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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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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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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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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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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주리 - 2

DUMMY

몇 시간 전.


쾅! 텅!


애꿎은 오토바이만 두드려 봤자 연료가 충전되는 것도 아닌데 윤견은 한동안 오토바이를 두드리고는 결국 오토바이를 버려두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도를 펼치며 길을 찾아가던 중 오토바이 배기음이 들렸다. 주리와 함께 근처 건물에 숨자 배기음이 점점 커지더니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지나갔다.


-진짜 규모가 큰가 보네.


그렇게 다시 도로를 걸었지만 또 다시 들리는 배기음에 몸을 숨기며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며 해가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기음은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일단 건물로 들어가 밤과 사람들을 피하기로 했다.


주리는 먹을 게 없기에 윤견이 나눠주고 식사를 마쳤다.


“먼저 주무시죠. 일단 처음 보초는 제가 서겠습니다.”

“네. 꼭 깨워주세요.”


주리는 씽긋 웃고는 바로 누웠다. 윤견도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주변과 창문들을 통해 밖을 보며 평소처럼 보초를 섰다. 그러다 잠시 목이 말라 물병을 가지러 돌아왔다.


가방으로 향하던 손을 멈추고 조심히 고개를 돌려 등지고 있는 주리를 쳐다봤다.


“...믿으라는 근거는 없지만 믿고 주무셔도 됩니다.”


그러자 주리의 몸이 천천히 일어났다. 한 쪽 손에는 리볼버가 들려 있었다. 주리는 피곤과 불안이 섞인 눈으로 윤견을 보고 있었다.


“이런 세계다 보니...”


윤견은 주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신을 완전히 믿고 있지 않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그야 처음부터 계속 리볼버를 손에 쥐고 있었으니. 오토바이에 탈 때 역시 한 손으로는 윤견을 잡았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계속 리볼버를 쥐고 있었다.


혹여나 윤견의 움직임이 수상해지면 바로 쏠 생각으로 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많은 일이 있으셨던 모양이네요.”


분명 윤견의 기억 속에 그녀는 지금과 정 반대였다. 밝고 명량하고 처음 접해본 촬영에 긴장한 윤견을 다독이던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 윤견의 눈에 그녀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확신을 들게 했다.


주리가 또 다시 깊게 한숨을 뱉더니 총을 보이며 말했다.


“이 총 예전에 경찰서 부근에서 주웠는데 그 주위에 총알이 몇 발 있었는지 알아요? 10발.”


그리고는 허공에 총을 겨누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 한 발은 내 가족들을 죽인 수인의 머리에 한 발. 그렇게 혼자가 돼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나를 알아보고 덮치려던 놈들에게 두 발과 식칼로 목을 삭!”


주리가 손날로 마치 당시의 식칼을 흉내 내듯이 휘둘렀다.


“그렇게 모자와 마스크까지 썼는데도 이 미모는 어떻게 알아차리는 지...도와주겠다는 놈도, 우리 무리에 들어와 같이 살자는 놈들도 다 똑같았어요.”

“이곳...천안시 쪽 사람들도 그러던 가요?”


주리는 말이 없어지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니었어요.”


-그러니 굳이 찾으러 나가기까지 했겠지...


리볼버가 미세하게 떨기 시작하더니 주리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저 닭똥 같은 눈물만 계속 떨어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잃기 싫어요.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런 그녀를 보자 순간이지만 예전 윤견이 알던 주리의 모습이, 그리고 자신이 겹쳐보였다. 고독에서 벗어난 그 따스함을 다시 고독에 빠졌을 때의 공포를 윤견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그녀를 달래기 위해 곁에서 다독여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물이 조금씩 그치자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예전에, 주리씨 멤버 중 그...키 크신 분을 덕 질 했던 선배가 저에게 사인을 부탁했던 적이 있었어요.”

“...사인 해달라고 깜빡하셨죠? 그 날 엄청 긴장하셨잖아요.”

“아뇨, 사인은 용기내서 받았습니다. 그런데 두고 갔어요.”

“정말요!? 아하하, 아니 사인까지 잘 받아 놓고서..”

“주리씨 말대로 당시에 긴장을 많이 했지만 촬영이 끝나자 긴장이 한순간에 풀려서 그만 까먹고 놓고 왔죠.”


주리가 입을 막으며 조용히 웃었다. 그제야 예전의 주리의 모습이 보였다. 주리가 웃음을 참고는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엄청 까였어요?”

“뭐...그걸로 혼낼 사람은 아니었지만 워낙 팬심이 강하다 보니 며칠동안 투덜거리는 걸 듣느라 고생했죠.”


주리가 크크 웃더니 잠시 생각을 하며 윤견이 말했던 가수의 이름을 말했다.


“크가 크다고 하셨으니...리리 언니인가?”

“음...세 글자 였던 거 같던데...”

“아! 니이라 언니구나!”

“어어!! 맞아요. 그 분이셨어요.”


정답을 맞혔다는 것에 주리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지만 이내 다시 차분해지더니 허공을 보며 말했다.


“그 언니들은 잘 살고 있으련지...”


그 말에는 대답하지 못해, 윤견이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어디가요? 화장실?”

“이제 보초 서야죠. 주리씨도 빨리 주무시죠. 내일 움직여야 하니.”


주리가 마치 잠자기 싫어하는 애처럼 투정을 부렸지만 윤견은 가뿐히 무시하고는 다시 보초를 서러 나갔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보초를 서고 돌아오니 주리는 이미 잠든 지 오래였다. 그런 주리를 조심히 흔들어서 깨웠다.


“..으? 윤견씨? 왜요?”

“보초 서실 시간입니다.”

“...가차 없으시네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나 소리가 들리면 깨워주세요.”


윤견은 바로 다른 곳에 누워 지친 몸을 재웠다. 주리는 그런 윤견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보초를 서러 나갔다. 그 후 서로 서로 깨우고 자며 마지막으로 윤견이 일어났을 때 아참이 찾아왔다.


“으...벌써 제 차례에요?”

“아뇨, 아침입니다. 이제 아침 먹고 출발하죠.”

“아으으...”


앓는 소리는 내며 얼굴을 비비는 주리에게 감자 하나를 내밀었다.


“간단하게 구웠습니다. 천천히 드시고 나오세요.”


그렇게 밖에서 조금 기다리니 어제처럼 모자를 풀 눌러 썼지만 마스크는 쓰지 않은 주리가 내려왔다.


“에혀~. 갑시다.”


어제보다 분위기가 유해진 듯 한 주리와 함께 출발해 아무 방해 없이 철도에 까지 도착했다.


“가면, 윤견씨 동료들이 있다는 거죠?”

“음...솔직히 어제에 만나기로 한 거긴 합니다.”

“에엥?! 그럼 먼저 갔을 수도 있잖아요,”

“무슨 일이 있지 않는 한, 하루 정도는 기다려 줄 겁니다.”


잘그락.


철도 위의 자갈돌들을 비비며 건너 드디어 기랑과 만나기로 한 건물에 도착했다.


“...조용한데요?”

“굳이 시끄럽게 있을 이유는 없잖아요.”

-차도 안 보이게 잘 숨겼군.


만나기로 층은 딱히 정하지 않았기에 층들을 뒤지며 가장 위층인 4층에 도착했다.


“...없는데요?”

“...그러게요.”


주리의 눈빛이 점점 애잔함이 묻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눈을 애써 무시하며 3층의 수색을 부탁했다.


분명 기랑도 있을 테니 아무 흔적 없이 떠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윤견도 2층으로 내려가 혹여나 있을, 있어야만 할 흔적들을 찾았다.


그러던 중 위쪽에서 주리가 윤견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미주의 손에는 종이 쪼가리가 들려 있었다.


“이거 보세요. 감자 껍질 아래에 접혀 있었어요.”


[이곳으로.]


짧은 글이지만 그 아래에는 화살표가 이리저리 적혀 있었다.


“여기서 화살표 방향을 따라가라는 소리겠죠?”

“그런 모양입니다.”

“다행히 버려진 건 아니네요.”


슬쩍 말을 무시하고 화살표를 따라 길을 가니 코끝을 간지럽히는 불쾌한 냄새와 함께 빌라 앞으로 도착했다. 하지만 빌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빌라 밖에 시체들과 탄피가 거리에 있었다. 주리는 시체를 보자 인상을 쓰며 마스크를 다시 쓰고, 윤견은 시체들을 살폈다.


그런 윤견의 뒤에 있던 미주도 시체들을 슥 살피더니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몇 몇은 아파트 단지에서 본 기억이 있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들이예요.”

“그럼, 백정이라 봐도 되겠군요.”

-대부분 총에 죽었군...중위님이라도 봐야 하나? 그럼, 민혁이는?


시체들 앞에서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생각을 하던 중 주리가 윤견의 어깨를 건드렸다.


“한 번,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윤견이 시선을 돌려 빌라를 쳐다봤다. 빌라 중 2층의 어느 베란다만 다른 곳에 비해 망가져 있었다.


“그래야 할 거 같네요. 다른 놈들도 오기 전에 빨리 확인합시다.”


빌라로 들어가 이미 열려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난장판 그 자체다.


“사람이 숨어 있던 모양이네요. 하지만 탄피는...없네요.”

-그럼 여기는 총알 만 맞은 거고, 밖에 있던 중위님이 놈들을 쏜 건가?


다시 집 안을 살피려던 그 때 주리가 한 방안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으로 보아 딱히 좋은 건 아니라 판단해 조용히 다가가니 시체 한 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주리의 눈썹이 요동치기 시작했지만 눈을 질끈 감으며 감정을 억누르기 시작했다. 윤견 역시 작게 한숨을 쉬며 시체의 뜬 눈을 손으로 내려줬다. 얼굴만 봐도 미성년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파트에서 만난 얘에요. 제 팬이라고 하면서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저처럼 가족들을 잃고 혼자서...”


더 이상 말하기 버거운지 말이 멈췄다. 시체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위로 덮어주고 빌라를 벗어났다.


빌라와 피 냄새로부터 멀어지며 신호등 앞에 멈춰 섰다.


“이제 어떡하죠?”


아직 빌라에의 일이 가시지 않은 지 전에 비해 주리의 표정과 말투가 무거웠다.


“글쎄요. 이건 제 생각인데.

제 동료들이 그 빌라로 갈 생각이었고 그래서 제게 이런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가니 타이밍 좋...나쁘게 백정들이 공격하고 있어, 놈들을 죽이고 빌라 안 사람들과 함께 급하게 어디론가 피난 갔다...는게 제 생각.”


윤견은 복잡함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주변을 살폈다. 역시나 보이는 건 숨을 잃은 거리뿐이었다.


분명 기랑과 민혁은 그 빌라에서 생존자들과 함께 윤견을 기다릴 생각이었을 것이다.


-! 잠깐. 그러고 보니 차가 지나간 흔적이 없었잖아. 사람들은 몰라도 자동차는 그 거리에서 시체나 피를 밟을 수 밖에 없었어.

바로 총격전이 일어난 급박한 상황일 텐데 차를 돌리지는 않았을 거야.

“그럼...차는 안 끌고 왔다는 건 가. 다시 처음 접선지로 돌아가...”


쉬익-!


주리와 함께 다시 처음에 간 건물로 돌아가려던 순간 등 뒤에서 소름 돋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바로 주리를 감싸며 검을 뽑아 튕겨냈다.


흑도에 튕겨진 수리검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키야...그걸 반응해 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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