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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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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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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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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9,765

작성
23.09.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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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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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혼자가 된 날

DUMMY

“허어..허어.”


주먹에 진득하게 물들은 피를 닦아내며 여전히 몸을 숨기고 있다. 옆구리의 상처도 조금은 아물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움직이면 통증이 올라왔다.


밖은 여전히 싸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확실히 처음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부스럭...


비닐봉지를 풀어 안에서 남은 생수병을 꺼내 다시 한 모금 마셨다. 물은 아껴야 하지만 지금은 속에서 불이 지핀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


뚜껑을 닫고 봉지에 다시 조심히 넣어두고 자신을 진정시켰다.


눈을 감고 코로 숨을 마시고 입으로 숨을 뱉으며 천천히, 천천히 혼란스러운 자신을 진정시켰다.


“...좋아. 현재 시간 6시 반. 밤까지 기다려야 할까? 골렘은 멈추겠지만 수인들은? 오히려 위험해. ...하아.”


결국 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윤견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옆구리를 확인하고는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서 머릿속의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최적의 루트를 찾았다. 물론 중간중간에 나올 상황들을 고려해 그 때마다 어떻게 대응 할지도 생각했다.


“후우...”


마지막으로 숨을 천천히 뱉고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났다. 기특하게도 옆구리는 울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직은.


문을 막고 있는 수인을 발로 밀어 문을 조용히 열었다. 피와 바위 조각으로 가득한 거리에는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좋아. 첫 번째 작전은 성공이군.


안전하게 건물에서 나온 다는 첫 작전이 성공하자 윤견은 다음으로 이동했다. 두 번 째 작전이자 가장 중요한 작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가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작은 발소리에도 몸을 멈춰 발소리가 지나가거나 사라질 때 까지 가만히 있고서야 움직였다. 그런 도중 예상치 못했지만 반가운 변수가 보였다.


“...킥보드?”


한 때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애용했던 이동수단이었다. 자전거보다 타는 법도 쉬어 어린 아이들도 많이들 탔었다.


윤견은 천천히 킥보드를 들어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핸들이 조금 돌아간 거 말고는 나머지는 문제없었다.


다른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 타기 좀 민망하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윤견의 몸 상태로는 그런 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곧바로 킥보드에 발을 올리고 다른 발로 땅을 박차며 킥보드를 움직였다. 킥보드의 바퀴가 열심히 돌아가며 골목을 질주하고 있다.


윤견은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지만 그 때마다 옆구리에서 올라오는 통증이 현실을 일깨워줬다.


-좋아. 좋아! 이대로만 가면. 음?


그러나 역시나 생각했던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수인들이 킥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윤견을 발견한 것이다.


다행히 그 중에는 총을 든 놈이 없어 총알이 날아오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 창이 날아왔다. 윤견은 핸들을 꺾어 창을 피하며 작전대로 놈들을 무시하고 나아갔다.


그런 윤견의 눈에 또 다른 변수가 보였다. 수인들이 타고 온 말과 그 말을 지키는 몇몇의 수인들었다.


말을 보자 마치 눈이라도 돌아간 사람처럼 방향을 돌려 그곳으로 돌진했다.


수인들도 웬 미친놈이 오는 것을 보고 각자 무기를 꺼냈다. 윤견은 검을 뽑음과 동시에 킥보드에서 내려 수인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옆구리도 다시 울기 시작했지만 지금 윤견에게는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수인들의 무기를 막고 피하며 놈들이 보이는 빈틈을 노렸다.


흑도가 수인의 몸을 뚫고 목을 가르며 검붉은 피를 흩날렸다.


“하아...하아..”


늘 해왔던 일이었음에도 상태가 이 모양이니 벌써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덕분에 말 세 마리를 구했다는 점이다.


안장을 밟고 힘겹게 말에 올라 두 마리의 고삐를 잡고 움직였다. 역시 킥보드와 자전거랑은 다르게 편하고 빨랐다.


“아주 좋아, 말을 구할 계획은 없었는데...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


드디어 윤견의 눈에 선로가 보였다. 이제 계획대로 저 선로를 따라 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갑작스레 날아온 참격이 윤견이 끌고 있단 말 중 한 마리를 두동강내 버렸다. 처음 보는 유형의 참격이지만 윤견이 잘 알고 있는 참격이었다.


그 증거로 윤견의 옆구리는 울다 못해 기겁하고 있다.


참격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보니 역시나 그 녀석이 검을 들고 있었다.


윤견이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지만 선로 쪽으로 돌아 올 거라고 예상한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윤견도 혹여나 놈이 같은 장소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무너진 빌라 쪽으로 가지 않은 이유였다.


놈이 다시 검을 높게 들어 올려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잡고 있던 고삐를 놓고 검으로 옆에 있는 말의 앞에 휘두르자 놀란 말이 방향을 꺾어 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럇!!”


그 틈에 윤견은 타고 있는 말을 다그치며 놈에게 벗어나고자 했다. 뒤에서 말의 비명소리가 들여오며 윤견도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그러자 산산조각이 난 말 넘어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짐승의 눈과 마주쳤다. 그 순간 윤견의 몸에서 이상 반응이 일어났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호흡에 이상이 생겼고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 하나하나가 모두 느껴지는 잊고 있었던 감정이 조용히 고개를 내밀었다.


애써 그것에 눈을 돌릴 듯이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고 지긋지긋한 그곳에서 빠져나갔다.


분명 달리고 있는 것은 말인데 이상하게 윤견이 답답하고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앞 쪽에 수상한 움직임이 보였다. 혹여나 일행들인가 하고 주의깊게 봤지만 움직임의 정체는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저것의 정체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는 고블린도 힘들다. 결국 방향을 꺾어 옆으로 이동했다.


마침 해도 슬슬 지기 시작하니 이참에 밤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고 판단했다. 한적한 거리에 말과 함께 돌아다니며 말을 숨길 만한 장소를 찾았다.


마침 아파트 뒤쪽에 작은 공원 안에 있는 어린이집을 발견했다.


말과 함께 어린이집으로 들어가 안전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나서야 말의 고삐를 창문에 묶고 윤견은 그 옆방에서 의자를 끌고와 앉았다.


그리고 땀과 피 범벅인 자신의 옷을 쳐다보고는 다시 의자에서 일어나 어린이집을 나갔다.


그리고 앞에 있는 아파트로 다가가 베란다로 내부를 확인하고 1층 집에 올라갔다.


더러운 옷들을 벗어 던지고 사이즈가 맞는 옷들을 대충 갈아입고 여기까지 온 김에 식량을 찾기로 했다.


4층까지 올라가서 겨우 김밥용 김과 반 쯤 마신 보리차 그리고 바늘과 실을 구했다.


윤견은 잠시 위 층까지 뒤질 까, 고민을 했지만 포기하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다.


말도 무사히 있으니 쿠키와 김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구한 수건들로 다시 상처 부위를 닦아내자 수건은 붉게 물들었다. 그 다음 바늘과 실을 꺼내 상처를 꿰맸다.


예전에 의사가 해줬던 만큼 정교하게는 못하지만 그래도 자기 딴에는 깔끔하게 마쳤다.


“후...다들 괜찮은지.”


축축하게 젖은 수건을 던지고 벽에 기대앉았다. 그러자 자동차는 잘 빠져나갔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파이브는 괜찮은 지에 대한 걱정들이 생겨났다.


-그러고 보니 파이브 없이 혼자 있는 것도 오랜만이네. 마치 처음 그 날로 돌아온 기분이야.


윤견이 혼자가 된 날. 많은 이들이 잃고 혼자가 된 날.


그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윤견은 상처투성이로 홀로 건물에 숨어 들어갔었다.


“크크큭..”


물론 지금처럼 미친놈처럼 혼자 웃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날 윤견과 함께 거인들을 막았던 도깨비와 다른 헌터들 모두 윤견의 눈앞에서...


“하아...진짜 하루가 길다, 길어.”


예전처럼 하루에 대한 푸념을 뱉고 이불들을 찾았다. 어린이집이라 그런지 모두 작았다. 결국 여려 이불들을 깔고 그 위에서 기절하듯이 눈을 감았다.




“허억...허억...으악!!”


인상을 쓰며 끙끙 앓던 윤견이 짧고 굵은 비명과 함께 눈을 떴다. 분명 더운 날씨도 아닌데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있었다.


“하아..후.”


진정시키고 창밖을 보니 슬슬 해가 뜨는지 오렌지 빛이 어둠속에서 조금씩 크기를 늘리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린이집 2층으로 올라가 발코니로 나가니 쓸쓸한 새벽 바람이 윤견을 덮쳤다.


덕분에 방금까지 뜨거웠던 몸이 식은 기분이다.


새벽 바람에 나무들의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시원하게 울렸다. 윤견은 난간 위에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방금 꿨던 꿈을 떠올렸다.


자신을 집어 삼키려던 눈.


분명 어제 수인에게 본 눈이었다. 그 눈이 악몽으로 까지 돌아왔다는 것에 윤견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놈에게 공포를 느꼈다는 것을. 분명 놈보다 강한 적들도 만나 살아남은 윤견이지만 왠지는 모르지만 분명 놈의 눈에 공포를 느꼈다.


정확히 윤견은 수인의 눈에 공포를 느낀 것이 아니라 그 눈에 담긴 죽음을 마주했기에 공포를 느낀 것이었다. 늘 마주하고 종이 하나 차이로 찾아오는 죽음이지만 홀로 죽음을 마주하는 건 윤견도 처음이었다.


다시 어린이집으로 들어가 어제 구한 보리차를 마시고 쿠키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식사를 마쳤다.


말을 고삐를 풀어 어린이집을 나갔다.


슬슬 어둠보다는 밝은 빛이 하늘을 차지했다.


“읏차.”


말에 올라 발을 치며 말을 움직였다. 어제 열심히 달리고도 먹인 게 겨우 김 한 장인 게 미안해 일단은 천천히 움직이게 시켰다.


다시 선로 쪽으로 향하니 다행히 어제 본 움직임은 사라지고 한 적한 거리만 보였다.


“가자. 음? 저건...”


움직임이 보였던 곳을 지나가니 윤견이 탔던 차의 한 쪽 문이 뜯겨진 채로 바닥에 있었다. 다급히 말에서 내려 문짝을 들어 올렸다.


“생김새로 봐서는 조수석 쪽 문인데.”


문짝을 던지듯이 내려놓고 주변을 살폈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윤견의 눈을 사로잡는 건 없었다. 다시 말에 올라 좀 더 멀리 수색하니 다른 것도 발견 할 수 있었다.


총알로 벌집이 된 수인들이 이정표를 만들고 있었다.


다행히 수인들의 시체 말고는 다른 시체는 없었다.


그럼에도 완전하게 걱정을 떨쳐낸 건 아니다. 빨리, 그들과 만나야 한다.


어제 마주한 죽음이 그들에게도 찾아오기 전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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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심판 - 8 23.12.04 10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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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주리 - 3 23.12.01 10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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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심판 - 2 23.11.19 1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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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공백의 시간 23.11.05 1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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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천안의 백정 23.11.01 14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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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엉뚱한 로봇 23.10.28 145 0 10쪽
108 병신처럼 23.10.27 152 0 10쪽
107 천안시 - 4 23.10.25 152 0 11쪽
106 주리 - 2 23.10.24 157 1 11쪽
105 주리 23.10.22 165 1 11쪽
104 천안시 - 3 23.10.21 171 1 11쪽
103 천안시 - 2 23.10.19 168 0 11쪽
102 천안시 23.10.18 17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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