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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영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윤지겸智謙
작품등록일 :
2012.11.18 17:01
최근연재일 :
2012.11.13 15:47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98,925
추천수 :
582
글자수 :
41,540

작성
12.11.06 19:05
조회
22,724
추천
63
글자
8쪽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1)

DUMMY

1장. 천하제일세가, 담씨세가.


“이거 영 찜찜한데?”

갈색 갈기의 말 한 마리가 잘 닦인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말은 경쾌하게 발굽을 굴리고 있었고 그에 따라 마상에 앉은 사내, 헤인스 드레이크의 상체 역시 기분 좋게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쾌한 흔들림과 달리 헤인스의 표정은 방금 중얼거린 말 만큼이나 찜찜했다.

그리고 그 찜찜한 표정을 한 층 더 찜찜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게 어떤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구심, 혹은 의혹, 그것도 아니면 위화감.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그 느낌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헤인스가 고삐를 당기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찜찜해.”


“몇 번을 말해야 알겠느냐!”

묵직한 호통이 터졌다.

“하지만 그 일은 세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그것을 받아 주는 사람이 없으면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방향을 바꿔야 할 시기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항변이 이어졌다.

“그따위 변명으로 네 실수를 무마하자는 것이더냐?”

나이는 이제 쉰 살이 넘은 듯 보이는데 머리는 이미 반백이 된 남자, 그리고 두 눈 가득 피곤한 기색을 매달고 있는 젊은 남자. 두 사람은 서로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직시하고 있었다.

“변명이 아닙니다. 아버지께서도 제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허, 그 일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다쳤는지 모르는 게냐? 담씨세가의 후계자라는 놈이 자신의 실수를 그런 식으로 무마하려고 들다니, 그게 얼마나 비겁한 짓인지 모르는 게냐?”

“제가 먼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주변을 살피고 행동을 했어야지!”

형형한 안광을 쏟아내는 두 부자의 날선 목소리는 조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우리 담씨세가가 무엇이 두려워, 그런 근본도 없는 놈들에게 항상 양보를 해야 하는 겁니까?”

“가문의 위상보다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이다!”

“세가의 자존심을 지키고 놈들의 방자한 짓거리를 멈추는 것이 더 사람들을 위하는 것입니다!”

“네 놈이 끝까지 그리 변명을 할 셈이냐? 그래, 좋다. 네가 그렇게 자존심을 지킨 결과가 무엇이냐? 철혈대 절반이 부상을 입고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오히려 세가의 위상만 떨어졌다. 그게 네가 말했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더냐!”

“하지만…….”

뭐라 항변하려던 아들의 목소리는 아버지의 독한 한 마디에 뚝 끊겼다.

“못난 놈!”

동시에 아들의 입에서 울컥한 외침이 터졌다.

“형이 있었다 해도 저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입니다!”

순간 아버지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아들은 그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드, 들어가 보겠습니다.”

“후우…….”

뒤돌아서는 아들의 귓전으로 아버지의 긴 한숨이 날아와 얹혔다.


‘아, 할아버지.’

헤인스는 맥이 탁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가 중원에 와서 할아버지의 고향집으로 가기로 마음먹은 후에 했던 고민은 단 한 가지였다.

할아버지의 고향집을 찾아가 담기령의 손자라고 말을 했는데, 어디서 온 협잡꾼이냐며 쫓겨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이곳에서 담기령이라는 사람이 사라진 지 벌써 오십 년 이상 흘렀을 테니 그럴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지워버렸다.

헤인스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의 지인들에게 케인 드레이크 공작을 판에 박은 듯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쪽 세상에서 케인 드레이크 공작인 담기령이 사라진 지 오십 년이 넘었겠지만, 같은 핏줄인 만큼 자신과 닮은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헤인스에게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담씨세가 적통의 후계자에게만 전해진다는 적옥패가 있었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엉뚱한 곳에서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바로 저 멀리 보이는 장원 때문이었다.

“하아!”

헤인스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맥 빠진 한숨이 터졌다.


「이 할아버지의 가문, 그리고 너의 가문이기도 한 담씨세가는 무인들만의 세상인 무림이라는 곳에 속해있단다. 그리고 담씨세가는 그 무림에서도 홀로 우뚝 솟아 있는 하늘같은 곳이란다. 모든 무인들이 우러러보며 추앙하던, 전 무림을 호령하는 천하제일의 가문이지. 너는 그런 가문의 후손인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헤인스가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케르네스 제국의 드레이크 공작가 만큼은 안 되겠지만, 담씨세가 역시 아주 어마어마한 가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그곳에 가면 운신의 폭도 넓어질 것이고, 지금처럼 막막한 기분도 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조금은 허풍이 섞였을 거라고 예상했다. 어떤 사람이든 어느 정도의 허풍은 있는 법이니까. 더군다나 그것이 자신의 가문이라면 더욱 더.

거기에 더해서 절대 확인할 길이 없는 허풍이라면 한층 더 과장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 당신께서 말씀하신 천하제일의 가문이 이곳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허풍이 조금……. 아니 엄청나게 과하셨습니다.’

헤인스는 마치 할아버지를 보듯,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내려 저 멀리 보이는 장원을 살펴보았다.

오래 된 한 채의 고택이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아주 큰 장원인 것도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해도 할아버지 담기령이 말했던 천하제일세가의 위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원의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헤인스의 눈에도 영락없는 시골의 장원이었다. 즉, 할아버지의 천하제일세가라는 말은 명백한 허풍이었다는 뜻이다.

‘잘못 찾아왔나?’

헤인스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들었던 길을 따라 정확하게 온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믿기가 어려웠는지 헤인스는 공력을 끌어올려 안력을 돋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장원의 정문 위에 걸린 편액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네 글자는 분명 담가숭택이었다.

‘그런 거였군.’

헤인스는 그제야 아까부터 기분이 찜찜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의구심과 의혹, 위화감이 동시에 교차한 까닭도 알 수 있었다.

중원 무림의 세가와 케르네스 제국 귀족가는 분명 다른 개념이었다. 헤인스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넓은 땅에 많은 소작을 주고, 무력을 소유하며, 해당 지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찾아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한 점도 많았다.

그렇다면 천하제일 세가가 자리한 곳은 아주 번화하고 인구가 많은 곳이어야 했다.

하지만 헤인스가 지나온 곳은 아주 작지는 않았지만 그리 크지도 않은 수준의 마을이었고, 그리 많은 농지가 보이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세가 외부에서 보여야할 무인들도 없었다.

그 괴리감으로 인해 위화감이었던 것이다.

함께 느껴졌던 의혹은 그 위화감으로 인한 할아버지에 대한 의심이었고, 의구심은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헤인스는 고개를 내저으며 허탈한 기분을 애써 떨쳐냈다.

‘고민하지 말자. 집도 절도 없는 곳에 떨어져서, 이렇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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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3) +9 12.11.13 15,131 55 10쪽
10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2) +8 12.11.12 15,183 43 9쪽
9 3장. 할아버지의 이름으로(1) +7 12.11.11 15,286 47 9쪽
8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3) +11 12.11.10 15,524 46 9쪽
7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2) +13 12.11.09 15,822 55 7쪽
6 2장. 담씨세가의 묘한 풍경(1) +11 12.11.08 17,316 53 12쪽
5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4) +12 12.11.07 18,038 50 9쪽
4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3) +7 12.11.07 18,554 55 7쪽
3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2) +13 12.11.06 19,917 57 8쪽
» 1장. 천하제일 세가, 담씨세가(1) +9 12.11.06 22,725 63 8쪽
1 서장 +11 12.11.06 24,478 5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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