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ea2 님의 서재입니다.

섭종 직전의 갓챠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완결

Jea2
작품등록일 :
2021.10.10 15:20
최근연재일 :
2022.07.26 06:00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05,613
추천수 :
2,053
글자수 :
1,069,816

작성
22.01.22 06:00
조회
531
추천
11
글자
12쪽

83화-씁쓸한 결과

DUMMY

회의는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길드와 NUN의 공식적인 위원회의 구도가 만들어진 이후, 회의는 더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유저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이 대부분 이때 만들어졌다.

어차피 NUN의 가호로 인해 범죄가 발생할 확률은 사실상 제로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대외적으로 보여질 규칙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길고 긴 회의가 끝난 건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중간중간 윤범이나 성식을 포함한 일부 유저가 새로운 의견을 넣으며 회의가 길어졌다. 물론, 손석은 대부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으~아······오늘은 이제 어떡하실래요?”


영빈이 기지개를 피며 크게 하품을 했다.

회의 종료를 알린 후, 유저들은 빠르게 시청각실을 나갔다. 윤범이나 성식도, 손석이나 홍기준 관리관도 우리에게 한마디 인사를 건네고는 아무런 말 없이 떠났다.

순식간에 시청각실은 거의 텅 비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상욱 그 자식도 바로 나가버렸군. 뭐, 별로 보고 싶었던 얼굴도 아니니 상관없다만.’


그것보다는 슬슬 출출해졌다. 이미 다른 길드원들은 훈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을 테니 오랜만에 영빈이랑 둘이서 술이나 한잔할까 싶다.


“오늘은 같이 한잔하실래요?”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영빈이가 먼저 말을 건넸다.


“나야 좋지. 어디로 갈래?”


“저번에 갔던 삼겹살집이나 가죠, 뭐.”


우리는 곧바로 텔레포트 마법을 써서 저번에 윤희와 세 명이 함께 들렀던 고깃집 앞으로 이동했다.


“어···그런데 이제부터 뭘 하면 될까요?”


주문을 마친 영빈이가 무심한 듯 나에게 물어왔다.


“뭐, 당분간 훈련하고, 정비하고, 길드원 뽑고. 그 반복이지, 뭐.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아뇨, 요즘 유령선 이벤트 끝나고, 오늘 이렇게 유저나 길드 개념이 확실하게 자리 잡으니까 순식간에 할 일이 없어진 기분이랄까···.”


영빈이의 경우 진행이 막혀버린, 소위 ‘할 게 없다’라고 느끼는 현상이다. 모바일 게임의 고질적인 한계이다. 큰 이벤트가 끝나고, 스토리 스테이지도 깨다가 멈추면 흥미나 재미가 점점 떨어진다.

결국 나중에는 출석만 간신히 하다가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일은 아닌가. 유령선 이벤트가 끝나고 나니 간간이 나타나는 포탈과 방어전만 빼면 딱히 던전이 없어.

모이는 영혼석도 일주일에 한 번을 빼면 딱히 그 이후로는 쓸 일도 없으니까.

심지어 성장에 사용되던 골드도 현실에서는 쓸데도 없으니···.’


이렇게 보고 나니 만약 이 현실이 그대로 게임으로 출시되면 한 달도 못 가서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저번 유령선 이벤트 상점에서 얻은 신전의 증표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원래는 행동력의 개념이었는데, 영빈이같은 길드원들한테 줘도 상관은 없는 걸까? 애초에 줄 수는 있나?’


이공간 마법에서 신전의 증표를 꺼내 보였다.


“···그게 신전의 증표예요?”


그러고보니 길드원들에게 상점에서 신전의 증표를 얻었었다고는 했지만, 정작 보여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떻게 쓰는 건지 알아요?”


“아직.”


이미 몇 번 신전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분명 코론은 마력을 불어넣으면 그 던전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하지만 오히려 마력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마력이 전혀 신전의 증표까지 닿지 않았다. 마치 증표에서 마력이 흘러들어오려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다.


“···아직 요일 던전이 열리지 않아서 그런 건가요?”


“그게 가장 가능성이 크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분명 게임에서도 요일 던전이 열리는 시점은 스토리를 어느 정도 클리어한 뒤였어. 분명···2 스테이지 중반 정도.

하지만 난 이미 2 스테이지 보스였던 레비아탄 오르카까지 잡은 상황이야. 분명 난이도 상으로는 충분히 갈 수 있을 텐데 왜 갈 수 없는 거지?’


너무도 이상한 느낌에 내가 아닌 현무에게 마력을 불어넣게 해 보기도, 요일 던전에 얽힌 스토리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봤지만, 결국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모처럼 로이와 루이즈한테 원래 세계로 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는데, 이래서는 내가 또다시 거짓말을 한 것처럼 돼버렸군.’


이제 두 사람에게 돌아갈 마음이 없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현무한테는 물어보셨어요?”


“신전이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아직 스테이지를 깨지 못했다는 말 같기도 해.”


“흐음···레비아탄은 그냥 포탈 출현으로 치는 건가 보네요···. 그래서 그 증표는 어떻게 하실 건데요?”


“별수 없잖아. 일단 기다려야지. 언젠가 열리는 날이 오면 그때 쓸 수 있는 거고. 모아둬서 손해는 없을 거야.”


주문한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음식을 보는 영빈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긴 회의 때문에 시간이 늦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NUN에서 발표한 이번 유령선 재해에서 대한민국 길드의 토벌 결과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식당 가운데에 있던 거대한 TV 화면에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회의 끝난 지 한 시간도 안 된 것 같은데, 일 처리 한번 참 빠르다.


-“며칠 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0곳에서 나타난 의문의 낡은 범선들. 세계에 나타난 괴생물체들을 상대하는 조직인 NUN에선, 이 사태를 ‘유령선 재해’라고 부르며 전 세계의 능력자들에게 토벌 명령을 선포했습니다···.”-


뉴스에서는 며칠간의 유령선 재해로 인한 세계의 대응을 하나하나 정리해 주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에 나타난 유령선들은 우리와 같이 유저와 길드가 토벌에 나섰지만, 희생자가 발생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길드끼리의 경쟁으로 인한 과한 토벌 작전으로 약 40명의 희생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도 자칫 잘못했으면 저런 결말을 맞이했을 수도 있겠지···.’


새삼 이 모든 결과에 감사해지게 만들어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국 당국은 이번 상황으로 인해 능력자들과 군 간의 협력 구도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중국인은 한 번도 보질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아마 개싸움이 되겠지. 무력 시위로만 발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이 밖에도 일본이나 유럽은 5명, 미국은 단 두 명이었다.

미국에서는 희생자가 발생하고서야 움직인 NUN과 마이클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은 능력자가 턱없이 부족해서 미사일 같은 대형 화력으로 유령선 자체를 소멸시켰다.


···결국 따지고 보면 지금은 저게 올바른 판단이겠지만, 하지만 앞으로 저런 무기들이 통하지 않는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나면 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이제 남은 두 군데의 유령선 재해를 NUN의 수장인 마이클 크로프트가 처리하는 것으로 유령선 재해는 마무리된다.


“혼자서 두 군데를 처리한다니···신구가 역시 사기긴 사기인가 보네요.”


“뭐, 결국은 신의 무기이니까. 오히려 이렇게까지 다른 신구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좀 이상할 수준이지.”


당장 나와 윤범도 유령선 재해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 다른 나라에 퍼진 신구를 가진 인물들도 슬슬 자기 나라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도 몬스터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걸까요?”


“익숙해질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될 테니까.”


처음 하늘에 포탈이 생기고 나서부터 이미 많은 사람이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는 중이다. 만약 유저들이 빠르게 모이지 않았다면, 유저들의 수가 더 적었다면, 아마 몇몇 나라가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희생자의 수만 오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이것보다 많으면 많았지, 이거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다.


호주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쪽은 더 심각하다. 땅의 크기에 비해 인구가, 특히 ‘리얼리즘 판타지’를 실제로 플레이하고 지금까지 게임을 삭제하지 않은 유저들의 수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뉴스에서도 이런 나라들의 심각한 상황을 보도했다.


-“NUN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해당 국가들이 군사력을 동원해 괴생명체들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있지만, 조사에 따르면 일부 지역은 이미 괴생명체들의 땅이 돼버렸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희생된 민간인 수만 해도 아프리카는 수십만, 많게는 100만도 넘을 수도 있다고 한다. NUN도 최선을 다해 이들을 돕고 있지만, 매우 어렵다고 한다.


‘애초에 이 세계에서 이 게임을 삭제하지 않은 사람 숫자는 만 명 남짓. 그것도 이 게임을 주로 수출한 국가에 밀집되어 있었을 테니···.

NUN 내부에서도 유저의 수는 겨우 2천을 넘긴 상태. 심지어 그들도 다른 길드들을 관리하느라 힘들 거다.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강자도 마이클 본인 정도겠고.’


TV 화면에 나타난 세계지도에서 이미 몬스터들에게 점령된 땅을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예상대로 유저는커녕 인구가 별로 없는 곳이 대부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애초에 NUN에서도 S급 이상을 보유한 강자는 오십 명 정도일 텐데, 저 넓은 곳을 어떻게 다 관리할 수 있겠어···.’


반면 저 넓은 땅 곳곳에 생겨나는 포탈을 처리하고 거점을 확보한다면, 벌어들이는 골드나 영혼석은 상상도 못 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겠지.

···NUN이 다른 유저들의 포탈 토벌에 관여하지 않고도 골드와 영혼석을 수급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될 것도 같다.


“···언젠가 저희가 저런 나라에 지원을 하게 될 수도 있을까요?”


영빈이 고기를 굽다 말고 같이 TV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럴 수도 있겠지. NUN이나 군대로도 감당이 안 된다면. 그러니 지금은 힘을 더 키워야겠지.”


“···길드원 충당은 또 언제 할 생각이세요?”


“이미 지원은 받고 있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또 확인하고, 훈련하는 나날이 당분간 이어질 거다.”


뉴스는 어느덧 이번 포탈 현상 자체의 원인을 찾는 방송으로 넘어갔다.

나름 전문가라며 앉아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천문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라는 사람들이다. 각자 외계 생명체의 침략이라거나 생명체의 돌연변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떨쳤다.


“분명 이 모든 것들이 스마트폰 게임의 세계관이 그대로 지구에 떨어진 거라는 게 발표된 걸 알고 있을 텐데···.”


영빈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뉴스의 사람들을 바라봤다.


“···믿고 싶지 않은 거겠지. 솔직히 말이 되지 않는 건 맞잖아. 저 사람들도 나름대로 이해하고 싶은 거겠지.”


만약 내가 유저가 아니었다면, 아마 게임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소리보다 차라리 뉴스의 말을 더 믿었을 것이다.

새삼 이 상황이 참 우습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취급하지 않을 세계관을 가진 세상에서, 나름대로 가장 강한 사람 중 하나가 되어 어떻게 하면 몬스터를 잡을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어디선가 희미하게 탄 냄새가 난다.


“야야야! 고기 탄다, 타!”


영빈이나 나나 뉴스에 정신이 팔려서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놓은 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으악! 내 고기!”


영빈이가 허둥지둥 불판의 고기를 밖으로 빼냈지만, 이미 고기는 숯검댕이로 변해있었다.

···뉴스의 내용이나 세상 돌아가는 걸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주린 배를 채우는 데 집중해야 겠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섭종 직전의 갓챠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2 101화-아름다운 사람은 마지막까지 아름답다. 22.02.22 494 11 13쪽
101 100화-전투 후에 남는 것들 +1 22.02.21 489 9 13쪽
100 99화-마력의 정령(10-완) 22.02.19 479 11 12쪽
99 98화-마력의 정령(9) 22.02.18 469 10 13쪽
98 97화-마력의 정령(8) 22.02.15 470 11 12쪽
97 96화-마력의 정령(7) 22.02.14 468 10 12쪽
96 95화-마력의 정령(6) 22.02.12 471 11 12쪽
95 94화-마력의 정령(5) 22.02.11 475 10 12쪽
94 93화-마력의 정령(4) 22.02.08 482 10 12쪽
93 92화-마력의 정령(3) 22.02.07 494 9 12쪽
92 91화-마력의 정령(3) 22.02.05 529 11 12쪽
91 90화-마력의 정령(2) 22.02.04 492 11 12쪽
90 89화- 마력의 정령(1) +1 22.02.01 522 10 13쪽
89 88화-또다른 재앙의 시작 22.01.31 512 9 13쪽
88 87화-검의 길 22.01.29 511 11 15쪽
87 86화-타는 것은 불 뿐만이 아니다 +1 22.01.28 520 11 12쪽
86 85화-염제 22.01.25 521 12 13쪽
85 84화-호랑이 선생님 22.01.24 514 10 13쪽
» 83화-씁쓸한 결과 22.01.22 532 11 12쪽
83 82화-최초의 위원회 22.01.21 535 12 12쪽
82 81화-불안하지만 든든한 22.01.18 519 12 12쪽
81 80화-무대공포증 22.01.17 539 12 13쪽
80 79화-통쾌한 만남 22.01.15 559 12 12쪽
79 78화-독식 22.01.14 535 10 12쪽
78 77화-귀환, 그리고 새로운 기사 22.01.11 523 12 13쪽
77 76화-유령선 이벤트(24-완) 22.01.10 533 12 13쪽
76 75화-유령선 이벤트(23) 22.01.08 520 12 12쪽
75 74화-유령선 이벤트(22) 22.01.07 508 11 12쪽
74 73화-유령선 이벤트(21) 22.01.05 515 11 13쪽
73 72화-유령선 이벤트(20) +1 22.01.04 508 1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