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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준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이 될 수 없는 SSS급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작준생
작품등록일 :
2020.05.11 12:06
최근연재일 :
2020.05.28 15:46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5,413
추천수 :
186
글자수 :
160,197

작성
20.05.14 20:20
조회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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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챕터 1-2. 계약금을 먼저 지불해도 될까요?

DUMMY

“그 멍청이를 축출하고 제가 자작 위를 승계하도록 도와주세요”


“어떻게 말이오?”


“마음 같아서는 그놈의 목을 따달라고 하고 싶지만.... 무리겠죠?”


“당연히 무리지. 자작가 후계자의 목이 정원에 핀 꽃도 아니고, 명분도 없이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나뿐 아니라 왕실 전체가 귀족들에게 공격받을 것이오”


아르딘의 대답을 예상했듯이 헬라는 실망한 기색 없이 다른 부탁을 했다.


“그럼 프룬 산에 서식 중인 몬스터들을 제 이름으로 소탕해주세요”


“몬스터가 있단 말이오?”


헬라의 말에 아르딘은 깜짝 놀랐다. 프룬 산이라면 브룬 자작가의 영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산이었기 때문이다.


놀라는 아르딘의 모습이 오히려 신기한지 헬라는 좀 더 자세히 설명을 이었다.


“당연히 있지요. 왕실에는 그 지역의 영주들이 처리할 수 없는 게이트만 처리해준답니다. 나머지 게이트는 영지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하죠”


몰랐던 사실이지만 아르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국은 넓었고 생성되는 게이트의 수는 많았다. 그것을 왕국 직할의 병력만으로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임을 깨달은 것이다.


기야르 평야에 12연대가 투입된 것도 기야르 평야의 중요성과 그곳을 지키는 기야르 수비대의 병력이 부족해서지, 그곳을 다스리는 달파르 백작가가 예뻐서가 아니었다.


“이년 전, 마셸 지방에 생겨난 게이트는 브란 자작가와 홀튼 자작가의 연합으로 처리할 수 있었답니다. 다만 일부 몬스터들을 놓친 탓에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프룬 산처럼 병력을 보내기 힘든 곳에 자리를 잡아버렸죠"


헬라의 고운 눈썹이 찡그러졌다.


"그 몬스터들이 번식하여 현재 프룬 산은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흐음.... 자작께서 골치 아프시겠구려”


헬라는 냉소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는 모르십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병을 앓으시는 터라 영지 일에 손을 놓으신 지 꽤 되셨죠. 현재는 오라버니가 영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헌데 그대의 이름으로 프룬 산의 몬스터들을 소탕해달라는 것은 무슨 의미요?”


몬스터를 소탕하는 것과 오라비를 제치고 자작 위를 승계하는 것이 무슨 관계인지 아르딘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병신이 몇 번이나 병사들을 이끌고 프룬 산 토벌에 나섰지만 죄다 실패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그 겁쟁이는 프룬 산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릴 정도죠”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헬라는 거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근 일 년간 프룬 산은 완전히 방치됐습니다. 프룬 산의 약초와 허브, 과일로 빚은 술은 영지 백성들의 생계 수단임에 동시에 브란 자작가의 주 수입원이죠"


"음... 확실히 어제 마신 술이 꽤 고급이더군"


어젯 밤 진탕 들이켰던 술은 왕족인 아르딘의 마음에 들 정도로 풍미가 남달랐다. 그 덕에 주량을 조절 못한 아르딘이 하룻밤의 실수를 했을 정도로.


민망해하는 아르딘을 무시하고 헬라는 열변을 이어갔다.


"헌데, 그 새끼는 무섭다고 몬스터들을 소탕할 생각도 않고 허구한 날 헛된 꿈만 꾸며 돈을 낭비하고 있죠. 어젯 밤에만 20골덴 넘게 썼습니다. 하! 그 돈이면 영지의 병사들에게 제대로 된 갑옷이라도 입혀줄 수 있죠!”


“흐음.... 티모시가 병신인 건 알겠소만.... 그것과 몬스터를 처리해달라는 것은 무슨 관계가 있소?”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르딘이 답답한지 헬라는 목의 단추를 풀어헤쳤다. 옥죄던 구속이 사라진 가슴은 풍만한 자태를 드러냈다. 아르딘은 초인적인 인내로 헬라의 가슴으로 향하던 눈길을 붙잡을 수 있었다.


“당연히 관계가 있죠! 그 병신이 몇 번이나 실패한 일을 제가 성공한다면 영지 내에서 저의 입지가 상당히 올라가지 않겠어요?"


"흐음... 그래서?"


"이미 몇몇 가신들은 저에게 힘을 보태주기로 약속했습니다. 프룬 산 토벌이 성공한다면 영지민들뿐 아니라 아직 티모시를 지지하는 가신 역시 저의 손을 들어줄 거에요”


“하지만 티모시는 자작의 후계자가 아니오? 아무리 영지민들과 가신들의 지지를 받아도 적법한 후계자를 밀어내고 자작 위를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소만... 더욱이 그대는 여인이 아니오?”


여인의 몸으로 작위를 받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후사를 이을 남자가 없을 경우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이미 브란 자작가에는 티모시라는 후계자가 있는데 헬라가 그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아르딘은 의문이 들었다.


“원래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티모시 그 머저리가 수도의 높으신 분들과 인맥을 만들기 위해 영지의 돈을 물 쓰듯이 낭비하면서 영지 내 평판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그정도로는 후계자 자리에서 밀어내기 힘들텐데?"


"제가 프룬 산을 토벌한다면 티모시가 후계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여론을 만들 수 있죠. 이미 아버님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시기 때문에, 가신들과 영지민의 지지가 있으면 제가 자작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호오, 그런 수가 있었군’


아르딘은 헬라의 심계에 감탄했다. 프룬 산의 토벌은 단순히 헬라의 정치적 입지를 올리는 것뿐 아니라 티모시의 입지 역시 깎아내리는 좋은 수였다.


아르딘은 프룬 산 토벌에 점점 구미가 당겼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었다.


“좋소. 프룬 산 토벌이 그대에게 도움이 되리란 것을 이해했소. 허면, 프룬 산에 서식 중인 몬스터의 종류와 수는 얼마나 되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고블린 백 마리에, 자이언트 팬서가 다섯 마리 정도라고 하더군요”


처음으로 헬라의 목소리에서 확신이 줄어들었다. 헬라가 말한 정보는 일 년 전의 것으로, 지금은 몬스터들의 수가 얼마나 불어났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지금쯤이면 고블린 이백 마리에, 자이언트 팬서는 열이 넘겠군. 티모시가 실패한 이유를 알겠어”


아르딘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단독 생활을 하는 데다 몸놀림이 재빠른 자이언트 팬서는 둘째치고도, 이백이 넘는 고블린은 병사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다 자란 성체의 신장이 1.5피트 밖에 안 되는 고블린은 숙련된 병사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상대였지만, 그 서식 환경이 문제였다.


‘고블린들은 땅굴을 파고 생활하지. 상대하기 힘든 적을 만나면 땅굴로 숨어들 것이다’


작정하고 땅굴로 숨은 고블린들을 처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몇 개의 굴에 연기를 피워도 남아있는 굴로 연기가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고블린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고블린의 영역을 완전히 포위하고 식량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르딘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북부로 가서 평화조약을 재확인하고, 북부를 지키는 왕국의 병력을 서부 국경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헬라는 고심하는 아르딘을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르딘의 선택에 자신이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다.


“좋소. 그대의 부탁을 들어주겠소”


아르딘의 대답에 헬라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아르딘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 이제 토벌의 대가를 말해보시오”


“토..토벌의 대가요?”


“당연하지. 우리는 게이트 토벌을 위해 파견된 병사들이 아니오. 북부로 가는 사절단이지. 또한, 자이언트 팬서와 고블린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기사들의 힘이 필수요. 그들과 나를 움직일 수 있는 대가를 말해보시오”


아르딘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던 헬라는 갑자기 고혹적인 표정으로 가슴을 내밀었다.


“토벌이 완료될 때까지 제가 전하의 시중을 드는 것은 어떠신지요?”


풍만한 가슴골과 농염한 여인의 향기에 아르딘의 하체가 먼저 반응했다. 아르딘은 솟구치는 욕정을 가라앉히고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다.


“당치 않소. 일단 그대는 창부가 아닐뿐더러, 그 정도의 대가로는 호위대의 기사들을 움직일 수 없소”


“칫, 깐깐도 하셔라. 그럼 뭘 원하시는지요?”


“그대가 한 부탁이니, 부탁의 무게에 걸맞은 대가를 먼저 제시해보시오”


자신은 손해 볼 것이 없었다. 헬라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그 때문에 임무를 소홀히 할 정도로 아르딘은 사리 분별을 못하지 않았다. 헬라가 제시하는 대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늘 오후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헬라는 마음을 정했는지 고개를 쳐들었다.


“30골덴!”


“어제 연회에서 티모시가 쓴 금액이 20골덴이라 했던가? 티모시에게 프룬 산을 토벌해주겠다 말하면 당신에 제시한 것의 갑절은 낼 것이오”


“으윽....오..오십 골덴! 그 이상은 무리에요!”


자신이 저금한 돈을 탈탈 털어도 50골덴이 될까 말까 했다. 헬라로서는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대가를 제안했지만, 아르딘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50골덴에 플레이트 아머 다섯 벌”


“그건 너무해요!”


플레이트 아머 다섯 벌이라니! 아르딘의 제안에 헬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플레이트 아머는 한 벌당 10골덴이 넘는다. 그것이 다섯 벌이면 헬라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총 100골덴이 넘는 것이다.


“그럼 없었던 일로 알겠소”


헬라의 대답에 아르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미련 없이 방을 나서려 했다.


“잠...잠시만요!”


정말 아르딘이 방을 나가려 하자 헬라는 급히 아르딘의 손목을 붙잡았다.


“앗! 죄송해요. 너무 급해서 그만....”


“괜찮소. 더 할 말이 남았소?”


왕족의 몸에 허락 없이 손을 대는 것은 금기 시 되는 일이다. 급한 마음에 다짜고짜 아르딘의 손목을 잡은 헬라는 자신이 얼마나 무례한 행동을 했는지 깨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너무 과하신 요구에요”


“나는 상인이 아니오. 그대와 흥정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조건을 말했을 뿐이오. 그 조건을 들어주기 힘들다면 그만두면 될 일”


“하지만 저에게는 다섯 벌이나 되는 플레이트 아머가 없는 걸요...”


이미 기가 죽은 헬라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르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까 보니 영주실에 전시된 플레이트 아머가 다섯 벌이 넘더군”


“그..그건 저희 가문의 기사를 위한 것이에요!”


“어차피 가문에 기사가 없지 않소? 기사가 있었으면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도 않았겠지”


아르딘의 말은 정답이었다. 브란 자작가에 기사가 있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프룬 산의 토벌은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수도로 상경하는 것에 혈안이 된 티모시가 나가는 돈이 아까워 가문의 기사들과 맺은 계약을 모두 철회한 탓에, 브란 자작가에는 남은 기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차피 지금 당장 기사를 들이는 것은 무리이야. 프룬 산을 토벌하더라도 가문의 재정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아직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해’


계산을 마친 헬라는 아르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좋아요. 저하의 조건을 받아들이겠어요”


“좋은 선택이오. 아! 그런데 깜빡하고 내 보수를 말하지 않았군”


“저...하의 보수요?”


“그렇소! 일국의 왕자를 움직이는데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내 몸값은 상당히 비싸다오”


헬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미 자신의 재량을 넘어서는 대가를 약속했는데 그 이상을 원하다니. 긴장으로 딱딱히 굳은 헬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르딘은 싱긋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아까 영애께서 처음 하신 제안.... 아직도 유효하오?”


하얗게 질려가던 얼굴에 혈색이 돌며 헬라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반쯤 열린 문을 다시 닫은 헬라는 남은 단추를 끌렀다.


“그럼.... 계약금을 먼저 지불해도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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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챕터 2-1. 늑대의 시험(1) +2 20.05.28 89 6 13쪽
26 챕터 1-4. 늑대의 궁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1 20.05.27 69 3 13쪽
25 챕터 1-4. 뜻밖의 조우 +2 20.05.26 91 5 13쪽
24 챕터 1-4. 산양의 뿔에 찔리다(2) 20.05.25 114 5 12쪽
23 챕터 1-4. 산양의 뿔에 찔리다(1) 20.05.23 133 4 12쪽
22 챕터 1-3. 전장에 뜨는 달(3) 20.05.22 122 4 12쪽
21 챕터 1-3. 전장에 뜨는 달(2) +1 20.05.21 134 3 12쪽
20 챕터 1-3. 전장에 뜨는 달(1) 20.05.20 141 7 13쪽
19 챕터 1-3. 노쓰월 후작가(2) +1 20.05.19 150 4 13쪽
18 챕터 1-3. 노쓰월 후작가(1) 20.05.18 265 4 12쪽
17 챕터 1-3. 다시 북방으로(2) 20.05.18 149 6 12쪽
16 챕터 1-3. 다시 북방으로(1) 20.05.17 152 4 13쪽
15 챕터 1-2. 프룬 산 토벌 작전(4) 20.05.16 158 5 13쪽
14 챕터 1-2. 프룬 산 토벌 작전(3) 20.05.16 137 3 12쪽
13 챕터 1-2. 프룬 산 토벌 작전(2) +1 20.05.15 199 8 12쪽
12 챕터 1-2. 프룬 산 토벌 작전(1) 20.05.15 159 4 12쪽
» 챕터 1-2. 계약금을 먼저 지불해도 될까요? +1 20.05.14 157 5 12쪽
10 챕터 1-2. 북부 사절단(3) 20.05.14 169 5 14쪽
9 챕터 1-2. 북부 사절단(2) 20.05.13 206 6 13쪽
8 챕터 1-2. 북부 사절단(1) 20.05.13 205 5 12쪽
7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6) 20.05.12 240 4 12쪽
6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5) 20.05.12 258 5 14쪽
5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4) 20.05.11 257 8 13쪽
4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3) 20.05.11 267 9 13쪽
3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2) 20.05.11 336 13 12쪽
2 챕터 1-1. 첫경험은 누구나 어렵다(1) 20.05.11 406 12 13쪽
1 프롤로그 0. 20.05.11 648 39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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