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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약장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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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공약장수
작품등록일 :
2021.03.01 19:43
최근연재일 :
2022.06.01 21:36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306,560
추천수 :
6,751
글자수 :
2,829,029

작성
21.03.01 19:54
조회
6,239
추천
69
글자
25쪽

1화 회귀한 뒤는 이세계 소환이냐?!

DUMMY

“......지금이 몇 시지?..”


눈을 비비면서 시계를 봤더니 시계바늘은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야...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었네...”


그렇게 다시 눈을 감았다.


“일어날 시간은 한참 전에 넘었다.”


“어?...”


눈을 비비고 다시 일어나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니 한 거구의 남성이 서 있었다.


“일어났냐?”


“뭐야... 형이었어?”


이름은 강 민


키 189cm에 건장한 근육질의 체격 그리고 남자다운 늠름한 얼굴까지 있어서 옆에서 살짝 인상만 줘도 어지간한 사람은 다 무서워서 덜덜 떨 것 같은 그는 내 경호원이자.


비서일도 담당해주는 사람이다.


......


는 대충 1달에 1번 정도 찾아와서 내가 잘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형이다.


“대체 뭘 하면 저녁까지 침대 위에 있는 거야?”


“당연히 밤샘게임이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당당하게 말했다.


“하아... 너 설마 매일 이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매일은 아니고... 아마 50%쯤의 확률로?...”


“넌 진짜...”


밤낮 바뀐 지는 이미 오래고, 점심 전에 일어난 적은 거의 없을 정도니까.


저녁에 일어나는 일도...


거의 반쯤은 있었지.


그래도 일어났으니 기지개를 펴면서 정신을 차리고, 침대 위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래서 요즘 그쪽은 어때?”


“사성그룹에서 출시된 신형...”


“귀찮으니까 요약해서.”


“이번에도 대박 났다. 끝”


“그거 잘 된 일이네.”


1달마다 보고받는 평범한 내용.


난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이면서 대답했다.


사성그룹이라고 하면 세계자금의 50%를 가졌을 거란 루머가 돌 정도로 엄청난 대규모 기업집단이며, 실제로도 막대한 돈과 권한을 지닌 곳이다.


사업도 다방면으로 하고 있고, 하는 곳마다 성공한 괴물 같은 회사.


국내에서도 평판은 상당히 좋은 곳이다.


대학생들이 뽑은 취직하고 싶은 꿈의 기업 부동의 1위이며, 사성이 있기에 지금의 한국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국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곳이니까.


“정말 복귀할 생각 없냐?”


“또 아버지한테 부탁받았어?”


“그래. 부탁받았지. 회사로 오게끔 설득 좀 해달라고.”


그런 사성의 회장으로 있는 게 아버지.


그리고 난 3남2녀의 집안에서 막내로 올해에 27살인 부잣집 아들.


공식적으로는 후계자 자리도 사퇴했기 때문에 사실상 돈 많은 백수 정도의 느낌이다.


사실 다음 후계자는 나로 정해져있었다.


애초에 평범했던 사성이 여기까지 성장한 건 죄다 내가 원인이었으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난 한 번 과거로 회귀했던 인간이다.


그렇기에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있었고, 그걸 이용한 결과가 지금의 사성그룹.


내가 한 건 별거 없다.


그저 미래에 세계의 중심이 될 인물들을 미리 섭외한 것.


그리고 미래에 대박을 칠 사업아이템들을 내가 전부 쓸어 담은 것.


당연한 거지만 미래에 있던 내가 과거로 갔다고 해도 미래의 기술을 재현할 수는 없었다만...


그게 뭐 중요하겠어?


기술을 만들 사람을 미리 잡아오고, 적당히 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기술은 재현할 수 있었으니까.


대충 스마트폰에 대한 설명도 하니까 알아서 잘 만들더라.


그 외에도 난 써보기만 했지 어떻게 만드는지는 몰랐던 것들을 대충 설명하니까 알아서 잘 만들었다.


덕분에 난 미래를 읽어내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림이며.


-사실은 다 컨닝했다.


자신이 성공할 것이라 확신하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며.


-당연히 성공할 거 다 알고 저지른 짓이니 실패가능성 같은 걸 계산조차 안 하다.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사람.


-난 이미 니가 미래에 성공할 것을 알고 왔다.


아버지나 다른 가족들이 보는 나는 대충 이런 느낌이다.


당연히 사성그룹을 여기까지 키워낸 난 아버지의 자랑이며, 다른 형이나, 누나들의 눈에는 넘볼 수 없는 확고한 후계자인 셈이었다.


아니 후계자도 아니지.


사실상 이미 내 회사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아버지도 말이 회장이지 사성그룹의 각종 인재는 전부 내가 데려온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실권을 잡고 있으며...


거의 내 충신들이다.


한 가지 예시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던 이런 말을 했었다.


-그 누구도 절 이렇게 믿고 도와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교사도 모두 제가 실패할 거라고 했지만, 그분만큼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제가 말할 차례입니다. 넌 성공할 것이라고.


실제로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이 말은 세계에도 명언이라면서 엄청 퍼져나갔던 말이고, 사성그룹의 선한 이미지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사람을 믿어주는 기업.


그게 사성그룹의 이미지.


그리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양심이 엄청나게 찔리고 있는 말이지만...


어쨌든 내가 데려온 사람들은 사성그룹에 엄청난 충성도를 보이고 있고, 그 충성도는 날 향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사퇴했으니 아버지가 붙잡고 싶어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


하지만 돌아갈 생각은 1도 없다.


“절대 돌아갈 생각 없다고 아버지한테 전해 줘.”


“하긴 이미 사퇴하고 2년이나 지났는데 이 정도 말해도 안 들었으면 그런 거겠지.”


“게다가 중견기업이었던 사성을 이 정도 성장시켰으면 할 일 다 했잖아?”


“그것도 맞는 말이지. 회장님께는 그렇게 전해둘게.”


돌아가기 싫은 이유는 일단 여러 가지가 있다.


1차적으로 난 경영자의 기질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평범한 수준.


기초지식이야 쌓긴 했지만 사실상 초짜나 다름없는 게 스스로 내린 객관적인 평가.


애초에 내가 한 건 주로 인재 찾기와 기술력 증진이다.


성공이 예정된 사람을 미리 영입해서 그 성공에 편승한 방식.


그게 내가 해온 방식이었다.


그러니 나에게 그룹 전체를 경영할 자리를 줘봤자 제대로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게다가 딱히 야망도 없다.


무엇보다 귀찮다.


나한테 아첨하러 오는 사람 상대하기도 귀찮고


내 이미지 관리하는 것도 귀찮고


다른 사람들과 이해타산을 계산하는 것도 귀찮다.


그래도 지금까지 사성그룹을 키워온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과거로 회귀하기 전의 사성... 지금처럼 엄청난 성공을 한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이었다.


중소기업보다는 크고, 대기업보다는 작은 중간쯤인 기업.


솔직히 이 정도만 유지해도 충분히 부유했고, 충분히 행복한 인생을 보냈을 것이다.


물론...


유지했을 때의 이야기다.


문제는 유지하지 못 했단 거지.


일단 회사 내부에 배신자가 너무 많았던 게 문제였다.


회사 자금 횡령은 기본으로 했고, 회사의 기틀이 될 기술은 죄다 유출시켰으며, 심지어 동업자가 뒤통수를 때리고 도주했으니 참으로 개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였지만, 동업자라는 사람은 이미 한참 전부터 경쟁업체와 손잡고 있었고, 우린 그걸 마지막까지 몰랐으니 상황이 터졌을 때는 이미 최악의 사태...


나름대로 발버둥은 쳤지.


하지만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상대방은 이미 몇 년간의 준비를 해두고 우릴 배제할 작정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회사는 점점 휘청거리다가 결국 파산.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더럽다고 여길 일들을 너무나도 많이 경험했다.


그리고 30세의 나이에 빚쟁이한테 시달리다가 병까지 걸려서 사망.


그게 저번 인생의 결말이다.


그런 결말 뒤에 정신차려보니까 10살.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지만, 회귀했다는 걸 인식하고, 내가 알고 있는 미래와 회귀한 뒤의 미래가 일치하고 있었으니까.


그 뒤에 느끼지는 감정은 명확하게 두 가지였다.


내 인생을 시궁창으로 밀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그런 시궁창으로 직행하던 중에 내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줬던 사람에 대한 은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면서 내 추진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기에 내가 한 건 복수와 은혜갚기.


그걸 위해서 지금의 사성그룹을 만들어냈다.


쌓인 부와 명성, 그리고 권력을 이용해서 배신자들한테 철저한 인성질을 해줬고, 과거의 은인들에게는 보상을 해줬다.


그리고 복수도 은혜갚기도 끝난 지금은 더 이상 사성그룹을 직접 움직일 이유도 끝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돌아간다고 해도 쓸모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뿐일 거다.”


“진심이라니까? 나 이제 유통기한 다 지나서 쓸모없다고?”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있는데 그 말을 몇 명이나 믿을까?”


“......형은 믿어?”


“사실이야 어쨌든 사성이랑 연관되기 싫다는 소리잖아. 그 정도는 알아듣고 있어.”


‘......귀찮으니까 그런 걸로 할까.’


마지막으로 돌아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


현재 나이 27.


그리고 이전 생에서 죽은 나이가 30.


그나마도 죽기 몇 년 전까지는 살기 바빠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볼 정신이 없었다.


그 결과 내 최강의 치트키였던 미래예지 능력은 이제 없는 수준.


말 그대로 유통기한이 다된 거지.


당장 내년의 미래부터는 제대로 알지도 못 한다.


정확히는 25살을 기점으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부 활용했기에 그 뒤부터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게다가 내가 개입한 탓에 미래가 상당히 바뀌었으니, 더 나중의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도 의미가 없긴 하다.


돌아간다고 해도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거지.


그렇기에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가기로 정했다.


그 중 하나가 게임.


솔직히 이전 삶에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삶에서는 회귀라는 믿을 수 없는 판타지를 한 번 경험했다.


회귀도 했는데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게임 속 세상에서는 다양한 판타지 세계가 펼쳐져 있으니, 한 번쯤 로망을 가져볼 수도 있잖아?


진짜 그런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그래서 25살 사성그룹에서의 모든 일을 접고,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을 닥치는 대로 해봤다.


덤으로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도 괜찮긴 했지만...


게임이야 말로 남이 주인공이 아닌 내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줬으니까.


뭐...


처음 시작은 그랬는데 지금은 순수하게 게임이 좋고,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재미있어서 하고 있다.


“형. 혹시 오늘 바빠?”


“전혀 안 바쁘지. 내 주업무가 경호인데 경호대상이 집에서 나가질 않으니 한가해서 하는 일이 체력단련밖에 없을 정도야.”


“이야 월급 받으면서 놀 수 있다니 꿈의 직장이잖아?”


“그럼 어쩌겠냐. 월급 주는 사람이 일을 안 시키고 돈만 주는데.”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일 시켜도 할 말 없겠지?”


“말만 해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해줄 테니까.”


그 말을 듣고는 바닥에 있던 게임기 하나를 집어 들었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 게임기를 형한테 들이밀었다.


“그럼 같이 게임하고 갈래?”


“뭐?...”


“이거 2인용 게임이거든. 혼자도 가능하지만 역시 둘이 하라고 만든 게임은 둘이 해야지.”


“넌 정말이지...”


형은 어이없어하면서도 게임기를 받았다.


“가끔은 내가 일하는 건지, 놀러오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가볍게 이 게임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그 전에 잠깐. 너 배는 안 고프냐?”


“배?...”


생각해보니까...


배고프긴 하네.


“형은 저녁 먹었고?”


“아직이지.”


“그러면 같이 나갈까? 오랜만에 바깥 공기도 좀 마셔보고, 술도 한 잔 하자.”


“넌 지금 일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술타령이냐.”


“가볍게 한 잔만 할 거야.”


“그 말 믿는다.”








**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길드원 중에 의사였던 통칭 퇴근님은 이런 말을 했었다.


-퇴근시켜줘 :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신다는 소리는 소주 1잔을 넘어가면 개소리야.

-메에에에엥 : 맞아. 퇴근님이 퇴근을 할 수 있다는 소리만큼 개소리지.

-퇴근시켜줘 : 야 이 개새....

-메에에에엥 : 오늘도 퇴근님 빡침 1스텍 쌓아주고 갑니다.

-초코냥 : 정말 우리 길드는 사탄이 많다니까?


대충 평소와 같은 길드원의 디*코드에서의 대화였지만 요점은 소주는 1잔만 마시면 건강을 위해서 마신다고 말할 수 있단 소리지.


그런 소리를 잘 구워진 삼겹살과 소주 1잔을 보이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1잔만 마시면 건강에도 좋다고?”


“그렇다니까? 의사가 직접 말한 거니까 확실해.”


“의사도 그 1잔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1잔은 맞잖아?”


그래 딱 1잔.


문제가 있다면 소주잔이 아니라 맥주잔이라는 정도?


“자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진짜 그게 1잔이라고 생각하냐?”


“양심이 없어서 손을 올릴 곳이 없는데?”


“너 그러다가 오늘도 필름 끊긴다.”


“절대 안 끊겨. 설마 이제 일어났는데 필름 끊겨서 또 다시 자면 난 사람이 아니라 개지.”




그렇게 청아한 소리를 내면서 건배를 했고.


난 오늘도 사람이 아니라 개라는 것을 증명했다.








**








“아...머리야...”


숙취로 아픈 머리를 붙잡으면서 일어났다.


“정신이 들었는가? 용사여.”


“?”


처음 들어보는 할아버지 목소리에 눈을 좀 비벼주고, 주변을 확인했다.


“음...”


일단 내 집이 아닌 건 확정이고.


“어...”


주변 좀 보니까 중세풍 게임에서 나올 법한 병사들이 서있고, 가운데에는 국왕처럼 보이는 사람이 떡하니 앉아있는 이 모습은...


“응?...”


이세계 소환?


진짜로?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


...는 무슨 난 이미 한 번 과거로 돌아가는 비현실을 경험했었잖아?


이세계 소환쯤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


암 그렇고말고.


“드디어 정신이 들었나?”


“예. 다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나한테 말하고 있는 건 아무리 봐도 왕.


보통의 게임 같으면 초반에 도움을 주는 NPC니까 적당히 존칭을 써주는 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일단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마왕을 물리칠 용사를 찾기 위해 다른 세계에서 그대를 소환했네.”


“그렇군요.”


게임에서는 흔한 설정.


하지만 흔하기에 익숙한 내용이다.


“소환되자마자 혼란스럽겠지만 바로 그대의 자질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나?”


“자질?”


“이 수정구를 만지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이미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수정구 하나를 내 옆에서 들고 있었다.


두꺼운 로브를 입어 얼굴도 제대로 안 보일 지경에 점잖은 말투니 마법사란 느낌이 올 뿐이지만.


어쨌든 보통의 게임이었다면 여기서 엄청난 용사의 자질을 보이고 믿음직한 동료들과 함께 마왕을 이기는 스토리로 이어지겠지.


솔직한 심정으로 기대가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주인공이 될 기회니까.


다른 사람들은 사성그룹을 정상의 자리까지 올려둔 주인공은 나라고 모두들 평가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난 그저 다른 주인공들을 한 자리에 모았을 뿐이지, 내가 주인공이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는 거야.’


그렇게 수정구에 손을 올렸고...


......


......


......


“이거 아무 반응이 없는데 정상인가요?”


“이거야 원... 제대로 꽝을 뽑았군...”


“꽝이라니?...”


왕이 꽝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 수정구는 만진 사람의 마나의 성질과 양을 빛으로 측정해줍니다.”


“그런데 반응이 없다는 건...”


“네... 이 정도까지 심한 사람은 본 적이 없지만 당신은 마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뭐지?


판타지 세계의 기본적인 힘인 마나가 아예 없다고?


이거 처음부터 주인공을 완벽하게 부정당한 거 아니야?


“자세하게는... 스테이터스나 상태창이라고 말하면 표시가 될 것입니다.”


“그럼... 상태창.”



이름 : 최현석

나이 : 27

성별 : 남

생명력 200/200

마나 0/0


특수능력 : 로그인



확실히 뭔가 정보가 표시된다.


그것도 상당히 단순하게 생명력과 마나 그리고 특수능력 정도만 나와 있는 초라한 상태창.


“상태창은 기본적으로 본인만 볼 수 있는데 어떠십니까?”


“생명력이 200이고 마나가 0. 그리고 특수능력 하나 있고 끝이네요.”


“그 외에 표시되지 않았다면 신체능력도 평범한 수준이고, 별다른 특수한 힘도 없는 것입니다.”


“......”


옆에서 수정구를 들고 있던 마법사는 내가 별다른 힘이 없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 있던 왕도 실망한 채 한숨을 쉬고 있었고.


“이번 소환은 실패로군. 이걸로 200번째 소환인가? 제대로 된 용사는 5명 정도인 걸 생각해보면 정말 확률이 낮긴 하구나.”


“무작위 소환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폐하.”


“그래도 5명이 있어 든든하구나. 저 쓸모없는 자는 빨리 치워버리도록.”


“알겠습니다. 폐하.”


“자...잠깐만!”


“뭐하느냐. 저 자를 치우지 않고.”


“아직 특수능력이 있잖아! 이게 강할지 모른 채로 치워버린다는 건 성급하잖아!”


치워버린다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여기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간 최악의 경우...


죽는다.


그렇다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여봐라. 적당히 설명해주고 치워버리도록.”


“적어도 듣기라도 하라고!”


“잠시 저와 함께 가시죠. 당신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


수정구를 들고 있던 마법사는 내 어깨를 두들기면서 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









“그러니까... 결론은 정착지원금을 줄 테니까 적당히 살란 거군요.”


“그렇게 되겠군요.”


날 별도의 방으로 끌고 온 마법사의 설명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1. 은화 20개를 줄 테니 적당히 아무 마을이나 정착해서 살아라.


2. 특수능력은 마나가 0이면 사용할 수 없다.


끝.


“제 입장에서는 납치당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대우가 별로군요.”


“그나마 지금은 대우가 좋아진 편입니다. 원래라면 무능한 사람은 바로 처형시켰으니까요.”


“처형이라고?!”


“공주님께서 설득하셔서 무능한 자라도 지원금을 주면서 정착시키도록 바뀐 것입니다. 그래도 반항적일 때는 목숨을 보장할 수 없으니 주의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무의미한 살생은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이거 참... 그러면 원래 살 던 곳으로는 못 돌아갑니까?”


“소환하는 것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되돌리는 건 아주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폐하께서는 마왕을 처치한 용사들에 한해서 돌려보내주기로 약속하셨습니다.”


당장은 돌아갈 방법도 없단 거네.


“일단 이 은화 20개면 얼마나 버틸 수 있습니까?”


“보통 평민의 하루 생활비가 넉넉하게 잡아서 동화 10개입니다. 동화 100개가 은화 1개이니... 대충 200일이겠군요.”


200일.


그 사이에 돈 벌 수단을 마련한다면 정착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긴 하지만...


열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내가 금전욕이 거의 없어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재산을 전부 빼앗겼는데 화가 안 난다면 문제가 있는 거지.


그래도 판타지 세계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난 저쪽이든 이쪽이든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는 게 제일 열 받는다.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그러시죠.”


“정말로 마나가 없으면 특수능력은 발동되지 않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소환된 사람들 모두 특수능력은 있지만 그 강함은 마나의 차이로 나기에 결국 마나가 강한 사람이 강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해드리죠. 내일 적당한 사람을 붙여서 근처 마을까지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마법사는 방을 나갔다.


털썩


피곤해진 몸을 침대 위에 올려뒀다.


“정말 인생 한 번 역동적이네.”


20대 초반까지는 행복했던 인생.


그리고 20대 중반부터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


그 뒤 과거로 회귀해서 모든 은혜를 갚고, 모든 복수를 끝낸 인생.


그리고 여기라...


정말 행복과 불행의 변동이 너무 커서 적응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하아...”


분명 술 마시고 집에 돌아간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리고 기억은 거기서 끝.


뭔가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억울함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판타지를 기대했던 건 맞지만, 이런 식의 판타지를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


무능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전부 보지 못 하게 되고, 인생은 다시 밑바닥으로 던져진 상황...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가슴 속에 악의가 끓어 넘치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각들이 전신을 지배해가는 와중에 한 가지...


단 한 가지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특수능력은 익숙한 거였네...”


로그인.


게임을 하기 위해 매번 했던 과정.


로그인을 한 뒤 게임에 접속했을 때 나는 그 게임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로그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딱히 무언가 생각하면서 말했다기보단...


자연스럽게 읽혀졌다는 느낌으로 말했다.


분명 마나 0이면 특수능력은 쓸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로그인이라고 말한 순간.


파지직!


방 전체에 푸른빛의 스파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퍼졌고.


내 앞에는 수많은 로그인 창이 뜨면서 방 전체가 가득 채워졌다.


“자...잠깐?! 이게 다 뭐야?!”


순간 떠오른 방대한 양의 화면들에 깜짝 놀라면서 일어났다.


너무나도 친숙한 화면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게임들의 로그인 화면이었으니까.


사성그룹에서 빠져나와 게임에 푹 빠져있던 2년.


그리고 10살 때부터 조금씩 경험했던 세월들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런 수많은 로그인 창과 같이 내 앞에 보이는 하나의 메시지.



[로그인 할 게임을 선택해주세요.]



그 메시지를 본 순간 신기하게도 내 특수능력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치 원래 그 능력에 대해 알고 있던 것처럼.


“뭐야... 전혀 무능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로그인한 순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게임의 종류는 대략 500가지 이상.


그리고 그 500개 이상의 주인공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나.


......


그래...


인생 참 역동적이네.


아마 지금이 내 인생 최고로 흥분되는 순간일 것이다.


500개의 게임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키웠던 게임 캐릭터의 힘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내 모습은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몸 전체에 감돌고 있는 마나와 넘치는 기력...


그리고.


게임에서 쓰던 스킬까지 전부 쓸 수 있다는 게 느껴졌다.


“워프 게이트!”


위이이이잉!


허공이 일그러지면서 하나의 구멍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역시...”


게임 속에서 쓰던 스킬 ‘워프 게이트’


쿨타임은 게임시간으로 1일.


현실시간으로 36분에 1번씩 사용할 수 있는 특수스킬이며 그 능력은 단 한 번이라도 가봤던 곳을 지정하고 1회 왕복할 수 있는 문을 만드는 것이다.


왕복이기에 한 번 저쪽으로 이동하고, 여기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는 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스킬을 취소하거나, ‘워프 게이트’를 다시 쓰기 전까지는 유지되는 문.


그런 문을 이용해서 내가 이동할 곳은...


내 집이다.


그리고 문을 넘어간 순간 내 집에 도달할 수 있었고, 시간은 아직 밤.


식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시간은 밤 12시.


형과 술을 마시고 몇 시간도 안 지난 그 정도 시간이었다.


“나참... 이러면 두근거릴 수밖에 없잖아.”


원한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아직 내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무능하진 않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게임 아이템도 쓸 수 있고, 현대사회의 물건들도 가지고 갈 수 있으니 어디 가서 굶어죽을 걱정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이 정도 확인했으면 더 이상 불안감에 떨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아니...


오히려 즐거울 정도다.


그런 즐거운 마음으로 저쪽 세계에서 쓸 수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은 전부 인벤토리에 넣은 채 다시 허공에 열려있는 문을 향했다.


작가의말

왕 : 마왕을 잡으면 집에 보내주지!


??? : 아 집가서 템 파밍 좀 하고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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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강민과 최현석 +3 21.03.05 2,421 39 20쪽
9 8화 까망이 넌 내꺼야 +3 21.03.04 2,523 40 24쪽
8 7화 이제 이건 제껍니다. +2 21.03.03 2,728 41 12쪽
7 6화 너의 이름은? +4 21.03.02 2,940 46 19쪽
6 5화 걸어다니는 식당 +2 21.03.01 3,260 51 28쪽
5 4화 공정한 1표를 저 마족에게! +6 21.03.01 3,462 57 23쪽
4 3화 밤이 되었습니다 +1 21.03.01 4,089 54 27쪽
3 2화 최초의 RPG게임 +5 21.03.01 4,320 60 19쪽
» 1화 회귀한 뒤는 이세계 소환이냐?! +4 21.03.01 6,240 69 25쪽
1 프롤로그 +6 21.03.01 7,444 7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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