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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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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34,148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8.31 14:23
조회
105
추천
5
글자
10쪽

110화 지하요새 잠입(2)

DUMMY

조를 이룬 다른 헌터들이 먼저 출발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무엇인가 댄과 대화를 나누던 쌤도 자신을 기다리던 헌터들에게 출발신호를 보냈다.

곧, 철퇴를 손에 든 댄의 뒤를 따라 쌤과 남아있던 헌터들이 맨 왼쪽 터널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우리도 출발한다.”


비르지니를 돌아본 댄. 손가락으로 맨 오른쪽의 터널 입구를 가리켰다.


“이쪽 터널은 다른 곳과 다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다른 조가 이쪽으로 가지 못하게 하셨잖아요.”

“그래.”


걸음을 서두르며 어깨너머로 댄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뭐가 달라요?”

“우린 네뷸로리안 병사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고 시스템을 제거한다.”

“......”


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가 부지런히 걷는 댄의 뒤를 총총걸음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좁은 터널길도 여기저기 박혀있는 야광석 덕분에 그리 어둡진 않았다.

하지만 뚜벅뚜벅 걷고 있는 댄의 먼 앞쪽에 마치 전등불이라도 켜 놓은 듯 환한 빛이 번지고 있었다.


코너를 돌자 터널의 폭이 한순간 넓어졌다.

그런 그들의 앞 10여 미터 전방에 널찍한 광장이 나왔다.


“상당히 넓네요?”


댄의 등 뒤에서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던 비르지니가 고개를 옆으로 내밀고 앞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전등이라도 밝히는 듯 시야가 환해진 둥근 광장.

바닥을 포함해 온 사방의 벽 표면이 거울같이 반질반질한 재질로 뒤덮여 있다.

마치 거대한 스테인리스 통 안에 자신이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천장의 높이마저 10미터에 달해 던전의 터널 같지 않은 엄청난 공간감이 느껴졌다.


“...흐음?”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텅 빈 공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그저 접합점 하나 보이지 않는 통으로 된 공간.

무슨 이유에선지 그런 그 안은 대낮같이 밝았다.


여전히 주위를 신기함과 두려움으로 돌아보는 비르지니를 댄이 돌아보았다.


“저 선을 넘지 마라.”


그의 말에 그녀가 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댄의 앞 1미터 전방 바닥에 마치 별이 일렬로 반짝이듯 선명하게 빛나는 선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녀가 언뜻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안은 자동화된 침입자 제거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네?”


지금까지는 마치 중세의 환타지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하고 있던 그녀.

활, 창, 검으로 적과 대적하며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마법이 깃들어 있는 능력을 본 것이 전부였다.


그랬던 상황에서 갑자기 자동화된 시스템이라니...


“행성이 파괴되면서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었기 때문에 밖에서는 원시적으로 전투할 수밖에 없었던 것뿐이다. 이 안은 달라. 비축해놓은 에너지도 혼용하고 있다. 아마 그것도 거의 바닥이 드러나긴 했겠지만.”

“....아!”


아무리 발전된 미래의 도시라 할지라도 모든 것은 에너지원이 필요한 것.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면 원시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 것이다.


“나 혼자 이 안에 들어가서 시스템을 정지시킨다. 그런데 네 도움이 필요해.”

“...뭘..하면.. 되는데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댄의 눈을 응시하며 그녀가 물었다.


“미리 활 시위에 화살을 메고 있다가 벽에 생기는 빛을 쏴서 맞추는 거야.“


댄의 말에 그녀가 언뜻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벽에 시선을 두었다.


”..알겠어요.“


선뜻 대답한 비르지니.

활을 쥔 왼손을 앞으로 내밀고 오른손을 등 뒤로 돌려 화살을 한 움큼 꺼냈다.


맨 뒤에 서 있던 검은 망토의 사내는 양팔을 옆으로 쭈욱 뻗고 손바닥을 위로 한 채 검지를 둥글게 말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침착성을 잃지 말고 벽에 생기는 빛만 제거해 주면 된다.“


다시 한번 그녀에게 지시를 내린 그가 고개를 돌려 맨 뒤의 사내와 눈으로 신호를 맞추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본 후, 손에 쥔 네뷸라의 송곳니를 댄이 휘리릭 돌렸다.


”그럼 시작한닷!“


고함과 함께 허공으로 높이 뛰어오른 댄.

넓은 둥근 광장의 정중앙에 가볍게 착지했다.


그의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쿠쿠쿠쿵!


두께만 1미터가 넘어가는 금속 천정이 순식간에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동시에 생성된 회오리바람이 비르지니의 온몸을 태풍처럼 들이받고 휘몰아쳤다.


”...아아아악!“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활과 화살을 모두 바닥에 떨군 그녀.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 틈새로 앞을 내다보았다.


뽀얀 먼지가 맴도는 광장의 중간에 시뻘건 원통의 불길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세워져 있다.

천장에 닿은 불꽃은 두 줄기로 나뉘어 직선으로 그녀를 향해 마치 전선처럼 이어져 있었다.


”...하악!“


광장 어느 곳에서도 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다시 벌려진 입 밖으로 기함한 그녀.


”활을 잡으시오!“


그녀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간신히 공포와 놀라움을 떨구어냈다.


돌아본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검은 망토의 사내.

여전히 강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망토의 끝이 사내의 뒤 허공으로 깃발처럼 휘날리고 있다.

그런 그의 발밑에 밟혀 있는 그녀의 활과 화살.


여전히 공포에 사로잡혀있으면서도 그녀가 재빨리 몸을 숙여 활과 화살을 손에 쥐었다.

올려다본 그의 양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붉은 마력의 선.

광장의 중심부로 이어져 있다.


망토를 걸친 남자가 두 손을 허공으로 올리자 광장 정중앙에 타오르던 붉은 원통의 불꽃이 한순간 사라졌다.

그 안에서 모습을 나타낸 사내.

보랏빛을 번득이는 네뷸라의 송곳니를 허공에서 휘리릭 돌린 후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활과 화살을 쥔 양손을 모아 잡고 눈물을 글썽인 소녀.


손등으로 눈두덩을 거칠게 한번 문지른 후 왼손을 쭉 뻗어 활을 쥐었다.


-촤르르르르


시위에 다섯 개의 화살을 일렬로 멘 소녀가 왼쪽 눈을 가늘게 뜨고 벽을 노려보았다.

흐릿한 주위 시야에 광장 정중앙 천장에서 무엇인가 마구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보랏빛 검선이 현란하게 허공을 날아다니며 마치 아름다운 꽃무늬를 그려내듯 휘몰아친다.


- 펑!


마지막 물체가 댄이 휘두르는 검날 끝에 바스라져 가루가 된 채 허공에 비산했다.


조마조마함을 간신히 숨기고 그녀가 낮은 한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난 궁수였던 쿤.

살아있더라면 그녀가 지금 이곳에 서 있을 터.


언뜻 부족한 자신이 공연히 자원해 문제만 일으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댄이 받아준 것 아닌가.

자신의 어시가 되지 못하는 실력이라면 댄이 다른 지원자를 찾았을 거다.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닌 댄에게 선택받았다면 본인도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가 벽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 팅!

귓전에 야트막한 소리가 울렸다.

마치 샴페인 술잔을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소녀는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 슈우우우욱!


벽의 이곳저곳이 뒤집힌다.

마치 벽에 붙은 작은 정사각형 타일이 뒤집히듯 뒤바뀐 곳에서 나타난 작은 포탑.

열 군데가 넘는 포탑의 뾰족한 끝에 흰 빛무리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둥글게 휘말리며 몸을 부풀리는 흰 빛 덩어리를 본 그녀.


‘..저거다.’


아랫입술을 꽉 깨문 그녀가 잔뜩 당겼던 시위를 풀었다.


후두두두둑!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화살을 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삽시에 손을 등 뒤로 돌려 또다시 한 움큼의 화살을 시위에 메겼다.


휘리리리리릭!


”..됐다!“


- 팅!

그 순간, 다시 한번 그녀의 귓전에 울리는 청량한 울림.


별거 아닌 소리는 무시하고 그녀가 활을 고쳐 잡았다.

한쪽 벽의 첨탑을 모두 박살 낸 그녀.

맞은편으로 시선을 돌리고 활을 잡은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런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사내.


퍼퍼퍼퍼퍼퍼펑!


노오란 오라를 발산해 내는 마치 수천, 수만의 벌집과 같은 문양의 방패로 날아오는 빛 포탄을 막아낸 후, 바닥으로 몸을 날리고 있다.


그녀의 등 뒤에서 쏘아진 영롱한 빛의 선 끝과 댄의 칼끝이 동시에 정중앙 바닥의 한쪽을 뚫었다.


쿠슈우우우-


매케한 냄새와 함께 뚫린 바닥에서 파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회로?“


틀림없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인 듯, 바닥에 조각난 곳마다 이어진 노란 빛의 선.

흐르던 에너지가 끊긴 것인지 찢겨진 바닥에서 거품이 일어 부풀어오르고 있다.


화살을 메기고 맞은편의 벽에 형성되고 있는 작은 포탑을 조준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의 눈에 무엇인가 빛이 반짝이는 것이 들어왔다.

천장 정중앙에서 쏘아진 날카로운 빛이 자신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히익!“


한순간 공포로 온몸이 마비된 그녀.

동시에 그녀 앞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주먹만한 바람개비.


휘리리릭!


그녀의 눈앞에서 날아오던 빛의 가시가 바람개비의 날개와 부딪혔다.


- 팅!

샴페인 잔을 부딪치는 듯한 청량한 소리가 또다시 그녀의 귓전에 울렸다.


바람개비가 날아온 곳.

보랏빛 오라를 뿜는 검을 쥔 사내가 다시 한번 그녀의 등 뒤에서 쏘아지는 광선과 함께 광장 중앙의 바닥을 꿰뚫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갑작스럽게 북받치는 설렘을 억누르며 그녀가 벽에 붙어 하얀빛을 모으고 있는 작은 포탑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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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화 지하요새 잠입(3) +1 23.09.01 104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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