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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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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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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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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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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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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9화 배신(3)

DUMMY

요새 밖으로 뛰어나온 댄과 헌터들.


지상으로 통하는 비밀의 계단으로 올라와, 바라본 밖의 광경에 놀란 헌터들의 눈이 똥그래졌다.


존재를 감추기 위해 키 큰 야생초와 아름드리나무가 요새 앞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었건만.

요새 앞 평지는 수십, 수백의 거대한 발밑에 눌려 초토화되어 있었다.

울창하게 서 있던 나무들은 부러지고 뿌리까지 뽑혀 있다.

늪지대를 통해서 몰려온 것인지 눌린 거대한 발자국에 질척거리는 흙더미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모든 발자국이 한 방향으로 향한 것을 확인한 헌터들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높은 골짜기로 이어진 언덕길 주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늘을 향해 서 있던 나무는 이제 한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놈들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뽀얀 먼지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골짜기를 지나면 작은 폭포가 나오고.

길은 그 폭포 안쪽의 동굴로 이어진다.

바로 그 동굴 안쪽에 존재하는 고대 마법진.

그곳을 통해 지구에 근접한 아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쌤!”


골짜기 위를 올려다보는 쌤의 귓전에 댄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돌린 쌤의 시야에 자신이 바라보던 곳을 가리키는 댄의 모습이 들어왔다.


“모든 헌터 인솔하고 놈들을 뒤쫓아. 그놈들 중에 괴조가 있을 거다. 목숨 걸고 무조건 없애!”

“...너는?”


댄의 전방을 바라보며 쌤이 물었다.


댄의 말대로 다급한 상황이다.

괴생명체들과 함께 몰려간 괴조가 아공간을 통해 지구로 침입한다면 상당한 지역은 끔찍하게 오염되어 폐허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더 이상 어떠한 지구 생명체도 존재하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


하지만 폐허가 된 평지의 한중간에 버티고 서 있는 엄청난 존재가 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뚝 서서 댄을 노려보고 있는 기골이 장대한 공포 그 자체의 존재.

섀도우베일족의 대제사장,


‘테즈마라.’


불가사의한 마력을 뿜어대는 그녀의 존재감이 주위의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날카로운 은안 속의 섬뜩한 기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의를 상실하게 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은 마치 메두사의 그것처럼 꿈틀거린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혼자도 아니다.

그런 그녀의 존재감에 압도되어 주변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것일 뿐.

그녀의 후방에 완전 무장 한 채, 섀도우베일 병사들이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눈에 보이는 놈들만 기십에 참호 속에서 댄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놈들까지 더한다면 숫자는 세 자리를 넘어설 것이 틀림없다.


한눈에 보기에도 보통의 적수는 아니다.


“여긴 나 혼자 맡는다. 시간이 없어!”

“내가 같이 있을게.”


허공에 활대를 휘리릭 돌린 제니스.


“이곳이 내 무덤이다. 댄 말대로 어서 가. 쌤!”


비장한 눈빛으로 입을 악물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 쌤. 창을 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좋아!”


몸을 돌린 쌤이 나머지 헌터들과 언덕길을 뛰어오르자 그런 그들에게서 댄이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고작 너희 둘이서 우리 모두를 상대하겠다고?”


천천히 발을 옮겨 댄의 앞으로 다가온 대제사장, 테즈마라.


예전, 베일에 가려진 푸른 눈동자의 상냥한 모습이던 그녀가 아니다.

표독스러운 눈빛과 표정 속에 깊이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적대감이 번져 있다.


“한낮 그깟 창 하나로 정말 버텨보겠다는 거냐? 나를? 그리고 내 군사들을?”

“......”

“네가 마음을 바꿔 우리에게 협조하겠다면 너와 여기 와 있는 지구인들 모두의 안전과 행복, 대대손손 번영을 약속하마.”


마치 통 큰 선심을 쓴다는 듯 말한 그녀. 눈을 가늘게 뜨고 댄의 표정을 살핀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런 그녀를 빤히 노려보던 댄이 입을 열었다.


“네뷸로리안 전진기지가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게 무슨 말이지?“


갑작스러운 댄의 엉뚱한 말에 그녀의 두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그런 테즈마라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고 웃음을 흘린 댄.


”기억조차 못 하는 건가? 예전에 이 행성에 침투했을 때, 너의 도움으로 전진기지를 무력화시켰던 일 말야. 그때 우리 호위를 위해서 방어 로봇 6기를 제공했었잖아. 바로 저놈들 말이다.“


댄이 그녀의 등 뒤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런 그의 손가락은 후방에 서서 한 손에는 마력의 방패, 다른 손에는 붉은빛을 발하는 검을 들고 있는 로봇을 가리키고 있다.


”그때 그 전진기지는 완전히 황폐화한 것 아니었어? 그 이후 그곳에서 생명체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는데.“


그녀의 말에 댄이 다시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의 그 간사하고 얄팍한 뱀의 혀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았나? 나를 이용해 그곳을 완전히 무력화하려고 한 너의 그 시커먼 속셈을 설마 내가 모를 줄 알았던 거야?“


”...이이!“


은안을 가늘게 뜨고 그녀가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피해가 심했던 만큼 복구에는 시간이 꽤 걸렸겠지만 이제 어느 정도 화력이 회복되었지.“

”헛소리!“


어이없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는 표정으로 테즈마라가 댄을 일축했다.

그런 그녀를 보는 댄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빙긋 웃음을 흘렸다.


”대제사장까지 되는 존재가 바로 뒤로 접근하는 적을 감지조차도 하지 못하는 건가?“


그의 말에 진형을 갖추고 있던 섀도우베일 병사들 중 맨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술사들의 입 밖으로 침음과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이 들려왔다.

아직 먼 거리지만 틀림없이 한 부대의 기민한 이동이 감지되었다.

그 말인즉, 머지않아 중무장한 적들이 지척에 나타날 것이라는 뜻.


”,..풋!“


입꼬리에 비웃음을 흘린 테즈마라.


”놈들이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네놈들이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나? 어차피 놈들은 이곳에 모습을 보이지도 못할 테지만 말이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가 손을 드는 순간,


”써머언 어어어어업!!!“


왼손의 손가락 끝을 허공에 크게 휘두르며 댄이 고래고래 악을 내지르며 신의 군대를 소환했다.

바라보던 대제사장도 한쪽 은안을 움찔할 정도.

그가 주문을 토해내기가 무섭게 천지가 무섭게 울리며,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부르르 떨고 있는 지면에서 시작해서 댄의 손가락이 그어진 대로 커다란 원형 장막이 생성되어 일렁인다.


또한, 동시에 갈라진 지면에서 시커먼 그림자들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땅 위로 스멀거리며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액!

휘리리리리릭!

휘이이이익!


테즈마라 후방에서 창과 화살 폭풍이 몰려왔다.

노오란 빛을 발하는, 마치 촘촘하게 지어진 작은 벌집과 같은 형태의 방패가 댄과 제니스의 앞에 퍼져나간 것도 동시.


파파파파파파팍!!


방패의 표면에 박힌 창과 화살이 끈적거리는 액체로 변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창졸간 제니스의 시야에서 사라진 댄.

어느새 오른쪽 언덕길 옆으로 날아간 댄이 그곳에 박혀있던 바위를 들어 올렸다.


쿠쿵!


제니스의 앞을 막고 있던 마법의 방패가 사라짐과 동시에 바로 그곳에 육중한 바위가 날아와 박혔다.


”날 더러 이 뒤에 숨어서 화살을 쏘라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뜬 제니스가 땅을 박차고 바위 위로 날아올랐다.


”네년부터 내 손으로 죽여주마!”


날카로운 목소리로 악을 쓰며 시위에 화살을 멘 제니스.


“...어라?”


그녀의 시야에 테즈마라 대제사장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와아! 싸움은 지가 시켜놓고 정작 지는 내뺐네. 인간이나 네 놈들이나 높은 것들은 다 하나같이...”


그런 그녀의 화살은 이제 앞장서서 댄에게 돌격하고 있는 섀도우베일 병사들에게로 조준점이 바뀌었다.


“...으음?”


그런 그녀의 시야에 믿기 힘든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찌그러진 투구를 쓰고 한 손에 방패를 든, 좀비와 같은 검은 존재가 부러진 칼을 들고 섀도우베일 병사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차마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이 새까맣게 놈들을 향해 몰려가고 있다.


한쪽 다리는 무릎 아래로 사라진 자.

두 다리가 사라져 무릎으로 바닥을 긁으면서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자.

마치 해골 병사와 같은 모양으로 뼈를 ‘달그닥’ 거리며 적을 향해 검을 찌르고 있는 자.

골반뼈 아래는 사라진 채로 간신히 두 팔을 들고 화살을 쏘고 있는 자.


그리고....


“...흐윽!”


누군가를 발견한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기함했다.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은 그녀.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두 눈에 고인 뜨거운 눈물이 쉬지 않고 그녀의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창대를 휘둘러 날아드는 화살을 모두 흘려버린 댄.

덤벼드는 병사들의 칼을 쳐낸 후 횡으로 크게 창을 휘둘렀다.

창 선을 따라 걸려버린 것들이 모두 날카로운 단면으로 이등분 되어버린다.


마치 커터칼에 베어진 종잇장처럼 예리하게 갈라진 번뜩이는 적의 검날.

잘 손질해서 반짝이던 누군가의 견갑이 갈라지며 터져 나온 검은 핏물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그 미려한 검선에 휘말린 재수 없던 누군가의 몸은 이등분이 되어버렸다.

멀리 날아가 버린 놈의 상체.

흔들거리다 무너져버린 놈의 하체.

몸을 끌며 적을 향하던 신의 군사가 휘두르는 칼에 또다시 이등분된 놈의 오른쪽 팔.


하지만 엄청난 숫자의 적들은 쉽게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습을 감춘 테즈마라 대제사장은 이곳을 향하고 있는 네뷸로리안 정예병에게 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놈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그녀를 이길 수는 없는 일.

그저 놈들이 가능한 오랫동안 버텨 주기를.

그래서 이곳에 있는 놈들을 모두 처리한 후, 대제사장을 대적할 기횔 갖게 되기를.


또다시 쏟아져 날아오는 화살폭풍을 날려보낸 댄.

덤벼드는 놈들을 향해 창을 들었을 때였다.


쐐애애애애액!


그의 등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의 무게감.

날카로운 파공음이 그의 귓가에 울렸다.

그의 왼쪽 뒤편에서 날아온 무시무시한 독수리 한 마리.

암갈색의 날개를 펴고 폭발하듯 날아온 놈이 그의 눈앞에서 다섯 조각의 화살촉으로 나뉘었다.


“..꺼억!

”..흐윽!“

”...꽤액!“

”..끄악!“

”........“


댄을 향해 덤비던 다섯 놈. 목을 관통하고 날아간 화살은 그 뒤로 몰려오던 놈들을 향해 쇄도했다.


한 놈의 이마에 정통으로 날아가 박힌 화살.

접근하던 놈들이 한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일순 댄이 시선을 등 뒤로 돌렸다.


”.......“


흙빛의 모습을 하고 서 있는 어린 소녀.

마치 좀비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소녀가 커다란 장궁을 쥐고 있던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허공에 손을 내민 소녀의 생명을 잃은 흙빛 손아귀에 한 무리의 빛이 일직선으로 모여들었다.


다시 활시위에 하얀 빛화살을 멘 소녀.

팽팽한 시위에 걸린 빛무리가 한순간 날카로운 독수리 한 마리로 바뀌었다.


쐐애애애애액!


시위를 떠난 화살은 폭발하듯 댄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또다시 댄의 등 뒤로 덤벼들던 네 놈이 단말마를 흘리고 땅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어두운 표정으로 그런 소녀를 애처롭게 빤히 바라보던 댄.

한쪽 눈꼬리에 눈물이 고였다.


손등으로 볼을 따라 굴러내리는 눈물방울을 거칠게 닦은 그가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압!“


마치 분노라도 표출하듯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댄.

로봇 1기가 허공에 펼쳐놓은 강철의 마법 결계를 향해 시뻘건 불을 터뜨리는 창대를 거칠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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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0화 배신(4) +1 23.09.14 106 4 14쪽
» 119화 배신(3) +1 23.09.13 110 5 12쪽
119 118화 배신(2) +1 23.09.12 10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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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화 지하요새 잠입(3) +1 23.09.01 104 5 10쪽
111 110화 지하요새 잠입(2) +1 23.08.31 105 5 10쪽
110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0 4 10쪽
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7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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