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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7 16:0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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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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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화 대주

DUMMY

16화



헬룰렛이라고?

오~ 신박한데!

근데 내가 그 동안 사용한 칩이 벌써 5개나 됐나?

블루칩, 화이트칩, 옐로칩 그리고 레드칩이 2개니까 맞구나.

그런데 왜 지금이지?

5번 째의 칩을 사용하고 시간이 제법 흘렀잖아.

원래 시간 딜레이가 있는 건지 아니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건지, 이도 저도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뭣이 중헌디.


‘그러니까 칩 5개 당 룰렛 1번이라 이 말이지.’


뭐 보너스 개념이라는 건 알겠는데··· 너무 카지노스러운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공짜라면 거부할 수 없지.


〈헬룰렛을 돌리겠습니까?〉


물어볼 걸 물어봐라.

예스 × 3이다.


마음속으로 승낙하자마자 눈앞에 홀로그램이 뚜악 나타났다.

카지노에 있는 테이블 같이 생긴 게 아니라 둥근 원판이다.

원판 꼭대기에 화살표 마크가 있는 게, 돌다가 거기에 걸리면 해당 상품을 주는 거겠지.


‘그런데 왜 아무 것도 안 쓰여 있는 거야?’


회색 빛깔의 원판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다.

걸렸을 때 나타나려나.


헬 로또가 의외로 재미있는 부분이 많구만.

환생에 이어 각종 칩에다 룰렛까지 말이야.

앞으로 또 다른 게 나올지 상당히 기대가 되네.

아무튼 좋아, 쌈빡한 거 하나 걸리길.


돌아라!


마음속으로 외치자 룰렛 판이 돌기 시작했다.

판때기가 빙빙 도는 게 아니라 룰렛 판을 둘러싼 작은 불빛들이 회전하듯이 반짝인다는 뜻이다.

반짝이는 빈도가 서서히 줄더니 드디어 멈췄다.

그리고 룰렛 판에 글자가 나타났다.


〈꽝〉


아놔, 지금 장난하냐.

첫 룰렛인데 꽝이라니 씨바, 뭐라도 하나 줘야지.


〈꽝 확률은 단계가 오를수록 줄어듭니다〉


와뜨?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단계라고? 단계라는 게 있어?’


오늘따라 신기한 단어가 많이 나오네.


‘단계가 뭐야?’


〈·········.〉


왜 대답이 없지.

어이, 말을 했으면 마저 알려줘야지.

계속 묵묵부답.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거니까 깝치지 말아라 뭐 이런 건가.

아무튼 이 헬 로또 시스템이라는 게 꽤나 복잡다단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긴 든다.

꽝이 나온 건 존나 아쉽지만.


계속 투덜댈 수가 없구나.

곧 장이 열릴 시간이다. 이제 일해야지.

내 자리로 돌아갔다.


종목들의 시가가 하나둘 뜨기 시작하는데.


‘별로 힘이 없어.’


어제보다 상승 종목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인다.

양 차장 이 시키는 하루도 못 갈 개소리를 했다는 걸 알면 진짜 쪽팔릴 텐데.

이제 장 시작이니까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나는 관심종목에 새로 편입시킨 증권주들 시세에 집중했다.


대성증권 12,500원(+250원)

우대증권 14,300원(+300원)

한성증권 11,850원(+200원)


다른 낙폭 과대주들보다는 그래도 강세를 보이고 있네.

내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지.

고가에 대주 칠 수 있으니까.

사실 이들 증권주들은 불과 3년 전인 1989년에만 하더라도 5만 원대에서 놀던 놈들이다.

그랬던 게 만 원대 초반까지 내려왔으니 개인투자자들이 ‘오메, 싼 거!’ 하면서 뛰어드는 거다.


그럼 우리 고객님들 주식은 어떻게 됐나.

이 대목에서 안 살펴볼 수가 없지.


동청건설 5,020원(+50원)

일동종합상사 4,190원(+40원)


반등은 이어지지만 증권주보다 훨씬 약하다.

어쩌면 이것들의 반등은 오늘로 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

어쩌지?

박영숙 고객님이 알아서 처분해달라고 했는데.


일동상사야 힘 좀 내봐라. 조금이라도 더 반까이(만회라는 뜻의 은어)해야 되거든.

속으로 기합을 불어넣었다.

올라라! 올라라!

그런데···, 이 놈이 말을 안 듣네.


일동종합상사 4,180원(+30원)


제기랄, 도리어 10원이 내렸다.

불안한데···.

이때가 진짜 괴로운 순간이다.

고객은 내게 매매를 일임했으니 온전히 내 판단으로 팔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니까.

판 다음 내리면 다행인데 올라가 버리면 고객을 볼 면목이 없다.

그래서 영업직원 입장에서 일임매매가 꼭 좋은 건 아니다.


그래도 책임을 맡았으면 할 건 해야지.

나는 과감하게 매도주문표를 꺼냈다.

투명 아크릴로 만들어진 주문표 케이스에는 제일 위에 빨간색 매수주문표, 두 번째 칸에 파란색 매도주문표 다음은 연초록색의 정정/취소 주문표 그리고 가장 밑에 신용주문표와 대주 주문표가 차례대로 놓여 있다(대주 주문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동종합상사 3,000주 4,180원 매도


5,800주 중에서 일단 3,000주를 팔기로 결정했다.

분할매수, 분할매도는 매매의 기본 아닌가.

반등이 길지 않다는 걸 난 아니까 절반 보다 조금 더 많은 3,000주를 매도하는 거다.


후다닥 달려가서 주문 단말에 넘겼다.

워낙 거래량이 많은 주식이라 체결은 금방 되었다.

나머지는 내일 봐서 처분해야지.

이제 다시 정신을 집중해서 증권주 공매도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영업직원들은 대부분 고객에게 대주를 권하지 않는다.

증거금 관리라든지, 무한 손실 가능성, 대주 종목이 다양하지 않은 점 등의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손님들이 가진 주식이 오르길 바래야 하는데 대주 친 손님은 또 내려야 돈을 번다는 점.

자기 관리고객 전부를 다 대주 치게 할 수도 없고(현실적으로 불가능).

아무튼 이래저래 복잡하다.

그래서 모찌로 조용히 들어가서 조용히 먹고 나오는 게 최선.


이것도 분할매도 해야겠다.

어떤 놈으로 할까. 대성? 우대? 한성?

하긴 증권주는 다 그놈이 그놈이니 굳이 고르는데 애쓸 필요가 없다.

올라도 우루루 같이 오르고, 내려도 우루루 떼거리로 함께 내리니 뭐.

2020년대의 증권사처럼 독자적인 펀드는 당연히 없고 자기들끼리 담합하여 만든 똑같은 수수료 체계로 편하게 먹고사는 것들이니까.

예대 마진으로 앉아서 먹는 은행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나름 신경 써서 어제오늘 오름폭이 가장 컸던 한성증권으로 찍었다.

건방지게 많이 올랐으니 많이 내리겠지.

담보유지비율을 고려해 3,000주만 매도해야겠다.

오늘은 일단 1,500주만.


한참을 눈치 보다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아 그냥 11,800원에 매도했다.


첫 공매도를 때리니 심장이 쫀득하네.

잘 돼야 할 텐데.

잘 되겠지. 무려 헬저널이 알려준 건데.


*****


다음 날.


어째 반등하는 꼬라지가 어제보다도 시원찮다.

더 기다렸다가는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등허리를 사정없이 간지럽히네.

그래 이왕 마음먹은 거 시원하게 지르는 거야.

1, 2백 원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싸나이 대장부가 말이야···.


한성증권 1,500주를 -100원인 11,700원에 마저 공매도 쳤다.

이로써 총 수량은 3,000주.

평균단가는 11,750원이 되었다.


일동종합상사도 마저 정리해야지.

이것도 마이너스로 시작하네.

반등도 얼마 못해놓고 마이너스라니···.

진짜 어마어마한 개잡주가 맞구나.

남은 2,800주를 미련 없이 던졌다.

그러면서 마음 한 구석에.


〈고객 계좌에 손실 실현을 했으므로 칩 하나가 지급되었습니다〉

〈처음 한 번만 적용됩니다〉


혹시 이런 멘트가 뜨지 않을까 하는 잔대가리성 기대가 살짝 있었는데.

안 뜨네.

아무래도 좋은 일에만 대가가 있는 거 같다.


‘휴~ 다 끝났다.’


일단 한숨 돌리시고.


이제는 장을 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빠져라, 빠져라’를 외치면 된다.

주식 들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이 아니라 솔직히 뭐가 미안하냐, 하나도 안 미안하다.

내가 벌어야지. 나는 잃고 남들이 벌면 뭐하냐.


시간이 흐를수록 매도세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예상보다 반등이 약하다고 느낀 투자자들이 더 손해 보기 전에 털자고 나섰고.

또 양 차장처럼 바닥을 찍고 장이 돌아섰다고 개소리했던 사람들이 ‘아이고 아니네’하면서 재빨리 팔자에 동참했고.

마지막으로 반등을 이용해 단타 치려던 사람들 마저 엇, 뜨거라 싶어 탈출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코스피는 거의 보합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관들이 지수 관련주들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니까.

기관들이야 위에서 까라니까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 거고.

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 뭐. 하면서.


슬슬 객장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네.


“거참, 장 진짜 닝기리 조또네. 어째 개인이 가진 것만 내린다냐?”

“그래, 빠져라 빠져. 시발, 어차피 못 팔 거, 찾아서 그걸로 내 방 도배나 할란다.”

“난 벌써 우리 아들한테 물려주기로 마음먹었어. 아주 대대손손 물려주는 거지 뭐.”

“그러다 부도나면 개털되는 거여.”


한탄하는 소리가 다시 흘러나오는 거다.

아직 본전 찾으려면 멀었는데 벌써 반등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니 열불이 나지.

더 속 상하는 건 기관들이 받쳐서 지수는 안 내리고 자기들이 가진 주식들만 대책 없이 빠진다는 점.


종가가 나왔다.


동청건설 4,910원(-110원)


이틀 반등한 거 거의 다 까먹었구나.

다시 애도를 표한다.


일동종합상사 4,090원(-90원)


장 초반 –20원에 남은 거 다 던졌는데 그러고 70원이나 더 내린 거다.

잘 팔았네. 잘 팔았어.


총알같이 매매보고를 했다.


“어유~ 잘 하셨어요. 앞으로도 강 주임님만 믿을게요.”


당연히 칭찬하셔야지.

손절매를 적절히 했으니 박영숙 고객님은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된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거로 넘어가 볼까.


한성증권 11,400원(-400원)


대박!

물경 400원이나 빠지다니.

아까 –100원에 매도 안 했으면 큰일 날뻔했잖아.

평균매도단가가 11,750원이니까.


3,000주 × 350원 = 1,050,000원


따끈따끈하구나.


반등 같지도 않은 반등이 끝났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겠지.

직격탄을 맞을 종목은 증권주일 테고.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네.

쏘파쏘굿이다.


룰루랄라 하다가 흠칫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남들은 다 쭈구리 하고 있을 텐데 혼자 좋다고 콧노래 부르면 안 되지.

다행히 내 양옆에 있는 박 차장과 성 대리는 벌써 자취를 감췄네.

하여튼 신림지점 영업직원들은 장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진다니까.


장 종료하면 보통 오늘의 특징 종목을 살피면서 오르면 왜 올랐는지, 빠졌으면 왜 빠졌는지 연구도 좀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도무지 공부들을 안 해요.


그러면 뭘 하느냐.

내가 그 동안 주의 깊게 살핀 결과.

대부분 술 마시러 가는 거다.

아니면 어제 술 마셨으니 사우나 가서 몸 추스르고 다시 술 마시러 가든지.

신림지점 사람들만 그런 건지 아니면 증권사 영업직원들은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술들을 자주 마신다.

주식이 오르면 기분이 좋아서, 내리면 좆같아서.


정규퇴근 시간이 5시지만 영업직원들은 그런 거 상관없다.

손님 만나서 간다고 하면 그걸로 끝.

지점장들도 뭐라고 안 한다.

자기들도 다 그 시절에 그러고 살았으니까.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공부를 해야겠다.

하루하루가 돈인데.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 쫌 폼나게 살아봐야지.


‘헬저널이 알려준 대로 코스피가 450포인트까지 내릴 경우 한성증권은 얼마쯤이 될까?’


이런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살그머니.


커피가 담긴 종이컵이 내 책상에 놓인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게 자판기에서 금방 뽑아온 모양이다.


오잉? 누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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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2단 콤보 +11 24.05.11 8,799 272 12쪽
35 35화 명동지점 조 차장 +12 24.05.10 8,895 261 13쪽
34 34화 작전주 +11 24.05.09 9,105 243 11쪽
33 33화 투자대회 +11 24.05.08 9,197 241 12쪽
32 32화 나이키 +13 24.05.07 9,300 249 12쪽
31 31화 태진피혁 +10 24.05.06 9,487 263 12쪽
30 30화 성 대리 +11 24.05.05 9,728 2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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