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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메카지옥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3
최근연재일 :
2024.01.17 21:35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8,205
추천수 :
191
글자수 :
853,659

작성
24.01.17 21:35
조회
37
추천
0
글자
4쪽

EPILOGUE: 생지옥

DUMMY

한 남자가 사막 위를 터벅터벅 걷는다. 한 손에 쥐고 있는 나무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그의 앞에는 거칠게 부는 모래바람이 전부였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던 발자국들은 모래바람과 함께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걷고, 또 걷던 도중에 마침내 걸음을 멈추고, 그는 천천히 앞을 바라본다. 웬 구조물 하나가 모래바람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고개를 들어 구조물의 정체를 확인한다.


그것은 거대한 손이었다.


남자가 고개를 들어야 끝자락이 보일 정도로 높게 치켜든 거대한 손.


그 손과 연결된 우람한 팔뚝은 모래에 깊게 파묻혀 있었다. 남자는 그 구조물에 다가가고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틈새로 비집고 들어간다.


내부는 비좁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모래바람을 어느 정도 피할 정도는 되었다. 남자는 방독면에 연결된 정화통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정화통을 떼어내고, 가방에 넣어놨던 밀봉된 보관함을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또 다른 정화통이 담겨 있었다.


남자는 새로운 정화통을 들고, 떼어낸 자리에 붙여 손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화통 교체 작업을 마치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을 살핀다.


모래바람은 여전히 거칠게 불고 있었다. 남자는 이를 보고 자리에 주저앉아 바람 소리를 벗으로 삼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망상에 빠져들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사람들은 이 사막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골짜기로 도망쳐 자취를 감췄다는 소문도 있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바다가 아닌 우주로 떠나 자취를 감췄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 여파로 지금의 사막 대륙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덤이고.


누군가 말하기를 모든 문명이 처참하게 박살이 나고, 사막에 남은 이방인들만이 유일한 생존자라는 소문도 있었다.


이들은 그저 소문에 불과했다. 사막에 사는 이방인들에게는 그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있기에, 남자도 존재하는 것이다. 적어도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바깥을 살펴보면서 모래바람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만 봐도 생지옥이라는 생각 말고 드는 건 없었다.


문득 벽에 붙어 있는 보랏빛의 물질을 발견한다. 남자는 눈을 반짝이고는 주머니에 넣어둔 스크래퍼를 꺼내 살살 긁어낸다.


그리고 그 자원을 작은 병에 조심스럽게 담아 품속에 넣어둔다. 그 주머니에는 제법 두둑한 인식표들도 함께 있었다.


어느덧 바깥의 모래바람이 그치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바깥으로 향한다. 아까보다 맑게 개어있어 길을 찾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


저 멀리 출입구를 발견하고는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런 곳에서 갑자기 뛰면 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출입구. 그는 계기판의 모래를 털어내면서 버튼을 하나씩 조작했다.


이윽고 출입구가 큰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남자는 문득 주머니 속을 뒤지면서 오늘의 수확을 떠올리며 내심 기뻐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비록 바깥이 사람 한 명 제대로 살 수 없는 생지옥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생지옥이라면 마냥 살기에는 나쁘지 않겠다고.


그렇게 작은 상상에 빠진 남자는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지하를 향해서.


안전한 지하를 향해서.


아늑한 지하를 향해서.


작가의말

지금까지 메카지옥에서 살아남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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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LOGUE: 생지옥 24.01.17 38 0 4쪽
154 ENDING 3: 종막 24.01.17 32 0 6쪽
153 CHAPTER 6: 진혼 (2) 24.01.16 18 0 12쪽
152 CHAPTER 6: 진혼 (1) 24.01.15 17 0 12쪽
151 CHAPTER 6: 심판 24.01.11 19 0 12쪽
150 CHAPTER 6: 징벌 (2) 24.01.10 17 0 13쪽
149 CHAPTER 6: 징벌 (1) 24.01.09 18 0 13쪽
148 INTERLUDE: 막간 24.01.09 21 0 8쪽
147 CHAPTER 5: 진실 (2) 24.01.08 20 0 12쪽
146 CHAPTER 5: 진실 (1) 24.01.04 20 0 12쪽
145 CHAPTER 5: 기습 (2) 24.01.03 16 0 13쪽
144 CHAPTER 5: 기습 (1) 24.01.02 22 0 12쪽
143 CHAPTER 5: 일탈 (4) 24.01.01 20 0 13쪽
142 CHAPTER 5: 일탈 (3) 23.12.30 20 0 12쪽
141 CHAPTER 5: 청소 (2) 23.12.29 23 0 12쪽
140 CHAPTER 5: 청소 (1) 23.12.28 24 0 12쪽
139 CHAPTER 5: 일탈 (2) 23.12.27 24 0 13쪽
138 CHAPTER 5: 일탈 (1) 23.12.26 20 0 12쪽
137 CHAPTER 5: 선택 (1-2) 23.12.25 23 0 12쪽
136 INTERLUDE: 기적 23.12.23 27 0 12쪽
135 ENDING 2: 엑소더스 23.12.22 27 0 14쪽
134 CHAPTER 6: 아스트랄포르티스 (3) 23.12.21 23 0 13쪽
133 CHAPTER 6: 아스트랄포르티스 (2) 23.12.2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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