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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준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이 될 수 없는 SSS급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작준생
작품등록일 :
2020.05.11 12:06
최근연재일 :
2020.05.28 15:46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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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4
추천수 :
186
글자수 :
160,197

작성
20.05.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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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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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챕터 1-3. 다시 북방으로(2)

DUMMY

막사 안으로 들어온 후버론은 몸을 움찔했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스카드가 털을 곤두세우며 이를 드러냈던 것이다.


“워-어, 괜찮아, 긴장할 필요 없다”


머리를 다독이는 아르딘의 손길에 경계를 푼 스카드는 다시 고깃덩이에 집중했다.


“허허. 병사들 말이 사실이었군요”


목 뒤를 흐르는 땀을 훔쳐내며 후버론은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인으로서 각지를 돌아다니며 온갖 진귀한 것을 경험한 후버론에게도 눈앞의 광경은 생소했다.


“저하께서 테이밍에 재능이 있으신 줄 몰랐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 때부터 조련하여 길들인 경우는 가끔 있지만, 다 큰 성체 몬스터를 길들인 것은 전례가 없었다.


“저놈을 어떻게 길들이셨습니까?”


상인다운 호기심을 참지 못한 후버론이 몬스터를 길들인 비결을 물었다.


“그게... 딱히 비결이랄 건 없고... 그냥 목을 조르고, 몇 대 때렸더니...”


“흐음...!”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지만, 아르딘의 말은 후버론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상천지에 어떤 인간이 맨손으로 몬스터를 제압할 수 있겠는가.


‘범상치 않다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이구나! 아직 사람 보는 눈이 한참 멀었군’


단 하루 만에 자이언트 팬서 여덟 마리와 고블린 이백 마리를 토벌하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운이 좋았거나, 따라간 병력이 우수해서라 생각한 후버론이었다.


호위대에서도 가장 뛰어난 병사들과 기사를 추려 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함께 한 병사들과 기사들의 말을 들어보니, 3왕자의 무용이 대단했다던데... 무늬만 기사가 아니었군. 다행이야’


아르딘을 바라보는 후버론의 눈빛이 바뀌었다. 북부로의 여정은 쉽지 않다. 왕국을 벗어나면 몬스터와 야만인들의 습격에 노출될 것이다. 사절단을 이끄는 아르딘이 예상보다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에 후버론은 안도할 수 있었다.


“흠흠... 정말 대단하시군요!”


얼굴에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상인으로서 실격이나 다름없지만, 후버론은 굳이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때문에 일정이 늦어지게 되어 미안합니다”


아르딘의 사과에 후버론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왕국민을 위한 저하의 용단에 감읍할 따름이지요. 더구나 이제 며칠 뒤면 북부에 진입할 터인데 그전에 준비를 단단히 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프룬 산을 토벌한다는 아르딘을 굳이 말리지 않은 것은 상단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지친 말을 쉬게 하고, 수레를 끌다 다리를 다친 말을 교체하는 등 후버론은 지난 삼일 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여정이 많이 남았기에, 가능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동안 공치사를 나누며 아르딘의 눈치를 살피던 후버론은 때가 되었다 생각했는지 슬쩍 본론을 꺼냈다.


“헌데... 굳이 브란 자작가 영애를 도우신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귀족 태생이었던 후버론은 브란 자작가의 후계 구도에서 아르딘이 헬라의 손을 들어준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단순히 여인에 홀린 것인가, 아니면 3왕자에게 다른 복심(腹心)이 있는 걸까’


왕국 내 별다른 세력이 없는 3왕자가 자신의 뒤를 받쳐줄 세력을 모으는 것이 아닌가 후버론은 의심했다. 물론 일개 자작가의 힘이야 그리 크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르딘의 의도였다.


‘혹여나... 왕권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북부 야만인의 혈통이 섞인 3왕자가 왕좌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왕자의 혈통에 크게 개의치 않는 하위 귀족들을 규합하여 정변을 일으킨다면 왕국은 내전에 빠질 것이다.


왕가의 적통이자 수도 귀족들의 지지를 받는 왕태자가 내전에서 패배할 리는 없지만, 그동안 왕국은 피폐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렇지 않아도 펜헨도르 왕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판국에 내전까지 발발한다면 왕국의 미래는 어찌 될지 몰랐다.


아르딘 역시 바보가 아니었기에 후버론의 질문 속에 내포된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본디 사절단의 행수는 왕실에 끈이 없으면 얻을 수 없는 자리다. 후버론이 왕태자 측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아르딘은 자신의 대답 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거취가 달라질 것이라 직감했다.


“글쎄요... 딱히 자작가 영애를 도우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기사로서, 백성들이 몬스터에게 고통받는 것을 그냥 보고 넘기기 힘들어서랄까요. 그 결과로 자작 영애가 이득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저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죠”


“허면... 저하께서는 무엇을 얻으셨습니까?”


아르딘의 답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후버론은 조금 더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프룬 산 토벌의 대가를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는 것을 후버론은 알고 있었다.


물론 고작 몇십 골덴 때문에 왕자가 직접 몬스터 토벌에 나서지는 않았겠지만... 그래서 더욱 아르딘의 진짜 동기가 궁금했다.


“무엇을 얻었나라...”


생각에 잠긴 아르딘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며 기뻐하던 백성들의 모습. 왠지 모르게 아르딘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명예... 단지 명예지요”


그래... 나는 인정에 목말라 있었다. 북방 민족 혈통인 자신은 존중은 받아도 존경은 받지 못했다. 왕자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대우를 받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신분에 대한 존중일 뿐 왕실과 귀족들은 결코 야만족 혼혈인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 신분이 아닌 스스로 흘린 피와 땀으로 백성들의 존경을 이끌어 냈다는 사실은 항상 허전했던 아르딘의 가슴 한 켠을 채워주었다.


“명예라... 그보다 값진 것은 없지요. 저하께서는 참으로 귀한 것을 얻으셨습니다”


아르딘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본 후버론은 속으로 안심했다. 어릴 적부터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워온 후버론은 아르딘의 미소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물론입니다. 정말 귀한 것을 얻었지요. 그리고 저는 그것을 잃을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후버론은 뜨끔했다. 자신의 말 속에 숨겨진 저의(底意)를 아르딘이 바로 알아차렸던 것이다.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군... 앞으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해야겠어’


명예를 얻었으니 그것을 잃을 만한 행동은 하지 마라. 그것이 후버론의 숨겨진 의도였고, 아르딘은 후버론의 말뜻을 알아듣고 답을 한 것이다.


“저하께서 그리 말하시니, 왕국의 앞날은 앞으로도 빛날 것입니다”


독대(獨對)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테지만 현재로서는 아르딘에게 왕좌에 대한 욕심은 보이지 않았다. 3왕자에게 역심(逆心)이 없음을 파악한 후버론은 만족하며 물러났다.


**


북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주위 온도가 변하였다. 후덥지근했던 날씨가 선선하게 바뀌자 병사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한여름에 국토를 가로지르는 행군은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아르딘 역시 데워졌던 폐부를 씻어내기 위해 연신 서늘한 공기를 들이켰다.


“후아... 이제야 좀 살 것 같군”


매일 밤잠을 설치게 했던 더위가 가신 것만으로도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흐흐. 지금이야 좋으시겠지만, 겨울이 오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옆에서 말을 몰던 아순타가 초를 쳤다.


“하! 겨울이 뭐 대수인가? 좀 쌀쌀해져봐야 날씨는 날씨일 뿐이지”


“그 고작 날씨 때문에 매년 수천 명이 얼어 죽죠. 왕궁에서 등 따시게 지내던 분은 모르실 겁니다. 겨울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아순타의 말에 아르딘의 얼굴이 굳었다. 게이트 토벌로 죽는 병사의 수와 맞먹는 수가 매년 얼어 죽는다니.


“...그렇게나 많이들 죽나?”


“당연합죠! 북부는 사시사철 서늘한 데다, 겨울은 더욱 혹독합니다. 날씨 때문에 농작물이 잘 자라지도 않습죠. 겨울이 오면 백성들은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생각지 못한 북부의 현실에 아르딘은 머리가 띵해졌다. 자신이 아는 겨울은 조금 날씨가 추운 것이었을 뿐 사람이 죽어 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하긴, 하루 종일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는 곳에서 두터운 모피를 두른 자신의 겨울과, 얇은 누비옷 하나로 겨울을 버터야 하는 백성들의 겨울은 그 혹독함이 다를 것이다.


왕실을 나오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백성들의 삶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몬스터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긴 백성,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가는 백성.


아르딘은 그동안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불평했던 자신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를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왕궁으로 돌아가면 왕태자 전하께 백성들의 고단함을 전하겠네”


그것이 지금의 아르딘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북부로 들어선 지 이틀쯤 지났을까, 아르딘은 전방에서 메아리치는 짐승 울음소리에 사절단을 멈춰 세웠다.


“몬스터인 것 같습니다!”


프룬 산 토벌 이후 왠지 모르게 태도가 깍듯해진 프라우 중령이 걱정스런 얼굴로 다가왔다.


“흐음... 어떤 몬스터인지 알 수 있겠는가?”


아르딘의 물음에 잠시 눈을 감고 청각을 집중하던 프라우는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야수형인 것은 분명하군요. 하울링이 들리는 걸 보니 한두 마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국경을 넘지도 않았는데 몬스터라니... 북부군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건가!”


왕국 내에서 몬스터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사실에 아르딘은 어이가 없었다. 동시에 몬스터를 방치한 북부군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병사들은 사절단을 지키고 기사들은 나를 따르라!”


아르딘의 명령에 프라우는 식겁한 표정으로 만류했다.


“설마 직접 가시려고 하십니까?”


“당연하지! 몬스터를 가만히 나뒀다간 백성들의 피해가 막심할 뿐 아니라, 사절단의 안전도 보장 못하네. 기회가 있을 때 소탕해야지!”


“저하의 말씀은 맞사오나, 저하께서 직접 나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병사들을 보내시지요”


프라우의 의견은 일견 타당했지만, 아르딘은 고개를 저었다.


“그 사이 몬스터가 숨거나 도망가면 일이 귀찮아지네. 기동력이 좋은 기사들로 빠르게 치는 것이 좋을 것 같네만”


“...그러면 저희끼리 다녀오겠습니다. 저하께서는 병사들을 지휘해 사절단을 보호해주시지요”


프라우의 양보에도 아르딘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같이 가겠네. 나 또한 서임을 받은 기사! 그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터!”


‘하지만 저하는 호위 대상이란 말입니다!’


아르딘의 고집에 프라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아르딘이 함께 간다면 기사들의 부담이 덜어질 것은 확실했다.


‘하긴, 저하의 무용은 1사단의 크로아 장군과 견줄만하다. 쉽사리 몬스터들에게 당하실 분이 아니지’


이름난 기사이자, 왕국 1사단의 총사령관 크로아 백작의 검을 떠올린 프라우는 어쩔 수 없이 아르딘의 고집을 받아들였다. 일전에 본 아르딘의 실력은 왕국 제일의 기사를 다투는 크로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몬스터의 수가 감당할 수 없다 판단되면 후퇴하시겠다 약속해주십시오”


그것이 프라우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이었다. 그 사실을 느낀 아르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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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챕터 2-1. 늑대의 시험(1) +2 20.05.28 89 6 13쪽
26 챕터 1-4. 늑대의 궁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1 20.05.27 69 3 13쪽
25 챕터 1-4. 뜻밖의 조우 +2 20.05.26 91 5 13쪽
24 챕터 1-4. 산양의 뿔에 찔리다(2) 20.05.25 114 5 12쪽
23 챕터 1-4. 산양의 뿔에 찔리다(1) 20.05.23 133 4 12쪽
22 챕터 1-3. 전장에 뜨는 달(3) 20.05.22 122 4 12쪽
21 챕터 1-3. 전장에 뜨는 달(2) +1 20.05.21 134 3 12쪽
20 챕터 1-3. 전장에 뜨는 달(1) 20.05.20 141 7 13쪽
19 챕터 1-3. 노쓰월 후작가(2) +1 20.05.19 150 4 13쪽
18 챕터 1-3. 노쓰월 후작가(1) 20.05.18 265 4 12쪽
» 챕터 1-3. 다시 북방으로(2) 20.05.18 150 6 12쪽
16 챕터 1-3. 다시 북방으로(1) 20.05.17 152 4 13쪽
15 챕터 1-2. 프룬 산 토벌 작전(4) 20.05.16 158 5 13쪽
14 챕터 1-2. 프룬 산 토벌 작전(3) 20.05.16 137 3 12쪽
13 챕터 1-2. 프룬 산 토벌 작전(2) +1 20.05.15 199 8 12쪽
12 챕터 1-2. 프룬 산 토벌 작전(1) 20.05.15 159 4 12쪽
11 챕터 1-2. 계약금을 먼저 지불해도 될까요? +1 20.05.14 157 5 12쪽
10 챕터 1-2. 북부 사절단(3) 20.05.14 169 5 14쪽
9 챕터 1-2. 북부 사절단(2) 20.05.13 206 6 13쪽
8 챕터 1-2. 북부 사절단(1) 20.05.13 205 5 12쪽
7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6) 20.05.12 240 4 12쪽
6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5) 20.05.12 258 5 14쪽
5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4) 20.05.11 257 8 13쪽
4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3) 20.05.11 267 9 13쪽
3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2) 20.05.11 336 13 12쪽
2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1) 20.05.11 406 12 13쪽
1 프롤로그 0. 20.05.11 648 39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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