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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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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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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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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동행 (1)

DUMMY

근처의 파편 사용 흔적들을 추적해야 했다.


-


승호는 겸사겸사 클럽의 일도 처리해 줄 생각이었지만, 그들은 새로운 사건을 벌일 정도의 여력이 없었다.


“북한 건이 이제 막 준비가 끝났고, 백작 일까지 겹쳤으니 정신이 없을 겁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마 올해는 도와주실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야 좋지. 아마 며칠 있어야 될 것 같으니, 숙소만 부탁할게.”


“준비해놓겠습니다.”


“아! 갈만한 식당도 추천해 줘. 간단하게 허기 때울 것 좀 달라니깐 이 미친놈들이 빵 사이에 빵을 끼워 놓고는 토스트 샌드위치래.”


아무리 전용기라도 한국에서 글래스고까지는 열시간 이상이 필요했기에 승호는 알프레드를 기다리느라 반나절을 글래스고에서 보내야 했다.


감각을 조금 넓히고 사람 구경만 해도 시간은 금방 지나가기 때문에 지루함은 없었지만, 문득 입이 궁금해져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간 게 문제였다.


이제 막 개점 준비를 마친 주점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달라고 했다가 피를 본 것이다.


영국 요리의 악명은 몇 번 들어본 적 있지만 그래도 설마 빵빵빵 같은 음식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음식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라고 배운 승호는 남은 부분을 깔끔하게 잘라서 시공창고에 넣어놨고, 텔린을 위한 승호의 지구 음식 1탄은 그렇게 결정됐다.


-


영국에 있는 흔적은 모두 여섯 개.


대부분의 흔적이 서울에 몰려있던 한국처럼 영국도 다섯 개가 런던에 있었다.


승호는 홀로 떨어져 있는 흔적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완전한 직선은 아니지만, 글래스고에서 런던을 가는 중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흔적은 2021년으로 승호를 인도했다.


잔재를 쫓아서 승호가 도착한 곳은 한 영화관.


흔적은 십 대 후반 혹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성에게서 끊겨있었고, 그녀는 이전에 만난 회귀자들처럼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 설마 영화가 보고 싶어서 넘어온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영작들을 둘러본 승호는 시간이동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 신작이 상영 중이었다.


‘이 정도면 넘어올만한 것 같기도 하고...’


승호는 파편부터 확인하려는 마음을 접고, 영화를 관람했다. 그럴만한 가치는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 시간이동자는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승호는 그런 그녀를 미행했다.


특별한 점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시답잖은 목적을 가지고 미래로 넘어올 정도면 파편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주택가에 있는 한 가정집에 들어갔고, 승호가 따라 들어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멀리서 같은 얼굴을 가진 여성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쌍둥이? 아니, 이 시간대의 동일인물이군.’


회귀자들이 자신의 몸에서 눈을 뜬것과는 달랐다.


‘미래로의 이동은 다 이런가? 기절 마법사 녀석과 같은 파편인 것을 제외하면 딱히 공통점이 없어.’


승호가 잠깐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미래의 그녀는 같은 집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같은 목소리의 환호와 비명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꺄악! 진짜 있네!”


“꺄악! 너 뭐야?!”


승호가 집안으로 들어가자 둘은 서로에게 부엌칼을 겨눈 상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당신은 또 뭐야?!”


“당신은 또 뭐야?!”


둘 다 당황한 상태임을 파악한 승호는 서로 다칠까 싶어, 미래의 그녀를 기절시킨 뒤, 시간이동자 쪽을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


그녀의 이름은 콜린. 23세의 테마파크 직원이자, 마블 시리즈의 팬.


승호가 아무 말 없이 기파를 한번 보여주자, 미친 듯이 좋아하더니 그의 질문에 착실하게 답해준다.


다른 사람들처럼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친근하게 다가와서 오히려 승호가 당황스러울 지경.


일단 승호가 짐작한 것처럼, 그녀는 오로지 스파이더맨 신작을 보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은 것이 맞았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파편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어떤 아저씨랑 마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길래, 스파이더맨 신작을 보고 싶다고 했지. 그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2021년이더라고.”


“그 아저씨 얼굴은 기억나?”


“응. 말로 설명은 못 해도 다시 만나면 누군지 알 수 있을 거야.”


“흠...”


“그보다 초능력 한 번만 더 보여주라. 아까는 너무 순식간이라 제대로 못 봤어.”


피융!


승호가 다시 한 번 기파를 보여주자 그녀는 아이처럼 기뻐하며 질문을 던져 댔다.


언제부터 초능력자였냐, 파괴력은 얼마나 되냐, 나도 배울 수 있냐 등등.


승호는 콜린의 질문을 하나하나 대답해주면서 들뜬 상태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끊이지 않는 질문에 질린 승호는 그녀의 기억을 지울까 생각해봤지만, 파편 소유자의 얼굴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러 미래로 온 사람에게서 그 영화를 본 기억을 지운다면 미안한 마음이 느껴질 것 같았다.


“콜린. 제발 진정 좀 해. 너 지금 보는 사람이 지칠 정도로 들떠있어.”


“어떻게 진정하겠어?! 내 인생 최고의 날인데! 시간 여행에, 신작, 도플갱어, 초능력자까지!”


“도플갱어?”


“몰라? 자기랑 똑같은 모습의 사람을 보면 죽는다는 전설이야. 시간여행도 있으니, 도플갱어도 진짜일까 궁금해서 가봤지.”


“죽을지도 모르는데?”


서로 흉기를 들고 있었으니, 만약 승호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콜린은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궁금하잖아. 어차피 돌아갈 방법도 없었으니, 집에는 들러야 했어.”


“그래도 죽으면 다음 신작은 못 보잖아.”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는 듯, 잠시 멍하니 있던 콜린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내가 죽더라도 또 다른 내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으니 결국은 내가 이기는 것 아닐까?”


승호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각이었다.


“그래도 내 쪽이 마음의 준비가 좀 더 돼 있었으니 아마 내가 이겼을 거야.”


콜린은 그걸로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승호는 뭐가 된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조금 엉뚱하고 유쾌한 성격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많이 엉뚱하고 대책 없는 성격인 것 같다.


“칼은 왜 들었어? 대화할 생각은 전혀 없었던 거야?”


“나는 안 싸우고 싶어도, 내가 싸움을 걸면 어쩔 수 없잖아.”


“그, 아니, 됐다. 일단 돌아가자.”


조금 골려주고 싶어서 다른 질문을 꺼내 봤지만, 이번에도 독특한 시각의 궤변이 돌아왔고, 승호는 곧장 그녀에게 붙어있는 잔재들을 모아 돌아가는 문을 만들었다.


-


“진짜 2020년이네!”


콜린은 인터넷에 접속해서 날짜를 확인하더니 다시 한번 방방 뛰기 시작했다.


“승호! 그 아저씨 찾기 전에 닥터 스트레인지 2 한편만 더 보고 가자! 안돼?”


“어. 안돼. 난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이동한 흔적을 쫓아서 왔다갔다만 할 수 있어.”


콜린은 승호의 답을 듣고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기운을 차리고는 한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뭐 하고 싶은걸, 다하고 살 수는 없는 거지. 그러면 나는 미래에서 스파이더맨 보고왔다고 자랑 글이나 써야겠다. 다들 놀라겠지? 흐흐. 개봉일 되면 성지순례다 뭐다 해서 시끄러울 거야.”


그사이 승호는 파편 소유자의 몽타주를 만들기 위해 알프레드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는 않았다.


[블랙풀? 거기까진 또 언제 가신 겁니까? 몽타주요? 전문가를 부르려면 하루는 기다리셔야 될 겁니다. 거기다 제가 알기로 적당한 수준의 몽타주는 일고여덟 시간이면 되지만 상세하게 그리려면 이삼일은 넘게 소요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소 삼일에서 나흘을 기다려야한다니. 그 시간을 영국 요리나 먹으면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콜린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몽타주라니? 무슨 소리야?”


“너를 이동시킨 사람을 찾는 게 내 일이니 일단 몽타주를 만들어야지. 그래야 비교하면서 찾을 거 아냐.”


“내가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게 빠르잖아. 아니 그보다 우리 같이 움직이는 거 아니었어?”


승호는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같이 다니는 걸로 결론이 난 상태였나보다.


대체 왜 그렇게 생각했냐고 질문하자 곧장 그녀의 반문이 돌아왔다.


“내가 리얼로 닥터 후를 찍게됐는데, 그걸 참으라고?”


“그건 또 뭔데?”


“있어. 시간여행하는 외계인이 짐덩이 인간이랑 같이 다니는 드라마.”


“그거 네가 짐덩이가 되겠다는 소리로 들리거든?”


“짐덩이 무시하지 마. 각자 맡은 역할이 있었어.”


“네가 꺼낸 얘기잖아.”


“어쨌든. 나 안 데리고 다니면 절대 협조 안 할 거야. 사고 안 치고 얌전히 다닐게. 타임머신 영화도 많이 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아.”


얌전히 굴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자신이 사고 칠지 모른다는 자각은 있나보다.


그래도 승호는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기 힘들었다.


고작 몇 시간밖에 겪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하다는 이유로 자기 자신과 죽고 죽일뻔한 여자다.


그런 승호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콜린은 어떻게든 같이 움직이기 위해 어필을 시작했다.


“런던 지리 잘 모르잖아. 내가 안내해줄 수 있어.”


외국 사람인 승호보다야 낫겠지만, 당장 그녀부터가 런던이 아니라 블랙풀에 사는 사람이다.


“인종차별! 동양인이라 그런 거 당할 수도 있어! 나랑 같이 다니면 없지 않을까?”


당하면 배로 갚아주면 그만이다. 게다가 본인도 확신이 없는지 말이 의문으로 끝났다.


“그 음식 맛없다고 툴툴댔잖아? 나 그래도 먹을만한 음식점들 많이 알아.”


승호는 이미 알프레드에게서 식당 목록까지 받아놨다.


저렴한 음식점이나, 일반 가정식에 문제가 좀 있을 뿐. 제대로 된 식당은 런던에 많다며 알프레드가 호언장담했다.


“어느 시대로 갈지 모르지만, 현대가 아니면 쓸모없는 목록이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나 요리도 잘해!”


“그래봤자 영국 요리잖아.”


“우리 엄마 프랑스 사람이거든!”


인정하기 싫었지만 방금 그 말로 승호의 안에서 콜린의 평가가 조금 높아졌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동행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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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아발론 (1) +2 22.06.28 1,328 56 10쪽
32 방벽과 영국의 마지막 흔적 +5 22.06.26 1,516 56 10쪽
31 지구의 파편사용자 (4) +1 22.06.23 1,432 52 11쪽
30 지구의 파편사용자 (3) +2 22.06.19 1,399 45 11쪽
29 지구의 파편사용자 (2) +1 22.06.19 1,395 45 10쪽
28 지구의 파편사용자 (1) +1 22.06.19 1,464 45 10쪽
27 관리국의 일상 (2) +1 22.06.18 1,467 46 10쪽
26 관리국의 일상 (1) +3 22.06.17 1,523 49 10쪽
25 동행 (3) +3 22.06.16 1,518 50 10쪽
24 동행 (2) +2 22.06.15 1,543 48 10쪽
» 동행 (1) +4 22.06.12 1,619 50 11쪽
22 당근과 채찍 (2) +3 22.06.11 1,634 51 11쪽
21 당근과 채찍 (1) +2 22.06.10 1,664 65 11쪽
20 나태의 악마 (2) +3 22.06.08 1,729 60 10쪽
19 나태의 악마 (1) +1 22.06.05 1,884 62 11쪽
18 귀환자 둘 (2) +1 22.06.04 1,871 63 9쪽
17 귀환자 둘 (1) +5 22.06.03 1,903 61 9쪽
16 회귀자 셋 +4 22.06.02 1,987 60 10쪽
15 집으로 (3) 22.05.31 2,085 60 10쪽
14 집으로 (2) +2 22.05.29 2,121 64 9쪽
13 집으로 (1) 22.05.27 2,174 65 12쪽
12 고룡의 조언 (4) +5 22.05.27 2,122 78 10쪽
11 고룡의 조언 (3) +2 22.05.25 2,176 73 9쪽
10 고룡의 조언 (2) +3 22.05.22 2,260 74 9쪽
9 고룡의 조언 (1) +1 22.05.21 2,412 73 10쪽
8 보호 관찰 종료 22.05.21 2,633 68 9쪽
7 첫 임무(2) +4 22.05.19 2,867 8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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