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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dumpling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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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번 세상의 악은 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빨리감기
작품등록일 :
2022.06.25 21:30
최근연재일 :
2022.07.05 23:3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51
추천수 :
5
글자수 :
31,848

작성
22.07.03 21:03
조회
33
추천
1
글자
10쪽

1. 20년 전, 비무연 (3)

DUMMY

"정말 죄송합니다. 장로님들, 그리고 사숙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내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진정 반성하는 이의 죄스러운 목소리 그 자체였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들의 당혹한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나이대의 나는, 절대로 그들에게 쉽게 고개를 숙여 용서를 바라는 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싫어하는 만큼 나도 그들을 싫어했고, 연장자에 대한 공경으로 그를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공손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이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그들이 당혹한 기색으로 잠시 말이 없는 사이, 나는 준비해둔 말을 이어나갔다.


"불초한 제자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틀 전 갑자기, 스스로의 무학의 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당의 명예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하는 무림연인데, 이러한 방황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를 다잡고자 했습니다. 지나치게 그 시간이 길어져 뭍 어른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정말 반성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이틀의 명상의 시간은 다른 용도로 쓰여졌지만, 지금 이 설명은 저자들로서도 가장 납득하기 쉬운 설명일 것이다.


스스로의 무학을 다잡기 위해 면벽수행과 같은 시간을 갖는 것은 무림인에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애시당초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멀쩡하던 내가 갑자기 이틀이나 두문불출하며 식사도 하지 않고 방에 쳐박힐 이유를 그들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는 항상 내 마음 속을 꿰뜷어보듯이 알고 있던, 저 인태산마저도 말이다.


반성이 담긴 나의 설명에 장로들은 잠시 수근수근거리는 듯 했지만, 쉽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설명으로 나를 용서할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고, 더욱 질책하고 벌을 내리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무림인에게 무학의 길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무학의 길이 갑자기 흔들려 바로잡기 위해 이틀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심지어 그 강조하는 '무당의 명예'를 짊어지고 중요한 시합에 나가기 직전의 일인데, 뭐라 할 수 있는 논리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 그 이상으로, 감자기 유창하고 당당해진 나의 태도에 놀랐을 것이다.


저 스무살의 나이의 나는 말도 잘 하지 못하고, 억울하거나 손해보는 일이 있어도 그냥 아무 말 없이 넘어가곤 했던.


좋게 말하면 세상에 초연한 자, 나쁘게 말하면 호구에 가까웠다.


내 싸늘한 성격 탓에 면전에서 직접 부당하게 모욕하거나 하는 자는 흔치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나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억울한 모함이나 사건사고에도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또는 못 하고 넘어가곤 했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유창하게, 완벽한 논리의 자기 방어를 펼치고 있으니 놀랄 수 밖에.


"그래도, 그렇다면 그러한 상황을 자세히 미리 설명했어야 했을 것 아니냐!"


"죄송합니다. 무학의 길이 흔들리는 것에 마음이 너무나도 급해져서, 또한 깨달은 바가 빠르게 잊혀질까 두려워서 급하게 서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학에 있어 깨달음은 순식간에 왔다가 지나쳐 간다.


그러한 시급성을 알고 있을 수 밖에 없기에, 나에게 어떻게든 더 질책해보려 했던 또 다른 장로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무당파의 장로들은 뭔가 더 나에게 험한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깔끔한 사죄와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마주치자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듯 했다.


숙였던 고개를 든 나는, 나를 유심히 빤하게 쳐다보고 있는 인태산의 눈을 보았다.


어릴 적에는 그 눈빛을 나에 대한 관심과 걱정의 표현이라 여겼었다.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무당파에 나를 거둬준 것도, 모든 무당파 장로들이 나를 공격하고 쫓아내려 할 때도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준 것도 인태산이었으니까.


무조건적인 믿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나이대의 나에게는 유일한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라고 여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항상,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사려깊고 인자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랬던 어린 나에게, 인태산이 한 짓은 무엇이었는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사실은 인태산은 단 한번도 내 편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무학의 길은 잘 다잡았느냐."


인태산의 따뜻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다시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인태산에게 속은 것은 순진한 어린아이여서는 결코 아니었던 듯 했다.


저런 목소리와 눈빛을 보고, 누가 저 사람이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겠는가.


"네. 다행히 무공을 다잡고 한발짝 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틀 간의 명상을 통해 무공을 다잡은 것은 사실이다.


전생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미래라 해야할까, 여튼 이 나이로 돌아오기 전의 나는 이미 완성된 무공과 검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내 눈앞에 선 무당파의 장로들 따위는 그 수준을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완성된, 감히 검존이라 불리기 충분한 무위였다.


하지만 내 의식과 지능, 경험이 어찌 되었든 지금의 내 육신은 스무살의 것이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몸에 적용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나의 장기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틀 간의 운기조식으로 몸의 기운을 다잡았으며, 환(幻) 속에서 끝없는 수련을 반복했다.


환 속에서 수련을 하는 것은 과거 제갈천에게서 배운 환의진(幻意陣)과 서연에게서 배운 화심의(和心疑)를 응용해 만든, 나만의 무공을 단련하는 방법이다.


세상에 알려진 내 독문무공의 이름인 백검(白劍)과 비슷하게 이름을 지어보자면, 백환의(白幻意) 정도 될 것이다.


몸은 정좌를 한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지만, 몸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의 의식의 깊숙한 집중의 단계에서 수련을 하는 것이다.


내공을 사용하여 인위적으로 의식을 더욱 깊숙히 가라앉게 하는 것이기에 수행하기 쉽지않다.


그리고 설령 수행할 수 있다해도 의식이 깊숙히 가라앉은 상태에서 집중이 흐트러지면 주화입마까지도 들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도 상당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과거로 돌아간 육체와 달리 나의 의식은 검존 때의 것과 동일했기에, 지금의 몸으로도 어렵지 않게 백환의를 구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틀 간의 환 속에서의 수련 끝에 상당한 무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비록 원래 가지고 있던 것에 비하면 절반은 커녕, 사분지 일도 안 될것 같지만. 그래도 고작 이틀이라는 시간을 생각했을때 기대했던 것보다 상당히 높은 무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아마 스무살의 내가 이미 어느 정도 다듬어진 육체를 가지고 있었던 덕이 클 것이다.


그 뒤로 얻은 성취는, 어떻게 검을 휘두르는가에 대한 깨달음이 거의 전부였으니까.


그리고 그정도라면, 이곳의 저 협잡에나 능하고 무위는 정작 그리 높지 않은 무당파의 장로들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인태산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모레가 바로 비무대회의 재개이니, 몸을 다스리고 기운을 잘 회복하도록 하거라."


"장로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너그러우십니다."


"그만하게. 일장로인 내 이름으로 명하니, 더이상 아무 말 하지 마시게."


다른 장로들은 인태산의 강경한 반응에 못내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나는 비웃음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인태산이 나를 비호하고, 다른 장로들은 그에 불만을 가지는 저 모습들마저도 주도면밀하게 짜여진 연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누군가 무당파를 무림 제일검문이라 부른다면 나는 기꺼이 수정해줄 것이다.


무림 최고의 광대들이 모인, 연극과 가장잔치의 최고 문파라고.


도를 따르는 도인인척 하는 것들의 모습치고는 너무 추하다.


하긴, 원래 인간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더욱 추앙하니, 매일 도교의 정신과 고결한 행동, 속세를 떠난 영혼을 강조하는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교활하고 간교하며 세속적이기 마련이다.


무당파의 장로들은 못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인태산을 따라 나를 두고 떠났다.


인태산은 마지막으로 나를 보며 그 나이 대의 내가 '따뜻하다'라고 느꼈던 눈빛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 시선 안에는 그저 나를 관찰하려는 의도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의 모습이 저녁 노을 속으로 사라지자, 나는 비로소 속이 아니라 겉으로 웃을 수 있었다.


저들을 마주했을 때, 내 마음은 당장 검을 뽑아 저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요동쳤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과거의 몸 치고는 생각보다 많은 무위를 되찾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에겐 그보다 더 좋은 계획이, 그리고 청사진이 있다.


그리고 저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절대 나의 최우선 사항이 아니다.


나의 최우선 사항은.


나의 소중했던, 아니 소중한 사람들을 살리는 것.


물론, 그 과정에서 복수도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다.


난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채, 어느새 지고 있는 해를 등지고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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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 20년 전, 비무연 (4) 22.07.04 28 1 8쪽
» 1. 20년 전, 비무연 (3) 22.07.03 34 1 10쪽
3 1. 20년 전, 비무연 (2) 22.06.28 40 1 11쪽
2 1. 20년 전, 비무연 (1) 22.06.26 54 1 13쪽
1 0. 장례식 22.06.25 6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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