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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메카지옥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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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3
최근연재일 :
2024.01.17 21:35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8,208
추천수 :
191
글자수 :
853,659

작성
24.01.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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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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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CHAPTER 6: 징벌 (1)

DUMMY

기업의 사냥 기간이 시작되었다. 페튜니아의 예상대로 생추어리의 재료는 여전히 모자랐을뿐더러, 이제는 세피르까지 회수해서 마저 건조할 생각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우스웠다. 그렇게 사람의 팔다리를 잘라가면서 공간을 확보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부족한 셈이었으니까.


어쨌든 이에 따라 반발하는 파일럿들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는 기업의 명령에 따라 그 세피르들을 곧장 파괴하면서 돌아다녔다.


하지만 기업은 우리를 오랫동안 주시하고 있었다. 하긴, S랭크 세피르 둘이서 돌아다니는데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도 없을 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우리는 기업의 의뢰만 맡을 뿐, 그들에게 세피르를 돌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 기업에서는 애간장이 타는 수밖에.


우리가 돌아가질 않으니 반항하는 세피르도 훨씬 많은 모양이다. 일단 우릴 회수하기 전까지 기업은 최대한 이용해 먹을 생각으로 의뢰를 보내는 것 같다.


페튜니아는 의뢰를 좀 더 진행하고, 한동안 잠적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업이 우리를 쫓고 싶어도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튜베로즈: 아듀온, 이제 곧 목표 도착해.]


페튜니아가 보내준 마커를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아주 빠른 속도로 한 도시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 도시는 다른 해안가 도시와는 달리, 버려진 모양새에 가까웠다. 사람도 거의 안 산다고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사람이 안 살았다면 우리가 그곳을 찾아갈 이유도 없었겠지. 그리고 그곳에는 고르디우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르디우스: 이런 곳에 온 목적이 뭐냐.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는 나보다 저 뒤에 있는 도시를 노리는 것만 같은데.]


[튜베로즈: 잘 아네, 고르디우스. 첩자 노릇은 즐거웠어? 그 끝도 결국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야?]


[고르디우스: 도시에는 아무것도 없다. 당장 꺼져라. 날 원하는 거라면 저 먼 곳에서...]


[튜베로즈: 아듀온, 반대편 부탁해.]


슈슈슈슈슉!!


튜베로즈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곧장 미사일을 퍼붓기 시작했다. 고르디우스도 이를 예상했다는 듯 곧장 플레어를 발사하면서 미사일을 방해한다.


하지만 그의 상대는 둘이다. 나는 두 사람이 부딪히는 걸 지나치면서, 곧장 도시 안으로 파고들었다.


파바바밧! 꽈르르르르르르릉!!


미사일 폭격을 가하자, 건물들은 마치 비명을 지르듯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쓰러지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이곳은 이미 모래로 뒤덮인 도시나 다름없었다.


폭발과 함께 건물들을 짓누르고 있던 모래들이 움직였고, 그러자 건물들은 무게를 못 이기고 하나씩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고르디우스: 제발, 이러지 마! 이곳에는 생추어리조차 들어가지 못한 무고한 사람들밖에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미 도시의 중심부까지 도착했다. 고르디우스는 튜베로즈를 최대한 밀쳐낸 후,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다.


[고르디우스: 나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너희를 최대한 막아내는 수밖에!]


투웅! 투웅! 투웅!


고르디우스는 자신의 무기팔을 꺼내 들면서 날 향해 사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회피하면서 그의 공격을 더 유도했다.


꽈드드드드드득!! 꽈아아아앙!!


서로의 총탄이 오가면서 여기저기 창문이 깨지고, 건물 벽이 박살이 난다. 그사이에도 튜베로즈는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주위에 폭발을 일으킨다.


그리고 내가 피할 때마다 고르디우스가 쏜 총알이 건물을 꿰뚫고 들어간다. 그럴 때마다 레이더의 붉은 빛이 하나씩 사라진다.


"고르디우스, 뭔가 사라지는 느낌 들지 않아?"


[고르디우스: 그게 대체 무슨 소리... 뭐야...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나란 놈은!]


마침내 녀석도 내가 공격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가 라이플을 쏠 때마다 건물에 숨어있던 민간인도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저 녀석이 느끼는 감정은 마치 내가 예전에 도시 처분을 처음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겠지. 그때도 내가 움직이면서 오히려 도시를 파괴하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제 이런 일에 무감각해졌다. 세피르란 존재는 예로부터 이런 존재였고, 파일럿들은 그저 간과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이런 기계를 타고 다니면서 익숙해지면,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지 잊게 된다. 그리고 그 거대함에 짓눌리게 되는 건 자기가 아닌, 타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면.


지금의 고르디우스처럼 서서히 미쳐가기 시작한다.


[고르디우스: 안 돼... 대체 무슨 짓이야! 죽일 거면 나만 죽이던가! 도시는 건들지 말란 말이다! 으아아아아아!!]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지금까지 이런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니. 나조차도 저런 모습을 보였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페튜니아가 나약했던 나를 구제해줬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녀는 지금 고르디우스의 모습을 보고 있었고, 마치 그를 농락하는 것처럼 말한다.


[튜베로즈: 들었지, 아듀온? 아무래도 녀석이 싸움을 원하나 봐.]


페튜니아의 히죽 웃는 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고르디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몸으로 세차게 부딪치면서 고르디우스를 뒤로 밀쳐낸다.


[고르디우스: 크흐윽...! 고작 그딴 공격으로 나를 막을 셈이었던 거냐...!]


이전에 달리아와 싸운 기억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세피르는 특히나 육탄전에 약한 편이었는데, 고르디우스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고르디우스는 다시 내가 달려들기를 바라면서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페튜니아는 그의 팔을 향해 무자비하게 라이플을 발사한다.


파바바바밧!! 꽈아아아앙!!


고르디우스의 팔이 순식간에 박살 나면서 저 멀리 날아간다. 그리고 고르디우스는 휘청이면서도 어떻게든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다시 한번 달려들면서 그대로 몸을 부딪쳐 넘어뜨렸다.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고르디우스는 일어서려고 애썼지만, 그조차 힘들어 보였다.


[고르디우스: 움직여라... 움직여!!]


푸아아아아!!


고르디우스는 부스터를 최대로 발동시키면서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와 싸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던 찰나.


꽈아아앙!!


그의 한쪽 다리마저 폭발을 일으키며 다시 그대로 드러눕는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온전한 구석을 찾는 게 힘들 정도가 되었다.


몸이 거꾸로 뒤집혀서 부스터를 사용하려야 사용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가 팔다리도 온전치 못하니 몸을 뒤집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고르디우스: 크흐으... 그만... 그만해... 너희가 이겼어... 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네가 우릴 막았잖아, 고르디우스."


[고르디우스: 그럼 대체 내가... 뭘 어쩔 수 있었는데...]


고르디우스는 울먹이면서 말한다. 그렇게나 거대한 존재에 탑승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참하고 나약한 존재가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튜베로즈: 흠, 좀 더 재밌게 놀 방법이 없나 싶은데. 아듀온, 저 녀석은 내버려 두고 도시나 마저 처분하자고. 이제 생존자도 얼마 남지 않았어.]


레이더에 나타나는 붉은 점을 살핀다. 정말 페튜니아의 말대로 도시에 남아있는 민간인도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고르디우스: 안 돼... 제발...]


그의 애원을 무시한 채, 곧장 도시를 향해 라이플과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윽고 도시는 다시 섬광과 검은 연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건물들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주위는 온통 모래 먼지로 가득 뒤덮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에는 적막만이 가득 찬다.


그리고 고르디우스는 모래에 파묻힌 채로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차피 살아있다고 해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고르디우스는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SAP도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은 아예 움직이지도 못한 채로 흐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 보내주자. 여기에 가만히 내버려 둬서 뭐 해."


[튜베로즈: 흐음,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원한다면 마음대로 해도 좋아.]


타앙! 파지지직!!


고르디우스의 핵을 향해 쏘자, 그는 곧장 침묵한다. 나는 쓰러진 고르디우스 앞에 서서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튜베로즈: 수고했어, 아듀온. 지금이라도 상을 주고 싶어질 정도인걸. 하지만 최근 기업이 우릴 노골적으로 노리는 걸 보면 슬슬 잠적해야 할 거 같아.

아쉽지만 세피르는 당분간 레오에게 맡기는 게 좋을 거야. 그래도 뭐, 큰 걱정은 하지 말라고. 나중에 타더라도 금방 익숙해질 테니까.]


"얼마나 오래 숨어있어야 해?"


[튜베로즈: 그렇게 오래는 아닐 거 같지 않아?]


페튜니아는 주변을 둘러보라면서 두 팔을 들어 올린다. 물론 우리가 파괴한 도시이긴 하지만, 그 이전부터 제대로 된 기능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광경이 이 지구의 현실이다. 지상에 남아있는 거라고는 이제 여기 있는 모래가 전부다.


이미 팔다리를 자른다는 소문도 돌고 있던데, 그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거다. 생추어리로 들어가지 않으면 죽음뿐이니까.


그렇게 페튜니아와 함께 다시 하늘 위로 솟아오른다. 이전에도 이렇게 사냥하다가 갑자기 습격받은 적이 있었는데 말이지.


그녀가 말한 대로 기업의 행보는 아주 노골적이었다. 우리에게 어쩔 수 없이 의뢰를 주면서도, 정작 쓰러지길 바라며 세피르들을 보냈다.


물론 S랭크를 이길 만한 세피르는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기습을 펼친 녀석들은 하나 같이 폭발로 마무리되었을 정도였으니까.


기업 입장에서도 그렇게 나쁜 계획은 아니었겠지. 우리가 그 세피르들을 처리하면, 기업이 직접 회수해서 생추어리에 사용하니까.


아마 우리에게 보내는 이유도 혹시 추후에 반항할 것 같은 녀석들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보내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그렇게 우리는 레오가 준비한 아지트 쪽으로 향했다. 레지스탕스가 자기들 본거지를 숨기는 데에 사용한 광학미채 기술을 이곳에도 사용했다.


[튜베로즈: 후우, 도착했네. 안타깝게도 우린 좀 바빠질 거야.]


"바빠진다고? 나 그렇게 빨리 못 움직일 텐데..."


세피르에서 나오기만 해도 바로 피곤함에 찌들어 죽을 텐데, 무슨 할 일이 있다는 걸까. 페튜니아는 내 말을 듣고는 웃으면서 말한다.


[튜베로즈: 당연히 휴식 먼저 하고 움직여야지, 자기야.]


그녀도 내 체질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 체질도 과거 실험 때문에 생긴 거라고 하니까.


쥐꼬리만 한 적성 하나 올리겠다고 무고한 고아들을 모아서 실험에 강행하고, 정작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기도 전에 폐기 처분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 중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더불어 스승님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면서, 생존한 나를 거뒀다는 이야기였었지.


"힘들어?"


내가 조종석에서 나오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페튜니아는 날 가만히 기다려줬다. 그러고는 내게 힘드냐고 묻는다.


"고작 이런 걸로 힘들진 않아. 그래도 좀 피곤해서 푹 쉬고 싶어."


"그래, 지금 우리가 할 일도 급한 건 아니거든."


"그래도 무슨 일을 할 건지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그녀에게 힘들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한 것치고는 벌써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만 같다. 페튜니아는 내 모습을 보고는 눈치를 챘는지 미소를 유지한 채로 말한다.


"아아, 그래. 잠들기 전에 미리 말하는 것도 크게 나쁘진 않을 거 같네. 생추어리가 완공되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거든."


"그게 뭔데?"


어느덧 우리는 침실로 들어가 서로 파일럿 복장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지쳐서 곧장 침대에 누웠다.


그녀도 이내 내 곁에 들어오면서 조용히 이마를 쓸어 넘긴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침내 답한다.


"첼리온을 만나러 갈 거야."


"첼리온? 언제는 잠적한다더니..."


"그래, 당분간 이곳에서 오래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를 반드시 만나야만 하거든.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좀만 더 지켜보자고."


페튜니아는 마치 자기 것이라는 듯이 내 몸을 꽉 끌어안으면서 말한다. 나도 어느덧 졸음이 쏟아져, 그녀의 가슴에 파묻은 채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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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EPILOGUE: 생지옥 24.01.17 38 0 4쪽
154 ENDING 3: 종막 24.01.17 32 0 6쪽
153 CHAPTER 6: 진혼 (2) 24.01.16 18 0 12쪽
152 CHAPTER 6: 진혼 (1) 24.01.15 17 0 12쪽
151 CHAPTER 6: 심판 24.01.11 19 0 12쪽
150 CHAPTER 6: 징벌 (2) 24.01.10 17 0 13쪽
» CHAPTER 6: 징벌 (1) 24.01.09 19 0 13쪽
148 INTERLUDE: 막간 24.01.09 21 0 8쪽
147 CHAPTER 5: 진실 (2) 24.01.08 20 0 12쪽
146 CHAPTER 5: 진실 (1) 24.01.04 20 0 12쪽
145 CHAPTER 5: 기습 (2) 24.01.03 16 0 13쪽
144 CHAPTER 5: 기습 (1) 24.01.02 22 0 12쪽
143 CHAPTER 5: 일탈 (4) 24.01.01 20 0 13쪽
142 CHAPTER 5: 일탈 (3) 23.12.30 21 0 12쪽
141 CHAPTER 5: 청소 (2) 23.12.29 23 0 12쪽
140 CHAPTER 5: 청소 (1) 23.12.28 24 0 12쪽
139 CHAPTER 5: 일탈 (2) 23.12.27 24 0 13쪽
138 CHAPTER 5: 일탈 (1) 23.12.26 20 0 12쪽
137 CHAPTER 5: 선택 (1-2) 23.12.25 23 0 12쪽
136 INTERLUDE: 기적 23.12.23 27 0 12쪽
135 ENDING 2: 엑소더스 23.12.22 27 0 14쪽
134 CHAPTER 6: 아스트랄포르티스 (3) 23.12.21 23 0 13쪽
133 CHAPTER 6: 아스트랄포르티스 (2) 23.12.20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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