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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님의 서재입니다.

강제로 초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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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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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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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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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귀환자 둘 (2)

DUMMY

“해치웠나?”


-


엎어져있던 마이너 천마를 뒤집은 승호는 안도감을 느꼈다.


녀석은 번개를 다섯 번이나 맞았음에도 겉보기에 멀쩡했다. 피해라고는 약간의 화상이 전부였다.


‘괜히 클리셰가 아니네. 성능 확실하구만.’


승호는 설마 ‘제법이군’이라면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만히 기다려봤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끄으윽-”


신음이라고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미약한 소리를 낸 중덕은 겉보기와 달리 내부 장기들이 까맣게 탄 상태였다.


특히 폐의 상태가 심각했다.


“어?! 잠깐만! 얌마, 숨 셔! 아니다, 숨 쉬지 말고 그냥 쫌만 버텨봐.”


정보를 흡수하면서 상태를 확인한 승호는 곧장 기록에 접촉해 녀석을 치료했다.


잠깐이라도 늦었다면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한 번에 쓸 수 있는 기의 양에서 반을 넘게 사용해야 했지만 어쨌든, 기만으로 치료가 가능했다.


만약 다른 대가가 필요했다면 승호는 녀석을 그냥 죽게 내버려 뒀을 것이다.


“운 좋은 자식. 정신 차리면 천천히 면담 좀 하자?”


-


임창식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모르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번개 한줄기 소환하는 것 정도야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나보다 한 수위의 마법사겠지. 일단 납작 엎드려야겠어.’


하지만 어떠한 준비과정도 없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기겁했다.


마나, 마력, 기 뭐라고 부르든 그 흐름이 너무나 잠잠했기 때문이다.


눈앞의 존재가 내리꽂은 벼락은 마법이 아닌 자연현상이었다.


그 뒤로 이어진 치유 현상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먹히지 않던 스캔 마법이 작동하길래 확인해보니, 아기라에서였다면 고위 신관 셋이 한 달은 들러붙어서 신성 마법을 쏟아부어야 치유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떠한 징조도 없이, 한순간에 정상 상태로 되돌려놨다.


‘이 괴물은 뭐지? 아니, 이게 신인가?’


혹시나 싶어 괴물에게도 스캔 마법을 시도해봤지만 천마처럼 ‘대상이 저항했습니다.’라는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첫 번째 시도. - 대상을 지정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시도. - 대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시도. - 꿻Di(콿)L?Ii-^%X/븖9U!


확인이 불가능한 문자가 나타나더니, 한순간 상태창이 사라진다.


‘씨발 뭐야?!’


지금까지 창식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적은 몇 번이나 있었다.


최종 보스는 능력치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고, 진엔딩을 확인할 때는 오류 메시지가 떴다.


간혹 아기라 밖에서 침투해온 마물을 스캔하면 지금처럼 깨진 메시지가 나타난다.


하지만 시스템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상태창! 야 상태창! 미친! 뭐야?! 대체 뭐냐고!’


구십 평생을 함께한 시스템이 사라지자, 창식은 엄청난 상실감과 공포감을 느꼈다.


마법을 배우긴 했지만, 몇몇 능력들은 시스템이 없으면 아예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차원 이동자의 정신‘이라는 스킬도 사라졌다.


‘상태창! 제발, 상태창!’


다시 만난 부모님이 돌아가신다고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까.


정신을 놓고, 비탄에 잠긴 채,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세상은 그런 여유를 창식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이 일의 원흉이자, 사람 거죽을 뒤집어쓴 무언가가 그에게 다가온다.


“마법사분?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분명 눈에도 보이고 형태도 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 계속해서 몰아치자, 창식은 생각하기를 거부했다.


풀썩


-


눈이 마주치기 전부터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던 마법사는 승호가 다가가자 허탈한 웃음을 짓더니 기절해버렸다.


“아니 갑자기 뭔데?!”


승호는 지면으로 흐른 전류에 쓰러진 건가 싶어서 감각을 열어봤지만, 마법사의 몸상태는 멀쩡했다.


‘흠, 일단 파편은 없고, 시간 흐름은 어긋나 있어도 나이는 93세. 천마랑 똑같네.’


쓰러진 둘에게 다시 접촉해서 정보를 확인해봤지만 역시 파편은 없다.


서울에 있던 다섯 개의 흔적 모두 허탕이었다.


‘에휴, 이것들은 언제 깨려나...’


마법사가 쓰러지는 모습을 봤을 때는 분명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는 지금, 승호에게는 허탈한 마음이 전부다.


‘귀찮네. 그냥 가야겠다.’


그래도 기운을 제법 다루는 자들이니, 밖에서 잔다고 입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아 얘네도 기억은 지워야지.’


떠나기 전, 기억을 지우려는데 천마의 머릿속에서 아주 미세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기운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형태도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승호가 온종일 추적한 흔적의 잔재와 비슷했다.


‘이건 뭐지?’


정보 흡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 기억을 지우려고 할 때 발견되다니, 이상한 일이다.


마법사의 머리에서도 비슷한 것이 발견됐다.


차이점이라면 천마는 작동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마법사는 죽은 듯이 느껴진다는 것.


‘파편과 관련된 건 맞는 듯한데...’


한참을 고민하던 승호는 관리국에 신호를 보내 빛기둥을 열었다.


-


승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던 존재들은 논의를 시작했다.


“외부에서의 침입은 완전히 막혀있는 것 아니었나?”


“글쎄, 어딘가에 구멍이 뚫렸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방금은 들어온 게 아니라 나간 거잖아.”


“추방자일 가능성은?”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의 질문에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답하고,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설마? 벼락을 다루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돌아왔을 리는...”


“돌아올 가능성이 0%는 아니지. 그렇지만 그놈들은 우리의 흔적을 찾아낸 적이 없어. 근데 저자는 하루도 안 돼서 다섯 개를 찾아냈다.”


“사라질 때 만든 빛기둥도 우리 능력이랑 비슷하더군.”


이들이 모인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긴 시간 동안 자신들의 흔적을 찾아낸 존재는 처음이었다. 거기다 자신들이 만든 것과 전혀 다른 시공의 문이라니.


그렇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나는 계속 후보들이나 추릴게. 다음에 보자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사라지고.


“혹시 모르니, 나는 철수하겠다. 내 흔적들만 추적한 게 마음에 걸려. 이견 있나?”


“아니. 마지막은 서로 싸움이 붙은 거니 너만 추적했다고 볼 수도 있겠군. 알겠다.”


“정말 구멍이 뚫렸을 수도 있으니, 나는 그쪽이나 살펴보겠다. 그럼 다음에 보자.”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도 자리를 뜬 상황에서.


“계속 주시하는 수밖에 없군. 후보 둘만 아깝게 됐어.”


무미건조한 목소리는 걱정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관리국에 도착한 승호는 곧장 소리를 찾았다.


“승호 씨? 돌아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왔어요?”


“제가 뭔가 이상한 것들을 발견했는데,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어서요. 일단 파편 관련된 것 같기는 한데, 정보가 안 읽혀요. 한번 봐주실래요?”


지금까지의 일들을 전한 승호는 정신을 잃은 떨거지 둘을 소리 앞에 대령했지만 기대했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장난은 아닌 것 같은데, 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정보 흡수가 아니라, 기억을 지우는 것처럼 찾아야 해요.”


“그렇게 했어요. 아무것도 없네요.”


“그럴리가요.”


승호는 직접 둘의 머릿속을 헤집어 봤지만 소리의 말이 맞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없지?”


승호가 어벙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데, 소리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장난치는 거 아니죠?”


“제가 왜 그런 장난을 쳐요?”


“노물들은 심심하다고 온갖 장난을 쳐대요. 승호 씨는 그중에서도 순위권 안에 드는 노물한테 배운 용이고요.”


텔린한테 배웠다고 같은 취급이라니. 억울했지만 당장 아쉬운 것은 승호였다.


“진짜 장난 아니에요. 분명 뭔가가 머릿속에 있었어요. 저희 이모를 걸고요.”


승호의 사정을 알고 있던 소리는 이모라는 말에 의심을 거뒀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국장은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음, 국장한테 부탁하면 한 건 한 건 거래로 취급해서 나중에 두 배로 부탁할걸요? 이동 좀 한 거로 완전히 사라질 단서라면 수준이 낮은 일일 텐데, 그거 가지고 특수임무 4개 받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얘들 보니깐 다 백 년도 안 된 애기들인데?”


이미 레니스로 인해 하나가 예정돼있는 상황에서 임무를 더 늘릴 수는 없기에, 승호는 바로 마음을 접었다.


“그보다 소리. 지구 상황 알고 있었어요?”


“그 흔적들이요? 전에 한번 들렀을 때 확인했죠.”


“근데 왜 제가 돌아갈 때까지 그 꼴이었던 거죠? 파편 찾는 게 일이라면서 오백 년이나 거길 방치해요?”


소리는 사정을 설명했다.


“먼저 오백 년이나가 아니라 오백 년 밖에 에요. 그리고 그 정도로 흔적들이 자잘하면, 저희 위치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승호가 아니었으면 그 무단이탈자 절대로 못 잡았을 거예요.”


“그런데요.”


“저랑 레니스도 나중에 땡땡이칠 때 지구로 가려고 남겨뒀죠. 승호가 상주요원 신청하면서 물 건너갔지만요.”


승호는 결국 별다른 수확 없이 지구로 돌아와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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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발론 (2) +2 22.06.29 1,252 44 9쪽
33 아발론 (1) +2 22.06.28 1,328 56 10쪽
32 방벽과 영국의 마지막 흔적 +5 22.06.26 1,516 56 10쪽
31 지구의 파편사용자 (4) +1 22.06.23 1,432 52 11쪽
30 지구의 파편사용자 (3) +2 22.06.19 1,399 45 11쪽
29 지구의 파편사용자 (2) +1 22.06.19 1,395 45 10쪽
28 지구의 파편사용자 (1) +1 22.06.19 1,465 45 10쪽
27 관리국의 일상 (2) +1 22.06.18 1,467 46 10쪽
26 관리국의 일상 (1) +3 22.06.17 1,524 49 10쪽
25 동행 (3) +3 22.06.16 1,518 50 10쪽
24 동행 (2) +2 22.06.15 1,543 48 10쪽
23 동행 (1) +4 22.06.12 1,619 50 11쪽
22 당근과 채찍 (2) +3 22.06.11 1,634 51 11쪽
21 당근과 채찍 (1) +2 22.06.10 1,664 65 11쪽
20 나태의 악마 (2) +3 22.06.08 1,729 60 10쪽
19 나태의 악마 (1) +1 22.06.05 1,884 62 11쪽
» 귀환자 둘 (2) +1 22.06.04 1,872 63 9쪽
17 귀환자 둘 (1) +5 22.06.03 1,903 61 9쪽
16 회귀자 셋 +4 22.06.02 1,988 60 10쪽
15 집으로 (3) 22.05.31 2,085 60 10쪽
14 집으로 (2) +2 22.05.29 2,121 64 9쪽
13 집으로 (1) 22.05.27 2,174 65 12쪽
12 고룡의 조언 (4) +5 22.05.27 2,122 78 10쪽
11 고룡의 조언 (3) +2 22.05.25 2,176 73 9쪽
10 고룡의 조언 (2) +3 22.05.22 2,260 74 9쪽
9 고룡의 조언 (1) +1 22.05.21 2,412 73 10쪽
8 보호 관찰 종료 22.05.21 2,633 68 9쪽
7 첫 임무(2) +4 22.05.19 2,867 8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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