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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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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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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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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뱀파이어

DUMMY

기랑이 상상도 하지 못한 종족이 나오자 기랑의 표정이 변했다. 비록 벰파이어와 싸운 적은 없지만 그와 동급으로 판단된 거인이랑은 싸워봤으니 그 종족의 강함은 기랑도 얼추 예상 할 구 있었다.


그래서 부정하고 싶었다.


그런 괴물이 또 다시 한반도를 밟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벰파이어가 이런 짓을 했던 기록은 유럽 국가들의 기록에도 없었습니다.”

“그건 거인들이나 다른 종족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수인들이 먹이를 저장하는 방식도 예전에는 몰랐고, 거인들이 농사를 짓는 것도 거인들이 보여주고서야 알지 않았습니까.”


윤견도 마찬가지다. 윤견도 기랑처럼 부정하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상하게 직감은 점점 더 확고해져만 갔다.


그러니 모두 가정해야 한다. 기랑의 말대로 아닐 수도 있지만 자신의 직감처럼 최악의 수에도 눈을 돌리면 안 된다.


“모르는 겁니다. 물론 제 말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윤견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웃고는 다시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넓은 들판을 보며 걷던 중 윤견의 눈에 건물들이 보였다. 지도를 꺼내 위치를 확인하니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어룡리 마을이네요,”

“마을에 얻을 게 있을까요?”


윤견은 손가락을 까딱 움직며 말했다.


“자전거?”


천안시까지 꽤 거리가 있어 도보로만으로 가는 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랑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돌려 마을로 향했다.


마을과 연결된 다리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라 언덕을 오르며 마을에 들어갔다. 역시 시골마을 답게 높지 않은 집들과 담벼락이 가장 먼저 보였다.


“딱히 뭐가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흩어져서 찾죠. 저는 이쪽으로 가겠습니다.”


윤견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랑과 흩어지며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딱히 보이는 건 없고 그저 어릴 때 생각만이 떠오르기만 했다.

예전 윤견의 형과 윤견은 부모님의 장례를 마치고 잠시 외할머니의 밑에서 자란 적이 있었다.

그 때 윤견도 이런 마을과 비슷한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었다.


비록 잠시 동안 이었지만 윤견의 기억 속에서 나름 행복했던 추억들이 있었다.


“이 빨간 고무대야는 어디에나 있네.”


간만에 추억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 같은 이동수단을 찾는 데 더 급하기 다른 집으로 발을 돌렸다. 그러나 옆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다시 다른 집으로 떠나려던 순간.


“어?”


윤견의 눈에 마루 밑에 있는 신발 두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다.


“잠깐...방금 집에도...”


분명 집 안을 수색하기 위해 집 안을 들어갔을 때도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당시에는 추억에 빠져 이상하게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분명 방금 집도 지금 집도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여나 다른 집도 살피니, 거기엔 더 가관인 광경이 보였다. 신발은 이미 그대로 있었고 식탁에는 음식들이 올라가 있었다.


김치나 감자, 보리밥도 모두 식어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동이 있었다는 흔적 또한 없었다. 정말 사람만 연기처럼 사리진 것만 같다.


-뭔가 이상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곳이 생각과 다르자 윤견은 자전거를 포기하고 기랑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기랑이 먼저 윤견을 찾았다.


“윤견씨!”


다급하고 초조한 모습으로.


“사..사람들의 시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아니, 기괴합니다.”

“기괴하다고요?”


기랑은 설명하려고 했지만 금세 포기하고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기랑을 따라 가니 어룡리 마을회관이 도착했다. 다른 집들처럼 어디 부서지거나 무너진 곳은 없이 옛날 모습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여깁니다. 1층 왼쪽으로 들어가시면 바로 보일 겁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순간 피 냄새가 진득하게 풍겨왔다. 기랑이 말한 방을 확인하니 확실히 기괴하다고 표현할 만 했다.


붉은 점액질이 방 안에 끈적하게 퍼져있었고 그 안에는 사람들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관절이 이리저리 꺾여 있는 것이 누군가가 억지로 한 짓으로만 밖에 안 보였다.


기랑은 그 모습에 기괴함을 느꼈지만 윤견은 시신들을 덮고 있는 붉은 점액을 보고 닭살이 돋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군요.”

“네?”

“후...일단 나가죠.”


마을회관을 나가자마자 윤견은 바로 범인을 밝혔다.


“뱀파이어입니다.”


기랑의 눈이 한 없이 커지며 윤견과 마을회관 안을 번갈아 봤다. 아직 어떻게 확신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윤견은 기랑을 끌고 마을을 벗어나면서 설명했다.


“그동안 뒤진 집에는 사람이 있던 흔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사람이 사라진 것처럼. 하지만 사람이 그럴 일은 없을 테, 어떤 급한 일이 생겨 밖을 나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신발이나 식사를 치우기도 못 할 정도로요. 저걸 보기 전까지는요.”


그와 중에 윤견은 자전거를 발견하고 멈췄지만 바퀴는 찌그러져있었다. 윤견이 자전거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자 뒤에 있던 기랑이 말했다.


“하지만 저 상태를 봐서는 절대로 사람들이 도망친 거라고 볼 수는 없죠.”


“맞습니다. 그렇다고 끌려온 거라기에는 집 상태가 멀쩡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온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이 끌고 간 것도 아니니...”

“최면이군요.”


역시나 눈치가 빠른 기랑이 바로 정답을 맞혔다.


“맞습니다. 뱀파이어의 권능이라고 불리는 것 중 하나죠. 그리고 붉은 점액은 성질은 다르게 보였지만 분명 피였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니 기랑도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다른 나라에 나타난 이종족이지만 7군주의 공포는 어느 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기랑이 뭔가 또 눈치를 챘는지 놀라 말했다.


“잠깐, 그럼 최면술과 혈 조작술 두 권능을 사용한다는 것은 ‘귀족’아닙니까?”


귀족은 뱀파이어의 계급 중 하나이다.

계급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가장 위인 왕과 그 아래의 가주(家主)들 그 가주들이 이끄는 가문의 사람들을 귀족, 이 위에 있는 계급들은 모두 권능을 두 가지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그들을 지키는 병(兵), 졸(卒) 그리고 가장 밑바닥인 권속(眷屬).


말이 권속이지 노예나 다름이 없다.

다른 종족의 몸에 자신의 피를 주입해 자신의 권속으로 만든다. 당연히 반 강제적이지만 가끔씩 자원하는 종족도 볼 수 있다.


“뭐, 거기까지는 아직 모릅니다. 기랑 중위님 말대로 귀족일 수도 있고 병, 졸 두 마리가 온 것일 수도 있고.”

“그럼, 정말 윤견씨 말대로 고블린의 범인도 벰파이어일 수도 있겠습니다.”

“네, 그리고 아직까지는 저희와 동선이 좀 겹친다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네요.”


다시 철도로 돌아와 또 다시 다리로 길을 밟기 시작했다. 비록 자전거는 못 찾았지만 그래도 좋은 정보는 얻었다.


이 땅에 7군주의 종족이 숨어 있다.


-불안하다, 만나지는 않겠지?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성환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환역 근처 건물에서 조용히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자 다시 길을 나섰다.


가는 동안 윤견과 기랑은 각자의 옛날의 일들을 하나 둘 씩 풀기 시작했다. 윤견이 소개팅을 했던 얘기, 기랑의 군 시절 있던 일들을 얘기하며 갈대밭을 지나던 순간.


바스락.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가 아닌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윤견과 기랑은 말을 멈추고 각자의 무기를 꺼내 소리가 들린 곳을 살폈다. 갈대밭에서 갈대와 같은 색의 피부를 가진 리저드맨이 튀어나왔다.


초록 피부의 리저드맨 종족보다 크기는 작지만 속도는 더 빠른 놈들이다.


“셋인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제 뒤만 봐주세요.”


가장 먼저 주먹도끼를 든 리저드맨이 윤견을 향해 달려갔다.


“키에에!”


두 주먹도끼가 교차하며 윤견의 복부를 노렸지만 흑도가 위로 올려치며 도끼들을 날리고 흑도는 그대로 다시 아래로 움직여 리저드맨을 베었다.


“음?”


다른 리저드맨이 새총을 당기며 장전을 하고 발사하기 직전 윤견의 뒤에서 총알이 날아가 리저맨의 목에 박혔다.


새총을 막으려고 들었던 리저드맨의 시체를 마지막 남은 놈에게 집어 던지고 검을 찔러 넣었다.


검을 뽑고 주변을 살펴 상황이 끝났음을 확인하고서야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기랑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분명 저 셋이 끝 일리는 없을 것이다.


역시나 또 다시 등장한 리저드맨들과 전투가 벌어졌지만 딱히 큰 위기 없이 잘 넘겼다. 그렇게 리저드맨에게 발목이 잡히며 해가 중천을 넘고 좀 더 시간이 지나서야 다음 역인 직산역에 도착했다.


직산역은 그간 들은 역과는 달리 정말 주변이 삭막했다. 주차장은 있었지만 차는 두 대 밖에 보이지 않았고 버스정류장 표지판을 옆으로 꺾여 있었다.


“으...”

“윤견씨 일단 역에서 잠시 쉬죠. 상처가 덧나겠습니다.”


기랑이 윤견의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확실히 리저드맨을 계속 상대하면서 등에서 통증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꼈었다.


“으아.”


역에 들어가 정거장 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기랑은 옆 의자에 앉아 총기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확실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어서 그런지 등에서 통증이 슬슬 가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해지는 등과 달리 귀에서는 불편한 소리가 잡혔다.


“...뭔가 올라오고 있어요.”

“네? 수는 혹시 아십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많아요. 리저드맨일 수도 있어요.”


결국 꿀만 같던 휴식을 멈추고 철도로 뛰어들어 달렸다. 그들의 뒤로 역시나 리저드맨의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점점 멀어져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 서야 달리던 발들을 멈췄다.


“저희를 쫓아온 걸까요?”

“그러기에는 포위하지도 않은 거 보니 그냥 우연치 않게 온 것이거나, 저들의 집이였던 것일 수도 있겠네요.”


이제는 철도를 밟으며 지도를 펼치니 천안역까지 두 정거장 남았다.


“이제야 이 마라톤의 꼴인 지점이 보이네요.”


윤견에게 지도를 받은 기랑이 웃으며 말했다. 윤견도 그간 개고생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가니 쓴 웃음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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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심판 - 2 23.11.19 127 0 10쪽
117 심판 23.11.18 1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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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공백의 시간 23.11.05 136 0 11쪽
112 천안의 백정 - 2 23.11.04 140 0 11쪽
111 천안의 백정 23.11.01 141 0 10쪽
110 연예인 23.10.30 147 1 11쪽
109 엉뚱한 로봇 23.10.28 145 0 10쪽
108 병신처럼 23.10.27 152 0 10쪽
107 천안시 - 4 23.10.25 152 0 11쪽
106 주리 - 2 23.10.24 156 1 11쪽
105 주리 23.10.22 165 1 11쪽
104 천안시 - 3 23.10.21 171 1 11쪽
103 천안시 - 2 23.10.19 168 0 11쪽
102 천안시 23.10.18 174 0 11쪽
» 뱀파이어 23.10.16 185 0 11쪽
100 평범한 사람들 23.10.15 179 2 11쪽
99 발도 23.10.13 186 0 11쪽
98 삼자 대면 - 2 23.10.11 186 0 11쪽
97 삼자 대면 23.10.09 19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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