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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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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34,141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8.29 13:17
조회
117
추천
4
글자
10쪽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DUMMY

“댄!”


다른 모든 헌터들은 삼삼오오 모여 잡담하거나 내부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헌터들의 속삭이는 소리와 발걸음만 나지막이 들리는 조용한 공간 안에서 제니스가 큰 목소리로 댄을 불렀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열려있는 문밖의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있던 댄.

자신을 향해 부지런히 다가오는 그녀를 그가 언뜻 돌아보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움직임에 순간 긴장한 헌터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저게 무슨 소리지?”


대답 없이 미간을 좁히며 오감을 최대로 끌어올린 댄.

그런 그의 표정을 살피며 제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적들에게 발각된 거야?”


그녀의 말에 댄이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자연의 저주가 여기까지 몰려온 거 같은데.”

“혹시 그렇다면...”


댄과 제니스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져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쌤의 눈이 가늘어졌다.


“...용암...인 거야?”

“그래. 좀 있으면 이곳까지 밀어닥치겠다.”


그들의 말에 모두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숨도 제대로 내쉬지 않아 완전한 고요함 속에 여전히 대부분의 헌터들의 귀에는 적막만이 흐를 뿐.


“여기서 모두 나간다.”


댄의 말에 재빨리 모든 헌터들이 문을 향해 달렸다.

이미 문밖으로 빠져나간 헌터들은 언덕 아래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정글 숲만 내려다보일 뿐, 그 이외에는 아무런 이상한 낌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 산 위로 올라가.”


입구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댄이 가리키자 헌터들이 줄을 지어 부지런히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에요? 용암이 밀어닥친다니...”


부지런히 언덕길을 오르던 비르지니가 고개를 돌려 산 아래로 보이는 통나무 오두막을 돌아보며 옆에서 걸음을 재촉하는 제니스에게 물었다.


“말 그대로 이곳도 자연재해를 피해갈 수 없다는 거야.”

“......”

“우리가 이 던전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는 주변이 안전했지만, 지금 던전 밖은 용암 바다가 되어있을 거라는 거지. 우리는 계속 지하로 내려왔으니 입구에서 용암이 밀려들어 오게 되면 이곳은 어떻게 될까?”


쿠크크크크

쿠궁 콰르르 쾅


제니스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지층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천둥이 치는 소리는 용암의 위력에 무너져 내리는 던전의 벽이 내는 소리일 터.


“...허어억!”


맨 뒤로 산길을 올라오던 헌터의 입에서 마치 비명과 같은 기함이 터져나왔다.

돌아본 헌터들. 입을 딱 벌린 채, 놀라 휘둥그레진 눈을 하고 있다.


뽀얀 안개 사이로 검붉은 강물이 순식간에 원시림의 숲을 집어삼키고 있고 이미 해안가는 희뿌연 연기가 뒤덮고 있다.


미간을 좁히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댄이 언뜻 손에 쥐고 있던 마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희미한 빛이 점점 더 밝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쿤이 늦지 않게 일을 끝내줬네.”


통나무집 바로 아래 언덕까지 차오르는 용암을 내려다보며 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위로 더 올라간다!”


댄의 말에 잠시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던 헌터들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발을 옮기며 언뜻 돌아본 제니스의 눈에 시뻘건 용암에 반쯤 잠겨있는 통나무집이 들어왔다.

다시 그녀의 손에 쥐어있는 마석으로 그녀가 시선을 돌렸다.


- 68%


사각 마석의 한쪽 구석에 표시되고 있는 글자.


- 69%


‘아슬아슬하겠군.’


조마조마한 마음에 뒤를 돌아본 그녀의 시야에 이제 통나무집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죽음의 촉수를 번뜩이며 헌터들의 뒤를 미친 듯이 따라 올라오고 있는 시뻘건 용암의 그림자.


“컴 온! 컴 온!”


손에 쥔 마석에 표시되는 숫자를 확인하며 제이크가 재촉하듯 떠들어댔다.


“바로 뒤에까지 왔는데요!”


침을 꼴깍 삼킨 브라질의 루카스.

창졸간 자신의 뒤 1미터 후방까지 들이닥친 용암을 보고 공포에 질린 채 악을 썼다.


미친 듯 발을 움직이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아버린 루카스.

한순간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


“...허억!”


놀란 그가 눈을 뜨자 그의 몸이 마치 날 듯이 허공에 치솟아 있다.

그뿐만 아니다.

자신 앞에 있던 영국의 토마스, 벨기에의 프랑소와. 일본의 니시가와 한까지 모두 공중에 떠올라 있다.


아래를 내려다본 그의 시야에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줄지어 헌터들을 하늘 위로 마구 날려 보내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그런 그의 등 뒤를 시뻘건 용암이 바짝 뒤따르고 있다.

마침내 맨 앞에서 언덕을 오르던 쌤까지 하늘 높이 내던져졌다.


얼마나 강하게 던져 올려졌는지, 아직도 루카스의 몸은 상승하고 있다.

치솟는 속도가 줄고 높은 하늘 속에서 한순간 그의 몸이 멈추었다.


‘이제 하강인데...’


불안감에 크게 한숨을 내쉬며 그가 쥐고 있던 마석에 눈을 돌렸을 때였다.


- 99%


두 손으로 마석을 꽉 잡은 루카스.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다시 두 눈을 꼭 감았다.





* * *





다시 루카스가 감았던 눈을 떴다.

어둑어둑한 풍경.


숲속에 나 있는 작은 공터인 듯 보이는 곳에 자신이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슬쩍 몸을 일으킨 그가 다른 헌터들을 찾아보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운!!”


세상 떠나갈 듯한 여성의 비명이 그의 바로 앞의 큰 나무 아래에서 들려왔다.

급히 걸음을 옮긴 그의 눈에 누군가를 품에 안은 채 쪼그리고 앉아있는 금발머리 여성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쿠...쿠운!”


쓰러져 바닥에 누워있는 소녀의 머리를 들고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제니스.


“대앤!! 메디이익!!”


주위를 돌아보고 비명을 토해내며 제니스가 두 손으로 소녀의 양 볼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댔다. 소녀의 미간에 박힌 활의 뾰족한 화살촉이 소녀의 뒤통수 밖으로 삐져나와 제니스의 허벅지를 찔렀다.


두 눈을 부릅뜨고 마치 앞의 누군가를 노려보는 듯 크게 벌려진 소녀의 동공.

이마에서 뿜어나오는 붉은 피가 미간을 따라 흘러 두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고 다시 귀 뒤로 방울져 떨어졌다.


소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소녀의 손목에서 맥을 짚어보던 댄.

그녀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어 본 그가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코에 귀를 갖다 댔다.


“대앤! 쿤이 어떻게 해?”


붉게 물든 채, 잔뜩 일그러진 제니스의 얼굴.

볼을 따라 흘러내린 눈물이 턱에서 소녀의 얼굴 위로 쉴새 없이 뚝뚝 떨어졌다.


“쿤이야... 이일 다 끝나면...나중에 언니하고... 같이 살자고 했잖아아.”


어둡게 굳은 표정으로 손을 든 댄.

손가락으로 소녀의 두 눈을 조심스럽게 감겨주었다.


뒤에서 조심스럽게 다가온 비르지니.

제니스 옆에 쪼그리고 앉아 누워있는 소녀의 손을 두 손으로 슬며시 잡았다.


“쿤 대신...그냥 내가 다 박살 내면서 갈 걸 그랬어. 몽땅 다 부숴 버릴걸....!”


소녀의 볼을 매만지며 흐느끼는 제니스.

주위에 둘러선 헌터들은 꼼짝 못 하고 그렇게 그들의 곁을 떠나버린 쿤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 * *




“돌아가신 헌터분을 위해 제를 지내겠습니다.”


검은 망토를 입은 사내가 흰 천으로 덮여있는 소녀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부탁드립니다.”


목이 멘 듯 쉰 목소리가 댄의 입 밖으로 힘들게 새어 나왔다.


“아니에요.”


그사이에 끼어든 제니스.


“화장하고 싶어.”

“......”

“화장해서 쿤이 뼈는 내가 지구로 데려갈 거야.”

“......”

“가져가서...”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일그러진 얼굴로 눈물을 보이는 제니스. 손등으로 거칠게 눈물을 문질렀다.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줄 거야. 그리고...”


다시 말을 멈춘 그녀. 말을 잇기 전 ‘휴우’ 하고 낮은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에게... 쿤이가 그들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다 세상을 떠났는지... 말해줄 거야.”

“......”

“댄. 부탁해.”


어두운 표정으로 흰 천이 덮여있는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댄의 팔을 그녀가 잡았다.

잠시 가만히 서 있던 댄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한참 후, 어두운 하늘 위로 푸른 연기가 구슬픈 빛을 내며 하늘 위로 피어났다.




* * *




밤이 깊었다.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가득 차 있고 기분 나쁜 답답한 공기가 대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자신들의 인벤토리에서 몸을 누일만한 것들을 꺼낸 헌터들.

삼삼오오 서로 기대고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지만 잠은커녕 눈조차 감을 수 없었다.

낮에 본 쿤의 모습이 그들의 모습이 될 것이란 예상.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은 지구를 출발하며 떨쳐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낸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


화장한 후 쿤의 뼛가루를 작은 통에 담아 자신의 허리에 단단히 묶어 놓은 제니스.

터져 나오는 한숨으로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언덕의 끄트머리에 서서 먼 곳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내.

잔뜩 굳어 있는 표정 속에서도 멀리 떨어진 요새의 주위를 눈여겨보고 있다.


쿤의 희생으로 완료된 스물여덟 번째 미션의 보상.

하필 또 쿤의 장비가 업그레이드되며 그녀가 얻었던 원거리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쿤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와중에 떠오른 스물아홉 번째 미션.

요새 밖에 있는 던전의 입구로 침투하라는 말.


“이번 미션 성공하면 보상으로 부활의 능력이라도 좀 주는 거야?”


낮은 한숨을 내쉰 댄이 다시 헌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몸을 돌릴 때였다.


야아옹!


어둠 속에서 익숙한 소리와 함께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에게 슬며시 다가온 녀석이 댄의 발목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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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8.29 16:35
    No. 1

    제니스의 부상당하는 장면이 너무 실감나서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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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화 지하요새 잠입(2) +1 23.08.31 105 5 10쪽
110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0 4 10쪽
»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1 4 13쪽
107 106화 흑마법 연구소(16) +1 23.08.27 125 5 10쪽
106 105화 흑마법 연구소(15) +2 23.08.26 123 4 10쪽
105 104화 흑마법 연구소(14) +1 23.08.25 122 5 10쪽
104 103화 흑마법 연구소(13) +1 23.08.24 125 4 10쪽
103 102화 흑마법 연구소(12) +1 23.08.23 126 4 10쪽
102 101화 흑마법 연구소(11) +1 23.08.18 122 5 10쪽
101 100화 흑마법 연구소(10) +1 23.08.17 127 4 10쪽
100 99화 흑마법 연구소(9) +1 23.08.16 161 5 10쪽
99 98화 흑마법 연구소(8) +1 23.08.14 13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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