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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영주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윤지겸智謙
작품등록일 :
2012.11.18 17:01
최근연재일 :
2012.11.13 15:47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98,988
추천수 :
582
글자수 :
41,540

작성
12.11.06 19:07
조회
19,923
추천
57
글자
8쪽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2)

DUMMY

‘고민하지 말자. 집도 절도 없는 곳에 떨어져서, 이렇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불어서 천하제일세가든 시골 동네 토호 수준이든 헤인스에게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집안에 와서 큰 자리를 꿰차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적옥패를 내밀면서 후계자라고 주장할 생각도 아니었다.

헤인스에게 필요한 것은 몸을 뉠 집이었다. 그런 후에 다시 케르네스 제국의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했었다.

그러니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헤인스는 다시 천천히 말을 몰았다.

“어?”

하지만 이내 다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까부터 정문 입구에 서 있던, 보초인 듯 보이는 두 명의 사내 중 한 명이 갑자기 이쪽을 향해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뭐, 뭐지?’

무시무시한 기세로 경공을 펼쳐 달려오는 사내의 모습에 헤인스는 온몸에 긴장감이 도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공력을 끌어올렸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후웁!”

헤인스가 재빨리 숨을 끊으며 안장을 박차고 뛰어오려는 순간, 바로 앞까지 달려온 사내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공자님!”

“에?”

헤인스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사내를 보았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있나 하는 생각에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사내는 자신을 향해 말한 것이었다. 그것도 눈물까지 글썽이며, 마치 아주 오래전 헤어진 피붙이라도 만난 듯이.

“맞네요. 큰 공자님이 맞아요!”

사내는 두 손으로 박수까지 짝짝 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분명 헤인스를 아주 잘 안다는 듯한 태도. 하지만 헤인스는 맹세코 이 사내를 처음 보았다.

“누구신지?”

헤인스의 입장에서는 아주 당연한 물음에 사내의 얼굴에 갑자기 섭섭한 표정이 번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내가 고삐를 잡고 있는 헤인스의 손을 덥석 잡으며 외쳤다.

“기령 공자님, 이 응천이를 못 알아보시겠습니까? 어렸을 때 공자님과 비무를 했던 기응천이요. 하하, 뭐 그럴 수도 있지요. 벌써 오 년이나 흘렀고, 그 사이 제 얼굴이 좀 많이 변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당신 이름이 응천이든 은천이든 내가 그걸 어떻게……. 가만? 뭐라고? 지금 나를 누구라고 부른 거지?’

헤인스는 흠칫한 표정으로 방금 전 사내의 말을 곱씹었다.

‘기령? 담씨세가에서 공자라고 불렀으니 당연히 담씨. 그렇다면 담기령? 하지만 그건……. 내 할아버지 이름인데?’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는 헤인스의 얼굴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기응천이라 자신을 소개한 사내는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은 모양이다.

“하하하, 제 얼굴이 너무 변해서 놀라신 모양이군요.”

기응천이 자신은 섭섭하지 않으니 괜찮다는 듯 신경쓰지 말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러다 뭔가 생각났는지 자신의 오른쪽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보십시오. 어렸을 때 겁도 없이 서로 진검으로 비무하다가 공자님이 여기 상처를 내시지 않았습니까?”

‘헉, 내가 언제!’

헤인스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기응천은 고개를 정문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뭐 하는 겐가. 당장 안으로 들어가서 가주님께 알리게. 큰 공자님이, 기령 공자님이 돌아오셨다고 말이야!”

기응천의 외침에 헤인스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응천이라는 사내는 분명 헤인스를 향해, 헤인스의 할아버지의 이름을 불렀다.

헤인스는 아까의 찜찜함과는 또 다른 기분을 느꼈다. 이번에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괴리감이었다.

이곳의 관점에서 볼 때, 헤인스의 할아버지가 실종 된 지는 거의 오십 년은 지났다. 그런데 헤인스를 그의 할아버지로 부르는 자가 있다. 그것도 할아버지 담기령과 아주 닮은 얼굴인 헤인스를 향해.

그러던 중 헤인스의 머릿속에 아까 기응천이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떠올랐다.

“오 년? 내가 집을 나선 지 벌써 오 년이나 됐나?”

“그러믄요. 공자님께서 실종 된 후에, 가주님이 공자님을 찾느라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아십니까요? 어디 기령 공자님뿐입니까? 작은 공자님, 기명 공자님도 얼마나 애를 썼는데요.”

헤인스가 아는 이름이 하나 더 나왔다. 기명, 담기명. 헤인스의 할아버지의 동생의 이름이었다. 즉, 헤인스에게는 종조부가 되는 사람이 바로 담기명이다.

‘시간이 좀 있어야겠는데…….’

지금 이 순간 헤인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

하지만 헤인스는 그런 차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령아, 기령이냐!”

저 멀리, 담가숭택의 정문에서 이쪽을 향해, 아까의 기응천보다 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오십 대 초반 남자가 있었다. 헤인스의 얼굴과, 그리고 헤인스의 할아버지인 케인 드레이크 공작과 아주 닮은 남자.

그는 담씨세가의 가주인 담고성이었다.

헤인스는 방금 전 기응천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내가 만약 할아버지라면 저분은 내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그러니까 증조부님?’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헤인스는 애써 고개를 내저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헤인스를 향해 달려가는 담고성 뒤에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두 번째 사람은 헤인스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였는데, 그 사내 역시 헤인스와 닮은 사내였다. 담고성의 둘째 아들, 담기명이었다.

‘아까 응천이란 사내가 말한 기명 공자님인가? 그러니까 만약 저 앞의 분이, 만에 하나라도 내 증조부님이라면 저 사람은 내 종조할아버지?’

헤인스가 복잡한 생각 탓에 멍하니 있는 순간, 앞서 달려왔던 사내, 담고성이 헤인스 앞에 도착했다.

“이 녀석아, 이 아비를 보고도 그리 멍하니 있는 게냐!”

담고성의 얼굴에 은은한 노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보다는 복받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눈물이 글썽글썽 한다.

번쩍 정신을 차린 헤인스가 황급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 일단은 장단이라도 맞춰주자.’

헤인스는 일단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자신과 닮은 주름 가득한 얼굴을 보자니 도저히 아니라고 말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물론, 나중에 아니라고 하면 더 큰 실망감이 들 수 있었지만, 헤인스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달아 들이닥친 탓이었다.

헤이슨가 급히 말에서 내려 넙죽 절을 올렸다.

“아버지, 소자 기령이 오 년 만에 인사 올립니다.”

헤인스가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단순히 이곳 중원의 말과 글만이 아니었다. 중원의 예절 또한 인이 박이도록 배웠기 때문에 제대로 예를 차려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담고성이 절을 올리는 헤인스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찬찬히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헤인스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 동안 어디 있었던 게냐? 내 너를 찾아 얼마나 애를 썼는데, 왜 이제야 나타난 게야?”

“죄송합니다. 그건…….”

그때였다.

“형님?”

사내의 뒤를 따라 달려왔던 또 한 명의 남자, 담기명이 헤인스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연이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헤인스를 향해, 담고성이 말했다.

“네 동생의 얼굴도 잊은 것이냐?”

“아, 아닙니다.”

이왕 장단을 맞춰주기로 한 참이었다.

“그, 그동안 잘 지냈느냐?”

“잘 지내기는요. 형님이 사라지는 바람에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십니까?”

담기명의 눈에도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아, 뭔가 실수 한 것 같은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앞으로 많은 격려와 질책 부탁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편안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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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3) +9 12.11.13 15,133 55 10쪽
10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2) +8 12.11.12 15,185 43 9쪽
9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1) +7 12.11.11 15,294 47 9쪽
8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3) +11 12.11.10 15,528 46 9쪽
7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2) +13 12.11.09 15,827 55 7쪽
6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1) +11 12.11.08 17,319 53 12쪽
5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4) +12 12.11.07 18,044 50 9쪽
4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3) +7 12.11.07 18,560 55 7쪽
»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2) +13 12.11.06 19,924 57 8쪽
2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1) +9 12.11.06 22,729 63 8쪽
1 서장 +11 12.11.06 24,494 5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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