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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dumpling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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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번 세상의 악은 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빨리감기
작품등록일 :
2022.06.25 21:30
최근연재일 :
2022.07.05 23:3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49
추천수 :
5
글자수 :
31,848

작성
22.07.05 23:33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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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 설희 (1)

DUMMY

한참을 달려, 나는 하얀 안개로 뒤덮인 산에 도착했다.


사천에서도 꽤나 외곽에 위치한 산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이런 산이 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곳이다. 허가되지 않은 이의 방문을 막기 위해 산 전체를 둘러 이 산을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환술진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짙은 안개가 덮힌 이 산은 일반인들에게는 평범한 산으로 보일 것이며, 왠지 모를 꺼림직함으로 이 산에는 들어오지 않게 될 것이다. 애시당초 이 산을 지나 향할 만한 목적지도 없을만큼 외진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짧게 한숨을 쉰 나는, 하얀 안개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바닥에 잔잔하게 깔려 있는 정도였던 안개는, 조금씩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짙어졌다. 처음에는 몇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정도였다가, 점점 짙어지며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마저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종래에는, 내가 발로 딛고 있는 땅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내가 어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지, 어디에서 오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에 당황해야 겠지만, 나는 오히려 안도할 수 있었다.


내가 이 곳을 빠져나온 5년 전과 비교해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짙은 안개가 방문자를 오도가도 못하게 만든 후에는, 반드시 한 명의 암귀가 나타나 말을 걸 것이다.


"돌아가라."


이렇게 말이다.


"설희를 만나러 왔다."


내 말에 안개 속의 목소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분은 그렇게 마음대로 볼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볼 수 있다. 난 그녀의 아들이니까."


안개 속의 목소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본인에게 직접 전해라. 이윤이 만나러 왔다고. 그리고 짐작하건데 그녀가 지금 너희 때문에 내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너희의 팔다리 중 하나 정도는 찢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군."


"......기다려라."


안개 속으로 희미하게 느껴지던 기척이 사라졌다. 나는 미동도 없이 정면을 바라본 그대로 서있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났을까.


안개가 자연스럽게 걷히며 길이 트였다. 주변에서 약하게나마 느껴지던 기척도 모두 사라져, 사람은 주변에 단 한 명도 없는 듯 했다.


그리고 안개 사이 저 멀리로, 작은 사당과 같이 생긴 집이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천천히 그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거실의 한 중간에 앉아있는 한 여자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청아한 미소를 띄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바로 나의 어머니이자, 무림의 절대고수들조차도 그들에게 노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날부터 쉽사리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는 중원 최고의 암살자 집단인 암귀들의 여왕, 설희였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모르는 이가 보기에는, 더없이 선하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흑단처럼 검은 머리에 밝은 색을 띄는 입술을 가졌으며, 유난히 하얀 피부는 어두운 방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듯 했다. 또한 몸을 움직이는 방법과 옷차림까지도, 황궁의 규수들이라도 본받을 만한 기품이 있었다.


정확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주름 하나 없고 윤기 있는 피부를 본 사람들은 많아도 서른을 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곤 했다. 실제로 내가 알던 5년 전의 모습과도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아마 중원에 그녀가 발걸음을 한다면, 유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외형 때문에 그녀의 호위무사를 자청하고 싶은 무림인들이 줄을 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저 여자의 하얀 손에 얼마나 많은 피가 묻어 있는지. 그리고 저 맑은 눈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단말마를 봐왔을지 말이다.


누군가를 만나기엔 너무나도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잠자리에 들었다 나온 흔적조차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두운 밤이야 말로 암귀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니까.


"윤아."


외모와 어울리게도, 따뜻하고 온화한 목소리였다. 심지어 정말 오랜만에 나를 본 감정 때문인지 약간 떨리기도 하고 있었다.


비록 저런 떨림마저도 나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잘 돌아왔어. 윤아."


"......돌아온 것 아닙니다."


설희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여전히 그 온화한 미소를 얼굴에 띈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너의 집. 돌아온 것이든 돌아온 것이 아니든, 이렇게 발걸음을 해준 것만으로 기뻐."


"......"


예전부터 그랬다. 설희는 저 온화한 미소를 띈 채로도 산 자의 사지를 뜯어내는 자이면서도, 아들인 나만큼은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내가 그녀를 가장 참을 수 없이 싫어하는 이유였다. 누군가에게 이렇듯 그녀가 말하는 일명 '사랑'을 보낼 수 있는 자가, 그토록 쉽게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 말이다.


인태산의 말 중 최소한 하나는 틀리지 않았다. '사람 잡는 백정'이라는 부분 말이다.


암귀들은 사람 잡는 백정이 맞다. 돈만 준다면 자신의 부모자식이라도 누구든 가리지 않고 죽이며, 인간으로서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이 일체 없다. 인간을 죽이고도 죄책감이나 죄의식 같은 것은 일체 가지지 않는다.


나는 그곳의 여왕인 어머니, 설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리고 15살 무렵, 이 백귀산을 나와 무당파에 입문했다. 전생에는 그 이후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이 백귀산이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계획하고 있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 나의 능력으로는 설희의 도움을 얻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스스로 이 백귀산으로 돌아오다니, 죽었다 살아난 것이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네."


설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약간 갸웃했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어. 피는 속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


"너무 이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네. 그렇다면 오늘 찾아온 것에는 목적이 있겠지."


설희는 말을 마치고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듯 그저 내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두가지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렴."


"한 가지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


"그건 부탁이라 할 수조차 없어."


암귀들에게 있어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숨쉬는 일만큼이나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누군가를 암살하려면 일단 그를 찾아내야 하니까.


사람을 찾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여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만한 자들이 바로 이 암귀들이다. 이에 견주려면 정보수집의 전문가들인 개방이나, 아니면 황궁 정도의 거대 세력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한 명은 그렇겠지만 다른 하나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지는 찾아보면 알겠지. 네가 허튼 소리를 할 아이는 아니니. 찾아야 할 사람의 상세한 정보를 시종에게 일러주도록 하렴."


소리도 인기척도 내지 않고 어둠 속에 숨어있던 시종이, 눈치 채지도 못하게 스르륵 내 옆쪽에서 인기척을 드러냈다. 시종이라곤 해도 상당한 수준의 암살자이다.


어릴 적에는 몰랐었지만, 이 백귀산의 암귀들은 하나하나가 정말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아무 기척도 없이 한 공간에 숨어있었다는 것에서 말이다. 세 사람 뿐인 것 같은 이 방에 몇 명이나 더 많은 암귀들이 존재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설희는 항상 그랬다. 마음대로 집을 뛰쳐나가 몇 년만에 돌아와 일방적인 부탁을 해도, 그저 나를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기뻐하고 있는 여자였다.


"다른 하나는 무엇이니."


설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어떤 이들에게, 어떤 소식을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별 일은 아니지만, 지금의 저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지금의 저로서는'?"


설희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지금의'라는 단어를 써버린 것을 알아차리고는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이렇게나 이 여자 앞에서 마음이 풀어졌단 말인가.


"지금의 네가 아닌 다른 너라도 있는 모양이구나. 후후. 마찬가지로 시종에게 상세 사항을 알려주도록 하여라."


외형만 봤을 때는 그저 순수한 소녀 같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은 그녀였지만, 인간이 죽음과 가까운 정도로 따져본다면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 있을 암귀들의 여왕답게도, 설희는 논리나 이성으로 잴 수 없는 특유의 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내가 말한 '지금의 나'라는 말의 의미는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날의 몸으로 돌아와버렸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겠는가.


"부탁은 그게 다니? 그렇다면, 이제 오랜만에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 같구나."


천진난만한 소녀 같이 신나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설희를 보며, 나는 약간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무슨 골치아픈 질문을 하려고.


설희의 질문은 뜻밖이었다.


"여자친구는 있니?"


"......네?"


"요새 무림에서는 열대여섯 살이면 이미 연애를 한다더구나. 무당파 정도 거대문파라면 여자 후기지수도 많이 있겠지? 후후, 아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 가장 좋은 판단지표가 만나고 있는 여자가 아니겠니."


"......그런거 없습니다."


"정말? 흐음, 사실 청춘답게 여자문제로의 고민을 하는 아들을 어머니로서 달래주고 충고해주는 그림을 꿈꿨었는데, 쉽지 않겠구나. 혹시 부끄러운 것이라면, 이 어미에게는 숨기지 않아도 된단다."


아마 내 표정이 어떨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아마 황당함을 면전에 가득 담고 있을 것이다.


그 뒤로도 온갖 잡다하고 쓸데없는 질문을 쏟아내는 그녀를, 나는 복잡한 감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생에는 그토록 경원시하던 그녀였다. 애시당초 백귀산을 나왔던 것도 그녀에게서부터 내려오는 암귀로서의 운명을 거스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설희는 분명 나를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암귀의 피가 가진 운명에서 해방시키려 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누구보다 강하고 훌륭한 암귀로 만들어 행복하게 하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스스로 내 운명을 찾겠다며 그녀를 영영 떠나버렸다.


한때는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었다. 무림의 썩은 꼰대들이라 할 지라도 이 살인귀들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구나."


갑자기 날아온 설희의 걱정 가득한 말에, 순간적으로 나는 머릿속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안색이 창백하네. 윤아.'


어쩌면, 하필 이 시점에 저 말을 내뱉는지.


그 말은, 전생에 설희가 죽을 때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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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 20년 전, 비무연 (4) 22.07.04 28 1 8쪽
4 1. 20년 전, 비무연 (3) 22.07.03 33 1 10쪽
3 1. 20년 전, 비무연 (2) 22.06.28 39 1 11쪽
2 1. 20년 전, 비무연 (1) 22.06.26 54 1 13쪽
1 0. 장례식 22.06.25 6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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