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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슬기로운 해결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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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42,510
추천수 :
1,933
글자수 :
1,494,302

작성
21.08.04 10:05
조회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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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제국 내전 편 (10)

DUMMY

"아으아아아아아악!!"


"기다려요, 이건 저도 어떻게 해드릴 수 없어요... 톱, 톱을 주세요!"


트레빌은 손이 완전히 짓뭉개진 환자 앞에서 소리쳤다. 이윽고 톱을 가져다주자 그는 다시 환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마땅한 의약품조차 없어 마취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트레빌은 어쩔 수 없이 주변 병사들에게 그를 꽉 잡아달라고 부탁한 뒤, 손목을 자르기 시작했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환자는 바동거리며 비명을 질러댔고, 피가 여기저기 튀었다. 트레빌은 잘라낸 손을 내던지고, 잘린 손목을 향해 힘차게 주먹질을 하자 완벽하게 봉합이 되었다.


그리고 환자는 자신의 손목을 보더니 이내 픽 쓰러져 기절했다. 병사들은 그를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송했고, 트레빌은 멀어져가는 환자를 쳐다봤다.


"바빠, 트레빌?"


"네? 네에... 아직 환자가 많아요. 제 신성으로도 역부족일 정도예요. 특히나 마법으로 인한 손상은 제가 어찌할 수 없어서..."


트레빌의 손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까 그 환자는 아마 투석기가 날린 돌에 맞았고, 마법에 손상된 상처였기에 트레빌이 쉽게 치료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등을 토닥이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주변에는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가득했고, 트레빌은 다음 환자를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내 뒤에서 메쉬가 병사들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곧바로 길을 비켜줬다.


"내 병사들의 사망자는?"


"17명입니다."


"젠장, 손해가 너무 크잖아. 역시 아까 공격은 무리였던 건가."


"아닙니다, 만약 그 공격이 없었으면 지금 성벽은 벌써 투석기로 무너졌겠지요. 공성무기를 무력화한 것만큼 큰일을 해낸 건 없습니다."


에거의 말을 들은 메쉬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옆에 서 있는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병사들을 주교구로 보내라고 했다며? 고마워. 아마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었던 때였는데 네가 갈피를 잡아준 덕분에 희생자가 줄어들었어."


"아냐, 나도 정신없었는걸."


"정말이지, 너희들이 우리 편이라는 게 너무나도 감사할 정도야. 너희들이 없었으면 우린 꼼짝없이 그곳에서 당했을 거니까. 혹시 지금 바쁜가?"


메쉬는 트레빌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트레빌은 힐러였기 때문에 바빴지만, 나는 치료 두루마리도 별로 없으므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한가하다고 볼 수 있지."


"잘됐군,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날 따라오도록."


나는 동료들에게 잘 지키고 있으라고 말한 후, 메쉬를 따라갔다. 메쉬가 들어간 곳은 다름 아닌 작전실이었다.


"찰른 주교후는 어디 있나!"


메쉬는 탁자 위의 지도를 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나이가 지긋이 든 주교 한 명이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들어왔다.


"후우, 후우. 찰른 주교후... 여기 있소..."


"지금 눈앞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원."


메쉬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찰른을 흘겨보고는 다시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곳에서 오래 버티는 게 전부다. 아까 전서구 내용이 뭐였지, 찰른?"


"원군이 나흘 내로 도착한다는 내용이었죠."


메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턱에 손을 올리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나저나 제국 내에서 주교의 입김이 만만찮을 텐데 메쉬에게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국에서 르미네르 가의 힘이 상당히 막강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면 시민들에게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 집밖으로 나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전해. 일단 이곳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게 관건이다."


"제기랄, 놈들은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저들의 목표는 피델리아 주교구지, 로이겔 주교구가 아니잖아. 어차피 로벨로 공작이 승리한다 해도 그가 가질 땅도 아니니 망가뜨려도 괜찮다는 생각이겠지.

무엇보다 이곳은 엄연히 제국이다. 설령 변경지대라고 하더라도 바깥 공국 따위가 제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할 리는 없잖아. 그러니 여기를 점령해도 딱히 상관없는 거지."


그래, 아마 전쟁이 끝나면 세 공작이 모여 평화 조약을 맺을 것이다. 승리측은 당연히 소유권을 두고 다투던 작위를 획득할 테고, 그 작위는 다름 아닌 피델리아 주교구다.


즉, 로벨로 공작이 라르비오 공작의 땅을 모조리 점령한다고 해도 전쟁이 끝나면 피델리아 주교구 외의 땅은 다시 돌려준다는 것이다. 어차피 전쟁 명분은 피델리아 주교구뿐이었으니까.


"아까 싸울 때 보니까 능력자들 꽤나 힘 좀 쓰던데 그 녀석들 보내는 건 어때?"


파플라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고, 군터는 저 녀석이 언제 우리와 합류했나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메쉬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상대는 최소 2천의 병력이고 길드원은 5명밖에 없어. 능력자를 만능으로 보는 거야말로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금 전력 하나라도 아까운데 이들을 내보내서 죽음으로 몰아갈 생각인 거냐?"


능력이 아무리 사기라고 해도 능력자가 커버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주교구 밖에는 상당한 군세가 있고, 그들 중에서도 마찬가지로 능력자와 비빌 수 있는 마법사도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치즈가 있다지만 그녀가 사로잡힌다면 곤란해질 수 있다. 애초에 그녀는 튼튼한 인형인 것이지, 수많은 병사를 상대할 수 있는 병기는 아녔다.


문득 앨리스가 떠오른다. 한 주교구를 몰살시켰다고 할 정도면 저 정도 군대는 아무것도 아니려나.


"로벨로 공작은 마법사를 싫어하는 게 아녔어?"


"하, 전쟁 중에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있겠어? 아무리 마법사가 홀대받더라도 써먹을 수 있는 건 써먹어야지. 그리고 아마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그 마법사들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는군."


메쉬는 무심하게 말하고는 다시 지도를 쳐다봤다. 만약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혐오가 시작될 테고, 패배한다면 로벨로 공작은 오히려 그걸 빌미로 마법사를 대대적으로 학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마법사란 그런 위치에 있다. 아마 전투에 참여한 마법사도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테고, 그렇다고 승리한다 해도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마법사들도 목숨을 걸면서 지금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었다.


"지금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거겠지. 너희들도 일단 한숨 자고 오는 게 좋을 거다. 내일 아침에 해가 뜨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저들도 한밤중에 기습을 당한 터라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 막 주교구에 입성했기 때문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작전실에서 병사들과 각각 헤어지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치즈와 함께 숙소로 향했다. 창밖으로 로벨로 공작군을 보니 이번 전투는 정말 가망이 없어 보였다.


주교구 내에 마땅한 공성무기가 없다는 걸 아는지 궁병의 사정거리 밖에 벌써부터 천막들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모습만 보면 장기전까지 가지도 못할 것이다.


"치즈, 네 생각은 어때? 이번 전투에 대해서 말이야."


치즈도 나와 마찬가지로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답했다.


"좋진 않죠. 하지만 주인님만큼은 반드시 지킬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 확고하게 말하니 나도 뭔가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치즈와 함께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어찌 보면 내가 인형인 치즈에게 많은 걸 기대하고 있었던 게 아녔나 싶다. 그녀는 미래에나 나올 법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아니라, 그저 생명이 불어넣어진 인형이니까.


* * *


다음 날, 여전히 바깥은 로벨로 공작군이 대열을 유지한 채 주교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보급로도 차단됐으니 우리는 이 안에 있는 식량으로 버텨야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전날 하필이면 주교구에서 보급품을 챙겨왔고, 우리는 그 보급품들을 이전의 야영지에 모두 두고 온 길이었기에 식량이 많은 편은 아녔다.


그래도 지원군이 올 때까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성벽도 아직 온전한 상태고, 기아도 없고, 질병이 만연하지도 않으니.


"야그드훈트!! 야그드훈트!! 야그드훈트!!"


갑자기 바깥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함성.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와 메쉬는 바깥을 살펴봤다.


"가관이네."


메쉬는 그걸 보면서 혀를 찼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도 성벽 위에서 바깥 소리에 이끌려 살펴봤고, 몇몇 병사들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야그드훈트다!"


일명 야그드훈트라고 불리는 저 충차는 제국에서 유명한 공성무기다. 크라이얼 왕국에 트레뷰셋이 있다면 제국에는 야그드훈트가 있다고 불릴 정도니.


그런데 저런 공성무기를 내전에서 보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만큼 로벨로 공작군은 진심으로 이곳을 점령하려는 생각이었다.


"뭐야, 아까 투석기가 전부였던 거 아녔나?"


군터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지만, 공성전에 투석기만 챙겨올 리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다른 쪽의 지원군을 미처 생각지 못했으니 벌어진 일이 아니던가.


거기다가 투석기는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공병이 없으면 사용하기 까다롭지만, 충차는 아니다. 저 추를 움직일 수 있는 장정만 있다면 못 다룰 사람이 없다.


"저것들 바보같이 성문으로 안 오고 성벽으로 가는뎁쇼?"


"멍청아, 가장 약한 외벽을 뚫을 작정인 거잖아!"


메쉬는 소리치면서 곧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저놈들은 성벽 중 가장 약한 곳을 뚫으려는 수작이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 들으면 성벽에 약한 곳이 왜 있냐고 묻겠지만, 슬프게도 이 주교구의 성벽은 고르게 세워지지 않았다. 어떤 곳은 두꺼운 곳이 있는가하면, 어떤 곳은 얇은 곳이 있었다.


대체 누가 설계한 건지는 몰라도 얇은 곳의 성벽은 위도 좁아 대처하기도 힘들었다. 찰른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변명하기 바빴다.


"정말 죄송하지만 당시 성벽을 지을 비용이 부족했던 터라... 급하게 축성하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주교새끼가 돈 제일 많이 버는 걸 누가 모를 것 같아? 지나가던 어린 애도 그 정도는 알겠다. 오죽하면 황제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인데. 내가 당장 저 새끼의 후장을 뒤져도 금화 몇 푼은 튀어나올 거다."


메쉬는 찰른에게 소리치고는 성벽 위로 올라오며 상황을 살펴봤다. 궁병의 공격이 닿는다 해도 야그드훈트 위의 지붕을 뚫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기병이 나간다 해도 주변 적군의 공격을 피하기도 힘들뿐더러, 저 충차를 한 번에 부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놈들이 지원군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없진 않겠죠. 상대도 정찰병을 곳곳에 보냈을 테니까요."


"만약 성벽이 부서진다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성벽이 멀쩡하다면 한 달은 거뜬히 버티겠지만 성벽이 무너진다면 일주일도 안 돼서 이곳을 점령당할 수도 있겠죠."


최악의 상황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곳에서 오랜 시간 버티면서 지원군을 기다려야 하는 건데 그것마저도 못할 수 있다니.


밖에는 여전히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우리는 그 충차를 망연자실하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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