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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슬기로운 해결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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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42,520
추천수 :
1,933
글자수 :
1,494,302

작성
21.11.17 10:05
조회
85
추천
6
글자
12쪽

2부: 크라이얼 왕국 왕위탈환전 (11)

DUMMY

천막에 들어서자 레아가 침대에 앉아 가만히 날 지켜보고 있다. 마치 내가 올 걸 알았다는 듯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레아.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거야. 슬슬 움직여야 돼."


그러나 레아는 좀처럼 움직이려 하질 않는다. 원래 같으면 당장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서 뭐든지 하겠다고 달라붙으려고 하는 게 정상이었을 텐데 말이지.


"왜 가만히 있어?"

"내가 필요한 거야?"

"그러니까 불렀지."

"흐응... 그렇단 말이지."


레아는 마치 뭔가 꾸미려는 듯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대체 왜 이러나 싶어 납득이 안 가 그녀를 재촉해본다.


"들었으면 일어나시지?"

"그냥 맨입으로 해주기는 싫은데에..."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갑자기 말을 안 듣는 레아를 보니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왜 그래, 갑자기. 원래 안 그랬잖아."

"그렇다면 단순한 거 하나만 들어줘. 그러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뭔데?"


"키스해줘."


그녀의 한 마디를 듣자 순간 머리가 마비되는 것만 같다. 지금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원한다는 게 키스라고?


"하아, 지금 이럴 시간 없어. 그냥 가자, 좀."


그러나 그녀는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레아는 이 상태로 계속 있을 심산인 것 같았고, 초조해지는 건 오히려 나였다.


"후우, 돌아버리겠네. 알겠어. 해주면 되잖아."


그제야 레아는 방긋 웃어보이고는 침대 위에 손을 툭툭 치며 옆에 앉길 바라는 눈치로 날 쳐다본다. 나는 숨을 살짝 세게 내쉬고, 그녀 옆에 앉는다.


언제부터 이런 처지가 된 거지. 사실 그녀가 싫다고 한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녔는데. 사실 그녀를 보면 두려워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지금은 또 안정된 상태였다.


너무 오랜만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조차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저 멀뚱히 그녀와 마주보고는 한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괜히 대충 넘겼다가는 만족하지 않았다면서 더한 걸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확실하게 끝맺는 게 좋겠지.


레아는 가만히 생각에 잠긴 나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내 팔을 톡 건드린다. 그제야 나는 문득 생각을 그만두고, 다시 레아의 얼굴과 마주친다.


처음에는 붉은 눈동자와 마주치고, 백색의 부드러운 피부를 살핀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내려 부드럽고 여려 보이는 입술로 향한다.


이를 보니 나도 모르게 점점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고, 본능에 맡긴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마침내 서로의 입술이 닿는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와 어깨를 천천히 끌어당기며, 좀 더 가까이 붙는다.


입술만 닿을 뿐인 부드러운 키스. 이것뿐인데도 나는 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되어 버린다. 역시 나는 그녀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던 걸까.


그럼에도 그녀는 굴하지 않고 계속 다가와 긴장을 풀어주듯이 입술을 겹친다. 이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진정되는 것 같다.


잠시 서로의 입술을 빨고, 그녀가 먼저 내 입술에 살짝 닿듯이 조금 혀를 내밀어 본다. 나는 그녀의 혀가 내 입술에 닿는 순간, 흠칫하고 몸을 떨었지만 망설인 끝에, 나도 혀를 내밀어 본다.


처음에는 혀끝과 혀끝으로 가볍게 핥는 것이었지만, 이윽고 서로의 혀를 섞기 시작한다. 그녀의 요염한 호흡과 혀에 감겨오는 타액, 레아의 따뜻함까지.


이 모든 게 내 사고를 단절시켜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한다. 이윽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 메워진다.


우와, 미치겠다. 이거 기분 좋잖아. 분명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외치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그녀 역시 목 뒤로 감싼 양팔로 있는 힘껏 나를 안으면서, 그 껴안는 힘이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서로 본능에 충실한 채, 그 누구도 단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힘쓴다.


어느새 처음 했던 것과 다르게 입술만 포개는 부드러운 키스에서, 이제는 서로를 진심으로 탐하는 격렬한 키스로 변질한다. 입술을 계속 겹치고, 서로의 혀를 휘감으면서도 전혀 질리질 않는다.


몇 분이나 이러고 있는 거지. 애초에 내가 지금 숨을 쉬는지조차 가늠을 할 수도 없다. 그냥 머릿속이 완전히 비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마침내 눈을 번쩍 뜨고 정신을 차린다. 그러면서도 붙어있던 몸을 천천히 떼어낸다.


어찌나 오래 섞었는지 서로의 얼굴이 떨어지면서도 진한 타액이 길게 늘어나 떨어질 생각조차 하질 않는다. 마침내 그 끈이 끊어질 때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드는 생각은 단 하나.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그녀의 야릇한 미소를 뒤로한 채 나는 뒷걸음질 치며 이내 천막 밖으로 나간다.


아냐, 아냐. 있을 수 없다. 내가 그녀에게,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게냐.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뛰쳐나간다.


그 여자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만 거다, 나는. 그러니까 제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줘. 아무나 제발 아까 같은 일은 그저 꿈이라고 말해줘.


숲 속에 들어서고,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나는 떨리는 몸을 가다듬기 위해 그대로 주저앉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해보려고 애쓴다.


"으흐윽... 흑... 크흡... 후우... 으으윽..."


그렇게 즐겨놓고서는 지금 와서 이렇게 후회하는 꼴마저 우습다. 아까는 마치 내 몸이 아닌 것만 같아서 지금은 너무나도 두렵다.


"우욱...! 크흐으으으... 웩! 웩!! 씨발, 좀!!"


헛구역질을 시도해보지만,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 있었던 일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 나는 손가락을 혀에 집어넣어 계속 구역질을 시도한다.


미쳤어. 미쳤다고.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여자에게 모든 걸 맡기려고 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믿겨지지 않는다.


이런 내가 역겹다. 나도 안다. 안다고. 그런데 어쩌겠어. 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는데.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등을 두드려줬다. 고개를 돌리자 포드가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천막에서 뛰쳐나가서 따라왔어. 방해한 건 아니지?"


"허억... 허억... 포, 포드..."


주변에는 포드 말고는 아무도 없다. 나도 언제 이렇게 숲 깊숙하게 들어왔는지 전혀 모를 정도였다.


"아냐, 포드. 고마워... 후우... 후우..."


"너 곧 있으면 출발하는 거 아냐? 이래서 괜찮은가 싶은데."


"나는... 나는... 괜찮아..."


아마 병사들은 나와 레아가 성벽을 공격하는 것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지체할수록 콜린의 걱정도 점점 늘어나만 갈 것이다.


포드는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숲에서 나와 다시 천막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이랬던 사실을 전혀 모르는지 레아는 이전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나를 향해 다가온다.


"자기야, 어딜 갔다 온 거야. 얼마나 기다렸다구..."


포드도 그 모습을 보고 할 말이 없는지 입을 살짝 벌리며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녀에게 무심하게 답한다.


"시끄러워."


나는 최대한 무뚝뚝하게 말했고, 그녀는 내 말을 듣더니 살짝 실망스러운 눈초리를 한다. 순간 나는 그녀에게 못된 짓을 한 것 마냥 죄책감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당연히 아까 그 일로 기분이 나빴다면 나빴지 좋았을 리는 없다. 분명히 그래야만 하는데...


레아와 함께 걸어가면서도 내 의지와는 별개로, 혀는 입안을 맴돌며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그녀와 성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아까 천막 안에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오른다. 너무나도 달콤해서 잊고 싶지 않은 꿈만 같은 느낌.


어쩌면 내가 꿈을 꾼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레아의 얼굴을 보면 당연히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의 표정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행복에 젖어있는 미소가 가득했으니까.


"자기야, 준비됐어."


어느덧 사정거리에 들어왔는지 레아는 조용히 내게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성벽 위를 살폈다.


많은 병사들이 주둔해 있었고, 우리의 모습을 본 건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섣불리 먼저 공격을 강행하지도 않는다.


아마 우리의 소문은 이미 퍼졌을 것이다. 검은 드레스의 여자가 들어서니 성이 순식간에 점령되었다거나, 해결사 길드가 들어오니 패배하질 않는다거나.


"그럼 저 외곽의 성벽만 날려..."


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레아는 손을 세차게 뒤흔든다. 그러자 가시들이 땅을 뚫고 튀어나오면서 성벽을 순식간에 날려 버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나도 순간 당황했다. 거대한 가시가 솟아오르면서 성벽을 이뤘던 돌들이 하늘 위로 여기저기 흩어져 날아간다.


아마 방어벽이 땅 아래까지 닿진 않았던 건지, 아니면 그 방어벽마저 뚫고 공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효과는 너무나도 굉장했다.


위로 솟구쳤던 가시는 다시 땅 아래로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모습을 감췄다. 그 자리에는 오직 완전히 무너져 내린 텅 빈 성벽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어때, 잘했지?"


레아는 수많은 돌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는 성벽 잔해를 배경으로 삼으며 날 바라본다. 그러고는 이내 해맑게 웃으면서 내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보고 한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망설인 것도 아녔고, 그저 말문이 막힌 채로 그녀의 자태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려던 순간.


"2, 3군단은 모두 무너진 성벽으로 돌진하라!!"


뒤에서 지휘관이 소리치자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성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나는 뒤돌아 병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레아를 바라봤다.


"자기야, 또 할까? 또?"


레아는 뒤에 병사가 오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그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명령을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여기서 더 했다간 얼마나 더 큰 피해를 낼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그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됐어, 여기까지만 하면 돼.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보조만 해줘."


그녀는 살짝 놀랐다는 눈을 하고는 내가 쓰다듬은 자리를 다시 한 번 만진다. 이를 보니 나도 순간 과하게 행동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이윽고 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내 뒤를 따라온다. 성벽을 향해 달리는 병사들 사이로 레벨과 포드도 섞여 있었고, 레벨의 어깨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나도 그들과 합류해 레돈가르 성을 향해 달린다. 워낙 순식간에 성벽이 허물어졌기 때문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적군들이 경악하는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곧장 허리춤에 갖다 댄 손을 앞으로 내지르며 앞을 막으려는 병사들을 먼저 처리했다.


틈이 열리자 병사들은 곧장 그곳을 향해 돌진했고, 서로의 병사가 부딪히며 난전이 펼쳐진다.

콜린 (1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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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크라이얼 왕국 왕위탈환전 (11) 21.11.17 86 6 12쪽
160 2부: 크라이얼 왕국 왕위탈환전 (10) 21.11.16 9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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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2부: 크라이얼 왕국 왕위탈환전 (7) 21.11.11 90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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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2부: 크라이얼 왕국 왕위탈환전 (5) 21.11.09 91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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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2부: 옛날 옛적 서부에서 (7) 21.10.28 90 6 13쪽
146 2부: 옛날 옛적 서부에서 (6) 21.10.27 88 7 14쪽
145 2부: 옛날 옛적 서부에서 (5) 21.10.26 88 7 14쪽
144 2부: 옛날 옛적 서부에서 (4) 21.10.25 90 7 12쪽
143 2부: 옛날 옛적 서부에서 (3) 21.10.22 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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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2부: 눈을 뜨다 (5) 21.10.15 97 7 12쪽
137 2부: 눈을 뜨다 (4) 21.10.14 97 7 12쪽
136 2부: 눈을 뜨다 (3) 21.10.13 9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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