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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메카지옥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3
최근연재일 :
2024.01.17 21:35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8,209
추천수 :
191
글자수 :
853,659

작성
23.12.29 21:35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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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CHAPTER 5: 청소 (2)

DUMMY

푸아아앗!!


빠르다. 놈은 단거리에서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이 내 앞을 향해 빠르게 날아 들어온다.


그리고 그 주먹이 날 향해 휘두르는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조종대를 잡고 회피하려고 한 순간에는 이미 늦은지 오래였다.


꽈아앙!!


"크흐윽...!"


달리아의 집요한 주먹질에 쉽게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건물들은 우리의 움직임에 따라 무너져 내렸고,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아... 허억!"


숨 고를 틈도 없다. 곧장 부스터를 발동시키면서 앞으로 몸을 날렸고, 그 사이에 달리아는 무릎으로 내가 있던 자리를 그대로 짓누른다.


꽈드드드드득!!


그가 무릎으로 찍은 곳은 거친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달리아가 곧장 자리를 일어나자, 그의 무릎에 흙먼지가 후두둑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다시 날 향해 빠른 속도로 주먹을 내지른다. 이를 막아내려고 애썼지만, 녀석은 이를 비웃듯 여기저기 공격을 가했다.


일단 이를 악물고, 녀석의 공격 패턴에 최대한 집중했다. 놈의 공격에 적응해 나가고, 끊임없이 관찰해 나가자, 마침내 움직임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조종 장치 위로 빠르게 움직이며, 1초가 지날 때마다 녀석의 움직임에 점점 익숙해져 나간다.


[달리아: 뭐야, 언제부터 이렇게 잘 싸우기 시작한 거지...]


녀석의 말대로 언제부턴가 하나씩 그의 공격을 방어해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달리아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니, 눈에 점점 들어왔다.


"흐아아아!"


꽈앙!!


그리고 기회가 보일 때, 곧장 주먹을 위로 휘두르면서 머리를 그대로 가격했다. 그 충격으로 달리아는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달리아: 근접전의 달인인 내가... 이렇게 밀릴 수 있다고...? 말도 안 되지... 암, 말도 안 되고말고!!]


달리아는 다시 날 향해 달려들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아까와 똑같은 움직임이었고, 이번에는 이를 예측하고 움직인 터라 바로 회피할 수 있었다.


아마 녀석도 전투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걸 알아차렸겠지. 분명히 육탄전으로 날 압도해 나갔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달리아는 이를 믿지 않으려는 것만 같았다. 눈앞의 진실을 보고도, 이를 회피하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달리아: 인상적이긴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달리아는 내게 무릎을 내지르면서 충각으로 찍어 누른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건물들에 파묻히도록 유도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아아앙!!


팔을 쭉 뻗은 채로 녀석의 힘에 밀려 한없이 저 멀리 날아간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부스터를 작동시키면서 반대편을 향해 힘껏 밀어 넣었다.


그러자 속도는 점점 줄어들었고, 어느덧 서로 밀리지 않는 기세로 힘을 꽉 주고 있었다. 물론 내가 조금씩 밀리는 기색이 보였지만, 이렇게 힘 싸움을 하는 데도 아발란체 역시 밀리지 않았다.


[달리아: 이렇게 오래 버틸 줄이야...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달리아는 자기와 동등하게 싸우는 내 실력에 감탄하면서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잇는다.


꽈앙! 꽈앙! 꽈앙!


내가 쉽게 밀리지 않자, 달리아는 주먹을 세차게 휘두르면서 날 어떻게든 밀어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주먹을 휘두른 덕분에 오히려 무게 중심을 잃었고, 나는 그저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점점 앞으로 밀어 나가기 시작했다.


[달리아: 크흐윽...! 움직여라, 달리아... 움직이라고...!]


달리아는 기회가 될 때마다 내게 가격했고, 그럴 때마다 최대한 회피하면서 다시 밀어붙이기를 반복했다.


[달리아: 그래, 이 맛이지! 회피만 해서는 이 싸움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나는 저 녀석의 도발에 신경 쓸 틈조차 없었다. 한 대라도 적게 맞으면서도 기회를 엿보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으니까.


저런 녀석에게도 분명히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막연하게 공방전을 벌인다. 그리고 마침내, 녀석의 빈틈이 보인다.


아까부터 나와 호각으로 붙다가 어딘가 다친 건지, 녀석의 몸도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었다. 그리고 허리 쪽에 유독 장갑이 파편 조각처럼 깨진 부위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힘차게 손을 휘두른다. 곧이어 내 손이 정확히 그곳을 직격하면서, 허리를 지키고 있던 장갑도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달리아: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달리아는 다시 날 향해 몸을 날리면서 주먹을 휘두른다. 달리아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에 엄청난 충격파가 밀려 들어왔다.


꽈르르르르르릉!! 쩌저적! 쩌억!!


그가 내뿜는 충격파는 주위 건물들의 유리창을 산산조각 내기 일쑤였다. 창문의 유리 파편들은 반짝이는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추진력을 박차고 날아가, 달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반격에 당황한 건지, 달리아도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달리아: 넌 날 이길 수 없어! 그딴 실력으로 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달리아는 좌절감과 불신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원한 순간이었다. 달리아는 내 공격에 집중하기보다는 회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실책으로 들어오게 되겠지.


결국 내 예상대로 달리아는 나와의 거리를 훨씬 벌리면서 뒤로 물러난다. 이제 내 차례가 돌아왔다.


철커덕! 타타타타타타타타탓!!


어썰트 라이플을 꺼내 들고, 달리아를 향해 집중적으로 사격했다. 달리아는 내가 갑자기 총을 쏘는 것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한다.


[달리아: 무, 뭐야...! 비겁한... 주먹질하다가 갑자기 총을 쏘는 게...!]


나는 녀석의 말에 침묵으로 일관했고, 집요하게 라이플을 난사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달리아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해 더욱 대미지가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전부터 내가 치명타를 은근슬쩍 가해둔 덕분에, 총알이 박힐 때마다 장갑도 하나둘씩 깨져나가기 시작한다.


타타타타타타타!! 카드드득! 꽈앙!!


마침내 달리아의 몸뚱이 여기저기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한다. 달리아는 뒤로 빠르게 도망치려고 하지만, 나는 녀석의 끝까지 쫓아다녔다.


[달리아: 어째서...! 어째서 이런 수모를...]


꽈아아아앙!!


결국 달리아는 내 주먹도 아닌, 총알에 잔뜩 박혀 폭발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가 원했던 싸움은 분명히 두 사람이 철저하게 육탄전을 벌이면서 끝장을 보는 거였겠지.


하지만 이곳은 전장이다. 비겁하다고 욕할 사람도 없고, 무슨 짓을 저질러도 결국 지금처럼 살아남는 사람이 승리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쓰러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참고 있던 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워낙 지금 전투에 집중하던 탓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허억... 허억... 페튜니아... 달리아 쓰러뜨렸어... 그쪽은 어때...?"


아까부터 페튜니아 쪽을 확인하지 못한 터라, 전투를 끝마치자마자 곧장 페튜니아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튜베로즈가 날 향해 날아오면서 말한다.


[튜베로즈: 글쎄, 나보다 네가 더 열심히 의뢰를 해결해주던데?]


"그게 무슨 소리... 아..."


비로소 깨닫는다. 두 세피르가 엉겨 붙으면서 벌인 전장의 한복판을.


수많은 건물이 충격으로 인해 으깨지거나 무너져 있었다. 건물 파편들은 처참한 몰골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들마다 세피르가 넘어지거나, 부딪히면서 생긴 상처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이를 보고만 있자니 내 숨이 점점 가빠지는 것만 같았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그렇게나 피하고 싶었던 결말을 다시 담는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내가 저질렀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세피르의 센서를 통해 폐허를 곳곳이 살펴봤다. 하지만 거리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공기는 먼지와 절망으로 가득했다.


생존자는 주위에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내가 일으킨 파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공포감이 감돌았다.


"대체 무슨 짓을... 나는... 나는 이러려던 게..."


[튜베로즈: 아니, 아듀온. 이제 인정할 때도 되었지.]


"뭐...?"


튜베로즈는 조용히 날 향해 걸어온다. 그리고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튜베로즈: 언제부터 그런 거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고 그래. 지금까지 수도 없이 파괴해왔잖아. 하지만 나는 파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건 그저 하나의 해방일 뿐이야.]


"해방이라고...?"


[튜베로즈: 그래,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자, 자유를 위한 해방이지. 오히려 지금 한 일들은 자랑스러워해야 할 정도라고.]


그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내뱉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언제부턴가 그녀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튜베로즈: 이 도시는 말이지, 기업의 탐욕과 억압의 상징으로 가득한 곳이나 다름없었어. 생추어리에 들어간 인간들을 모은답시고, 온갖 뇌물들을 받아 챙기기까지 했지.

하지만 네가 그들에게 자유를 준 거야, 아듀온. 여기 사람들은 이미 길을 잃었으니까. 아무런 희망도 없는 사람들을 네가 구원해준 거야.]


그녀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내 손은 그저 조종 장치를 더욱 꽉 잡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곧 내 마음속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음절 하나하나가 내 결심을 흔들어 놓는 것만 같았다.


"내가... 자유를 준 거라고...?"


[튜베로즈: 물론이지. 넌 이곳을 파괴한 게 아니야. 오히려 구원해준 거야. 만약 이들이 남아 있었더라면 생추어리 내에도 결국 이런 인간들이 가득 남게 될 거였어.

그렇게 된다면 생추어리도 지금 사는 세상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되었겠지. 하지만 너는 그걸 미리 막아낸 거나 다름없어.

그리고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오히려 너를 이해하고 감사할걸? 그들의 터전이 될 공간을 미리 깨끗하게 정리해준 셈이잖아. 그 누구도 하지 못 할 일을 네가 해낸 거라고.]


그녀와 대화를 이어 나갈수록 내 속이 알게 모르게 뒤바뀌고 있었다. 처음 느낀 공포는 어느덧 뒤틀린 자부심이 되어 점점 잠식하는 것만 같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튜베로즈: 계속해야지. 우리는 변화를 가져올 거고, 곧 자유를 선사해줄 거야. 단순히 이런 작은 도시가 아니라, 더 큰 무대에 서게 될 거라고.

그리고 우리의 의도를 악이용하는 기업에게도 훗날 본때를 보여줘야겠지. 그러니까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마, 아듀온. 나는 모든 길에서 너와 항상 함께할 거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덧 내 혼란스러운 마음의 멜로디가 되는 것만 같았다. 어느덧 아래를 내려다보자, 무너진 폐허는 하나의 피사체가 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럼 나는... 내가 지금까지 한 일들은..."


[튜베로즈: 그래, 모두 네 잘못은 없어. 너는 지금까지 올바른 행동을 해왔을 뿐이고, 앞으로도 유지하면 되는 거야.

설령 그게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저 네가 원하는 길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페튜니아는 대화를 끝마친 후, 먼저 부스터를 발동시키면서 하늘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함께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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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ENDING 3: 종막 24.01.17 32 0 6쪽
153 CHAPTER 6: 진혼 (2) 24.01.16 18 0 12쪽
152 CHAPTER 6: 진혼 (1) 24.01.15 17 0 12쪽
151 CHAPTER 6: 심판 24.01.11 19 0 12쪽
150 CHAPTER 6: 징벌 (2) 24.01.10 17 0 13쪽
149 CHAPTER 6: 징벌 (1) 24.01.09 19 0 13쪽
148 INTERLUDE: 막간 24.01.09 21 0 8쪽
147 CHAPTER 5: 진실 (2) 24.01.08 20 0 12쪽
146 CHAPTER 5: 진실 (1) 24.01.04 20 0 12쪽
145 CHAPTER 5: 기습 (2) 24.01.03 16 0 13쪽
144 CHAPTER 5: 기습 (1) 24.01.02 22 0 12쪽
143 CHAPTER 5: 일탈 (4) 24.01.01 20 0 13쪽
142 CHAPTER 5: 일탈 (3) 23.12.30 21 0 12쪽
» CHAPTER 5: 청소 (2) 23.12.29 24 0 12쪽
140 CHAPTER 5: 청소 (1) 23.12.28 24 0 12쪽
139 CHAPTER 5: 일탈 (2) 23.12.27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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