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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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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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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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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4,692

작성
23.08.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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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01화 흑마법 연구소(11)

DUMMY

열린 문안으로 발을 들인 댄.

예리한 눈빛으로 방 안을 둘러본다.


예상했던 대로 자그마한 방 안.

한쪽 석판 위에 쌓여 빛을 잃고 부식되고 있는 뼈다귀 조각들.

침입하는 생명체는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연명해 나갔을 터.

생존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사냥하는 것은 당연한 일.

고상한 이름을 갖다 붙인 취미나 일그러진 만족을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는 인간 종족이 뭐라 할 일이 아니다.


그저, 이번엔 상대를 잘못 만난 것일 뿐.

자연 속 들쥐와 비슷한 종족이었을 생명이 온갖 생체실험을 통해 렛맨으로 변한 것만도 통한의 설움이 틀림없을 터.


석판 뒤 작은 의자에 의젓하게 앉아있는 랫맨 보스.

침입한 누군가에서 빼앗은 것인지 낡은 천으로 된 옷까지 몸에 두르고 있다.

빛바랜 오렌지색 티셔츠.

군청색 반바지.

언뜻 인간에게서 탈취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1미터 남짓한 놈의 몸에 맞는 옷을 입는 헌터는 없을 터.

니힐러스 행성에 사는 어떤 종족의 어린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 놈의 손에는 어떤 무기도 쥐어져 있지 않다.

아니 방안 어느 곳에도 상대를 공격할 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언뜻 댄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렛맨 보스의 검은 눈동자.

그 안에 서린 것은 공포심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체념과 후련함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늦었구나. 인간.”


뜻밖에 말을 할 줄 아는 렛맨.

물론 지구의 인간 언어는 아니다.

네뷸로리안족의 언어로 놈이 댄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나?”

“진작 알고 있었다. 인간. 벌써 한 달째 같은 예지몽을 꾸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간.”

“내가 와서 너희 종족을 죽이는 꿈 말이냐?”


굳은 표정으로 묻는 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렛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작 도망치지 그랬나?”

“나도 부하들을 모두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우리의 뇌는 프로그램 되어있다. 인간.”

“......”

“저 상자를 지키도록 말이다. 인간.”


렛맨 보스가 손가락으로 자신 뒤편의 벽 코너에 놓여있는 푸른 오라가 감돌고 있는 커다란 상자를 가리켰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저 상자를 지키라고 쇠뇌라도 받았단 말이냐?”

“우리들의 뇌 속에 작은 칩이 박혀있다. 인간. 저 상자에서 1킬로미터 벗어나도 우리들의 뇌가 폭발하고, 저 상자가 열리는 순간에도 또한 우리 뇌는 폭발하게 되어있다. 인간.”

“네뷸로리안 족 짓인가?”

“그렇다. 인간. 하지만 그만한 권력을 쥔 것이 다른 종족이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고 본다. 인간.”

“알겠다.”


손에 움켜쥔 네뷸라의 송곳니를 댄이 놈을 향해 들어 올렸다.


“고통 없이 보내주마.”


자신의 심장을 향해 푸른 불꽃을 뿜고 있는 검의 날 끝을 흘끗 바라본 렛맨 보스.

고개를 돌려 댄을 올려보며 쓸쓸한 웃음을 보였다.


“그보다 먼저, 혹시... 네가 온 곳이 어떤 곳인지 말해줄 수 있느냐. 인간?

”그건 왜 묻지?“

”예지몽에서 네가 온 별을 여러 번 보았다. 인간. 내가 본 것이 사실인지 궁금한 것 뿐이다. 인간.“


‘예지몽에서 지구의 모습을 보았다라...’


잠시 놈의 눈망울을 바라보던 댄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손을 뻗어 허공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손가락으로 액정화면을 여러 번 넘기는 댄의 눈에 꽤 많은 사진이 들어왔다.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해보던 그의 눈이 한 사진에 멈추었다.

예전, 우주의 어머니와 함께 서울숲에서 찍은 사진. 천천히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밀어 다음 사진들을 확인해본다.


휴대폰을 돌려 렛맨 보스의 눈앞에 액정화면을 내밀었다.


작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가며 화면 속 서울숲의 풍경을 감상하던 녀석.

시간을 두고 댄이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넘기는 대로 놈의 눈빛은 변한다.

짙은 회색의 털이 빼곡하게 나 있는 놈의 얼굴도 변해가는 놈의 표정을 숨길 수는 없다.

감탄하는 듯 코 옆에 수평으로 길게 난 콧수염이 움찔거린다.

동시에 콧잔등에 주름이 생기며 새까만 콧구멍이 찡긋거렸다.


한순간 그러한 놈의 동그란 검은 눈동자에서 묽은 물방울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저...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우주에 이런 곳이 있을 리 없잖는가. 인간.“

”지구의 현재 모습 그대로다.“


놈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댄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도 나의 종족과 비슷한 생명체가 있느냐. 인간?“


언뜻 들쥐를 떠올린 댄이 의도치 않게 얼굴을 찌푸렸다.

놈의 얼굴을 흘끗 보고 다시 표정을 바꾼 그가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이 사진 속 어딘가에서도 너와 비슷한 종족이 자유롭게 살고 있다.“


그의 말에 양 입꼬리를 올리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린 렛맨.


“정말 지구를 이곳처럼 만들지 않으려고 온 거냐. 인간?”

“...그래.”


서늘한 눈빛으로 놈을 내려다보며 댄이 대답했다.


“조언이 있다. 인간.”

“......”

“가짜가 진짜보다 더 그럴듯하게 보일 때가 있다. 인간. 무(無) 속에 유(有)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인간.”

“...알았다.”


그런 그의 눈 속을 짧게 응시한 댄. 손을 뻗어 놈의 심장과 일직선으로 검을 세웠다.

마치 준비가 된 듯, 검은 눈망울로 댄을 응시하던 렛맨 보스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좋은 곳으로 가라.”


파파팟!


푸른 불꽃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가 렛맨의 심장을 관통했다.


주먹 만 한 구멍이 뚫린 놈의 가슴에서 검은 핏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뒤이어 코를 찌르는 매캐한 향과 함께 거무스름한 연기가 공기 중에 번져나간다.

생명의 빛을 잃은 놈의 눈동자는 공허한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놈의 상체에 입혀진 오렌지색 겉옷이 삽시에 검게 물들었다.


잠깐 그런 놈을 어두운 눈빛으로 내려다본 댄. 낮은 한숨을 흘리고 시선을 돌렸다.


놈의 뒤편에 놓여있는 커다란 철제 상자.

검의 칼날 끝으로 뚜껑의 모서리 이곳저곳을 긁어본다.


표면 곳곳에 부식되어 녹이 슨 낡은 상자.

놈들이 그 안에 뭘 숨겨놓았건 그다지 호기심은 동하지 않지만 미션은 끝내야 한다.

손에 쥐고 있던 검에 그가 슬그머니 마력을 불어넣었다.

낡은 철제 상자 전면을 환한 빛무리가 한순간 에워 쌓았다.


- 달그닥


귀에 언뜻 들리는 작은 소리와 함께 상자의 뚜껑이 몸체로부터 미세하게 벌어졌다.


퍼퍽!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돌아본 그의 시야에 형체를 알 수 없도록 터져버린 렛맨 보스의 형태가 들어왔다.

곤죽이 되어버려 거무스름한 핏덩이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상자가 개봉되면 뇌가 폭발한다고 하더니 거짓말이 아니었다.


굳은 표정으로 잠시 놈의 엉망이 되어버린 형체를 내려다보던 댄,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지금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


상체를 숙인 댄이 손을 내밀어 패인 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 끼이익


소리까지 낡은 소음을 내며 철제 뚜껑이 열렸다.

텅 비어있는 상자 속.

바닥에 가운데가 접혀있는 한 장의 종이가 들어 있을 뿐이다.


집어 들어 펼쳐 놓은 그 속에 그려져 있는 비밀 지도.

렛맨 보스의 방 한가운데 천장을 통해서 던전 안쪽으로 작은 통로가 이어져 있는 것이 나타나있다.

고개를 들어 보스방의 천장 한가운데를 향해 댄이 검을 휘두르자 바위 파편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뚫려 진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

등 뒤에 날개가 솟아난 댄. 슬며시 허공을 올라 뚫린 공간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어 넣었다.

그 안쪽 이곳저곳에도 야광석이 박혀있어 그리 어둡지는 않은 상황.

하지만, 통로의 크기가 성인이 통과하기는 너무 비좁다.


언뜻 댄의 시야에 들어온 통로 끝이 세 갈래로 나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 위로 눈을 돌린 댄.

목적지까지 인도하는 붉은 화살표는 가운데 통로로 통과하라는 듯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흐음.”


지도를 접어 석판 위에 던져 놓은 댄.

렛맨 보스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저 지도가 진짜일 리 없다는 의미.

게다가 미션이 완료되었다는 신호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


다시 철재 보물 상자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손을 집어넣은 댄이 네 모서리 끝을 손가락 끝으로 모두 더듬어 본다.

한쪽 끝에 마치 종이가 접힌 것처럼 철판 끄트머리가 구부러져 있다.

조심스럽게 그가 철판을 걷어내자 그 안에 드러나는 작은 공간.

손가락에 만져지는 것은 또 하나의 종이조각이다.


- 띵동


손에 들고 펴자 그의 귀에 들려오는 청량한 소리.


[스물다섯 번째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 공포 ( 자신의 주변 10미터 이내 공포의 구름을 형성합니다. 범위 내 마력이 낮은 적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전의를 상실합니다)


“...이것이 진짜 비밀 통로 지도였군.”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를 손에 쥔 댄. 눈동자에 빛을 내며 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백지를 야광석에 붙여놓자 검은 점 하나가 종이 위 한쪽 구석에 생겨났다.

곧 그 점을 기점으로 가는 실선과 붉은 점선이 종이의 표면에 구불거리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참을 쉬지 않고 종이의 표면에 직선과 곡선을 그리던 몇 가닥의 선들이 마침내 한곳에 만나게 되면서 끝이 났다.


지도를 주머니에 찔러 넣은 댄이 걸음을 옮겨 렛맨 보스의 방 밖으로 나섰다.


-띵동


다시 한번 그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나타난 글자.


[스물여섯 번째 미션 : 비밀 통로를 통해 이동하여 지정된 곳의 레버를 조작해 하층으로 연결된 문을 통과하시오]


낮은 한숨을 내쉰 댄.

그의 앞 허공에서 흔들리는 글자를 통과하여 헌터들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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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0 4 10쪽
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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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00화 흑마법 연구소(10) +1 23.08.17 129 4 10쪽
100 99화 흑마법 연구소(9) +1 23.08.16 161 5 10쪽
99 98화 흑마법 연구소(8) +1 23.08.14 13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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