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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영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윤지겸智謙
작품등록일 :
2012.11.18 17:01
최근연재일 :
2012.11.13 15:47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98,927
추천수 :
582
글자수 :
41,540

작성
12.11.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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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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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9쪽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1)

DUMMY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늘의 해가 중천에 걸리며 뜨거운 볕을 뿌리는 시간, 담가숭택의 어느 방에서 기묘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크허어!”

침상에 앉은 헤인스는 온몸을 그대로 꼬아 놓기라도 할 기세로 비틀어 댔다. 기묘한 소리는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해괴한 비명이었다.

“끄으으으으!”

그리고 그 비명이 극에 달하던 순간.

“크하!”

뭔가 묵직하면서도 탁한, 그러면서도 개운한 느낌의 한숨을 내뿜었다. 뒤이어 늘어지는 듯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하아아아!”

격하게 기지개를 켰음에도 찌뿌듯한 몸은 도통 개운해지지를 않았다.

그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헤인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거의 이틀 밤을 서고에서 꼼짝 않고 보낸 탓이었다.

헤인스는 지금 있는 이곳 중원을 기준으로 해도, 충분히 고수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의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하지만 거의 그대로 굳어 버리기라도 할 기세로 이틀 밤 동안 똑같은 자세로 책을 보는 것은 무공의 고하와 상관없이 짙은 피로를 불러왔다.

아무튼 고생을 한 보람은 있었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파악이 됐고…….’

이틀 간 식사까지 서고에서 해결을 하며 자신이 알아야 할 기록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본래 한 세력의 기록이라는 것은 대게 객관적인 사실들을 모아 놓는다. 그리고 그 기록들이 긴 시간 쌓이면서 역사가 된다.

헤인스는 할아버지가 태어났을 이십이 년 전부터 최근까지의 기록을 몇 번에 걸쳐 읽고 외웠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되새기고 이곳에 남아 있던 일기의 내용을, 기록과 대조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허풍 가득한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 짜 맞췄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할아버지의 지난 과거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할아버지와 관계된 세가의 공적인 일들과 현재의 상황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 꼭 좋은 곳에 가셨어야 할 텐데…….”

허풍은 어쨌든 허풍일 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 심하게 허탈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든다면 허풍은 그 순간 명백한 거짓말이 된다.

하나 밖에 없는 손자한테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했으니 할아버지가 심히 걱정이 되었다.

‘어쩌면 그 마지막 말씀까지도…….’

문든 임종하시던 날, 자신은 우화등선 한다고 했던 말이 심히 의심스럽다.

“뭐 어쨌든.”

헤인스는 어깨를 한 번 으쓱 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가주이신 증조할아버지가 말했던 사흘이 바로 내일이었다.

‘어떻게 한다?’

여전히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하아!”

사실 헤인스는 이렇게까지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길게 끄는 성격이 아니었다.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답을 낼 수 없는 고민이라면 일단 생각하기 보다는 부딪쳐 보는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그러기가 힘들었다.

그 자신이 ‘담기령’이었다면 절대 고민하지 않을 일이, 담기령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한없이 애매해진 것이다.

땡땡땡땡!

“어? 무슨?”

바깥에서 다급한 종소리가 울렸다. 헤인스는 반사적으로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다급히 옷을 걸쳤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 이런 다급한 소리라면, 위급할 때 울리는 경종이다.

헤인스 역시 세가의 일원으로 들어온 이상 가만히 방에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헉!”

방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온 헤인스가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경내를 황급히 달려가는 담씨세가 무인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역시!’

이틀 전 외당 무인들을 두고 내렸던 평가는 정확했다. 이만큼이나 잘 훈련된 정예들이 또 있을까 싶다.

대여섯 명씩 무리를 이루어 각자의 방향으로 달려가는데, 그 모습에 조금의 어지러움도 보이지가 않았다. 누구 하나 헤매는 이도 큰소리를 치는 사람도 없다.

서로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니 한 번쯤 부딪칠 만한데도 그런 일 조차 없다.

그저 긴장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달릴 뿐이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일치된 발소리와 다급한 경종 소리뿐이었다.

이 역시도 질리도록 반복된 훈련과 거듭된 경험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광경이다.

헤인스는 케르네스 제국 황실근위군의 사열식에서도 이 정도의 질서정연함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왜구들의 위협이 꽤 심각한 모양이군.’

헤인스는 이틀간 조사를 하면서, 세가의 무인들이 이렇게나 잘 훈련되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툭하면 약탈을 하러 오는 왜구들 때문이었다. 왜구들은 바닷가는 물론이거니와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 내륙까지 약탈을 감행한다고 했다.

언제든 그놈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항상 벼려진 칼날처럼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헤인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앞을 지나가는 외당 무인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증……. 아니, 가주님은 어디 계시나?”

돌아오는 것은 간단명료한 대답.

“장원 정문에 계십니다!”

그리고 인사 한마디 없이 재빨리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버렸다.

“대단하군.”

헤인스는 다시 한 번 감탄을 터트리며 황급히 장원 정문을 향해 달렸다.


“무슨 일입니까?”

“왔느냐?”

헤인스의 물음에 담고성이 힐끗 곁눈질을 하고는 다시 활짝 열려있는 정문 너머를 노려본다.

왠지 더 이상 말을 걸기가 힘들다고 생각한 헤인스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는 옆에 있는 담기명에게 슬쩍 물었다.

“무슨 일이냐?”

“감천방 놈들이 올라오고 있답니다.”

“음!”

헤인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경종이 울리고, 세가의 가주까지 직접 나와 있을 정도였다. 즉, 감천방이 그냥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적대적인 모습으로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때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어지럽게 귓바퀴를 두드렸다.

‘저것들이!’

힐끗 뒤를 돌아본 헤인스가 와락 인상을 찡그렸다. 오채군을 비롯한 철혈대 무인들이 저들끼리 떠들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부상을 입었다던 철혈대들도 그 사이 치료를 끝냈는지 스무 명 모두 뭉쳐서 오고 있었다.

조금 전 보았던 세가의 외당 무인들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바로 뒤까지 다가온 오채군이 담기명을 향해 큰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소가주?”

오채군의 물음에 담기명이 저도 모르게 흠칫하며 헤인스의 눈치를 살폈다. 이제는 돌아온 형님이 소가주이기에 자신에게 그런 호칭을 하는 것에 괜히 눈치가 보인 탓이다. 하지만 헤인스는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감천방 놈들이 올라오고 있소. 대비를 하시오.”

“이 오채군이 있는데 겁도 없이 이곳까지 쳐들어왔단 말입니까? 크허허, 저번에는 엉겁결에 실수를 했지만 오늘은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도록 하지요.”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외친 오채군이 자신의 뒤에 있는 철혈대를 향해 말했다.

“네놈들도 잘 들었지? 지난번의 복수까지 제대로 해주는 거다. 오늘 담씨세가 철혈대의 무서움을 제대로 알게 해줘라!”

“걱정 마십시오. 오늘은 제대로 대비를 하고 왔으니까!”

“제깟 놈들이 설쳐봐야 한 주먹감도 안 되지요!”

오채군의 외침에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어대는 토에 정적과 긴장이 가득했던 장내가 순식간에 소란스럽게 변했다.

‘내가 뭘 하고 살든 저것들만큼은 꼭 처리를 해야겠군.’

그렇게 다짐한 헤인스가 슬쩍 곁눈질로 담고성의 눈치를 살폈다. 담고성 역시 그들의 그런 모습이 탐탁지 않은 듯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울렸다.

“옵니다!”

모여 있던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모였다. 저 멀리, 담씨세가의 장원으로 올라오는 길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준비!”

외당 당주 담유성의 호령과 동시에 장원 담장 위에 올라가 있던 외당 무인들이 일제히 살통에서 화살을 뽑아 들고 시위를 당길 준비를 했다.

헤인스가 슬쩍 주변을 살피니, 세가 전각의 지붕 위에도 무인들이 활을 들고 대비를 하고 있었다. 활을 들지 않은 이들은 하나 같이 창대를 움켜쥐고 긴장된 숨을 토해냈다.

‘확실히 훌륭한 정병들이다.’

헤인스는 다시 한 번 아까의 느낌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철혈대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저것들이 왜 필요한 거야?’

하지만 지금은 외부의 적을 맞이할 때지, 내부를 다스릴 때가 아니었다.

조용히 앞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헤인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며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리고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담고성에게 말했다.

“뭔가 이상합니다.”


작가의말

경기 북부는... 어젯밤부터 비가 옵니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비가 온다면 우산 잘 챙기십시오. ^^;

그럼 즐감하셨기를 바라며,
내일 즐거운 기분으로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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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2) +8 12.11.12 15,183 43 9쪽
»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1) +7 12.11.11 15,288 47 9쪽
8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3) +11 12.11.10 15,524 46 9쪽
7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2) +13 12.11.09 15,822 55 7쪽
6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1) +11 12.11.08 17,316 53 12쪽
5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4) +12 12.11.07 18,038 50 9쪽
4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3) +7 12.11.07 18,554 55 7쪽
3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2) +13 12.11.06 19,917 57 8쪽
2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1) +9 12.11.06 22,725 63 8쪽
1 서장 +11 12.11.06 24,478 5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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