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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영주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윤지겸智謙
작품등록일 :
2012.11.18 17:01
최근연재일 :
2012.11.13 15:47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98,987
추천수 :
582
글자수 :
41,540

작성
12.11.09 15:23
조회
15,826
추천
55
글자
7쪽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2)

DUMMY

“감천방 놈들 때문입니다.”

“감천방?”

헤인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역시 할아버지에게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였다.

“예, 반 년 전쯤에 외부에서 들어온 놈들이지요.”

“으음…….”

헤인스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큰 차이…….’

헤인스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를 통해 중원의 무림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림의 세력들이, 헤인스가 살던 아페리온 대륙의 영주 가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차이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바로 지배력의 근간이었다.

아페리온 대륙의 케르네스 제국, 아니 모든 왕국에 존재하는 영주들은 그들의 황제 혹은 국왕으로부터 자신의 영지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는다.

그것은 거대한 국가라는 차원에서 공인된 힘이기에, 어지간해서는 다른 세력에 의해 침해받을 위험이 없었다.

하지만 무림 세력이 갖는 지배력의 근간은 역사와 재력, 그리고 무력이었다. 공인된 지배력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든 다른 이에게 자신의 지배력을 침해 받거나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말한 감천방이라는 세력이 바로 그것이리라.

“흠, 그래서 외부의 무인들을 돈으로 고용한 것이냐?”

“세상에서 돈에 무공을 파는 낭인들이라 경시하기는 합니다만 그들 나름의 대의도 협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이 헤인스의 귓전으로 요란한 외침과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열 명 정도 되는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사내들이 각자의 병장기를 휘두르며 수련을 하고 있었다.

헤인스가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저들이냐?”

“예, 저기 장검을 든 장신의 남자가 철혈대 대주인 오채성입니다.”

“그런데 저들이 전부인 것이냐?”

세가의 규모가 작다고는 해도, 독립된 하나의 무인집단이라고 하기에는 사람 수가 너무 적었다.

“아닙니다. 원래는 스무 명인데 며칠 전에 일이 좀 생겨서 아홉 명이 부상을 치유하는 중입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저 연무장은?”

헤인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리 긴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탓이다.

“철혈대만을 위해 새롭게 꾸민 곳입니다.”

“그래? 연무장을 새롭게 만드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을 텐데?”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들은 아무래도 낭인출신이다 보니 세가의 무인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들도 있고, 한데 섞이기가 힘들다고 말해서 아버지께서 조금 무리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자신들의 주인이랄 수 있는 소가주가 왔는데도 고개 한 번 안 돌리는데?”

“하하, 수련에 너무 열중한 탓이지요. 어쨌든 가시지요. 인사부터 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헤인스는 고개를 저으며 방향을 틀었다.

“오늘은 때가 아닌 것 같으니 나중에 하는 것이 좋겠구나.”

“예?”

조금은 당황하는 담기명의 반응에 헤인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버지도 사흘 정도 시간을 주신 참이니 그때까지는 쉬어야 되지 않겠느냐? 그리고 저들도 갑자기 자신들의 주인이 바뀐 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다.”

“아, 그렇긴 하겠군요. 하지만 저는, 형님이 하루라도 빨리 세가의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담기명의 말에 헤인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준 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돌아선 헤인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수련에 열중한 탓에 보지 못했다고?’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다. 연무장으로 다가가던 헤인스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오채성이라는 사내를 비롯해 모든 철혈대 무인들이 자신과 담기명을 곁눈질로 슬쩍 확인하는 모습을.

게다가 수련하는 모습 또한 요란하기만 할 뿐, 아무런 열의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연무장을 새로 만들어 달라 했다고?’

어처구니가 없다. 철혈대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모았다는 것은, 온전히 세가의 ‘식솔’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그 말은 곧 그들은 세가의 무인들과 같은 소속이라는 뜻이다. 한데 어우러지고 서로 절차탁마하며 세가를 위해 한 곳에서 함께 노력함이 옳은 일이다.

그런데도 무공의 성향이 다르니 어쩌니 하며 그러한 요구를 했다.

주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와 아무런 열의도 느껴지지 않는 수련, 그리고 세가와 섞이기를 거부하는 요구까지. 그들 스스로 세가의 식솔이 될 마음이 없다는 방증이다.

‘증조부와 종조부께서 많이 무르시군.’

헤인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곳이니 당연한 결과일 지도.’

담씨세가의 성격은, 무림세력보다는 무인집단을 보유하고 있는 작은 지방의 토호세력에 가까웠다.

이는 비단 담씨세가에만이 아니라, 중원 천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규모의 무림세력 모두에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그런 성격이 있는 만큼, 인근 지역의 사람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무력 보다는 오랜 역사나 재력 혹은 인망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재력과 무력을 이용해 인근 사람들을 갈취하는 자들 또한 만만찮게 많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 담씨세가의 가주인 담고성은 그렇지 않았다.

담씨세가는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인망을 통해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담고성은 넉넉하고 인자한 성격이 만들어졌고, 간계에는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무림의 소규모 세력들 모두가 이런 상황은 아니겠지만, 더러는 그 몇 가지 조건들이 잘 맞아 떨어진 곳이 있으리라. 그리고 담씨세가가 그 중 하나였다.

‘협잡꾼들에게는 차려놓은 밥상이나 진배없지.’

거기까지 생각한 헤인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픽하고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성격이 증조할아버지를 많이 닮으신 모양이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솟는다.

할아버지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다른 세상에서 넘어와서 수많은 전쟁 끝에 황족이 아닌데도 공작이라는 작위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어떻게 그 느긋하고 자애로운 성격으로 그런 어마어마하고 전설적인 업적을 세울 수 있었던 걸까.

헤인스는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지금의 그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였기에.

‘일단은 생각을 좀 정리할 필요가…….’

조금은 머릿속이 멍한 상태로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헤인스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뭔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 듯 혼잣말로 뭐라 중얼거리더니, 이내 방향을 바꿔 급히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날씨가 점점 추워집니다.
그리고 건조하기도 합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

오늘도 제 글이 작으나마 즐거운 시간을 드렸기를 바라며
좋은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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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3) +9 12.11.13 15,133 55 10쪽
10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2) +8 12.11.12 15,185 43 9쪽
9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1) +7 12.11.11 15,294 47 9쪽
8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3) +11 12.11.10 15,528 46 9쪽
»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2) +13 12.11.09 15,827 55 7쪽
6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1) +11 12.11.08 17,319 53 12쪽
5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4) +12 12.11.07 18,044 50 9쪽
4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3) +7 12.11.07 18,560 55 7쪽
3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2) +13 12.11.06 19,923 57 8쪽
2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1) +9 12.11.06 22,729 63 8쪽
1 서장 +11 12.11.06 24,494 5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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