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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영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윤지겸智謙
작품등록일 :
2012.11.18 17:01
최근연재일 :
2012.11.13 15:47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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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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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글자수 :
41,540

작성
12.11.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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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
12쪽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1)

DUMMY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


“이제 어쩐다?”

헤인스는 침상에 누워 천장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담고성, 담기명과 술잔을 기울인 것이 어젯밤의 일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깊은 고민에 잠겼다.

원래 이곳으로 온 헤인스의 목적은 단 한 가지였다. 일단은 안전한 곳에서 몸을 쉬면서 자신의 진짜 고향, 드레이크 공작가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고 하셨지만…….’

할아버지는 중원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헤인스의 생각은 달랐다. 실제로 자신이 이곳 중원으로 오지 않았는가.

중원에서 아페리온 대륙으로 넘어가는 일도 있었고, 아페리온 대륙에서 중원으로 넘어오는 일도 벌어졌다. 즉, 두 개의 세상을 왕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곳 상황을 알지 못했을 때의 생각이었다.

아페리온 대륙에서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곳 중원에서는 겨우 오 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처음부터 아니라고 말을 했어야 하는 건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믿어 줄지도 의문인데다, 설혹 믿어준다 해도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자신이 담기령이 아니라고 했을 때 마음 아파하실 증조부의 얼굴을 차마 볼 자신이 없었다.

사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헤인스의 입장에서는 어제 처음 본 사람이었다. 그러니 매정해 보일지라도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헤인스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너무 존경하고 사랑했다. 할아버지 담기령이 평생 동안 증조부에게 죄스러워했다는 것과 증조부 생각이 날 때마다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긴 한숨을 내쉬던 모습을 자주 보았었다.

겨우 하룻밤의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다.

“후우,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긴 고민 끝에 헤인스는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뭔가 결심을 한 듯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로 끙끙 앓는 것은 헤인스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이 ‘가짜’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는 수밖에.

“우선은 정체가 들통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군.”

하지만 뒤이어 또 다른 문제가 밀려들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나?”

할아버지 담기령은 담씨세가의 소가주였다. 즉, 지금 자신은 담씨세가의 소가주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지난 오 년 동안은 할아버지의 동생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그 지위가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헤인스가 담기령 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설마 계승권 문제로 다툼이 생기는 건…….’

잠시 그런 생각을 떠올리던 헤인스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어제 종조부가 보여주었던 반응으로 보아 그럴 일은 없을 듯했다.

그 보다는 다른 것이 더 중요했다.

‘담씨세가의 소가주라…….’

과연 스스로에게 그럴 마음이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꽤나 많은 부분에서 연관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자신은 논외자였다. 그런 자신이 세가를 이어받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지가 걸렸다.

‘산을 넘어도 산이군.’

워낙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을 일이 흐르니 고민을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았다.

그때 방문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님.”

목소리를 들어보니 헤인스의 방을 담당하게 된 ‘여란’이라는 시녀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냐?”

“가주님께서 찾으십니다.”

헤인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제는 갑작스러운 귀환에 세 부자가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오늘부터는 해야 할 이야기, 해야 할 일도 많으리라.


‘누구지?’

담고성의 집무실로 들어서던 헤인스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집무실 안에는 담고성 만이 아니라 낯선 사내가 한 사람 앉아 있었다.

“어서 오너라. 네가 돌아왔다는 말에 급히 본가로 돌아온 참이다.”

사내가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헤인스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헤인스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려는 발을 억지로 제자리로 돌리며 바쁘게 시선을 움직여 사내를 훑었다.

태도를 보니 분명 할아버지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 자리에 있는 헤인스에게는 아주 낯선 사내였다.

위험했다. 담기령 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지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삼십대 중반에 옷은 세가의 무복. 나를 대하는 친근한 태도는 분명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뜻.’

사내는 헤인스를 껴안기라도 할 듯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벌써 두 걸음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장성하여 헌헌장부가 되어 돌아왔구나. 그래 법국에 가 있었다고? 하하하, 세상 공부는 아주 제대로 했겠구나!”

사내가 활짝 펼친 두 손으로 헤인스의 양쪽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어댔다.

“많은 공부를 하고 왔습니다. 당숙께서도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숙모님께서는요? 그러고 보니 기청이가 많이 컸겠습니다. 떠날 당시만 해도 젖먹이었는데…….”

“하하, 이제 한창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사내는 담고성의 사촌동생으로 담기령에게는 오촌 숙부, 즉 당숙부인 담유성이었다.

헤인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빙긋이 웃어보였다.

운이 좋았다. 헤인스는 방으로 들어서던 순간, 가주인 담고성 앞에서도 아주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사내의 모습을 기억해 냈다. 거기에 세가의 무복을 입고, 소가주인 자신을 아주 편하게 대하는 태도에서 담씨세가의 외당 당주인 담유성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에게 담씨세가의 사정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은 덕분에 모두 외우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담유성이 담고성 쪽을 보며 말했다.

“형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계속 수고하거라.”

“하하, 맡겨만 주십시오. 그리고 기령이 너는 나중에 한 번 찾아오너라. 그간 얼마나 늘었는지 이 숙부가 확인해 줄 테니.”

“알겠습니다.”

담유성이 집무실을 나선 후, 헤인스가 담고성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네가 이제 막 돌아온 참에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 급한 감도 있기는 하다만…….”

슬쩍 말꼬리를 흐리는 담고성의 모습에 헤인스는 조용히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요즘 세가의 상황이 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겠구나.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소가주의 자리에서 세가의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헤인스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가 풀어졌다. 방금 전 방 안에서 고민했던 것이 바로 튀어나오니 올 것이 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헤인스는 아직까지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세가의 가주 자리에 욕심이 있지도 않았고, 따지고 보면 논외자인 자신이 냉큼 그 자리를 꿰차는 것도 이상했다.

잠시 고민하던 헤인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지금껏 기명이가 잘 해 온 것 같으니 계속 기명이가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담고성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헤인스를 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장자인 네가 후계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냐? 혹 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더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헤인스의 말에 담고성이 인상을 굳히며 말했다.

“그럴 수는 없다. 내가 가문의 적옥패를 너에게 주었던 것을 벌써 잊은 게냐?”

“그건 아닙니다만, 너무 오랫동안 세가를 떠나 있었…….”

헤인스가 급히 뭐라고 설명을 하려했지만, 담고성은 단박에 그 말을 잘랐다.

“어제 막 돌아온 참이니 사흘 정도 말미를 주마. 하지만 그것은 며칠 쉬라는 뜻이지, 가주의 자리를 기명이에게 잇게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알았느냐?”

아니라는 대답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담고성의 강경한 태도에 헤인스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 보아라.”

“예.”

헤인스는 조용히 인사를 하고는 담고성의 집무실을 나섰다. 하지만 밖으로 나서자마자 다시 몸이 굳었다.

집무실 문밖에 서있는 담기명을 발견한 탓이었다.

헤인스는 재빨리 숨을 가다듬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버지께 오는 길이냐?”

“형님을 찾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응? 나를?”

헤인스는 궁금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며 조심스레 담기명의 표정을 살폈다.

‘욕심이 없는 성격이셨나?’

문 앞에 서 있었다면, 분명 소가주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을 들었으리라. 그런데도 아주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소가주 자리에 그다지 미련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너는 외동이지만, 이 할아버지에게는 동생이 있었단다. 너에게는 종조부가 되지. 허허, 그놈이 어려서부터 어찌나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지……. 어머님이, 그러니까 네 증조할머니가 세상을 뜨신 후로는 내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란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니 너무 형을 따르는 동생이기에 애초에 그럴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역시 할아버지의 허풍일 수도 있었다. 혹은 오 년이라는 세월이 있는 만큼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 그러니 단순히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애매했다.

그 사이 담기명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이 자리를 비운 동안, 세가에 따로 철혈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철혈대?”

“예, 새로 초빙한 무인들로 구성된 일종의 별동대지요. 외당 소속이 아닌 소가주 직속이니, 앞으로는 형님이 그들을 이끌어야 할 겁니다.”

담기명의 말에 헤인스는 갑자기 마음에 편안해 지는 것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철혈대가 지난 오 년 사이에 조직되었다면, 자신은 당연히 모르는 자들이라는 뜻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세가의 식솔들과 달리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 헤인스는 그 사실에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불길한 기분 또한 함께 느꼈다.

“소가주 직속의 별동대?”

“예, 형님. 꽤 실력이 좋은 이들로만 가려서 모았으니 실력은 충분합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무인집단을 따로 만들 정도로 세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냐?”

원래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드는 데는 자금이 들어간다. 그렇다는 것은 원래는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쓴 것이니 세가의 입장에서는 무리가 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즉, 무리를 해서라도 그런 무인집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아까 아버지와 그 이야기는 하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아직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헤인스의 말에 담기명은 이해한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이 세가에 온 것이 어제 저녁 무렵이었으니, 뭔가 자세한 사정을 파악하기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까 들어본 바로는, 다시 소가주의 위치로 복귀하는 것을 두고 아버지와 의견이 맞지 않는 듯했다.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감천방 놈들 때문입니다.”

“감천방?”


작가의말

오늘이 수능날이라는 걸 아침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오늘 시험 보신 모든 수험생 여러분들이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

남겨주신 댓글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있습니다.

제 글이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드렸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즐거운 날 되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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