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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영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윤지겸智謙
작품등록일 :
2012.11.18 17:01
최근연재일 :
2012.11.13 15:47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98,933
추천수 :
582
글자수 :
41,540

작성
12.11.10 15:23
조회
15,524
추천
46
글자
9쪽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3)

DUMMY

탁, 타악!

온힘을 다해 땅을 밟는 소리.

“하앗!”

뒤이어 동작과 동작 사이에 울려 퍼지는 우렁찬 함성.

“허!”

그리고 연무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쭈그리고 앉은 헤인스의 허탈한 비명이 이어졌다.

‘이건 뭐야?’

발을 구르는 소리는 분명 하나였다. 연무장이 떠나갈 듯 울려 퍼지는 기합성 역시나 마찬가지. 하지만 정작 청석판을 넓게 깔아놓은 연무장 위에는 정확하게 쉰 명의 사내들이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미세한 호흡마저도 완전히 하나가 되어 수련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청석판 위로 피어오르는 뿌연 먼지들이 무색할 정도로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흩어져 내리고 있었다.

지금 헤인스가 서 있는 곳은, 담씨세가의 외당 소속 무인들이 수련을 하는 연무장이었다. 철혈대라는 협잡꾼들이 필요할 정도라면, 세가 무인들의 수준이 도대체 얼마나 떨어지나 싶어서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철혈대가 왜 필요한 거지?’

헤인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페리온 대륙에 있는 드레이크 공작령의 병영에서도 이 정도로 훈련이 잘 된 병사들은 본 적이 없었다.

저 정도로 무인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철혈대라는 무인집단을 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그 만큼 감천방이 위협이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헤인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지.’

철혈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수련 중인 외당 무인들의 훈련 상태가 아주 좋기는 했지만, 각자의 무공 수준으로 따져보면 철혈대 무인들에 비해서는 한 수 처지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연무장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터졌다.

“납도(納刀)!”

시선을 옮겨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쉰 명의 외당 무인들 앞에서 무공교두의 역할을 하고 있던 사내였다.

사내의 구령에 외당 무인들이 손에 들고 있던 대감도를 갈무리한 후, 통일된 동작으로 포권을 올렸다.

“자, 다들 수고했다. 오늘은 우리 율천향이 야간 번을 서는 날이니 씻고 휴식한 후에 준비하도록.”

“예, 향주님!”

마지막까지 절도 있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을 한 후에야, 무인들이 삼삼오오 흩어지기 시작했다.

“대공자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어제 세가로 돌아오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일이 바빠 미처 인사를 드리러 가지를 못했습니다.”

외당 무인들이 해산시킨 사내가 곧장 헤인스 쪽으로 다가오며 친근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헛!’

헤인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지금 다가오는 사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탓이었다.

‘그러니까……. 방금 전 율천향이라고 했고 향주라고 했으니 율천향주라는 건 알겠는데…….’

헤인스는 황급히 어제 보았던 일기의 내용을 떠올렸다.

일반적인 무림 세력의 조직 편성은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오(伍)’를 기본으로 한다. 그 오가 모여서 ‘조(組)’를 이루고, 조를 모아 ‘향(香)’, 마지막으로 몇 개의 향을 묶어 ‘당(黨)’을 구성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편성이다.

중원 누구든 붙잡고 이름만 말해도 알 만한, 거대 세력들의 경우에는 각 세력의 성향이나 사승관계 등에 따른 독특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담씨세가 정도로 아주 작은 세력들은, 조직을 세분화하지 않고 큰 덩어리로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담씨세가는 크게 외당과 내당으로 나뉜다. 그리고 외당은 당주 아래로 쉰 명의 무인으로 구성된 세 개의 향으로 나뉘어 있었다.

천지인 삼재의 이름을 딴 율천향(律天香), 순지향(順池香), 숭인향(崇人香)의 세 곳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따로 대나 오를 편성하지는 않았다.

그 중 지금 헤인스에게 다가오는 율천향의 향주.

‘아, 젠장.’

할아버지의 일기,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 어디에도 지금 다가오고 있는 율천향주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아, 외당의 수련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군요.”

율천향주가 멈칫하더니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헤인스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숨긴 채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하하, 대공자께서도 이제 어엿한 장부가 되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예전에는 윤 아저씨라고 부르며 연무장으로 놀러오시곤 했었는데, 오 년 만에 너무 의젓해지신 모습에 잠시 당황했습니다.”

윤 향주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에 헤인스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야 어렸으니 그랬지만 지금까지 그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오랜만에 보는 데도 외당의 수련 상태가 좋은 것을 보니 윤 향주께서 애를 많이 쓰시는 모양입니다.”

헤인스의 말에 윤 향주, 윤명산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듯 어색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감천방 놈들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 항상 바짝 조여 놓고 있습니다. 게다가…….”

뭔가 덧붙일 말이 있다는 듯 이야기를 꺼내던 윤명산이 말끝을 흐린다.

“게다가? 더 할 이야기가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윤명산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지만 헤인스는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기다렸다.

“험험, 그것이 그러니까…….”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며칠 전에 철혈대가 감천방 놈들과 부딪쳤다가 부상을 입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외당이라도 당하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었다는 말씀을…….”

윤명산이 슬쩍 말꼬리를 흩었다. 철혈대가 소장주 직속인데, 이제 곧 소장주가 될 대공자 앞에서 철혈대를 흉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 탓이다. 처음에 이야기를 꺼냈다가 말을 흐린 이유 또한 그것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그들 또한 담씨세가의 식솔이 되었는데, 같은 식구끼리 흉을 보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헤인스는 윤명산의 목소리에 깃들어 있는 불만스러운 감정을 읽어냈다.

“제가 어제 막 돌아온 참이라 세가의 상황을 다 읽어내지 못해서 그러는데……. 세가에 철혈대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윤명산이 저도 모르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 대놓고 물어본 탓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지금 이 물음이 자신을 떠보기 위한 것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윤명산은 평생 담씨세가의 외당 소속 무인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어려운 질문에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그렇다고 기분 좋으라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것이…….”

곤혹스러워 하는 윤명산을 보며 헤인스가 슬쩍 질문을 바꿨다.

“세가의 외당만으로는 감천방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모양이군요?”

이번에는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물음이었다.

“놈들이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서 그렇지 제대로 붙기만 한다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헤인스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키고는 인사를 건넸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밤에 번을 선다고 하셨으니 이만 쉬십시오.”

마음 같아서는 더 들어보고 싶었지만, 더 길게 이야기를 하기에는 위험한 면이 있었다. 성이 윤씨라는 것 외에 이름도 모르는 상황에서, 혹여 예전의 이야기라도 나왔다가는 대답하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직책이 있는 사람들 이름이라도 알아둬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헤인스의 머릿속에 갑작스러운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너그럽고 무른 성격의 주인과 군기가 바짝 든 병사들이라…….’

정확하게 말해서 외당 무인들을 ‘병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비슷한 맥락이었다.

어쨌든, 주인의 성격이 무르다고 해서 그 병사들까지 물러터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곳, 어떤 때든 병사들의 군기는 시퍼렇게 날이 설 정도로 잘 벼려져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보통은 주인의 성격이 무른 만큼 그 병사들 또한 무르고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헤인스는 단순히 외당 무인들의 훈련 상태가 좋다는 것에 의문을 품은 것이 아니었다.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 외당 무인들의 수련 모습에서 아주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느낌을 받은 탓이었다.

‘감천방? 아니야.’

적이 있으면 기질이 바뀔 수는 있다. 하지만 감천방에 대한 태도는, 버티고 지킨다는 느낌이지 저돌적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뭐냐?’

결국 헤인스는 자신의 방으로 가려던 걸음을 또 한 번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소가주가 되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건 일단 알 건 알아야지. 누굴 붙잡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서고로 가야겠다. 드레이크 공작가도 그랬지만 이곳 세가 역시 서고에 단순히 책만 모아 놓지는 않았으리라.

책 외에 글자로 만들어 놓은 물건, 기록이 있을 것이다. 지난 오 년은 물론, 이야기로만 들었던 더 과거의 일들까지 모든 것이.

‘그나저나 서고는 어디로 가야 되지?’

헤인스는 막막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작가의말

즐거운 토요일입니다.
편안한 주말 즐기시길 바랍니다.
^^

저는 내일 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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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3) +9 12.11.13 15,131 55 10쪽
10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2) +8 12.11.12 15,183 43 9쪽
9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1) +7 12.11.11 15,288 47 9쪽
»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3) +11 12.11.10 15,525 46 9쪽
7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2) +13 12.11.09 15,822 55 7쪽
6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1) +11 12.11.08 17,316 53 12쪽
5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4) +12 12.11.07 18,039 50 9쪽
4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3) +7 12.11.07 18,557 55 7쪽
3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2) +13 12.11.06 19,917 57 8쪽
2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1) +9 12.11.06 22,725 63 8쪽
1 서장 +11 12.11.06 24,479 5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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