 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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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광기 23.11.11 1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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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백의 시간 23.11.05 1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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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천안의 백정 23.11.01 141 0 10쪽
110 연예인 23.10.30 147 1 11쪽
109 엉뚱한 로봇 23.10.28 145 0 10쪽
108 병신처럼 23.10.27 152 0 10쪽
107 천안시 - 4 23.10.25 152 0 11쪽
106 주리 - 2 23.10.24 157 1 11쪽
105 주리 23.10.22 165 1 11쪽
104 천안시 - 3 23.10.21 171 1 11쪽
103 천안시 - 2 23.10.19 168 0 11쪽
102 천안시 23.10.18 17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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