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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메카지옥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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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3
최근연재일 :
2024.01.17 21:35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8,207
추천수 :
191
글자수 :
853,659

작성
23.12.2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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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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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CHAPTER 6: 아스트랄포르티스 (2)

DUMMY

그 거인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했고, 곧이어 나를 향해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일단 조종대를 빠르게 움직이면서 옆으로 피해냈다.


후우우우우우욱!!


거대한 다리가 옆을 쏜살같이 지나치면서 곧장 몸을 돌린다. 그가 지나친 곳에는 거친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첼리온: 실망이야, 아발란체. 이레귤러라는 이름이 아까운걸. 뭐, 2세대 세피르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애초에 2세대를 조종하는 파일럿들은 3세대를 조종하기 힘들 거야. 설령 조종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건 운이 좋은 거겠지.]


"결국 예전처럼 3세대로 갈아탈 생각인 거냐."


[첼리온: 만약 첼듐 정제만 더 빨리 해낼 수 있었더라면 지금은 3세대로 다들 싸웠겠지. 하지만 상관없어. 지금은 나만이 3세대를 이끄는 것도 좋으니까.]


첼리온은 라이플을 꺼내 들더니, 이내 날 향해 미친 듯이 갈기기 시작했다. 일단 나도 저 날아오는 탄환들을 빠르게 회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거대한 탄환이 내 주위를 지나갈 때마다 거친 바람 소리를 내지른다. 그리고 지면에 부딪힐 때마다 쩍쩍 갈라지면서 거대한 파편이 쏟아져 내린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기회를 엿보면서 나도 녀석을 향해 라이플을 발사했다. 하지만 이는 허사였고, 첼리온도 그저 귀찮다는 듯이 무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사라. 내가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사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힘들다고 봐요... 하지만 지금까지 싸워왔던 경험만큼은 그 누구도 아듀온 씨를 이길 수 없겠죠.]


확실히 기체의 차이는 있어도, 경험의 차이는 첼리온이 절대로 앞설 수 없었다. 당장 녀석이 라이플을 쏘는 폼만 봐도 초보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당장 저 탄환 한 번 잘못 맞았다가는 내 몸이 순식간에 박살이 날 수 있으니까.


[첼리온: 생각보다 잘 안 맞는군. 뭐, 상관없어. 이미 락온은 끝마쳤으니까!]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거대한 대포를 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더니, 첼리온의 어깨 쪽에서 미사일들이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른다.


그리고 이내 날 목표로 삼아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일단 미사일을 향해 최대한 라이플을 발사해본다.


꽈아아아앙!! 꽈아아앙!!


하늘에서 터져 나가는 폭발이 어찌나 강한지, 한 번 터뜨릴 때마다 중심을 못 잡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직까진 버틸 수 있다.


최대한 필사적으로 움직임을 빠르게 하고, 어떻게든 첼리온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서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그때, 무언가 이질감을 깨닫는다. 첼리온이 나에게 조준하려들 때, 팔 동작이 약간 지연되는 게 보인다.


"반격이다...!"


다시 첼리온을 향해 날아가면서 라이플을 꺼내 들었다. 첼리온도 자기한테 달려드는 걸 의외라고 생각한 건지 섣부르게 반격하지 않는다.


타앙! 타앙! 타앙!


문제가 되었던 팔 관절을 겨누면서 라이플을 발사한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면서 블레이드를 힘차게 휘두른다.


카가각!


그러나 레이저 블레이드는 튕겨 나가고는 이내 허공을 가른다. 순간적으로 갑옷을 뚫은 줄 알았지만, 이는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리고 블레이드가 튕겨 나간 순간, 첼리온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경험이 없다고 한들, 자신에게 돌아온 유리한 상황을 버리는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쿠웅!


"커헉!!"


첼리온이 고작 팔 한 번 세차게 휘둘렀을 뿐인데, 그 힘에 밀려 저만치 날아간다. 일단 부스터를 최대한 발동시켜 자세를 다잡는다.


[첼리온: 그게 네 대답이냐?]


저 멀리 튕겨 나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다시 첼리온에게 향한다. 첼리온은 무기를 꺼내 들어 내게 조준하면서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었다.


[첼리온: 신무기 맛 좀 보라고.]


[사라: 에너지 충전 확인되었습니다! 대피하세요!]


끼이이이이이이이이──! 파지직! 꽈아아아아아앙!!


여자의 비명 같은 고음과 함께, 전기 탄환이 내가 있던 곳을 향해 날아온다. 그 위치에서 빠르게 뛰어올라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회피한 덕분인지, 다행히 저 공격에 휘말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몸을 돌려 확인한 순간.


내가 서 있었던 땅은 사라지고, 그을린 분화구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첼리온의 공격 하나하나가 맹렬했고, 허공을 찢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허억... 허억..."


[사라: 괜찮으신가요?]


"그래... 난 괜찮아... 하마터면 저 공격에 그대로 쓸려나갈 뻔했어..."


분화구를 다시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진다. 레일건의 위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이마에 땀을 뚝뚝 흘리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애쓴다. 내 손만큼은 여전히 조종대를 꽉 쥔 채로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첼리온: 헛된 저항이다, 아발란체.]


3세대 세피르는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저 육중한 몸과 절대 뚫리지 않을 것만 같은 갑옷이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인가, 괜한 오기가 생겨서 이대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끝내지 않으면 어차피 우리 미래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나는 맞서 싸운다. 내가 선택한 미래를 위해서.


"흐아아아아아!!"


첼리온에게 달려들면서 블레이드를 휘두른다. 첼리온은 날 향해 무기를 쏘면서 공격하지만, 탄환을 곧장 회피하고 계속해서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카드득! 카드득!


하지만 역시 내 예상대로 블레이드는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점점 지쳐가는 와중에, 첼리온은 웃으면서 내게 말한다.


[첼리온: 아직도 안 끝난 거냐.]


"후우우... 후우우...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어, 첼리온. 내가 숨 쉬고 있는 한, 난 계속 싸울 테니까."


[첼리온: 좋은 대답이로구나. 죽기 전 유언으로 말이지.]


쿠아아아아아아!!


첼리온은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오면서 라이플을 발사한다. 가속이 붙어 공격할 때마다 회피하는 것도 더욱 힘들어진다.


"끄아아악!!"


꽈아앙!!


[사라: 아듀온 씨!!]


결국 탄환 하나가 그대로 내 몸을 직격했고, 아발란체는 그 힘에 짓눌려 저 멀리 날아간다. 사막 한가운데를 데굴데굴 구르면서 겨우 몸을 멈춰 세운다.


"하아아... 하아아..."


[사라: 아듀온 씨... 제발 죽지 마세요... 그냥 돌아와 줘요... 네에...?]


"사라..."


사라는 울먹이면서 애원하고 있었다. 아마 내 상태가 말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겠지. 어쩌면 첼리온을 이길 수 있는 승산조차 없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다.


고작 한 번 맞았을 뿐인데, 남아 있는 SAP가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다. 첼리온은 날 향해 천천히 걸어오면서 나지막하게 말한다.


[첼리온: 애틋하구나. 좋아, 특별히 너만큼은 살려주도록 하지. 3세대 세피르의 위력도 덕분에 쉽게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이전에 싸우던 놈들은 너무나도 쉬웠거든. 그래도 너만큼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게 내게 있어서 놀라울 정도야.]


첼리온은 사라의 통신을 들은 건지, 내게 비웃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 역시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어 녀석에게 고한다.


"내가 미쳤다고... 도망칠 거 같아?!"


내가 그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자, 첼리온은 호탕하게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첼리온: 그거 알아, 아발란체? 솔직히 그 대답할 거 알고 있었어.]


거대한 3세대 세피르는 날 향해 다시 무기를 조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 역시 저 무기를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직감하게 된다.


정말로 녀석을 이길 수 없는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는 건가.


[스타더스트: 아무래도 우리 친구가 위험에 빠진 모양인데.]


그때, 예상치 못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물론이고, 첼리온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저 사막 위에 한 세피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스타더스트는 햇빛을 등진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첼리온: 뭐냐, 지원인 건가? 너도 결국 레지스탕스 놈들을 따라가는구나.]


[스타더스트: 아니, 난 그쪽 사람과 거리가 멀어. 나는 그저 자유를 꿈꾸는 한 파일럿일 뿐이라고.]


푸아아아아! 푸아아아아!!


그리고 스타더스트 뒤에도 다른 세피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세피르들도 마찬가지로 내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템페스트: 크흠, 착각하지 말라고. 난 그저 내가 원해서 여기 온 것뿐이야. 네가 저번에 살려준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카도간: 지하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네, 아발란체. 네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제보를 스타더스트에게 받았지.]


[볼텍스: 휘유우... 주변에 있는 것만 A, B랭크들이 가득하잖아. 하지만 그런 이유로 도망칠 수 없는 노릇이지.]


그리고 다른 세피르들도 모두 이곳을 향해 모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한때 리베라투스의 적이었던 자들이 모두 날 지원하러 온 것이다.


[첼리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줄은 알고 있는 건가? 너희의 적은 내가 아니라 바로 저기 있는 레지스탕스 놈들이라고!]


[덴드로비움: 그래서 이번만큼은 동맹을 좀 맺어 보려고. 하나의 거대한 적을 위해서.]


반대편에서도 리베라투스 측 세피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덴드로비움뿐만이 아니라, 니들러와 X29BZ4도 나타났다.


[X29BZ4: 오래 기다렸지, 아듀온? 이제 우리가 왔다고.]


"너희들..."


첼리온의 기체에 비하면 작은 세피르들에 불과했지만, 모두 하나가 되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첼리온은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래고래 소리쳤다.


[첼리온: 기업에 반기를 드는 놈들이라니, 한심한 것들, 지금 제정신인 건가? 앙?! 너희야말로 미래를 깨부수는 한심한 족속들이다.

저 레지스탕스 놈들만 없었어도 너희는 훗날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었어! 그런데 대체 무엇을 믿고...!]


[스타더스트: 기업의 횡포는 이제 지긋지긋해. 솔직히 생추어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잘 알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여기 녀석들을 설득하는데 너도 한몫한 거 알아? 결국 역사가 말해주고 있잖아. 1세대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말이야.]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스승님이 바로 그 당사자 중 한 명이었으니까.


2세대 세피르가 나왔을 때, 1세대 파일럿들은 모두 모습을 감췄다. 적성이라는 게 없으면 세피르를 조종할 수 없었다.


스승님도 1세대 세피르를 타면서 그렇게나 기업에 충성했는데, 2세대를 탈 수 없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동안 죽은 전사라는 멸칭으로 불리기까지 했었으니까.


거기다가 지금 3세대 세피르가 나온 이상, 결국 2세대 파일럿들도 1세대와 똑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거다. 무엇보다 첼리온 스스로 이 사실을 공인하기도 했고.


[스타더스트: 어때, 이래도 네 편이 있을 거라 생각하나?]


[첼리온: 하하하하하하! 그래, 스타더스트. 네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모양이군.

그래서 이게 너희들이 원하는 답이다 이거냐? 좋아, 좋아... 그렇다면 보여주도록 하지. 너희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걸 말이야.]


첼리온은 거친 불길과 함께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우릴 향해 내려다보면서 미사일을 퍼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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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ENDING 3: 종막 24.01.17 32 0 6쪽
153 CHAPTER 6: 진혼 (2) 24.01.16 18 0 12쪽
152 CHAPTER 6: 진혼 (1) 24.01.15 17 0 12쪽
151 CHAPTER 6: 심판 24.01.11 19 0 12쪽
150 CHAPTER 6: 징벌 (2) 24.01.10 17 0 13쪽
149 CHAPTER 6: 징벌 (1) 24.01.09 18 0 13쪽
148 INTERLUDE: 막간 24.01.09 21 0 8쪽
147 CHAPTER 5: 진실 (2) 24.01.08 20 0 12쪽
146 CHAPTER 5: 진실 (1) 24.01.04 20 0 12쪽
145 CHAPTER 5: 기습 (2) 24.01.03 16 0 13쪽
144 CHAPTER 5: 기습 (1) 24.01.02 22 0 12쪽
143 CHAPTER 5: 일탈 (4) 24.01.01 20 0 13쪽
142 CHAPTER 5: 일탈 (3) 23.12.30 21 0 12쪽
141 CHAPTER 5: 청소 (2) 23.12.29 23 0 12쪽
140 CHAPTER 5: 청소 (1) 23.12.28 24 0 12쪽
139 CHAPTER 5: 일탈 (2) 23.12.27 24 0 13쪽
138 CHAPTER 5: 일탈 (1) 23.12.26 20 0 12쪽
137 CHAPTER 5: 선택 (1-2) 23.12.25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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