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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dumpling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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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번 세상의 악은 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빨리감기
작품등록일 :
2022.06.25 21:30
최근연재일 :
2022.07.05 23:3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50
추천수 :
5
글자수 :
31,848

작성
22.06.28 00:46
조회
39
추천
1
글자
11쪽

1. 20년 전, 비무연 (2)

DUMMY

"궁금하십니까?"


"아, 빨리 말해. 머리 좋은거 빼곤 쓸모도 없는게."


"쓸모가 없다뇨! 제갈세가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고강한 진법과 탁월한 전략, 고상한 선법까지. 제가 얼마나 다재다능한......"


"하튼 사이비 책사놈들 같으니라고. 사기 그만 치고 빨리 얘기 못해!"


어찌 들으면 무림에서는 절대 참아선 안된다는 문파 또는 세가에 대한 모욕 같은 서연의 말을 듣고서도, 제갈천은 칭찬이라도 들은듯이 방긋 웃었다.


오직 순수한 무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가진 영향력의 결의 차이는 있지만, 제갈세가와 비슷하게 손꼽히는 남궁세가의 자제로서 남궁하는 이 상황에 대해 한숨을 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간단합니다. 사람을 잔뜩 사서 뿌리는거에요! 여기는 무당파 본산이 아니니, 어쨌든 무당파가 아닌 자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잠을 자고 무당파가 아닌 자가 요리하는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돈으로 싹다 매수해서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하게 하는 겁니다. 아무리 두문불출해도 음식은 먹어야하고, 벽과 천장이 있는 곳에서 잠은 잘 것 아닙니까! 그렇게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히 관찰해서 분석하면...... 어디 불편하십니까?"


"......믿을걸 믿었어야지."


남궁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스스로를 탓했다.


제갈천은 뭐가 문제냐는듯 여전히 싱글거리고 있었다.


서연의 말대로 제갈천은 분명 똑똑하긴 똑똑했다.


다만 명문세가인 제갈세가의 차기가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적자 치고는 상당히 괴짜라서 그렇지.


순간 서연과 제갈천 사이에 끼어있는 본인이 안쓰럽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은 남궁하였다.


그런 남궁하의 심정에도 불구하고, 서연은 의외로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그래서."


"네?"


"그래서. 알게 된게 뭐냐고."


남궁하는 잠시 서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웃음기가 조금씩 희미해지려하는 제갈천을 향해 서연이 미소지은 얼굴로 말했다.


"니 말대로, 이미 사람 심었지?"


"......햐, 소저는 정말 속일 수가 없군요. 어떻게 알았습니까?"


"당연한 얘기지. 제갈세가는, 그리고 특히 너는 생각한 것을 그대로 실행하지 않고는 못 베기잖아? 사소한 규범이나 도덕을 신경써서 호기심을 죽일 위인도 아니고."


제갈천은 못 당하겠다는 듯, 약간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남궁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서연을 쳐다보았다.


남궁하의 입에서 질문이 나오기 전에 서연이 말했다.


"벌써 자기가 말한대로 사람을 잔뜩 사서 뿌려둔거야. 무당파 놈들이 어디 묵을지까지 예상해서. 문파들이 도착한 후에 하면 눈치챌테니까, 비무연이 시작하기 전푸터 작업해둔거겠지?"


"암요. 그래야지요. 모름지기 모든 작업은 신속무비하게!"


"자랑이다 자랑이야. 하긴 근데 제갈세가에서는 자랑 맞겠구나."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제갈천을 보며 서연은 피식 웃었고, 남궁하는 할말을 잃었다.


서연이 다시 싱글벙글하고 있는 제갈천을 재촉했다.


"그래서, 뭘 알아냈는데?"


갑자기 제갈천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마치 장난을 치고 나서 머쓱해진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 된 제갈천이 말했다.


"......아무것도 못 알아냈는데요."


"그래, 역시 아무것도...... 뭐?"


"그게...... 도착한 날부터 그냥 먹고 자고. 수련 조금 하고. 그것도 남들 보이는데서 안하고...... 심지어, 본선이 끝나고 그저께부터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다고 하네요."


"무슨 소리야. 밥은 먹어야 될거 아냐."


"그게 진짜 이상한게, 원래도 방 밖에 자주 나오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저께부터는 아예 식음도 전폐하고 방에만 틀어 박혀있다고 합니다. 무당파 장로들이나 어른들이 나오라고 난리를 쳐도 안 나온데요. 잠깐 혼자 생각할게 있다고 했다는데......"


"뭔 생각을 이틀이나 해, 그것도 식음을 전폐하고, 비무연 준결승을 앞두고? 내가 만만해? 괘씸한 놈이네."


"몰라요. 다만 이게 그 숙소 하인한테 얻은 정보라 확실하진 않은데. 그저께 방에 틀어박히기 직전에는 갑자기 상당히 당황해보였다고 하네요. 이상한 소리도 하고......"


"이상한 소리?"


"네. 갑자기 그날의 날짜를 물어봤다고 하네요."


"그게 뭐가 이상해? 헷갈릴 수도 있지."


"그게...... 년도까지 물어봤다고."


"년도?"


서연과 남궁하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년도를 왜?"


"모르죠. 그 후에 갑자기 방에 틀어박혔다고 하네요."


"대체 뭔데."


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이윤이란 놈."




---------------------------------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천천히, 마치 서연의 장례식장에서 그러했던것처럼 천천히 눈을 떴다.


방 안의 풍경은 변한 것이 없었다.


20년 전, 비무연에서 무당파의 숙소로 사용했던 건물.


이틀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명상이 끝나고 나면 혹시라도 내가 알던 현실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러진 않았다.


나는, 20년 전, 스무살의 후기지수의 몸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교 같은 곳에서나 전해져 내려오는 금단의 사술인가? 아니면 내가 드디어 정신을 놓아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일평생 마교와 같은 사특한 도리를 접한 적이 없었고, 미쳐버렸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정신은 또렷했다.


스스로의 육신과 내공을 점검하고, 확실한 확인을 위해 숙소의 하인에게 물어본 결과 지금 이 세상은 서연의 장례식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임이 확실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 그런건가.'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의외로 나는 빠르게 이 현실에 적응했다.


아마도, 이미 모든 것을 잃고 절망과 허무 속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과거의 기억과 같이 남궁하와 한서연, 남궁연이 나와 함께 비무연의 준결승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들이 살아있다는 얘기는, 유서하와 당아현, 신해, 그리고 다른 무림맹의 소속원들 역시 이 비무연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내 머릿 속에는 한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그들을 다시 죽게 할 수는 없다는 것.


끼이익.


문을 열자 이틀 간의 명상으로 탁해진 공기가 빠져나갔다.


눈부신 햇살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숙소로 사용되는 건물에는 자그마한 연무장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던 무당파의 제자들이 나를 일제히 쳐다봤다.


그들은 약간의 경계심과 상당한 적대감을 싣어 나를 쳐다보고는 자기들끼리 수근대더니, 몇몇이 옆 건물로 달려갔다.


그 다음일은 안 봐도 뻔했기에, 나는 그들에게서 눈을 떼고 오랫동안 감고 있어 침침한 눈의 초점을 맞추며 몸을 움직여 근육과 관절들을 풀었다.


뚜둑. 뚝.


어린 몸 답게 아직 여물지 못했지만, 유연하고 적당한 근력이 붙은 몸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 20년 전 어린 시절의 몸이다.


"윤, 네 이 녀석!"


저 옆 건물에서, 풍채 좋은 수염을 기른 준수한 얼굴의 중년 남성이 달려나왔다.


그 뒤로 여러 무인들이 찌푸린 얼굴로 따라오고 있었다.


맨 앞에 선 자는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무당파의 장로. 인태산.


비록 다시 볼 줄은 몰랐지만.


뒤따르고 있는 무인들이 하나 같이 나에 대한 짜증과 언짢음으로 일관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비해, 맨 앞에 선 인태산의 얼굴에는 걱정의 기색과 노기가 동시에 보였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두 감정 중 하나만이 진짜임을 알고 있다.


"이 놈, 대체 무슨 생각인거냐. 비무연 준결승이 바로 내일인데! 네가 걸고 나가는 무당파의 명예와 이름이 가벼이보이더냐!"


인태산을 뒤따르던 무인 중 한 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본디 무당파에 쉽게 받아줄 법 하지 않은 출신을 가진 내가, 이 무당파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인태산의 결정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내 후견인이자 보호자라 할 수 있는 인태산을 제외한 무당파의 다른 이들은 나에 대해 대놓고 드러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경우가 많다.


작게는 경계심부터, 크게는 혐오감까지.


그건 내가 무당파 내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후기지수라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큰 힘에는 큰 질투가 따른다던가, 오히려 심해졌을 뿐.


동나이대 제자들이 그러는 것은 이해가 되었으나, 대체 장로나 일대제자 쯤 되는 이들까지도 그러는 이유는 어릴 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었다.


미천한 출신을 가진 자의 재능에 대해서, 나이와 상황과 관계없이 그들은 질투와 시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너무나도 한심하고 비루한 이유라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자, 이제 어찌할까.'


분기탱천해 걸어오는 이들을 보니, 이제 내 태도를 선택해야 할 시기인듯 했다.


사실 내가 이들의 말을 들을 이유는 전혀 없다.


당장 20년 후 나를 습격하고 아룡을 죽인 자들이, 그때까지도 살아남아 후방에 숨어 간교하게 세력을 지키고 있던 이 무당파 늙은이들이었다는 이유 뿐만은 아니다.


이 나이 대의 나는 몰랐었지만, 이들과 나는 앞으로 수많은 갈등과 증오의 사슬에 얽매이게 된다.


내가 지금 이 자들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이 당시에는 이자들은 물론 나조차도 몰랐지만, 이미 나는 무당파를 나가서도 혼자 수련을 할 수 있을만한 기틀을 마련해둔 상태였다.


심지어 이 당시 무당파의 늙은이들이 나에게 걸어놓은 저주와도 같은 '주박'을 풀어낸다면, 무당파 장로들이라 해도 나를 쉽게 상대할 수는 없을 정도였다.


그 때는 그 주박의 존재조차 몰랐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 주박은 신묘한 진법이나 사특한 주술, 정교한 전략 같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단 한 문장의 말과 원칙으로, 그들은 당시의 나의 힘과 가능성을 모두 가둬놓고 있었다.


이로부터 몇 년 후 서연의 덕으로 그 주박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지금의 나는 이미 그로부터 벗어나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지금 이 자들을 보자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증오와 경멸의 감정을 모두 이자리에서 쏟아내버린다 하여도 별 문제는 없는 것이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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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 설희 (1) 22.07.05 2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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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년 전, 비무연 (2) 22.06.28 40 1 11쪽
2 1. 20년 전, 비무연 (1) 22.06.26 54 1 13쪽
1 0. 장례식 22.06.25 6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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