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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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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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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57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8.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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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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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03화 흑마법 연구소(13)

DUMMY

갑자기 동굴 내부가 크게 흔들렸다.

동요된 눈빛으로 천장에 붙어있던 바위가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본 헌터들.

슬며시 시선을 댄에게 돌리고 눈치를 살폈다.


표정의 변화 없이 댄은 자신 앞의 허공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청량한 알람 소리와 함께 그의 앞에 떠오른 글자들.


[스물여섯 번째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 주변 50미터 이내 은신 상태의 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은신 상태의 적을 볼 수 있다라...’


보상으로 주어지는 능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을 사용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는 의미.

날카로운 눈빛으로 허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의 귓가에 다시 한번 들려오는 소리와 글자들.


[스물일곱 번째 미션 : 구울 왕을 처치하고 이동석을 확보하시오]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그가 글을 읽고 있을 때, 통로 안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 그 좁은 통로 밖으로 쿤이 거꾸로 얼굴을 내밀었다.


“오빠! 문은 열린 거예요?”

“그래. 고생했다. 이제 내려와.”


천장 통로의 끝을 양손으로 잡은 쿤이 가볍게 몸을 들려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뭐, 특별한 건 없었지?”

“...특별한 거요?”

“널 혹하게 할 만한 물건 같은 거.”


댄의 말에 언뜻 그녀가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넣어놓은 주머니로 손을 가져다 댔다.


“아뇨. 아무것도 없었는데요?”

“그래?”


눈빛에 이채를 담고 고개를 한번 갸웃하는 댄을 보면서 그녀는 댄에게 솔직하게 말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그 짧은 사이에 댄이 다른 헌터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이제부터 다음 방 공략을 설명한다.”

“그럼, 아까 그 지진같이 땅이 흔들린 게 문이 열린 거였다는 거네?”

“맞아, 거대한데다 오랫동안 닫혀있었던 거라서 열리면서 진동이 좀 심했던 거지.”


문이 열리는 진동이었을 거라 예상했으면서도 제니스는 댄에게 그렇게 확인하고 넘어갔다.


“다음 방은 뭐가 나오는 거냐?”

“구울.”

“구울? ‘도쿄 구울’인가 뭔가 하는 데서 나오는 그런 구울 말야?”


댄의 말에 쌤이 미간을 찌푸렸다.


“비슷할 거다. 등에서 문어 다리 비슷한 촉수가 튀어나와 공격한다. 피부에 흡착한 후 생명체의 에너지를 빼앗는 거야. 살이든 피든, 있는 대로 뽑아갈 테니 모두 경계해야 해.”


낮은 침음을 흘린 비르지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여기 생명체들은 지구와 너무 다르네요. 어떻게 귀엽고 예쁜 게 없어요? 싸워서 죽이는 게 반복되면 생명을 빼앗아서 죄책감 느끼고 그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없애서 너무 좋다는 쾌감만 강해지니.”


그녀의 말에 주변 몇몇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다가 내가 살생에 너무 둔감해지고 즐기는 변태가 될 거 같아서 조금 겁까지 나거든요.”


우스운 말처럼 들리기도 해서 얼굴에 빙긋 웃음까지 비추며 고개를 돌린 댄.

예상외로 진지한 그들의 표정에 얼굴에서 미소를 지운 그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지구로 돌아가면 원래대로 다 고쳐져. 거긴 네가 말했던 것처럼 귀엽고 예쁜 생명체 천지거든.”

“그렇겠죠?”


별것 아닌 거라고 생각되는 것 가지고도 심각하게 고심해보는 그녀와 헌터들을 돌아보며 그가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100퍼 장담해. 걱정하지 말고 살아만 남아. 그럼 모두 해결된다.”


손에 온갖 종류의 무기를 쥐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헌터들을 돌아본 댄.

손으로 열린 문 쪽을 가리켰다.


“모두, 준비 단단히 하고 출발하자.”

“물론이지.”

“옛써!”

“내가 제일 많이 잡는다.”

“촉수가 문어 다리 비슷하게 생겼다고 했는데 구우면 먹을 만할지 모르겠네?”


모두 한마디씩 입 밖으로 장단을 맞춘 헌터들이 줄지어 댄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넓이와 높이가 5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거대 바위문.

열려있는 대리석 문의 두께도 1미터 가까이 되어 보였다.


그런 문 안으로 보이는 넓은 정원.

원시림처럼 빽빽한 나무와 무성한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문가에 서 있는 그들의 등 뒤 세계와 전혀 동떨어진 광경에 헌터들의 떡 벌어진 입은 쉽게 닫히지 않고 있었다.


문 바로 앞에 흐르고 있는 얕은 시냇물.

그리고 그 주변에 피어있는 여러 색깔의 꽃들.


지구의 한 정원을 묘사하는 거라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 당연할 터.

하지만 이곳의 모습은 헌터들이 생각하는 자연스러움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서로 대칭되지 않는 검붉게 벌어진 거대한 꽃.

그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곤충들의 사체가 시커멓게 쌓여있다.


그 아래 흐르는 냇물 속으로 보이는 생명체.

가제 비슷하게 생긴 놈이 날카로운 집게발을 들어 가까이 서 있던 헌터 한 명을 겨누었다.


- 티잉!

캉!


무의식적으로도 자신의 단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날카로운 침을 막아 낸 싱가포르 헌터.

마치 AI처럼 자동적으로 칼을 쥔 팔을 뻗어 놈의 등에 칼날을 박았다.


“살벌하군요.”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쿤이 입을 열었다.


“저 안에 보이는 식물처럼 보이는 것들 모두 우리를 노리고 있는 거잖아요?”

“다는 아니겠지만, 그런 것도 꽤 되겠지?”

“몽땅 밀어버리면서 갈까?”


댄의 등 뒤에 서 있던 제이크가 끼어들었다.


“다른 헌터들은 뒤에 따라오게 하고 우리가 앞장서자.”

“좋아요, 댄 오빠.”

“쿤. 멀리서 우리 공격하는 놈들이 있으면 네가 활로 없애라. 제니스는 이도로 같이 근접 공격하는 놈들 방어해주고.”

“오케이.”

“쌤, 제이크. 오른쪽을 맡아줘.”

“당연하지.”

팽팽하게 벌어진 어깨의 근육을 두툼하게 부풀린 제이크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잡았다. 그의 옆에 선 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어 보였다.


앞장서서 입구로 들어선 한국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

창과 검으로 전방을 확인하면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갈대와 비슷한 잡초밭에 다다른 헌터들.


“오빠. 내가 위로 올라가서 한번 봐볼까?”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고 등에 힘을 주어 날개를 펴는 댄을 보며 쿤이 얼른 물었다.

뭐라고 댄이 대답을 하기도 전 마치 날다람쥐처럼 그녀가 나무를 타고 쏜살같이 기어 올라갔다.


“..음. 여기...”


커다란 나뭇잎으로 모습이 완전히 가려진 나무 위에서 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서걱.


무엇인가 칼에 베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투두둑!


연이어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뚫고 무엇인가 떨어지며 내는 소음.


쿠쿵!


괴생물의 잘려 나간 머리통이 허공에 검은 핏물을 흩뿌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마치 커다란 뱀의 머리와 비슷하다.


파파파파.. 쿠웅!


곧이어 길쭉한 놈의 몸 부분이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아나콘다도 울고 갈 만큼 거대한 크기와 길이의 뱀과 비슷하게 생긴 괴물.


“제이크 오빠! 불 피워서 구워 먹을 수 있을지 확인해 봐!”


나무 위쪽에서 들려오는 쿤의 목소리에 제이크가 표정을 잔뜩 구겼다.


“나, 다른 건 다 먹어도 뱀은 아니거든? 그 위에 새는 없냐?”

“뱀 배 갈라서 그 속 찾아봐. 혹시 있을지도...”


농담으로 한 말일 터였다.

하지만 쿤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고 있던 검으로 제이크가 무지막지하게 놈의 배를 일자로 그었다.

하지만 놈의 내장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바퀴벌레를 닮은 거대 곤충.

몸이 웬만한 초등학생 크기의 곤충이 갈라진 배 밖으로 마치 미끄러지듯 굴러 나왔다.

날카로운 톱날이 줄지어 있는 쇠톱 같은 다리를 파르르 떨어보지만 이미 놈은 뱃속에서 산으로 온몸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놈의 옆으로 쿤이 ‘쿵’하고 뛰어내렸다.


“요 앞에서 두 갈래로 길이 나뉘는데, 왼쪽 길로 가면 작은 언덕이고 오른쪽은 해안으로 나 있네?”

“...해..해안?”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제니스가 쿤을 빤히 바라보았다.


“응. 언니. 모래사장도 그럴듯하게 보이던걸?”

“가보고 싶다. 엘에이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 바다로 놀러 갔었는데.”


댄의 눈치를 살피며 제니스가 넌지시 그쪽으로 가고 싶다는 표현을 해 보였다.


“혹시 작은 원두막 같은 건 안보였냐? 오두막이라던가.”

“언덕 위에는 그냥 풀밭이었고, 해안가 끝 절벽 위에 작은 통나무집 같은 게 있는 거 같긴 했어.”


그녀의 말에 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른쪽 길로 해서 바닷가 쪽으로 간다.”

“와-아!”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마치 만세라도 부르는 듯 환호를 한 제니스.

금세 쿤과 서로 두 팔을 마주 잡고 깡충깡충 뛴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제이크가 고개를 저었다.


“저리 좋을까?”


입꼬리를 올리고 쌤이 그녀들을 보며 씨익 웃음을 흘렸다.


“바다 너무 좋아하지 마. 물속에서 고질라 튀어나와.”

“잘됐네. 회 쳐 먹으면 되지.”

“고질라. 물고기 아니고 그냥 괴물인데?”

“그럼 육회로 만들어 주겠어.”


쿤의 넉살 좋은 대답에 니시가와 한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근데, 원시 밀림 같은 곳에서 웬 길이 이렇게 나 있지?”


길을 따라가던 헌터들 중 누군가의 호기심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구울이 다니는 길이겠지? 저기 발자국도 있는데.”


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헌터들의 시선이 옮겨갔다.

흙으로 덮인 길 한쪽에 나 있는 발자국.

성인 남자의 발 크기와 아주 비슷한 자국이 땅속으로 옅게 눌려 표시되어있었다.


- 부우우우우우우!


가까운 언덕 너머 해변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마치 커다란 뿔피리를 부는 듯, 아니면 코가 긴 동물이 동료를 찾는 신호와 같은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순간 긴장한 헌터들이 자신들의 무기위에 손을 얹었다.


가늘어진 눈빛으로 앞쪽을 살핀 댄. 어깨에 힘을 주자 커다란 날개가 그의 등 뒤로 넓게 펼쳐졌다.

손에 든 창을 허공에서 휘리릭 돌린 그가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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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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