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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약장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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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공약장수
작품등록일 :
2021.03.01 19:43
최근연재일 :
2022.06.01 21:36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306,552
추천수 :
6,751
글자수 :
2,829,029

작성
21.03.01 20:19
조회
3,461
추천
57
글자
23쪽

4화 공정한 1표를 저 마족에게!

DUMMY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마피아는 죽일 사람을 지목해주세요.]


지금 내 앞에 출력되는 시스템 메시지.


주위는 모두 어둠에 물들었지만, 사람만큼은 명확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족들도 보이고 있지.


그렇게 한 명을 지목했다.


[경찰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경찰은 마피아로 의심되는 사람을 지목해주세요.]


난 경찰이 아니기에 메시지만 보일 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지.


진짜 중요한 건...


[의사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의사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줄지의 문제지.


[의사는 살릴 사람을 지목해주세요.]


[모든 지목이 끝났습니다.]


[낮이 되었습니다.]


낮이 되었다는 문구와 함께 한없이 어둡던 주변은 다시 밝아지면서 다시 마을의 모습이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마을에는 하나의 시체가 남아있었다.


“카로스?...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카로스!!! 뭐야! 뭔가로 막혀있어!”


두 명의 마족이 열심히 시체 쪽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투명한 벽에 막혀서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벽 반대쪽에는 이미 한 마족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었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


마치 칼로 난도질한 듯한 처참한 시체가 그저 누워있을 뿐.


그렇게 마족 두 명은 눈물을 보이며 괴성을 지르고 있는 사이에 우리 쪽은 시체가 될 예정이었던 사람 한 명이 멀쩡히 서 있었다.


“제 말대로 잘 하셨네요.”


“이게 무슨...”


“분명 배가 뚫려서 쓰러졌는데... 어떻게...”


서한아나 한스나 둘 다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약으로도 못 고치던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있었으니까.


심지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로.


“이게 제 능력입니다. 마피아 게임을 현실로 구현한 능력이죠.”


한스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나도 안심했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능력이 있다고는 해도 그게 어떻게 적용될지는 써보기 전까지는 미지수니까.


“그럼 잠깐 설명할까요? 지금 여기에는 평범한 사람 10명이 있습니다. 그 중 1명은 사람을 죽이는 마피아, 1명은 마피아를 잡기 위해 잠입한 경찰, 1명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죠.”


그 말에 지금 9명... 아니 8명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기본적으로 밤과 낮 두 가지의 시간이 있습니다. 밤에는 마피아, 경찰, 의사가 능력을 쓰는 시간이고, 낮에는 서로 대화하면서 누가 마피아인지 추리하는 시간.”


“그래... 이 중에서 누군가가 내 동생을 죽인 증오스러운 놈이란 거구나.”


설명 중에 아까 한스를 죽이려 했던 마족이 분노 섞인 목소리로 내 설명에 끼어들었다.


“그렇지? 그 마족은 마피아가 죽인 거니까. 지금 낮은 그 사람을 찾는 시간이고.”


“찾을 필요도 없다! 모두 죽어라!”


그 말과 함께 마족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설명 좀 똑바로 듣지? 이건 마피아 게임이야. 기본적으로는 다 평범한 시민 설정에 서로 물리적인 싸움은 할 수 없는 게 기본 규칙이지.”


당연히 마법은 못 쓴다.


그리고 10명 전원이 따로 분리되어서 투명한 벽으로 막혀있으니 주먹으로 싸울 수도 없는 상태.


할 수 있는 건 대화를 통한 추리와 선동과 날조뿐이다.


“규칙이고 뭐고 결국 인간의 마법! 그렇다면 내가 못 깰 이유는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포즈를 취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어째서냐! 내 동생의 원수가 저 앞에 있는데 왜 아무 것도 못 하는 것이냐고!”


“마피아를 죽일 방법이야 있지.”


“......말해라 인간! 그러면 다른 놈들은 내 자비를 베풀어 살려주지. 그러니 빨리 말해! 그 마피아란 놈을 죽일 방법을!”


엄청 무섭게 말해오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공포에 떨고 있었다.


지금은 아무 것도 못 하는 마족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무서운 거겠지.


“투표야.”


“뭐?”


“투표. 여기 있는 10명. 아니 9명의 사람이 서로 마피아일 것 같은 사람을 지목하고, 가장 많이 지목된 사람이 죽어.”


“가장 많이 지목당한 사람이 죽는다고?...”


“그래. 그리고 그건 너희 마족들도 마찬가지지.”


강하든, 약하든 똑같이 1표다.


사람을 대량으로 죽인 마피아든, 마피아를 체포할 경찰이든 똑같은 1표.


그리고 그 강하다는 마족도 1표.


“자 그러니 모두 힘을 합쳐서 마피아를 찾고, 투표로 죽인다. 이게 이 게임의 클리어 조건이야.”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마피아 게임.


하지만 이건 내 능력이다.


그렇기에 게임과는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게임의 플레이어는 나 하나라는 것.


나머지 인원은 그저 NPC 취급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나 혼자 하는 게임이기에 어느 정도의 치트키는 허용되고, 내가 유리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피아와 의사, 경찰은 랜덤으로 정해진 게 아닌 내가 정했다.


그러니 처음부터 조작된 판이라는 거지.


“마지막으로 내가 마피아지.”


자신 있게 엄지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당연히 반응이야 뻔하겠지.


“너 이 새끼가!!!”


마족이 목청이 터질 정도로 소리치면서 벽을 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어디 죽여보시던가.”


“이게!...”


“참고로 저 위쪽의 숫자 보이냐?”


나는 손가락으로 10명의 위치 중앙에 있는 타이머를 가리켰다.


허공에 그저 숫자로 240이라는 숫자가 1씩 감소되고 있는 모습.


“저 숫자가 어쨌다는 거냐!”


“아주 중요할 걸? 저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밤이 찾아오니까.”


아주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마족 2명의 표정은 절대 평온하지 않았지.


“밤이 찾아온다고?!”


“그래. 그럼 너희 중 하나는 또 죽겠지? 날 빨리 처치하는 게 좋을 걸?”


숫자는 계속 1씩 까이고 있었다.


원래라면 마피아인 걸 자백한 시점에서 내 패배는 확정이다.


하지만 그건 정상적인 마피아 게임이었을 때의 이야기지.


“죽인다니... 그래 투표! 널 마피아로 지목하겠다!”


“나도 마찬가지야! 죽어버려!”


그렇게 2명이 투표함에 따라 내 머리 위에 카운트가 2 늘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


“이거 무서워서 어쩌나. 2명한테 투표를 받아버렸네?”


투표로 죽을 사람이 정해지는 건 간단하다.


그냥 타이머가 0이 되는 순간 혹은 전원이 투표했을 때 가장 많이 지목당한 사람이 죽는다.


그나마도 과반수이상이 투표를 해야 처형이 가능한데.


지금 상황이면 최소한 5명은 투표를 해줘야 처형이든 뭐든 진행이 된다.


그러니 무서울 건 전혀 없지.


“그럼 난 거기 우두머리로 보이는 너한테 투표하지.”


2명 중 1명인 아까부터 우렁차게 말하던 마족의 머리 위에 숫자 1이 올라갔다.


그리고...


“저도 투표하겠어요.”


옆에서 멍하니 있던 서한아도 마족을 지목했다.


그렇게 마족의 머리 위에 2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이거 고맙네요. 규칙상 숫자가 제일 많은 사람이 죽거든요.”


“그러면 지금 상태면 어떻게 되나요?”


“평범한 마피아 게임과 똑같아요. 하지만 굳이 말하지 말죠.”


규칙 상 투표는 무효가 되고 밤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


현재 상황은 2대2.


그냥 이 상태만 유지해도 밤에 죽이면 될 뿐이다.


“테론 형... 어떻게 할 거야... 이대로는 저 녀석을 죽일 수 없어...”


“닥쳐봐! 나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저 숫자가...”


“안다고!”


마족 둘은 더 이상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대로만 가도 마족한테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도 저 녀석한테 투표하겠어.”


조용히 지켜보던 한스의 투표.


그렇게 마족의 머리 위의 숫자는 3이 되었다.


“테론 형!... 어쩔 거야! 벌써 3표나 받았다고! 빨리 어떻게 해보란 말이야! 우리 다 죽게 생겼다고!”


“윽...”


“자 타이머 얼마 안 남았다?”


“시끄러워!”


남은 시간 120초.


그 조급함에 테론이라는 마족은 촌장을 지목하면서 말했다.


“거기 노인네! 빨리 저놈을 지목해라! 저놈을 죽이란 말이다!”


“아... 그런...”


“빨리 하지 못 하겠어!”


“으...”


“안 해도 됩니다. 어르신.”


“어딜 끼어드는 거냐 하등한 생물!”


“말 잘 했네. 그럼 그 하등한 생물한테 도와달라고 하고 있는 넌 어때?”


“이게!...”


분노에 차올라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재미있을 정도다.


이 맛에 인성질을 하지.


하지만 여기서 끝내지 않는다.


“어르신. 그리고 다른 모두들. 저 마족한테 투표하라고는 안 하겠지만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괜찮다니...”


“지금은 저 마족이나 당신들이나 똑같은 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단순하게 지목만 하면 상대방을 목을 조일 수 있죠.”


“......”


“어떻습니까? 지금이 기회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당한 걸 본인들 손으로 되갚을 기회.”


“기회... 되갚을... 기회...”


멍하니 두려움에 떨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걸로 클라이맥스다.’


둘이서만 싸우는 건 결국 둘의 싸움이다.


하나는 이기고, 하나는 지는 싸움.


하지만 그 싸움에 다른 사람이 개입하고, 모여서 한 사람을 비난하며 때리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싸움이 아니라 괴롭힘이 되는 것이다.


“나도 지목하겠어.”


그렇게 한 사람.


“나...나도!”


또 한 사람.


“나도 지목하겠어! 이 쓰레기 같은 마족 놈들!”


그렇게 모두가 참가해 마족들을 일제히 비난하기 시작한 지금.


더 이상 싸움 측에도 끼지 못 한다.


그냥 괴롭히면서 놀 뿐인 일.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잘 대해줬더니 기어올라?!”


“어디가 잘 대해줬다는 거야!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식량 대부분을 세금이라면서 가져가서 항상 배고플 지경이라고!”


“맞아! 게다가 심심하다면서 우리들을 하나씩 죽인 네놈들이 어디가 잘 대해줬다는 거냐!”


“옳소! 너희가 오기 전까지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었다고! 이렇게 힘들 게 사는 건 너희 탓이야!”


벽이 없었다면 돌이라도 던질 기세였다.


다들 쌓인 게 많았었던 것 같은데...


“어... 한스씨... 마을이 이런 상황인데 저한테 스프를 줄 생각을 다 했네요.”


“하하... 어려울 때는 돕고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스는 그저 허탈하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한스에게 한 소리를 했다.


“뭐? 한스 너 3일 만에 먹는 밥을 저 사람한테 줬다고? 정말 너 굶어죽어!”


“아직 살아있어 임마! 게다가 스프를 줬더니 더 얻어먹었을 정도로 받아서 미안할 지경이라고!”


“한스씨 당신은 정말...”


이 게임이 끝나면 진수성찬이라도 차려줘야겠다.


그 정도로 굶고 있었을 줄은 몰랐지.


일단 게임부터 끝내야겠지만.


“테론 형... 어떻게...”


“시끄러워! 니 새끼도 스스로 생각하라고!”


“형...”


마족 둘은 이제 서로 싸울 기세였다.


당연히 머리 위에 각자 숫자가 3씩 사이좋게 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지.


“어르신은 투표 안 하시나요?”


“난 못 하겠구나... 고작 손짓인데...”


“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요. 그 고작 손짓으로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짓이니까요.”


지금 상황에서 손짓이나 총으로 쏘는 거나 똑같지.


둘이 똑같은 투표수인 상태에서 하나를 지목하면 반드시 그 사람이 죽으니까.


하기 싫다는 사람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선택을 다른 사람이 하면 될 뿐.


“이봐 거기 마족 둘. 하나 규칙 설명하는 걸 잊었는데. 같은 표를 받은 사람이 2명 나오면 둘 다 죽으니까 주의하는 게 좋을 걸?”


“그럴 수가...”


당연한 소리지만, 마피아 게임에 그런 규칙은 없다.


하지만 저 둘은 마피아 게임의 규칙을 모르니까.


내가 말하는 게 곧 규칙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시간도 거의 다 되었지? 다음 밤이면 게임 끝나겠네. 그래서 말인데 제안 하나할까?”


“제안이라고?”


“그래. 제안은 간단해. 이번 투표에서 살아남은 녀석은 살려줄게.”


“투표에서 살아남다니...”


“......”


“시간 얼마 없다?”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10초.


그런 상황에서 남을 설득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렇다면 살 방법은 하나뿐이지.


남은 시간 5초.


테론이라는 마족은 방법이 없다면서 눈을 감고 인상은 쓴 채로 벽을 칠뿐이었고...


다른 마족은 허공에 있는 시간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남은 시간 1초.


내 머리 위에 표시되었던 2라는 숫자가 1로 바뀌었다.


그리고...


테론의 머리의 숫자가 3에서 4로 바뀌었다.


그렇게 시간 경과.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처형을 준비합니다.]


[최후의 변론을 시작합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테론의 목에 밧줄이 감기기 시작했고, 목이 붙잡힌 순간 감고 있던 눈을 뜨면서 옆을 바라봤다.


동생이라고 생각했던 마족이 죄책감이 뒤섞인 상태로 웃고 있던 모습을...


“너 설마...”


“형... 미안해...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잖아...”


“감히!... 감히! 니가 날 배신해?! 너!... 윽...”


최후의 변론 시간은 끝.


당연히 처형을 반대할 사람은 없었으니 처형을 강행.


분노에 팔을 휘두르려던 순간 목에 감긴 밧줄이 공중으로 빠르게 올라가면서 몸 전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치 목 메단 사람이 죽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형... 난 살아야겠어.”


“윽... 이... 이...”


뭔가 말하려고 하지만 목의 밧줄이 그 말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허공에서 몸을 흔드는 정도.


그나마도 시간이 지나자 할 수 없게 되었다.


남아있는 건 허공에 매달린 시체 하나뿐.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는 이어서 나타났다.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마피아는 죽일 사람을 지목해주세요.]


난 아무도 지목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째 밤도 끝나고 다시 낮이 찾아왔다.


그리고 살아남은 마족은 기쁨에 환호했다.


“하...하하... 난 살았어! 살았다고!”


“그래 살았지. 대단하더라? 딱 1초 남았을 때 지목한 사람을 바꿔서 반격도 못 할 정도로 거하게 배신을 때릴 줄이야. 아주 훌륭해.”


난 박수를 치면서 칭찬해줬다.


물론 진짜 칭찬이 아니라 놀리는 거지만.


“......그래서 살려주는 거겠지?”


“그래. 난 널 건들이지 않을게.”


“하...하하... 그래 그거면 충분해. 난 살았다고!”


“그러니 판단은 여러분들이 하시죠.”


“어?...”


마족의 머리 위에 빠르게 올라가는 숫자.


한 번에 숫자가 5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잠깐만! 이건 약속이 다르잖아!”


“뭐가 다르지? 난 널 살려줬잖아.”


“결국 이러면 나도 죽는 거잖아! 빨리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라고! 날 죽이지 말라고!”


마족이 내 태도에 황당해하면서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엄청나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마족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어서 말했다.


“난 약속을 지켰어. 살고 싶으면 다른 사람들을 직접 설득하라고! 이건 나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니까.”


“그...그럴 수가...”


마족은 잠시 고민하더니 마을 사람들한테 계속 사죄했다.


심지어 머리까지 땅에 박으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적어도 겉으로는 온 마음을 다해 비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머리 위의 숫자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 하등한 생명체를 가엽게 여기고 최소한의 자비를...”


“꺼져 이 더러운 녀석!”


“마족 3마리 중에 네놈이 제일 악질이었어!”


돌아오는 건 그저 비난 뿐.


대충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테론이라는 마족을 내가 지목하고, 이어서 서한아와 한스가 도와줘 나보다 높은 투표수를 만들어냈다.


이때의 투표는 순전히 날 따라온 것에 불과했지만, 다들 자유롭게 투표했을 때 두 마족의 투표수는 각각 3표.


자유롭게 투표한 건 전부 저 마족으로 갔단 소리다.


테론이라는 놈보다 저놈을 더 증오했단 소리지.


이제 와서 용서해줄 리가 없었다.


“슬슬 타임 오버네.”


남은 시간 10초.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내가 뭐 때문에 형까지 배신했는데!... 이 쓰레기 놈들이!”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자 결국 본심이 나오고 말았다.


“그건 모르겠고. 잘 가라. 이름 모를 마족아.”


그리고 시간 경과.


남아있던 마족도 밧줄에 목이 감겨 결국 사망.


둘은 이름이라도 들었지만, 마지막 마족은 이름조차도 듣지 못 하고 죽어버렸는데...


어차피 죽은 마족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을 필요도 없으니 사실상 다 이름 모를 마족 A, B, C 정도로만 인식했다.


“휴우... 그럼 이걸로 마피아 게임은 모두 끝난 거겠죠?”


다들 마지막 마족이 죽자 환호하면서 신난 상태였다.


하지만 시스템 메시지는 계속 해서 울려 퍼졌다.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마피아는 죽일 사람을 지목해주세요.]









**








“음...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세 번째 밤에도 사망자는 없었다.


내가 딱히 지목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분명 마족은 죽었다.


하지만 마족의 사망이 게임의 클리어 조건은 아니었지.


애초에 이건 마피아 게임이고, 마피아를 잡는 게임이니까.


지금 한 짓은 게임의 룰으로만 보면 그냥 시민 3명만 죽은 상황이다.


실제 게임이었으면 걍 트롤짓이나 다름없는 짓이지.


“이건 분명 마피아 게임이니까...”


“뭐... 알고 있겠죠. 그쪽도 마피아 게임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까.”


“네...”


서한아는 서글픈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


“의사님... 마족은 다 죽었는데 왜 그리 슬픈 표정을 하십니까?”


“그게...”


서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제가 설명해드리죠. 이건 마피아 게임을 구현한 능력. 마족은 죽었지만 게임이 끝나지는 않았죠.”


“끝나지 않다니... 그럼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간단해요.”


“간단하다니... 그게 무슨 방법인가요?”


“마피아 게임의 끝은 마피아나 시민 둘 중 하나가 이기면 끝나요. 그러니까...”


그 뒤에는 웃으면서 말했다.


“시민 전원이 죽거나, 마피아 전원이 죽거나. 둘 중 하나만 하면 끝나요.”


제일 간단한 건 내가 죽는 것.


그렇기에 나는 내 손으로 날 지목했다.


머리 위에 나타난 숫자 1.


그리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회의 시간.


남들이 아무것도 안 해도 저 시간이 끝나면 게임은 끝난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겠지.


“그럼 제 수명도 5분쯤 남았는데 어떤가요? 잠시 이야기라도 해볼까요?”


“그런... 말도 안 됩니다! 당신은 마족으로부터 모두를 구해줬는데 이렇게 끝나다니!...”


서한아의 말에 난 머리를 긁적이며 그저 웃었다.


“뭐... 만나서 즐거웠어요.”


“......”


서한아는 그 뒤에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건 다른 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


다들 내가 스스로 죽는 것에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저 흐르는 건 침묵뿐.


마을을 구해줬는데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일까...


자신들은 살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일까...


난 저 침묵이 의미하는 것을 정확하게는 알지 못 했다.


하지만...


“형씨. 혼자 가는 건 쓸쓸하지 않겠어?”


한스가 미소 지었다.


스스로를 지목하면서 머리 위에 1이 표시된 채로.


“한스씨?”


“그냥 한스라고 불러줘. 서로 수명이 5분 남았는데 존칭을 쓰기도 아깝지.”


“네?...”


“분명 똑같은 표를 받은 사람이 둘이면 같이 죽는 거였지? 마을을 구한 영웅을 혼자 쓸쓸하게 보내서야 어디 편하게 잠이나 자겠어?”


“하... 저희 오늘 처음 보는 사이거든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럼 반대로 말해주지. 댁도 오늘 처음 본 사이거든? 그런 사람이 마을을 위해 희생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


내 말로 내가 반박당하니까 할 말이 없네.


그런 상황에서 촌장도 자리에 앉은 채 자신을 지목했다.


“그 저승길에 이 노인도 껴주지 않겠나?”


“촌장님? 굳이 여길 끼시겠다고요?”


“그냥 편하게 불러 인석아. 너도 그랬잖냐. 5분 남았는데 존칭 쓰긴 아깝다고.”


“하하... 그래 알았다 이 녀석아.”


“요놈이?! 존칭을 쓰지 말랬지 반말을 하라고 했냐?!”


“크하하! 진짜 수명 5분 남았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못 할 말도 다 해보네!”


“그래 맘대로 해라. 평생 한없이 착했던 놈이니 지금만큼은 용서해주마.”


“참나... 둘 다 복 받을 겁니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다.


자기 목숨이란 걸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자리에 낄 생각들을 할지...


서한아는 자신을 투표하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나와 대화해주고 있었다.


서한아 쪽은 그래도 룰을 알고 있으니 한스나 어르신이나 같이 죽지 않는다는 건 알겠지.


결국 투표로 날 죽여주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겠지만, 그걸 당장 말하진 않고, 그저 나한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해줄 뿐이었다.


점차 회의 시간도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한스와 어르신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불편한 표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아예 고개를 돌리고 있었을 뿐.


그렇게 5초...


3초...


1초...


“이제 저승길에 봅시다. 어르신. 그리고...”


“그래 인석아! 저승길에는 이 쑤시는 허리와도 이별이겠군. 그럼 마지막으로...”


“마을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님!”


“마을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님!”


한스와 어르신이 동시에 같은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뭐 보람은 있었네.”


한스와 어르신한테도 더 이상 존칭을 사용하지 않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0초.


‘이 정도면 되겠지.’


“로그아웃”


그 순간 머리 위에 있던 숫자도, 모두를 막고 있던 투명한 벽도 사라졌다.


네 번째 밤 따위는 찾아오지 않았다.


남아있는 건 생존한 7명의 사람뿐.


“어... 벽도 사라지고, 숫자도 사라지고... 안 죽나?...”


“안 죽어. 게임을 끝내는 방법은 하나 더 있었으니까.”


“그런 방법이 있었어?”


“그래. 제일 단순한 방법.”


게임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겠어.


그냥 게임을 끄고 나가는 거지.


그렇기에 로그아웃을 하는 순간 마피아 게임의 룰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자 그럼 밥이나 먹을까? 그래도 날 위해 죽어준다는 사람이 둘이나 있었으니 진수성찬을 준비해줄게.”


작가의말

절대 지지 않는 게임AI를 만들라고요?


다음날 개발자는 유저가 이길 것 같으면 게임을 강제종료시키는 게임AI를 만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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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한국의 민속놀이로 불린 그 게임 +3 21.03.07 2,223 34 16쪽
11 10화 준비된 모험의 시작 +2 21.03.06 2,269 36 15쪽
10 9화 강민과 최현석 +3 21.03.05 2,421 39 20쪽
9 8화 까망이 넌 내꺼야 +3 21.03.04 2,523 40 24쪽
8 7화 이제 이건 제껍니다. +2 21.03.03 2,728 41 12쪽
7 6화 너의 이름은? +4 21.03.02 2,940 46 19쪽
6 5화 걸어다니는 식당 +2 21.03.01 3,260 51 28쪽
» 4화 공정한 1표를 저 마족에게! +6 21.03.01 3,462 57 23쪽
4 3화 밤이 되었습니다 +1 21.03.01 4,088 54 27쪽
3 2화 최초의 RPG게임 +5 21.03.01 4,319 60 19쪽
2 1화 회귀한 뒤는 이세계 소환이냐?! +4 21.03.01 6,239 69 25쪽
1 프롤로그 +6 21.03.01 7,444 7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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