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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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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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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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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관리국의 일상 (1)

DUMMY

승호와 콜린이 돌아온 장소는 런던 시내에 위치한 호텔의 스위트 룸. 알프레드가 잡아준 숙소다.


콜린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노트북을 들고와서는 뭔가 열심히 검색하더니, 승호에게 화면을 들이밀었다.


“이것 봐. 엄청나게 못 했어.”


“뭘 못해?”


“방금 그 인간들 구단 말이야. 강등이랑 승격 반복하다가 쭈욱 2부 리그에 있어. 연락해서 물어봐야겠다. 시스템이란 게 있으면서 이 정도밖에 못했다고?”


승호도 이유가 궁금했기에, 알프레드에게 부탁해서 애덤과 존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몇 시간 뒤. 연락처를 얻은 콜린이 그들에게 전화해봤지만, 그들은 승호와 콜린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이 창피해 이러는 건가 싶어 시스템을 언급하며 농담도 건네봤지만, 그들은 장난 전화하지 말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네가 나중에 다시 가서 시스템도 빼앗고, 기억도 지우나?”


자신이 그럴 일은 절대 없었기에 한참 고민하던 승호는 소리와 레니스가 시공에 대해 알려줬던 내용들이 생각났다.


“아.”


“뭐 짚이는 거라도 있어?”


승호는 기억을 쥐어짜내 시공이동에 관한 내용을 콜린에게 설명했고, 그녀는 개떡같은 설명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헤에, 단순한 시간 이동이 평행우주까지 만드는 거구나. 난 다중우주 쪽이 좋았는데, 아쉽다.”


“둘이 같은 뜻 아니야?”


“평행은 어느 세계에 가든 똑같은 사람이 있는 거고, 다중은 그 사람이 솜사탕으로 만들어져있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는 세계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만?”


“너 용이라면서요. 너무 모르는 거 아냐? 멀티버스 개념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그런 거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더라. 어쨌든. 네 표현대로라면 다중우주일 수도 있어. 전에 다른 용이 인간이 아예 없는 지구가 있을 수 있다고 했거든.”


“그래? 그러면 시간 역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옴니버스라고 봐야 하나?”


시간 역설 같은 경우는 무단이탈자 덕분에 승호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고,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콜린은 극도로 신이 난 표정을 짓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해? 존나 타이미와이미하네! 얌전하게 있을 필요가 없는 거였잖아!”


‘타이미와이뭐? 그보다 얌전?’


존과 바락바락 말다툼하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난 승호는 잠깐 의문을 품었지만, 곧장 수긍했다.


이번 추적에서 콜린은 딱히 사고를 치지도 않았고, 얌전히 승호만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헌데, 그 고삐를 승호 자신이 바로 풀어버린 듯하다.


-


머리가 아파진 승호의 기색을 눈치챈 콜린이 주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내 머릿속에도 조각이 있지 않을까? 전에 만났던 사람 중에도 몇 명 있었다며.”


“너는 없었어. 예전에 확인했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같이 움직일 수 없기에, 승호는 런던으로 오는 동안 잠이 든 그녀의 머릿속을 확인했었다.


“아쉽네. 나도 그 시스템이란 거 써보고 싶었는데.”


“존이랑 그렇게 싸워놓고서 본인은 사용하고 싶다고?”


“룰이 있는 시합에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 애덤은 그걸로 부상도 고치고 운동능력도 좋아졌다고 했으니, 호신용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


‘호신용이라...’


잠깐 고민하던 승호는 콜린에게 제안했다.


“애덤이 받았던 치료. 너도 받아보지 않을래?”


“다리 고쳐준 기술? 나야 좋지. 그런데 그거 정확한 효과가 뭐야?”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기술. 거창하지만 결국 건강해지는 게 전부였다. 그 건강해지는 수준이 엄청났지만 말이다.


크게 다칠 거 조금 다치고, 다쳐도 금방 회복하게 될 것이다.


다음 추적부터는 맘껏 날뛰어 보겠다는 각오가 승호에게도 전해질 지경이니, 이 정도 조치는 취해야 할 듯싶었다.


나중에 이모에게도 해드려야 했으니, 한 번 더 연습할 대상이 필요하기도 했다.


잠시 후.


“그럼, 나 잠깐 나갔다 올 테니, 쉬고 있어.”


추궁과혈과 격체전공을 마친 승호는 관리국에 신호를 보내 빛기둥을 열었다.


물어볼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


승호가 관리국에 도착하니, 국장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국장님? 그 모습은 뭐에요?”


“저번에 승호 씨가 보여준 형태가 마음에 들어서요. 한동안 이러고 다녔어요.”


국장의 모습은 고양이였는데, 머리에는 여전히 소뿔이 달려있었고, 털은 형광색으로 빛나고 있다.


“고양이는 뿔이 없고, 털 색도 그렇게 요란하지 않아요.”


“뿔은 취향이고, 다른 세상에 가면 있을 수도 있죠. 그보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국장의 말처럼 승호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는 그렇게 생긴 고양이가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물어볼게 생겨서요. 소리랑 레니스는요?”


“둘 다 특수 임무로 밖에 나간 상태예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마중까지 나왔죠.”


“다른 용들은요?”


“관리국에 있던 모든 용이 같은 임무로 나간 상태예요. 망룡 하나가 좀 심하게 날뛰고 있거든요.”


레니스에게 특수 임무가 배정되면 한번은 승호가 대신하기로 이야기되어 있었기에, 자신을 부르지 않은 이유를 묻자, 비교적 쉬운 일이라 부득불 우겨서 본인이 나갔다고 한다.


‘와, 진짜 밉상이네.’


“개인 특임이 배정돼야 승호 씨한테 넘길 것 같아요. 그거야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물어볼 게 뭔가요?”


속으로 레니스의 흉을 보던 승호는 굳이 용들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었기에, 국장에게 바로 질문을 던졌다.


승호가 가진 의문의 당사자였으니, 더 나을지도 몰랐다.


“국장님. 저희 파편을 모으는 이유가 뭔가요?”


-


“파편을 모으는 이유요? 용이 된 직후에 안 배웠나요? 관리국 역사 설명하면서 들었을 것 같은데.”


“분기점을 만들려고 뿌려 놓은 파편을 다시 회수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런데 용으로 인한 거나, 파편으로 만들어진 거나 같은 분기점인데 굳이 회수할 필요가 있냐는 거죠.”


승호가 질문을 던진 이유는 굳이 파편을 회수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와의 만남을 없었던 일로 만들고 싶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부상만 없었다면 꿈을 이뤘을지도 몰라.


마이너 천마처럼 이유가 없거나, 코치 존처럼 시간을 넘지 않은 예외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승호가 추적한 내용만 따져보면, 지구의 파편 사용자들은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중이었다.


계속 조사하다 보면 음모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파편을 회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승호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소원을 깨부수고 다니는 악당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파편 사용자를 관리국에 데려와서 허가를 받게 하세요.”


“허가요?”


“괜찮겠다 싶으면 그냥 놔두는 거죠. 파편을 노리는 놈들한테 뺐길 수 있으니, 보호 겸 감시 요원을 붙이고요.”


“굳이 뺐을 필요는 없다는 거네요.”


“네. 승호 씨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어차피 상주요원이니, 굳이 보호나 감시업무로 요원 추가할 일도 없겠네요.”


고민이 해결된 승호는 파편을 노린다는 놈들에 대해서도 궁금했지만, 국장은 아직 파편을 왜 모으냐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딱히 비밀은 아니긴 한데, 꼭 알아야겠어요?”


승호가 답변을 재촉하자 국장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누가 텔린놈 제자 아니랄까 봐...”


‘텔린놈?’


함께 지낸 10년. 그 기간 동안 텔린은 가끔씩 관리국, 특히 국장에 대해 불평과 악감정을 쏟아내곤 했다. 그런데 국장도 텔린에게 감정이 좋지 않은듯하다.


항상 나른하던 국장의 목소리에 한이 담기기 시작했다.


“일하기 싫어서요.”


-


우주 탄생 직후. 넘쳐나는 혼란을 잠재운 것은 시공왕과 그 기사들이었다.


일을 마친 시공왕은 분기점을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힘을 온 우주에 흩뿌렸고, 남은 힘은 휘하의 기사들에게 골고루 넘긴 뒤, 그들에게 해야 할 일을 전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국장은 바로 그 기사 중의 하나였다.


“대단하신 분인 건 알겠는데, 일하기 싫다는 게 무슨 소리에요?”


“무슨 소리냐뇨? 시공왕 그 새끼는 자기 일을 내팽개쳤고, 저는 그 일을 137억 년 동안 하고 있다는 소리죠. 승호 씨라면 일하고 싶겠어요?”


승호는 국장의 일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137억 년이라는 시간에 절로 동정심이 들었다.


“국장도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면 되잖아요.”


“넘길만한 사람이 있어야죠!”


시공의 힘을 국장이 원하는 수준으로 다룰 수 있는 존재는 같은 기사라면 모를까, 그리 많지 않다.


단순히 자기 편의를 위해 돌아다니는 정도야 평범한 인간도 할 수 있지만, 분기점을 늘리거나, 외우주의 침략을 제지하고, 공허를 말소하는 일은 어지간한 용에게도 맡기기 힘든 일이다.


조금씩 지쳐가던 국장은 일을 시작한 지 50억 년이 지났을 때쯤 결심했다.


일을 맡길만한 존재를 찾기 힘들다면 만들어내자!


그래서 자신의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존재들을 모아 시공관리국을 만들었다.


시간의 흐름을 살펴보니, 그들 중에 일을 떠넘길만한 존재가 나타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친구였던 텔린도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그 자식이 먼저 눈치채고서는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그동안 모은 시공력을 나한테 떠넘기고 튀었어요!”


“아, 예.”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뒤통수를 쳤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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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방벽과 영국의 마지막 흔적 +5 22.06.26 1,516 56 10쪽
31 지구의 파편사용자 (4) +1 22.06.23 1,432 52 11쪽
30 지구의 파편사용자 (3) +2 22.06.19 1,399 45 11쪽
29 지구의 파편사용자 (2) +1 22.06.19 1,395 45 10쪽
28 지구의 파편사용자 (1) +1 22.06.19 1,465 45 10쪽
27 관리국의 일상 (2) +1 22.06.18 1,467 46 10쪽
» 관리국의 일상 (1) +3 22.06.17 1,524 49 10쪽
25 동행 (3) +3 22.06.16 1,518 50 10쪽
24 동행 (2) +2 22.06.15 1,543 48 10쪽
23 동행 (1) +4 22.06.12 1,619 50 11쪽
22 당근과 채찍 (2) +3 22.06.11 1,634 51 11쪽
21 당근과 채찍 (1) +2 22.06.10 1,664 65 11쪽
20 나태의 악마 (2) +3 22.06.08 1,729 60 10쪽
19 나태의 악마 (1) +1 22.06.05 1,884 62 11쪽
18 귀환자 둘 (2) +1 22.06.04 1,871 63 9쪽
17 귀환자 둘 (1) +5 22.06.03 1,903 61 9쪽
16 회귀자 셋 +4 22.06.02 1,988 60 10쪽
15 집으로 (3) 22.05.31 2,085 60 10쪽
14 집으로 (2) +2 22.05.29 2,121 64 9쪽
13 집으로 (1) 22.05.27 2,174 65 12쪽
12 고룡의 조언 (4) +5 22.05.27 2,122 78 10쪽
11 고룡의 조언 (3) +2 22.05.25 2,176 73 9쪽
10 고룡의 조언 (2) +3 22.05.22 2,260 74 9쪽
9 고룡의 조언 (1) +1 22.05.21 2,412 73 10쪽
8 보호 관찰 종료 22.05.21 2,633 68 9쪽
7 첫 임무(2) +4 22.05.19 2,867 8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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